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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He, Story>(리더스북 펴냄)/오마이뉴스 인용

youngsports 2012. 6. 14. 19:47

 

  
<안철수 He, Story>
ⓒ 리더스북
안철수

는 이른바 '안철수 비하인드 스토리'다. 지난 10년간 안랩(안철수연구소)의 커뮤니케이션업무 총괄팀장으로 안랩의 대뇌외적인 행사나 안철수 박사의 일정 등에 관여하며 안철수 박사 가장 가까이에 있었던 저자는, 세상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특별한 에피소드 46가지를 9부로 나눠 들려준다.

 

문득 안철수 박사의 운전기사를 하고 싶다던 기자가 떠올랐다. 그는 언젠가 이런 말을 했다. 

 

"혹시 안철수 박사가 운전기사를 채용하면 꼭 제게 알려주세요. 저는 운전하면서 그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것 같아요."

 

그는 오랫동안 안랩을 출입했던 기자였다. 그런 그가 왜 안철수 박사의 운전기사 자리를 탐냈을까? 그는 나와 소주를 한잔 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안철수 박사는 인생을 따분하게 사는 분이에요. 솔직히 너무 정직하게 살아가잖아요. 그렇지만 그와 함께 있으면 많은 것을 배우게 되지요. 그는 교과서에만 나올 법한 이야기만 해요. 별로 재미없는 이야기지만 그의 말을 듣고 있으면 마음이 한결 깨끗해지면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죠. 그래서 안철수 박사의 운전기사를 하고 싶어요."

- <안철수 He, Story>에서

 

'CEO에게 운전기사가 없었던 이유'란 글 한 부분이다. CEO 안철수는 우리나라 CEO들이 흔히 누리는 것들과, 당연한 듯 누리는 특혜를 누리는 것보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좀 더 편안하게, 그리고 공명정대한 조건 속에서 일을 할 수 있을 것인가가 우선인 사람이다.

 

이런지라 그는 직원들에게 자신의 업무실로 오라거나 지시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할 말이 있거나 지시를 내릴 것이 있거나 그러면 직원들에게 직접 가서 해줄 것을 부탁한다고 한다.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것처럼 아무리 낮은 등급의 어린 직원일지라도 늘 존댓말로.

 

"저는 아직 운전기사를 둘 입장이 아닙니다"

 

이런 안철수 박사인지라 대한민국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일할 수 있기를 선망하는 회사의 CEO이면서도 그는 한동안 손수 운전했단다. 때문에 그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조수석에 앉은 직원에게 먼저 예의를 갖추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고 한다.

 

"아니요. 저는 아직 운전기사를 둘 입장이 아닙니다. 만약 운전사를 둘 여유가 생긴다면 회사에 필요한 직원을 한 명 더 채용하겠어요. 그러면 바쁜 우리 직원들 일을 좀 덜어줄 수 있지 않을까요?" - <안철수 He, Story>에서

 

어떤 날도 저자는 한 빌딩의 경비원에게 거수경례를 받게 된다. 얼굴이 화끈해 질 정도로 미안하고 민망한 저자는 그에게 "사장님, 이젠 운전기사를 둬야 하지 않을까요?"라고 묻자 안철수 그는 이처럼 대답했다고 한다.

 

CEO 안철수, 그에게는 자신의 편안함보다 회사의 이익과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좀 더 편안하게 일할 수 있을까'가 우선이었던 것이다. 안철수의 회사와 직원에 대한 애정과 그만의 특별한 원칙은 '장관면전에서 인사 청탁을 거절하다'란 글에서도 만날 수 있다.

 

"사장님, 외부에서 인사 청탁을 받는 일도 있을 텐데, 그럴 땐 어떻게 하세요?"

"아무리 높은 사람 부탁이라도 그냥 그 자리에서 거절해요."

 

나는 다시 한번 놀랐다. 우리나라에서는 고위직 인사의 청탁을 들어주지 않으면 괘씸죄로 곤혹을 치르기도 하지 않던가. 게다가 평소 그는 거절하는 일을 몹시 어려워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사람을 앞에 두고 그 자리에서 칼같이 거절하다니. 나는 다시 물었다.

 

"괘씸죄도 있는 나라인데 정말 그 자리에서 거절하세요?"

"예전에도 한 번 장관급 인사로부터 청탁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그때도 그냥 그 자리에서 거절했어요. 제가 인사 청탁을 들어주게 되면 직원들이 일하기 힘들어지잖아요."

- <안철수 He, Story>에서

 

저자는 이어 대기업에 근무할 때 겪었던 사례를 들려준다. '고위직의 청탁으로 입사한 한 여직원이 그 배경을 믿고 근무 중에도 화가 나면 전화기까지 던져버릴 정도로 안하무인임에도 인사 청탁에 관여한 고위직의 후환이 두려워 누구하나 싫은 소리 한번 하지 못했던'.

 

그런데 이는 어디 저자의 경험에 불과할까.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쉽고 흔하게 경험하는 일 중 하나일 것 같다. 오래전 나도 겪었는데, 사회생활 혹은 직장 이야길 하다보면 "누구 빽으로 입사한 개 같은 아무개'들이 종종 도마에 오르내리는 걸 보면 말이다.

 

'책 좋아하는' 안철수를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안철수 He, Story>는 이처럼 안철수 가까이에 있었던 저자가 보고 느낀 것들을 일화와 함께 묵묵한 감동으로 전한다.

 

사실, 책을 좋아하는 내게 안철수 박사는 1년에 책을 100권 이상 읽는 사람으로 우선 기억되고 있다. 이 책에서도 '책 좋아하는' 안철수 박사를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 중에도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중에도 책을 읽는다는 그를. 작가를 동경하는 소년의 얼굴로 공지영 작가에게 <도가니>를 내밀며 사인을 해달라 했다는 그를. 사인은 자신이 직접 구입한 책에 받아야 한다는 원칙의 그를.

 

"그러나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명박 정권은 매번 고위직 인사 때마다 안철수 박사를 하마평에 올렸다. 과기부 장관, 청와대 수석 등 하마평도 다양했다. 그중에서 내가 가장 긴장감을 느꼈던 사안은 국무총리 하마평이었다. 2010년 8월경 청와대발 하마평이 언론에 여러 차례 보도됐다. 그러나 나에게 확인 전화가 온 적은 없었으며 안 박사 본인에게조차 연락 온 일이 없었다. 그 당시 안철수 박사는 방학 기간 동안 외국 대학으로 연수를 가 있었다.

 

당시 언론보도는 마치 기정사실화 하는 듯했다. 나는 한 언론기자에게 '본인의 의사와 무관한 일이며 만약 요청이 온다고 하더라도 맡지 않을 것'이라고 기사를 부탁할 정도에 이르렀다. 그러던 어느 토요일 저녁이었다. 한 통신사 기자가 급히 안철수 박사에 대한 인물 이력자료를 달라고 요청했다. '내일 아침에 총리 발표가 있는데 안철수 박사가 확정적'이라는 것이다. 당황스러웠다. 해외에 머물고 있던 안 박사에게 그 사실을 물었더니 그는 "연락받은 일도 없어요"라고 대답했다." - <안철수 He, Story> '내가 만난 이명박'에서

 

책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만남부터 이명박, 박경철, 박원순, 김미화, 김제동, 이외수, 손석희, 공지영, 방송 <무릎팍도사>, 안철수를 몰래 찾아온 정치인 불청객 등과의 만남 등 그 리얼 스토리들이 실렸는데, '내가 만난 이명박'이란 글 중엔 위와 같은 부분도 보인다.

 

안철수 박사가 총리 후보로 거론됐다는 보도를 접하며 의아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상식적인 그가, 도덕 교과서처럼 산다는 그가 어떤 이유로든 염두에 두지 않았을 길이요, 자리란 짐작 때문이었다.

 

안철수 박사의 총리 후보 거론 소식은 나만의 실망이나 의아함만이 아니었나 보다. <무릎팍도사>에 출연한 안철수를 인상 깊게 만난 후 그를 관심 1순위에 두게 된 아들이 그 보도를 보며 "세상의 진실들이 정말 진실한지 그 진실이 궁금하다"며 씁쓸해 했던 걸 생각하면.

 

묵묵한 감동에 마음이 훈훈해지는 에피소드들

 

책에는 그 진실이 실려 있다. 다른 정부에 비해 그 제안의 강도와 횟수가 집요한 이명박 정부의 수많은 대통령 직속 위원회 자리들을 거절하고 거절하다가, 어쩔 수 없이 '미래기획위원회'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그 진실이 말이다.

 

"1997년 6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됐던 IT전시회인 SEK 행사의 안랩 부스로 한 중년신사가 방문했다. 직원들은 그가 노무현이라는 것을 즉시 알아보았다. 이미 5공 청문회의 스타 국회의원으로 활약했기 때문이다. 안랩 직원이 V3 백신 패키지를 공짜로 주려는데, 그는 한사코 거절하더니 지갑에서 돈을 꺼냈다. 당시 야인으로 지내던 노무현은 "그래서야 우리 소프트웨어 기업이 밥 먹고 살 수 있겠습니까?"라며 오히려 안랩을 걱정해 주었다는 것이다. 본인도 국회의원 낙선 후 백수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던 시기인데 대한민국 소프트웨어 산업을 먼저 걱정했던 것이다." - <안철수 He, Story> '노무현과의 조우'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만남, 그 일화들도 묵묵한 감동으로 읽었다. 외에도 ▲유쾌한 안철수, "식사하러 오세요!" ▲안철수 박사의 무겁고 낡은 가방 속엔 무엇이 들어 있을까? ▲안랩에는 '안철수교'가 있다? ▲CEO 안철수가 무지개 머리를 하게 된 사연 ▲안철수는 원래 주당이었다? ▲안철수 박사가 샤워기를 틀어놓고 고함을 지른 이유 ▲아이유는 외국 사람인가요? ▲아름다운 양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나 ▲늙어서 아내가 자신을 버릴까 그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는 안철수 ▲두고두고 부끄러워 한 어느 날 새벽 3시 횡단보도 사건(?) 등 읽다보면 미소가 지어지고, 묵묵한 감동에 훈훈해지고, '나도 이처럼 살아야지'와 같은 다짐과 함께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특별한 에피소드들을 들려준다.

 

덧붙이는 글 | <안철수 He, Story> 박근우 씀, 리더스북 펴냄, 2012년 5월, 1만4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