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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입대’ 유승호, 왜 극찬이 끊이지 않을까

youngsports 2013. 3. 7. 18:54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이 친구가 정말 < 집으로 > 에서 그 전형적인 도시 아이 역할을 연기하던 그 꼬마가 맞단 말인가. 어느새 훌쩍 자라 군 입대를 한 유승호에게서는 단지 아역스타의 아우라에 기댄 연예인이 아니라 제대로 성장한 개념 사회인의 모습이 느껴진다. 어쩌면 이렇게 젊은 청년에게서 이토록 당당한 모습이 주는 흐뭇함을 느낄 수 있게 되었을까.


연예인에게 있어서 병역 문제가 특히 대중정서에 민감한 이유는 특혜 시비 때문이다. 군대가 무엇인가. 사회에서 제아무리 날고 기는 배경과 학벌(심지어 나이까지)을 가졌다고 해도 들어오는 순간 군복과 계급 아래 모든 게 새로운 체계 속으로 들어가야 맞는 조직이다. 하지만 실상이 그런가. 아마도 돈 없고 줄 없는 서민들에게는 그렇겠지만, 특권층들에게는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갖은 병역 비리와 기피가 불거져 나오고 그것이 대중들의 정서에 불을 붙이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사실은 이 몇몇 특권층이 저지르는 병역 비리에 대한 반감이, 어쩌면 연예인이라는 도드라진 존재들에게 집중적으로 폭발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군 입대를 거부하고 미국 국적을 가짐으로써 영원히 국내에 발을 못 붙이게 된 유승준의 사례는 그 분노의 감정이 얼마나 큰가를 잘 보여준다. 최근 비로 인해 불거진 연예사병에 대한 논란 역시 바로 이러한 정서에서 비롯된다.

물론 연예사병의 실상은 대중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이런저런 사정과 상관없이 대중들에게는 연예사병이라는 존재 자체가 특혜처럼 비춰지는 경향이 있다. 아니 입대하는 과정이 무슨 거대한 이벤트나 되는 것처럼 방송되는 것 자체가 대중들에게는 그다지 좋은 풍경으로 여겨질 수 없다. 심지어 단 몇 주면 끝나는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하면서도 팬클럽을 모아놓고 떠들썩하게 이벤트를 벌이지 않았던가.

이들은 그런 떠들썩한 이벤트가 다른 입대 장병들에게 줄 상대적 박탈감을 생각해봤을까. 아마도 이런 상황 때문일 게다. 유승호의 너무나 '조용한 입대'가 유독 눈에 띄는 것은. 그저 팬 카페에 올린 유승호의 20초 남짓 입대영상에는 그저 군대 다녀오겠다는 담담한 몇 마디만이 있을 뿐이었다.


이제 겨우 약관의 나이. < 집으로 > 의 그 귀엽기만 했던 꼬마는 어느새 이렇게 훌쩍 자란 청년이 되었다. 드라마 < 보고싶다 > 를 통해 과거 아역의 이미지를 훌훌 털어버리고 성인 연기자로서의 아우라를 한껏 드러냈던 그가 아닌가. 어찌 보면 이제 한껏 날개를 펼 시점에서 군 입대를, 그것도 연예사병이 아닌 일반병으로, 그것도 자청해서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유승호의 남다른 개념은 '대학 진학'을 포기하는 과정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사실 연예인에게는 대학 진학 또한 특혜가 되어 왔던 것이 사실이다. 대학으로서는 연예인의 인지도를 대학 인지도로 끌어올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연예인 특례입학이 하나의 관행처럼 되었던 것. 하지만 유승호는 연예인 특례입학을 거부하고 그 이유로 대학에 들어간다고 해도 학업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거라는 것과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것을 들었다.

연예사병과 특례입학 같은 연예인으로서 가질 수 있는 특혜에 대한 거부는 거꾸로 유승호의 연기자로서의 자신감을 드러내는 일이기도 하다. 즉 최고의 인기를 누릴 수 있는 위치에서 군 입대를 결정할 만큼 언제 돌아와도 다시 연기로서 설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고, 학력이 아니라 오로지 연기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군대 생활 역시 이 땅에 살아가는 연기자로서는 대중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험이 아닌가.

누릴 수도 있었을 일련의 연예인 특혜를 거부한 유승호는 그래서 온전히 대중들을 위한 연기자 인생에 대한 출사표를 던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장 눈앞의 인기나 편안함이 아니라 대중들을 대변하고 대중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앞으로 길게 이어질 연기자로서의 길을 선택했다는 것. 그래서 조용한 유승호의 군 입대는 마치 그의 연기자 선언 같은 인상마저 준다. 이제 겨우 입대했지만 벌써부터 기대된다. 다시 돌아와 한층 성숙해진 연기를 보여줄 유승호가.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