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과학·건강

세 남자 이야기

youngsports 2006. 8. 19. 09:01

 

한국에서 남자 셋이 특히 삼대가 함께 생활 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고 사건이 좀 많다.

 

아내가 올 7월에 미국 하버드대학교 케네디 스쿨로 유학을 갔다.

내가 걱정하는 아내를 기회가 왔으니 가라고 과감하게 지원을 하고 격려를 했지만

4살짜리 아들하고 둘이 사는 것이 장난이 아니라

시골에 계신 부모님에게 도움을  청했다.

 

아, 자식은 결혼 해서도 원수다!

 

그런데 외향적인 어머님은 " 난 아파트에서 집 지키는 노년을

보내기 싫다"면서 거부하셨고 결국 70세 이신 아버님이

올라오셨다.

어머님은 길 눈이 어두어 오시면 집에만 일주일 내내 계신다.

내가 없으면 아파트 1층도 안 내려가시려고 한다.

 

그래서 아버님이 오셨다.

젊었을 때 자칭 호랑이였지만 많이 돌아다니셔서 어머님 속을 좀 긇어

놓으시더니 은퇴하시고는 지금은 거의 집에서 종이 호랑이로,

아니 사실은 순한 고양이로 변하셔서 어머님의 권력에 충성을 다하시며 사신다.

 

내 생각으론 어머님의 협박과 강권에 못 이기셔서 올라 오신듯 하다.

ㅎㅎㅎ

 

내가 40세 이지만 아버님보다 체력이 많이 딸린다.

달리기 빼 놓고는 내가 다 뒤쳐지니 말이다.

아버님은 젊었을 때 수도 방위 사령부에서 태권도 사범도 하셨고 외향선도

타셨고 직업을 한 20개 정도 가지셨기에 거의 생활 박사이다.

단 보수적이시라 밥 짓고 하는 습관은 환갑이 넘으셔서 배운 걸로 기억한다.

예전에는 밥을 안 차려 먹으시고 엄마나 다른 사람이 해 주실때 까지

굶으셨단다..

ㅋㅋㅋㅋ

 

그런데 요즘은 우리 아들과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일상을 보내신다.

새벽에 일어나셔서 아들 챙기라 손주 챙기라 정신이 없으시고

아들이 출근하면 손주를 어린이집에 9시까지 출근 시키고 오후 6시에

데리고 오신다.

 

그 중간에 빨래며 청소며 아주 말끔하게 하시고

밥도 지어 놓으신다.

 

뭐, 자칭 잃어버린 30년을 찾으셔야 한다나(우리 엄마 말씀)^-^&&**

 

뭐 나도 결혼 후에 설겆이나 청소는 무지하게 열심히 했지만

요리는 아직도 김치찌개 수준을 못 벗어나고 있고

사서 먹는다.

지금도 국거리는 일주일 분을 마트에서 사서 그냥 끓어 먹기만 한다.

주 메뉴는 생선이나 고기로 밀어 붙이는 경우가 많다.

ㅎㅎㅎ

 

 

우리는 주말마다 삼부자가 마트에 시장을 보러 간다.

남자 셋이 돌아다니며 수다도 떨고 식료품도 사고

점심도 가게에서 떼우고 나름대로 즐겁게 산다.

 

남들은 좀 이상하고 불쌍하게 여기며 마구 도와주려고 한다

특히 엄마는 어디갔냐고 만나는 사람마다 묻는다.

그러면 아들은 미국"이라고 짧게 만 말한다.

 

그리고 나면 묻는 사람들  분위기가 무지하게 어두워 진다.

아마도 속으로" 아이고 이혼이라도 했나봐" 십중팔구는 생각한다.

내가 미국 유학이라고 첨가해도 들으려 하지않고

가끔 아줌마들은 "기도 많이 해줄게 , 힘내라 "하고

우리 아들에게 사탕이나 무엇인가를 주려고 한다.

 

아이고 환장하겠네"

.

그리고 아내의 유학 사실을 알더라도 앞으로 2년 동안 이런 생활을 해야 한다고 하면

자신들 일처럼 걱정을 하고 반찬 등을 마구 주려고 한다.

ㅇㅎㅎㅎ

사실은 좀 즐기기도 한다우^&**

공짜가 많잖아...

 

아버님이 손주와 함께 생활 하시면서 내 어릴적 모습과 행동이

정말로 흡사하게 반복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라신단다.

영화처럼 기억이 떠올르고 분명하시단다.

어,,,신기하네!

 

 

결국 세월의 무상과 빠름을 동시에 느끼시면서

세상에 남기고 가는 마지막 작업이 손자에 대한 많은 기대로

연결된다.

가끔은 두 사람이 내 흉을 보느라 시간을 소비할  때도 많다.

 

아버님의 함자가 한자로 넓은 홍에 식을 심자다.

그 처럼 세상에 좋은 나무를 많이 심으셔서 후세에 남기고 싶단다.

 

4남매를 다 잘 키우시고 손주까지 훌륭하게 키워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사랑은 내리사랑이라고 하지만

내가 부모님께 효도하고 우리 아이에게 하는 것에

절반이라도 해드려야 하는데

난 늘 받으려고 하고 의지하려고 하는 것이 많이 남아있다.

 

하지만 지나온 것보다는 앞으로 한번 더 아이와 할아버지의

존중하고 아끼는 마음을 내가 배운다면 난 잘 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남은 2년의 기간이 나와 아버지 그리고 우리 아들이,

삼대, 세 남자가 더욱 많이 알고 서로 사랑하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기간이

될거라고 나는 확신한다.

 

 

 

 

 

 

 

 

 

 

 

 

 

 

 

 

 

 

 

 

 

'문화·예술·교육·과학·건강'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과학의 허상과 이념의 노예들  (0) 2006.09.13
웃으며 삽시다  (0) 2006.08.29
사랑의 벌, 교육 체벌  (0) 2006.08.16
단재 신채호와 김산의 아리랑  (0) 2006.08.14
english: golden sayings  (0) 200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