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Column

신한은행 돌풍의 중심’ 구나단 감독대행, 그는 누구인가

youngsports 2021. 11. 14. 18:14

[매거진] ‘신한은행 돌풍의 중심’ 구나단 감독대행, 그는 누구인가

 


지난 7월 26일이었다. 감독 경험이 없던 코치를 감독으로 앉힌 신한은행의 선택은 다소 파격적이었다. 발표와 동시에 많은 풍문이 돌았다. "구나단이 누구야?", "너무 어리다", "영어강사가 농구감독이 됐네~" 같은 이야기들.

캐나다 명문 모학대에 진학해 부상으로 1년 만에 은퇴, 일찌감치 지도자 길을 걸었던 구나단 감독대행은 비주류다. 주류가 지배하고 있는 스포츠계에서 프로선수 경험이 없는 비주류의 성공은 쉽지 않다. 그러나 구 대행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바라보며 성공을 꿈꾸고 있다. 누군가는 '영어강사 출신에서 감독으로 신분상승이 됐다'며 비웃을 수도 있지만 어쩌면 철저히 비주류였던 덕분에 구나단의 17년 지도자 외길 인생도 현재 진행형이 아닐까. 비디오 코디네이터, 영어강사, 중국 여자프로농구 코치 등 파란만장했던 그의 농구인생을 돌아봤다.

※ 본 기사는 농구전문매거진 점프볼 11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재외동포

캐나다 동남부 해밀턴 시에서 자란 구나단 감독대행은 특이한 이력을 가진 소유자다. 구 대행은 10대 때 농구 광풍을 직접 겪은 세대다. 마이클 조던과 레지 밀러 같은 선수들을 보며 자랐다. 어려서부터 워낙 운동을 좋아했던 터라 농구공도 곧잘 만져 선생님한테 칭찬을 받았는데, 그게 즐거웠단다. 물론 당시 만연한 인종차별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동양인으로서 인정받기 위해 농구에 더욱 매진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제가 한창 자라던 유년기 시절 인종차별이 심했어요. 아무래도 저는 아시안이다 보니 관중석에서 바퀴벌레, 찢어진 눈과 같은 인종차별적인 모욕을 듣고는 했어요. 라커룸에서 동료들과 말다툼을 벌이는 것도 다반사였죠. 그래서 운동선수가 되어 인정받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됐어요. 운동을 잘하면 그래도 친구도 많이 사귈 수 있고 주목받을 수 있었거든요. 그 당시 인터넷도 보급되지 않아 딱히 노는 문화가 많지 않기도 했고요. 미주 지역 고등학교 단계가 주니어, 시니어로 나뉘어 있는데 학년별 대표팀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었어요. 그래도 저는 주니어 때부터 줄곧 주전 가드로 뛰었답니다.”

그렇게 농구공을 잡은 선수 구나단은 대학교 때까진 꽤 이름난 유망주였다. 비록 1학년 때 부상이 발목을 잡아 더이상 선수로서 꿈을 펼칠 수 없었지만, 그 당시 하늘에 별 따기 수준이었던 농구부에 들어갔으니 나름 인정받는 선수였던 셈이다. 



작전판을 처음 잡은 건 23살, 모교 모학대학에서였다. 당시 팀을 이끌고 있던 프랭크 스트라코(Frank Stracco) 감독이 구 대행을 지도자로서 성공할 가능성이 높은 재목이라 평가했고 일찍이 지도자의 길에 입문했다. 선수 구나단의 도전은 짧게 막을 내렸지만 미련은 크게 갖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워낙 농구를 좋아했기에 앞으로도 계속해서 농구로 일 할 수 있다는 자체를 큰 행운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모학대학 코치를 시작으로 이후 맥매스터대학을 거치기까지 그는 청춘의 2/3를 스트라코 감독 아래서 코치 수업을 받으며 지도자 커리어를 쌓아나갔다.

“정말 얼떨결에 기회가 왔어요. 캐나다 국적의 선수들이 보통 많이 진학하는 모학대학에 입학했는데, 1년 차때 발목 부상을 당한 거에요. 발목이 파열이 될 정도로 부상 정도가 심했어요. 공백기도 꽤 길었고요. 외국은 선수 풀이 많아 치고 올라오는 속도가 엄청 빨라요. 그 때 ‘내가 선수로서 더 할 수 있을까’라며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됐죠. 그러던 찰나에 당시 모학대학을 이끌던 프랭크 스트라코 감독님께서 ‘너의 좋은 지능을 그냥 썩히기엔 아깝다. 무조건 지도자 스타일이다’라며 지도자를 추천하시는거에요. 사실 마음 한켠에 선수로서 커리어가 끝난 아쉬움이 존재했지만 감독님의 그 말을 듣고 한편으로는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왜냐고요? 내가 좋아하는 농구와 계속 함께 할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지금도 종종 누군가 농구 안 하면 무얼 하고 살거냐?라고 물으면 음… 글쎄요. 농구가 없다는 가정 자체가 제 인생에서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원래 어릴 적 꿈은 교사였는데 교사의 삶을 살고 있다 해도 아이들에게 농구를 가르치며 살지 않을까 싶네요. 하하.”

그렇게 스트라코 감독 아래서 지도자의 길에 발을 들인 구나단. 시작은 비디오 분석이었다. 이때를 시작으로 구 대행은 시대 구분 없이 NCAA 팀들의 모든 경기를 분석해 트렌드의 흐름을 따라가고 다양한 전략·전술을 익혀 왔다. 이때 습관이 지금도 남아 구 대행은 매일 아침 비디오 분석으로 하루 업무를 시작한다. 실제 구 대행 부임 후 신한은행도 비디오 분석 횟수를 늘리는 등 전력분석 파트 강화에 노력하고 있다. 구 대행의 업무실은 전력분석에 대한 자료로 쌓여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구 대행은 이를 보고 필요한 것은 본인이 직접 추가해 선수들의 개인 지도와 팀의 전체적인 전술 운용에 활용하고 있다.

"스트라코 감독 아래서 비디오 애널리스트부터 시작해서 상대 팀의 공격, 수비 형태를 분석하고 정리하는 작업을 했어요. 비디오는 정말 수도 없이 봤던 것 같아요. 그게 일상이었으니 말이죠. 어떻게 보면 저희 팀의 (김)애나와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러다가 저희 감독님께서 맥매스터 대학으로 팀을 옮기는 상황에서 우연히 저에게도 기회가 찾아와 맥매스터 대학으로 가게 됐죠. 그런데 맥매스터 대학에서 일을 하려면 학생으로 입학을 해야 했어요. 덕분에 학사 학위증도 2개나 딸 수 있었네요. 하하. 모학 대학, 맥매스터 대학에서 그렇게 8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지도자로서 갖춰야 할 기초 덕목을 닦았던 것 같아요."

구 대행은 중국에서 처음 프로라는 타이틀을 달고 본격적으로 지도자 커리어를 열어젖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중국에서 지도자 커리어를 시작하게 된 데에도 조금 특별한 계기가 있다. 바로 고국인 한국과의 인연이 있었던 것. 때는 2009년 즈음이었다. 그는 캐나다 해밀턴 지역 내 한인회의 한 지인으로부터 한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해보는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고 주저 없이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었다. 어쩌면 그 당시 한국행을 택하지 않았더라면 우리가 흔히 아는 이문규, 정상일 감독과의 인연, 아니 지금 필자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오늘도 없었을지 모른다.



"28살 때였어요. 캐나다 현지 한인회 한 지인께서 한국에서 지도자를 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말씀하시는거에요. 영어와 한국어 2개 국어가 가능한 지도자는 없다고 하시면서요. 저도 괜찮게 생각했고 마침 명지대에서 지도자 연수를 한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바로 연수에 접수하고 한국행 비행기를 끊었죠. 이문규 감독님도 그때 한국에 가서 처음 만나게 됐어요. 한국에서 연수를 들으며 농구장도 많이 다녔어요. 지금 KBL에서 최고 스타로 활약 중인 김시래, 이정현, 이관희 선수의 대학생 시절을 직접 봤어요. 또, 아르바이트로 영어 강사 일을 하면서 좋은 사람도 많이 만났고요. 나름 재밌었던 것 같아요. 물론 개인적인 아쉬움도 많았어요. 당시만 해도 한국은 비하인드 백 드리블, 스텝백 점프슛 등 화려한 기술을 뽐내는 것에 대해 폐쇄적이었거든요. 저는 스킬트레이닝 같은 문화가 한국에도 널리 퍼져야 한다는 입장이었거든요. 스킬트레이닝이 보급화 된 지금과는 분명 다른 환경이었어요."

잊지 못할 중국 생활

구 대행은 이문규 감독과 한국에서 맺었던 연을 통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3년 간 WCBA 상해 여자농구팀에서 코치직을 역임하며 다시 한 번 지도자로서 커리어를 이어나가게 됐다. 정상일 감독, 이휘걸 코치 그리고 여자농구와의 인연도 이때 이뤄졌다. 모든 것이 다 처음이니 낯설기도 했지만 구 대행은 중국에서의 지도자 생활이 자신의 지난 노력을 모두 인정해주는 것 같은, 절대 잊을 수 없는 환희의 순간이었다고 회고했다.

“사실 처음에는 중국 생활이 적응이 안 됐어요. 경기 스케줄이 굉장히 타이트하고 음식도 잘 맞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농구에 대해서 더 깊게 알 수 있게 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또 여자농구는 제가 처음 접해보는 거였잖아요. 여자농구 선수들의 습성이나 훈련방식은 남자 농구와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게 됐어요. 물론 그 때 여자농구를 처음 경험한 것이 지금 한국에서 지도자 생활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되고 있고요.”

실비아 파울스, 리즈 캠베이지, 브레나 스톨 등 현재 WNBA 최고 스타로 군림하고 있는 이들도 모두 구 대행과 중국에서 함께 동거동락했다. 그는 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겪은 일화도 소개했다. “실비아 파울스는 감정 기복이 굉장히 심했어요. 경기를 잘한 날은 엄청 기분이 업 돼 있다가도 안 풀린 날에는 말도 안 해요. 제가 그래서 한 번 여쭤봤더니 자기도 알고 있는데 여자다 보니 쉽게 조절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리즈 캠베이지는 좀 또라이 기질이 있어요(웃음). 약간 게으른 천재과죠. 훈련도 그닥 열심히 안 하고 밖에서 노는 걸 좋아해요. 그런데 제가 캠베이지에게서 한 가지 느꼈던 점은 힘이 정말 세다는 거에요. 포스트에 공 넣어주면 막을 수 있는 선수가 없어요. 여자농구에서 캠베이지처럼 농구하는 선수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어요. 캠베이지를 보면서 농구에서 빅맨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다시금 깨닫게 됐죠. 브레나 스톨은 제가 함께한 외국선수들 중에서 가장 친했어요. 매일 같이 저와 개인 훈련을 하고 밥도 같이 먹고 거의 옆에 붙어 살다시피 했어요. 스톨은 지금도 연락하면서 지내요. 얼마 전에 감독대행이 됐다고 연락을 하니 나중에 한번 팀을 이끌고 미국에 와서 자신이 속한 시애틀 팀과 같이 훈련하자고 얘기하더라고요. 꼭 선수단을 이끌고 미국에 가보고 싶어요.”

농구인생의 은인과도 같은 정상일 전 감독과의 인연도 돌아봤다. 구 대행은 중국 상해의 여자프로팀에서 코치를 맡고 있었다. 정 전 감독은 청소년 팀의 사령탑.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두 사람은 농구 얘기를 하며 부쩍 친해졌다. 정 감독은 외국 생활을 하는 구 감독대행을 집에 초대해 한국 음식을 직접 만들어주며 살뜰히 챙겼다. 그리고 정상일, 구나단, 이휘걸 세 사람은 도원결의를 다짐하며 한국으로 건너갔고, 2019년 신한은행에서 감독과 코치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정상일 감독님은 저에게 정말 어마어마한 기회를 주신 분이에요. 중국에서 외롭고 힘든 시절, 정상일 감독님께서 먼저 다가와주셔서 여러모로 큰 도움을 주셨기 때문에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하고 중국 생활에 적응할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런 분의 제안을 거절한다? 그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사실 처음 한국에 간다고 했을 때 가족들은 반대했어요. 아내가 '굳이 농구에 목 매달아야겠냐'고 한국행을 극구 말렸죠. 근데 남자들에게 있어 약속과 의리는 어쩔 수가 없잖아요. 또 중국에 있을 때는 아내를 1년에 한 번 밖에 못 봤는데 한국에 가면 1달에 1번은 볼 수 있다’라고 어필하기도 했죠(웃음). 다행히 지금은 가족들이 많이 좋아해요. 이것 또한 정상일 감독님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다시 한국행 그리고 정상일 감독과 이별

이휘걸, 구나단 코치의 합류 이후 신한은행의 체질 개선은 가속화됐다. 2018-2019시즌을 최하위로 마쳤던 신한은행은 정상일 감독 부임 후 2019-2020시즌 정규리그 4위의 성적을 냈고, 지난 시즌에는 정규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다만 그 동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불과 넉달 전 이야기다. 당시 구나단 수석코치는 당혹스러운 소식 두 가지를 동시에 접했다. 첫 번째는 정상일 감독이 휴식이 필요한 몸 상태라는 점. 두 번째는 정 감독의 빈자리를 구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채워야 한다는 것이었다. 정 감독은 건강상의 이유로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내려놨다.

"말하기 힘든 부분도 있긴 한데 일단 선수들한테는 너무나 큰 충격이었어요. 저 또한 코치로서 앞으로 어떻게 될까 하고 노심초사했어요. 여태까지 저희가 정상일 감독님과 해왔던 것들이 있잖아요. 솔직히 괴로웠어요. 감독님께서 사퇴하실 때쯤 저에게 딱한마디 해주셨어요. '네가 마음을 잘 추슬러서 하면 잘 될거야'라고 말이죠. 저는 그 한마디도 부담스러웠죠. 구단에도 '새 감독님을 찾아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솔직하게 말씀 드렸고요. 그럼에도 정 감독님께서 '네가 마음을 잡아야 선수들도 흔들리지 않을 것 아니냐'고 하셨어요. 그래서 마음을 추스르고,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열심히 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사실 (정상일) 감독님 사퇴하신 이후 쉽게 연락을 못 드리고 있어요. 감독님께서 괜히 더 마음 아프실 거 아니까요. 제 힘든 걸 감독님께 토로하는 것도 예의가 아니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저희는 늘 정상일 감독님과 함께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에서의 지도자 경력은 3년 차. 하지만 그는 꽤 오랜 시간 코치 생활을 한 준비된 지도자였다. 오랜 코치 생활, 또 중국에서의 고된 삶을 극복해낸 내공이 쌓여 그는 조금씩 지도자로서 인정받고 있다. 물론 아직까지 대행이라는 꼬리표가 달려 있지만 말이다.

"다들 당황스러워했지만, 지금은 많이 안정을 찾았어요. 저도, 선수들도 3년째 보고 있잖아요. 또 코치 2년 차 때부터는 정상일 감독님께서 많은 것을 저에게 믿고 맡겨주시기도 했고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 믿음이 생겼어요.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하고, 그 장점이 드러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요. 그동안 만든 시스템에서 조금 더 조직력을 갖춘 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죠. 물론 시즌을 치르다보면 분명 위기가 올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만든 시스템 안에서 흔들리지 않고 경기를 했으면 좋겠어요. '흔들리지 말자'는 마음 한 가지로 열심히 해야죠."

친구이자 최고의 참모인 이휘걸 코치도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다. 지도자가 되기까지 비슷한 행보를 걸어온 두 사람은 성공을 위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케미를 뽐냈다.

"저에게는 최고의 파트너죠. 일단 이 코치와 서로 맞는 부분이 많아요. 둘다 술을 안 좋아하거든요. 농구를 바라보는 관점도 비슷하고 물론 다른 점도 존재하긴 하지만. 가장 잘 맞는 부분은 서로 대화하는 것에 열려 있다는 것이에요. 농구는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해요. 코치면 어떻고, 인스트럭터면 어떻습니까. '너는 어리니까 가만히 있어' 이건 아니라고 봐요. 누구든지 자기 의견을 표출할 수 있어야 하고 그걸 또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해요. 이 코치와 저는 서로 그런 부분이 잘 맞아요. 그런 측면에서 서로를 잘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좋은 캐미가 나오는 것 같아요. 또 그것이 선수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수 있다고 봐요." 



감독대행 구나단이 꿈꾸는 새 트렌드는 '강함'이다. 구 대행은 자신이 이끌 2021-2022시즌 신한은행에 정상일 전 감독이 유지해왔던 스피드와 조직력을 기반으로 한 팀 기조는 계속 이어가되 터프함을 가미할 계획이다.

"지도자는 전술, 전략을 논하기 전에 철학이 밑바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측면에서 다이내믹함, 터프함을 좀 팀에 넣고 싶어요. 농구는 결국 싸워서 이겨야 하는 스포츠에요. 싸워서 이기기 위해서는 그 팀만의 색깔이 필요해요. 평소에 제이 라이트가 이끄는 빌라노바 대학의 많이 봐요. 빌라노바는 그 학교만의 스타일이 확고해요. 터프함을 바탕으로 5명 전체가 포지션 구분없는 농구를 해요. 포인트가드가 포스트업을 치고 센터가 밖에서 3점슛을 쏘는 게 그 팀의 농구에요. NBA 혹은 NCAA에서 종사하는 많은 지도자들도 빌라노바 농구를 참고하곤 합니다. 그러니까 빌라노바 대학 출신 선수들이 NBA에서 가서도 잘하는 게 아닐까요. 경기를 이기건 지건 상관없이 신한은행은 터프한 팀이라는 것을 상대 팀들에게 각인시켜주고 싶어요."

신한은행 선수단은 한 목소리로 구나단 대행을 향해 훈련 시 세심하고 꼼꼼한 스타일이라고 말한다. 실제 성격에서 비롯된 것인지 궁금했다.

"저희 팀의 경우 사정상 센터 자원이 작기 때문에 스몰볼을 할 수밖에 없어요. 스몰볼로 경기를 이기려면 한 발 더 뛰고 더 강한 모습을 뽐내야 해요. 공수에서 10cm의 움직임이 경기 결과를 뒤바꿀 수 있어요. 그 정도 각오도 돼 있지 않으면 그 선수는 발전할 수 없어요. 예를 들어 박세리가 현역 때 혼자 공동묘지에 가서 스윙 연습을 했잖아요. 본인은 얼마나 무서웠겠어요. 결국엔 최고 스타가 됐잖아요. 마찬가지에요. 극한의 상황을 넘어서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어요. 저는 선수들에게 끝까지 주문할 겁니다."

마지막으로 구 대행에게 지도자로서 최종 목표에 대해 물었다. 돌아오는 답변은 지금 당장은 없다였다. 정확히 말하면 매 순간 농구를 향한 열정을 잃지 않으며 현재에 충실하자는 것이었다.



"물론 감독대행으로서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에 부담스러운 점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구나단이라는 지도자가 어떻다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고, 또 저 사람은 이런 스타일의 감독이구나라는 것을 알릴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으면 제가 어떤 지도자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없는거잖아요. 지도자로서 큰 플랜은 없어요. 그저 한 경기, 한 경기, 매 라운드 노력하고 싶어요. 노력한 만큼 결과는 나오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올 시즌이 정말 중요하다고 보고 있고, 올 시즌이 없다면 미래도 없다고 봐요. 하루 하루를 충실히 임하자라는 말을 선수들에게 당부하고 싶어요. 또 NBA를 보면 각 팀마다 슈퍼스타, 스토리라인을 내세워 팬들을 즐겁게 하잖아요. 저희 역시 지난 시즌 애나가 보여준 멋진 아이솔레이션 플레이처럼 팬들이 좋아하고 열광할 수 있는 농구를 많이 보여주고 싶습니다."

아직 신한은행의 파랑 넥타이가 낯설고 대행이라는 꼬리표가 달려있지만 그는 더 밝은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구나단 감독대행 프로필

출생
1982년 8월 8일

출신교
Sir John A McDonald 고등학교
모학대학교 학사
맥마스터 대학 학사

지도자 경력
모학대학 코치
2003~2006
맥마스터 대학 코치
2006~2009
WCBA 상해 여자농구팀 코치
2015~2017
인천 신한은행 코치 및 감독대행
2019~

# 사진_홍기웅 기자

기사제공 점프볼

서호민 syb2233in@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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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훌륭한 리더는 수 많은 선수들과 시스템에

새로운 혁신과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EPL에서 침체기를 가졌던 리버풀이

클롭이라는 명장을 만나서 놀라운 결과를

창출해 주었고 맨시티도 펩 과르디올라 감독의 리드로

엄청난 성과를 이끌어내고 있다.

 

올림픽에서 여자배구를 이끌었던 라바리니 대표팀 감독이

한국 배구에 접목시킨 최신 세계 배구의 흐름이 올림픽 4강의 결과로

나타났다.

 

단순히 성적이 좋아서가 아니고 선수들을 대하는 철학, 운동 방법,

팀을 만드는 과정 등등이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이다.

그 성과가 이제는 여자배구가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가장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결과로 이어졌다.

현재 좋은 경기를 이끄는 현대건설과 인삼공사의 선전도

대표팀에서 성장한 선수들이 눈에 보인다.

 

한동안 침체기에 놓여 있던 여자 농구도 올림픽에서

전주원 감독이 놀라운 과정과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어서 신선한 자극이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구나단 감독이라는 새로운 리더가 출현하여

여자 농구에 신선한 바람을 넣고 있다.

신한은행 팀의 경기가 혁신적이고 새롭다는 평가를

리더와 선수들이 이끌어내고 있다.

 

한국 4대 프로 스포츠에서 신선한 변화를 끌고 오고 있는

새로운 리더들이 고여있는 기존의 운동 철학과  시스템을 변화시킬 때

한국 프로스포츠 세계는 더욱 발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