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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는 왜 학교폭력이 없을까?

youngsports 2012. 7. 7. 15:31

오마이뉴스 윤성효 기자]

스웨덴에는 왜 학교폭력이 없을까? '겉은 한국사람인데 속은 스웨덴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는 황선준(55) 서울특별시교육연구정보원장은 그 이유를 설명하면서 여러 대안을 제시했다.


경남 창녕 출신인 황 원장은 스웨덴 스톡홀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스웨덴 국립교육청 정부재정국장을 지냈다. 26년간 스웨덴에서 살았던 그는 지난해 8월 서울시교육청의 개방형 공모에서 선발됐다.



생명존중시민포럼은 6일 저녁 창원문성대학 컨벤션홀에서 학교폭력을 주제로 "Live Together 생명토크"를 열었는데, 황선준 서울특별시교육연구정보원장이 강사로 참여했다.

황선준 원장은 6일 저녁 창원문성대학 컨벤션홀에서 열린 "Live Together 생명토크"에서 강연에 이어 대화를 나눴다. 생명존중시민포럼이 첫 번째 이야기로 '학교폭력'을 다루었는데, 황 원장은 스웨덴과 한국의 사례와 정책에 대해 비교 설명했다. 이날 행사에는 학생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교육청?경찰서 담당자도 참석해 관심을 보였다.

황 원장은 "스웨덴은 굉장히 조용하고 범죄가 거의 없으며, 학교폭력도 없다"면서 "여기서는 엄청난 사건들을 들었다. 학교폭력과 학생 자살이 심하고, 그런 일들이 참 많이 생겨나고 있어 가슴 아프다. 학교폭력은 만연해 있고, 조직화 되어 있으며, 오래 지속되어 왔다"고 말했다.

정부 정책을 비판했다.

그는 "한국에서는 학교폭력 실태조사와 연구가 부족하다"면서 "정확한 조사?연구를 해서, 학교폭력이 왜 일어나는지, 어떤 학생이 가담하는지, 부모들의 사회적 지위는 어떠한지 등에 대한 연구를 해서 대처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사회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는 "폭력을 당하는 학생은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겪는다. 심각한 상황인데도, 교육청이나 학교는 침묵하거나 은폐·축소하는 경향이 많다. 보고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흔히 학교폭력이 발생하면 학교평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데, 실제 학교평가 항목에는 학교폭력이 들어 있지 않다"면서 "그런데 학교에서 왜 그렇게 생각해서 은폐?축소하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학부모들의 인식도 문제다. 황 원장은 "가해학생 학부모의 경우 적반하장으로 나오기도 한다. '맞을 짓을 했으니까'라고 한다. 무슨 일이 있어도 육체적?언어적 폭력을 해서는 안된다. 폭력에 대해서는 학교나 가정에서 단호하게 근절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 원장은 "학교폭력에 대응을 잘못하면 나쁜 결과를 낳는다. 선무당이 사람 잡는 꼴이다. 지난해 대구에서 중학생이 폭력을 당한 뒤 담임한테 이야기를 했고, 담임이 학생 전체한테 벌을 주었다. 그런데 그날 저녁 그 학생은 투신 자살했다"며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 쉽게 꼬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설명했다.

강한 징벌에 반대했다. 황 원장은 "강한 처벌로 학교폭력과 왕따를 근절할 수 없다. 북유럽은 거의 학교폭력이 없는데, 강하게 처벌하는 나라가 미국으로, 거기는 심하고 총을 갖고 동료학생을 죽이기도 한다"면서 "퇴출?전학시킨다고 해서 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전학시키면 다른 학교에서 가서 문제가 된다. 흔히 폭탄 돌리기라고 한다. 근본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황 원장은 "스웨덴에서는 1979년 '구타금지법'을 만들어 가정에서도 아버지가 아이들을 때리지 못하게 했다. 2006년 차별금지?동등대우법을 만들었다. 차별이나 인격적 모멸감을 주는 보복행위를 금지시켰다. 남녀, 인종, 성적지향, 장애, 나이 등 어떠한 원인에서든 차별해서는 안된다고 한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스웨덴에서도 왕따가 조금 있다. 거기는 사후대처보다 사전 예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만약에 문제가 발생하면, 아무리 사소한 문제라도 지속적으로 물고 늘어져 없애려고 한다. 어떠한 차별과 왕따가 일어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스웨덴은 학교마다 전문지식과 경험을 가진 상담사를 채용해서 상담하도록 하고, 간호사, 의사, 심리학자, 학생지킴이, 청년도우미 등을 두어 문제가 발생하면 적극 대처한다"고 말했다.

신고를 강조했다.

황 원장은 "스웨덴은 신고 체제가 잘 돼 있다. 왕따나 폭력을 당했다고 해서 신고하는 게 창피한 게 절대 아니다. 폭력을 가한 학생이 잘못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며 "신고나 이야기를 하면 금방 문제 해결에 나선다. 사소한 문제도 소홀하게 다루지 않는다"고 제시했다.

관심?사랑을 강조했다. 그는 "근본적으로 선생님들의 학생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중요하다. 그런 게 없으면 학교폭력이 일어나기 쉽다. 사회적으로는 폭력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어야 한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자치활동과 동아리 활동을 통해 민주시민의식을 키워 나가도록 해야 한다. 왕따와 폭력을 하더라도 공부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생명존중시민포럼은 6일 저녁 창원문성대학 컨벤션홀에서 학교폭력을 주제로 "Live Together 생명토크"를 열었는데, 이날 진행을 맡은 박종훈 전 경남도교육위원과 강사로 참여한 황선준 서울특별시교육연구정보원장이 사진을 찍었다.

"중학생이 교사한테 폭력을 가하는 일이 일어났다. 학생이 복도에서 일부러 휴지를 던졌더니, 교사가 왜 휴지를 버리느냐고 따졌다. 그랬더니 학생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했고, 교사는 봤다고 했다. 학생이 교사한테 대들면서 싸움이 벌어진 것이다. 스웨덴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면 교사는 어떻게 했을까. 교사가 학생한테 '중요한 것 같은데 떨어졌다'고 말하며 휴지를 주워서 준다. 이번에는 내가 휴지통에 버릴테니 다음에는 직접 버려라고 한다. 리더쉽이 중요하다. 어른들은 아이들 수준에서 문제를 보면 안된다. 넓고 깊은 차원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길러낼 것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가장 큰 원인은 '무관심'에다 지식위주?경쟁위주의 교육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황 원장은 "지식은 그야말로 사실들을 외우는 것인데, 그런 재능을 갖지 못했거나 동기부여를 많이 하지 못한 학생들까지 그렇게 하라고 하니 서글퍼다"며 "지식 위주 공부에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은 다른 대안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가령 실습이나 기술공부다"고 말했다.

그는 "주입식?암기식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은 학교교육에서 탈출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학생들은 공부에 취미를 잃으면서 학교폭력과 왕따를 하는 경향이 있다"며 "혼자가 아니라 여러 학생들이 함께 수업하는 교수방법으로 바꾸어야 한다. 한국은 지금 제2의 도약을 해야할 시기다. 외우기식의 공부 가지고는 새로운 것을 생각해 내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교사-학생-학부모 참여해 토론 벌여

이어 토론을 벌였다. 박종훈 전 경남도교육위원의 사회로, 이필우 교사(내서여고), 안주현(문성고 2년), 김성숙(학부모)씨와 함께 대화를 나누었다. 박종훈 전 위원은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들은 그럴 줄 몰랐다는 말을 한다. 함께 소통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필우 교사는 "살벌하고 과도한 입시경쟁 교육이 가정과 학교에서 무관심으로 내모는 가장 큰 원인이다"고, 안주현 군은 "남보다 앞서 가야 하기에 왕따와 폭력이 일어나도 무관심하게 된다"고, 김성숙씨는 "부모나 학생이나 자기 이외에는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는 것 같다. 누가 옆에서 괴로움을 당하면 그런가 보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필우 교사는 "학년초에 학부모를 모시고 상담을 해보면 자녀들과 대화를 하루 30분 내지 1시간 정도 대화를 한다고 한다. 대개 밥상머리 교육이다. 그런데 학생들한테 물어보면 부모와 대화를 가져본 적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인식의 문제다. 학생들은 대화라고 하면 잔소리 듣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선준 원장은 "한국은 학생 끼리 경쟁을 시키는 상대평가인데, 스웨덴은 절대평가다. 모든 학생이 만점을 받거나 낙제점을 받을 수 있다. 학생간에 경쟁할 필요가 없으니까 서로 가르치고 배우고 하면서 동료효과를 이용한다"면서 "한국의 경우 저녁에 같이 밥을 먹는 집은 1%도 안된다. 부모들은 늦게 퇴근하고 아이들은 학원에 간다. 인성교육은 가정에서부터 해야 한다"고 말했다.

상담이 중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김성숙씨는 "상담에 대한 홍보가 부족한 것 같다. 상담을 하면 도움이 되고 효과가 있다는 인식을 해야 한다"고, 이필우 교사는 "요즘 학교마다 상담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학생들은 상담할 시간이 없다. 점심?저녁시간 이외에는 상담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강연?토론 중간에 학생들이 '학교폭력'을 주제로 연극을 선보였으며, '범숙학교' 학생들이 뮤지컬 공연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