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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대중문화의 힘

youngsports 2013. 3. 26. 13:47


"한류 연구하면 '딴따라'라던 교수들이 변했다"

▲  한류스타 장동건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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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스타 싸이를 비롯해 JYJ·동방신기·FT아일랜드·소녀시대·빅뱅 등 가수들뿐 아니라 배용준·장동건·김수현 등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스타들이 전 세계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중국과 일본 등 근거리의 아시아권을 넘어서서 이제 미국 유럽 아프리카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이 대폭 확장되고 있다.  

한 순간의 현상이 아니라 이제 그 층이 더욱 두터워지고 콘텐츠도 쌓여가면서 더욱 다양한 모습으로 발전하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학계의 한류에 대한 논의가 '겨울연가' 수준에 그쳤다면 이제 '싸이 신드롬'으로 확장돼 더 활발해졌다. 그만큼 폭발적으로 한류시장이 성장하고 있고 1~2년 유행을 타고 사라지는 것이 아닌 꾸준히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동아방송예술대학 엔터테인먼트 경영학과 심희철 학과장은 <오마이스타>와 인터뷰에서 "100년도 더 된 오래된 역사를 지닌 이론 등에 심취해있었던 교수들이 이제 한류 현상을 두고 무수히 많은 논문을 발표하며 연구를 하기 시작했다"라며 "불과 2~3년 전만 해도 한류 문화를 분석하고 논문을 발표하면 '딴따라' 아류작 정도의 시선을 보냈던 교수들이 이제 적극적으로 한류에 대해서 논의하고 분석을 하기 시작했다"고 학계의 근황을 전했다. 

▲  2012년 11월 30일 (현지시간) 독일 오버하우젠의 투르비나할레에서 열린 JYJ 김준수의 월드투어 단독 콘서트에 찾아온 해외 팬들.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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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도 그럴 것이 지난해 발표한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폭발적인 신드롬을 일으켰고 싸이는 전 세계 방방곳곳에서 그의 노래를 불렀다. 비단 싸이뿐만 아니라 한류가 전 세계 문화의 중심축으로 탄탄히 자리매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여기에 더해, 무수히 많은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한류스타의 새내기들이 끝도 없이 선발되고 있다. "어쩜 저렇게 다들 잘할까"라는 말이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 시청자들이 혀를 내두르고 있는 상황이다. 다재다능한 끼를 갖춘 재원들, 차세대 한류주자들이 쑥쑥 커가고 있다. 

승승장구 한류의 비밀은 '광대'에 있다?

각기 다른 문화의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게 만드는 한류 신드롬의 가장 큰 비결은 무엇인가. 심희철 교수는 한류 열풍의 가장 본질은 '광대'에서 찾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심 교수는 "'왜 이렇게 한국 사람들은 잘 하냐(엔터테인먼트에 강하냐)'는 질문을 해외에서도 많이 받는다"라며 "신명이 있는 민족이라고 하는데, 다른 민족도 신명은 있다. 어느 나라나 원시 민족에서부터 출발해서 페스티벌의 문화를 가지고 있다. 우리만 특별한 건 아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한류의 그 기원으로 올라가 이렇게 재능 있는 이들이 많은 이유는 '광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왕 흉내를 냈던 광대 등을 보면 알 수 있죠. 우리나라는 고려 중기에 광대라는 직업군이 처음 등장합니다. 중국 사신을 영접하거나 할 때 연회 등에서 공연을 선보였죠. 

그런데 천민집단인 광대는 신분세습제로 조선 말기. 갑오경장 직전까지 이어져오게 됩니다. 조선 중기에서부터 갑오경장 직전까지 광대들은 자신의 자식들 중 꼭 한명에게는 세습을 시키게 돼 있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최근까지 집단적으로 엔터테이너가 양성돼 왔다고 볼 수 있죠."

▲  전세계를 호령하는 '한류', 학계에서도 활발한 논의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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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희철 교수에 따르면, 갑오경장까지 경기도에만 직업 광대의 인원은 약 4만 명에 이르렀다. 인구대비 전국에 수십만 명이 광대의 직업을 갖고 있었다는 것. 갑오경장까지 신분제로 인해서 천민집단으로 '광대'의 직업군이 묶여져 있다가 근대에 신분제가 풀리면서 민속예능으로 확장되게 됐다. 수백 년의 세월 동안 가문을 통해서 대물림되고 문화적으로 답습되는 형태로 '광대'의 실력과 끼가 후대에 대물림되고 있다는 것이다. 

"보통 민속예능학자나, 국악인들의 족보를 따져보면 90% 이상이 다 광대 집안 출신입니다. 하지만 그 부분을 노출하지 않는 분들이 많아요. 왜냐하면 과거에 광대는 천민 출신이었으니까요. 할아버지, 증조할아버지까지만 연결해도 그 뿌리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광대들의 공연은 아주 버라이어티했습니다. 서커스와 비견해도 될 정도의 기량을 갖추고 있고, '풍자' '재담' '창' 등이 펼쳐집니다."

그것이 근대에까지 이어져 내려와 수준 높은 노래 실력과 드라마를 할 수 있는 연기 등 다양한 엔터테이너적인 요소가 갖춰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광대로 키워진 이들로부터 기본적으로 갖춰진 것은 실력뿐만 아니라 신명 혹은 흥 등 예술가적인 기질과 끼까지 대물려지고 있다고. 

▲  1년간 '빅뱅 얼라이브 투어 2012'를 연 빅뱅
ⓒ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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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희철 교수는 한류가 전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키면서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서 한국의 아이돌 육성 시스템을 배워 적용하려고 하는 사례도 많았지만 실패로 돌아간 경우가 더 많았다고 전했다. 

"SM이나 YG 등은 한류를 이끌 아이돌을 육성시키는데 정말 성공적인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헌데, 태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이를 배워서 가는데 성공적으로 안착이 되기 어려울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이들은 '광대적인 속성' '쟁이 정신' 등이 기본적으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신명이 나면 우리는 몇 시간씩 미쳐서 연습을 합니다. 이건 옛날 사당패 굿중패 등 여러 유랑극단을 통해서 유지되고 내려왔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이게 현대의 스타 시스템과 맞아 떨어져 비보이나 집단무 등의 근원이 된다고 볼 수 있어요."

싸이는 성공했는데, 왜 원더걸스는 실패?

▲  월드스타 싸이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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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는 '강남스타일'로 전 세계를 호령하며 미국을 시작으로 유럽·호주·태국·필리핀·스페인 등을 순회하면서 폭발적인 사랑을 받았다. 싸이 스스로도 이런 신드롬은 
두 번 다시 오지 못할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이례적이고 센세이셔널한 반응이었다.   

이에 비해 꾸준히 오랜 시간 해외진출을 준비했던 원더걸스는 해외진출에 있어서 
눈에 띠는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지지부진하게 마무리됐다. 심희철 교수는 이에 
해외에서 어필되고 못하는 이유를 '문화할인율'에서 찾아서 분석했다. 
문화할인율은 문화권 간 대중문화의 교류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한 지표로, 
문화할인율이 낮다는 것은 한 나라의 문화상품이 다른 나라에 수용되기 쉽다는 
의미이다. 

"싸이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었어요.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재미와 유희, 
그리고 성적인 본능을 '강남스타일'의 노래나 뮤직비디오 등을 통해서 어필했죠. 
이것은 각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초월한 본질입니다. 이 부분으로 접근을 해서 
해외에서도 익숙하면서도 재미있게 어필을 했어요.  

익숙하기만 하면 재미가 없을 수 있는데, 싸이는 아시아적인 것들을 인정하고 
들어갔어요. 자신의 열등감이 있는 부분도 커버하지 않고 들어간 것이죠. 
이 부분이 아시아적인 개성으로 드러나 신선함을 함께 줬습니다. 해외에 어필하기 
위해서는 보편적으로 익숙한 코드에 더불어 아시아적인 부분도 함께 어필해야 
합니다." 

심 교수는 "그에 비해 원더걸스는 아시아적인 것으로 돌직구를 던지기 보다는 
보편성을 강조하며 미국 현지의 문화로 커버하려고 했던 것이 싸이에 비해 
성공적으로 크게 한류를 어필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  원더걸스
ⓒ JYP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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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한류, 꾸준히 성장세 이어갈 수 있을까 

심희철 교수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한류와 문화산업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물론 
부분적인 실패도 있고 그에 따른 반향도 생기겠지만 궁극적으로는 꾸준히 성공적
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감성 마케팅, 감성소비 상품이 꾸준히 소비자들
에게 어필하고 있다"라며 "그런 상황 가운데 꾸준히 한류도 소비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한국은 지리적으로 서구 문화와 아시아 문화를 서로 교류시키는 최적의 위치에 있
다. 이에 앞으로도 한류의 꾸준한 성장세를 이 지리적 이점이 도울 것이라고도 
전했다. 

"위치적으로 서구 문화를 아시아에 퍼트릴 수 있고, 아시아 문화를 서구에 퍼트릴 
수 있습니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서구 문화라서 아시아적 가치를 거의 담고 있지 
않아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아시아적인 가치를 서구적인 모더니티(근대성)와 
꾸준히 연결시키는 교량적인 문화의 역할을 가지고 있어서 더욱 매력적으로 
한류를 이끌 수 있습니다." 

▲  심희철 동아방송대학 엔터테인먼트 경영학과 학과장이 8일 오후 서울 상암동 오마이스타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며 K-POP과 한류열풍, 싸이 신드롬 등에 대한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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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국내의 아티스트들이 앞으로 한류를 개량화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심 교수는 "경영과 아티스트적인 두 가지 요소를 
결합하는 게 '엔터테인먼트 경영'인데 사실 엔터테인먼트는 인간의 자율성에 기반 
하는 것이고 경영은 하드웨어적인 것이라서 엔터테인먼트의 감성적이고 
계측불가능하고 정형화되기 힘든 것과 경영이 양립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지만 아티스트적인 부분 외에 이성적이고 비즈니스적인 부분의 하드웨어도 
잡아야 합니다. 양현석·박진영 등 모두 아티스트 출신이에요. 그러면서도 
경영자이자 도제식 시스템의 스승이 되기도 하죠. 아티스트적인 것을 
비즈니스적으로 보편화하지  하면 특수성에 함몰돼 수명이 짧을 수 있어요. 
좀 더 우리의 아티스트적인 부분, '신명'나는 것들을 꾸준히 체계화하고 
보편화하는 작업도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