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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을 그리워하며

youngsports 2010. 2. 16. 09:56

[ 전태일 평전 - 유언 ]

 

사랑하는 친우여, 받아 읽어주게.

친우여, 나를 아는 모든 나여.

나를 모르는 모든 나여.

 

부탁이 있네. 나를, 지금 이 순간의 나를 영원히 잊지 말아주게.

그리고 바라네. 그대들 소중한 추억의 서재에 간직하여주게.

뇌성 번개가 이 작은 육신을 태우고 꺾어버린다고 해도

하늘이 나에게만 꺼져 내려온다 해도,

그대 소중한 추억에 간직된 나는 조금도 두렵지 않을 걸세.

그리고 만약 또 두려움이 남는다면 나는 나를 영원히 버릴 걸세.

 

그대들이 아는, 그대 영역(領域)의 일부인 나.

그대들의 앉은 좌석에 보이지 않게 참석하네.

미안하네. 용서하게. 테이블 중간에 나의 좌석을 마련하여주게.

 

원섭이와 재철이 중간이면 좋겠네.

좌석을 마련했으면 내 말을 들어주게

 

그대들이 아는, 그대들의 전체의 일부인 나.

힘에 겨워 힘에 겨워 굴리다 다 못 굴린,

그리고 또 굴려야 할 덩이를 나의 나인 그대들에게 맡긴 채.

 

잠시 다니러 간다네. 잠시 쉬러 간다네.

어쩌면 반지(指環, 金力을 뜻함)의 무게와 총칼의 질타에

구애되지 않을지도 모르는, 않기를 바라는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내 생애 다 못 굴린 덩이를, 덩이를,

목적지까지 굴리려 하네.

 

이 순간 이후의 세계에서 또다시 추방당한다 하더라도

굴리는 데, 굴리는 데, 도울 수만 있다면,

이룰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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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나 보수냐 하는 화석화된 이데올로기에,

폭압적이고 강압적인 종교적 지배 이념에, 

물적 탐욕과 무조건적인 성공 신화에 매몰된 어두운 대한민국에

공동체를 위하여 스스로를 희생한 등신불처럼, 예수처럼

전태일은 순수하고 맑은 자유로운 영혼이자 사랑의 선구자였다.

지금은,

쭉쟁이들과 회색인들만이 넘치는 소돔과 고모라가 2010년, 대한민국이다.

 

모두를 향해 열린 사회와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사상을 관통하는 전태일 정신이 그리웁다.

 

전태일 정신의 핵심은"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개인의 깨달음과 사회적 헌신을 통한 사랑의 실천이다"

이러한 전태일 정신을 실천하는 지성인, 사회 단체, 정당이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하이에나 처럼 헐뜯고 이익을 쫓는 오늘의 정치집단과 이익단체들이 한국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현실이

역사의 나선형적 순환을 보고 있는 듯 하여 가슴이 아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