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필기자] 프로축구 K리그는 1983년 할렐루야, 유공, 대우, 포항제철, 국민은행 다섯 팀으로 출발했다. 이듬해 현대, 럭키금성, 한일은행이 합류하며 8개 구단이 됐고 창단과 해체, 팀명 변경 등 많은 변화를 거쳤다.
1996년 수원 삼성의 참가로 9개 구단 체제가 시작됐고 1997년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이 합류해 10개 구단까지 확장했다. 당시 K리그의 10구단 체제를 두고 시장 규모에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지만, 리그의 확장을 원했던 축구계에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K리그의 양적 팽창은 2004년 인천 유나이티드, 2006년 경남FC, 2009년 강원FC, 2011년 광주FC의 창단이 잇따라 16개 구단 체제가 만들어졌다. 일본 J리그, 중국 슈퍼리그 팀과 비슷한 숫자였고 유럽 주요 리그 팀 숫자와 비교해도 많이 뒤지지 않았다.
팀 증가에 따라 리그 운영 방식도 변화에 변화를 거듭했다. 1983년 5팀 40경기 단일리그로 시작해 이듬해 전, 후기 리그 후 챔피언결정전으로 바뀌었고 1998년 단일리그 후 4강과 결승전, 2001년 단일리그 회귀, 2004년 전, 후기리그 후 4강전과 챔피언결정전, 2007년 6강 플레이오프로 변신했다. 2013년 승강제 도입에 따른 스플릿 리그로 우승, 잔류, 강등을 가리는 현재 리그의 모습을 갖췄다.
세부적인 부분까지 포함하면 총 13번의 리그 제도가 변했다. 모두 흥행을 위한 몸부림이었지만 떠돌이 경기를 하느라 프로리그의 질이 떨어졌다는 비판을 온전히 떨쳐내지는 못했다.
잦은 제도 변화는 팬들의 갑론을박을 불러왔다. 유럽처럼 정통 단일리그제가 맞다는 의견과 프로야구에 젖은 국내 팬들의 특성을 고려해 플레이오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충돌했다.
단일리그제에서는 특정 팀이 독주하게 될 경우 흥미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2014년 전북은 2위 수원에 승점 14점 차로 압도적인 1위를 했다. 일찍 우승팀이 정해지면서 김이 빠지는 아쉬움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플레이오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반대로 플레이오프는 오랜 리그를 치러 얻은 성과물을 한 번에 뒤엎어 1위 팀의 가치를 떨어트린다는 아쉬움이 있다. 2007년 포항 스틸러스가 6강 플레이오프에서 거침없이 치고 올라가 1위 성남FC를 꺾고 극적으로 가슴에 별을 다는 순간 자체는 짜릿했다. 그러나 시즌 내내 애쓰며 1위 자리에 올랐던 성남의 성과가 묻히는 부작용을 낳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고민을 거듭하다 스플릿 체제를 도입해 그나마 안정적인 리그 운영과 흥미를 모두 적당히 잡았다. 특히 올해의 경우 시즌 막판까지 우승,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티켓, 잔류, 강등 등 모든 것이 정해지지 않아 더욱 K리그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전북 스카우트 A씨의 '심판 매수' 파문 등 외적 변수가 아니었다면 전북이 압도적으로 우승할 수 있었지만, 역설적으로 제도가 재미있는 상황을 만든 셈이 됐다.
스플릿 제도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당분간은 현 체제의 유지가 불가피하다. 유럽 선진 리그처럼 되려면 최상위~최하위리그 사이의 완전한 승강제가 이루어지고 구단의 안정성까지 구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개인적으로 1년 전까지만 해도 플레이오프를 도입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다시 제도를 변경하기는 어렵다. 스플릿 시스템이 처음에는 문제가 많았지만 지금은 그나마 나아졌다. 이제 와서 최상위리그 팀 숫자를 늘리고 완전한 단일리그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부리그가 일정한 팀 수를 갖추고 '프로'라는 틀을 정착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대한축구협회가 7부리그까지 만들겠다는 정책 비전과 맞물려 추구해야 할 지향점인 셈이다. 생활축구까지 연계해 한국판 '칼레의 기적'이나 공장에서 일하던 무명의 제이미 바디(레스터 시티)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맛보는 것과 같은 일이 K리그에서도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물론 강제적인 팀 창단과 리그 구성은 부작용을 낳게 마련이다. 챌린지와 챌린저스리그(K3리그) 중 한 리그를 선택해야 하는 실업축구 내셔널리그는 몸살을 앓고 있다. 내셔널리그는 완전한 승강제 도입 의지를 가진 축구협회의 정책으로 인해 3년 내에는 분명한 선택지를 내놓아야 한다. 일단 올해가 끝나면 강호 울산현대미포조선은 안산 시민구단으로 흡수된다. 용인시청은 챌린지 참가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용인시청은 지난해 참가 가능성을 내비쳤다가 다른 구단들과 집행부의 반대로 발목이 잡힌 바 있다. 축구인의 고용을 위한 의도적인 팀 창단은 문제가 있게 마련이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클래식, 챌린지의 팀 수가 애매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창단 요건을 강화했기 때문에 현 체제가 쉽게 변하지는 않을 것 같다. 특히 창단이 조금은 용이한 시, 도민구단의 경우 투명성 없이는 가입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자치단체장의 홍보용 등 폐해가 많아서 심사 요건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업구단 창단은 더더욱 어려워진 현실이다. 2015년 이랜드그룹이 서울 이랜드FC를 창단한 것이 1996년 수원 이후 19년 만의 일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한 축구계 인사는 "일부 대기업에서 프로축구단 창단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용히 환경 파악 등 컨설팅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K리그에 워낙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이미지 개선에도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질질 끌다가 창단하지 않는 결론을 내리더라"라고 전했다.
프로연맹과 시민구단에서 모두 일해봤던 서울 이랜드FC의 권성진 사무국장은 "현재 시장 구조에서는 클래식 12팀도 많다고 생각한다. 양적 팽창은 더는 안된다고 본다. 유럽, 일본 기준으로 따진다면 폐업을 해야 할 구단이 많다. '프로'축구라면 축구가 아니라 시장을 봐야 하지 않는가"라며 냉정한 현실에서는 건전한 프로구단만 남고 하부리그에서 경쟁력을 갖춰 최상위 리그로 올라서는 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전체의 판을 다시 짜는 구조 개선이 선명하게 진행되지 않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지금 제도 변경은 의미가 없다. 잦은 제도 변경이 축구계에 무엇을 남겼는가. 오히려 1부리그 숫자를 더 줄이는 것이 맞다. 올해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지고 있나. 책임을 질 사람은 확실히 지고 인적 강화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이 프로에 맞게 판을 이끌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②편에 계속…>
1996년 수원 삼성의 참가로 9개 구단 체제가 시작됐고 1997년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이 합류해 10개 구단까지 확장했다. 당시 K리그의 10구단 체제를 두고 시장 규모에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었지만, 리그의 확장을 원했던 축구계에서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K리그의 양적 팽창은 2004년 인천 유나이티드, 2006년 경남FC, 2009년 강원FC, 2011년 광주FC의 창단이 잇따라 16개 구단 체제가 만들어졌다. 일본 J리그, 중국 슈퍼리그 팀과 비슷한 숫자였고 유럽 주요 리그 팀 숫자와 비교해도 많이 뒤지지 않았다.
세부적인 부분까지 포함하면 총 13번의 리그 제도가 변했다. 모두 흥행을 위한 몸부림이었지만 떠돌이 경기를 하느라 프로리그의 질이 떨어졌다는 비판을 온전히 떨쳐내지는 못했다.
잦은 제도 변화는 팬들의 갑론을박을 불러왔다. 유럽처럼 정통 단일리그제가 맞다는 의견과 프로야구에 젖은 국내 팬들의 특성을 고려해 플레이오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충돌했다.
단일리그제에서는 특정 팀이 독주하게 될 경우 흥미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2014년 전북은 2위 수원에 승점 14점 차로 압도적인 1위를 했다. 일찍 우승팀이 정해지면서 김이 빠지는 아쉬움을 지우기 위해서라도 플레이오프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반대로 플레이오프는 오랜 리그를 치러 얻은 성과물을 한 번에 뒤엎어 1위 팀의 가치를 떨어트린다는 아쉬움이 있다. 2007년 포항 스틸러스가 6강 플레이오프에서 거침없이 치고 올라가 1위 성남FC를 꺾고 극적으로 가슴에 별을 다는 순간 자체는 짜릿했다. 그러나 시즌 내내 애쓰며 1위 자리에 올랐던 성남의 성과가 묻히는 부작용을 낳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고민을 거듭하다 스플릿 체제를 도입해 그나마 안정적인 리그 운영과 흥미를 모두 적당히 잡았다. 특히 올해의 경우 시즌 막판까지 우승,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티켓, 잔류, 강등 등 모든 것이 정해지지 않아 더욱 K리그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전북 스카우트 A씨의 '심판 매수' 파문 등 외적 변수가 아니었다면 전북이 압도적으로 우승할 수 있었지만, 역설적으로 제도가 재미있는 상황을 만든 셈이 됐다.
스플릿 제도는 언제까지 이어질까. 당분간은 현 체제의 유지가 불가피하다. 유럽 선진 리그처럼 되려면 최상위~최하위리그 사이의 완전한 승강제가 이루어지고 구단의 안정성까지 구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개인적으로 1년 전까지만 해도 플레이오프를 도입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다시 제도를 변경하기는 어렵다. 스플릿 시스템이 처음에는 문제가 많았지만 지금은 그나마 나아졌다. 이제 와서 최상위리그 팀 숫자를 늘리고 완전한 단일리그를 한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하부리그가 일정한 팀 수를 갖추고 '프로'라는 틀을 정착시키는 것도 중요하다. 대한축구협회가 7부리그까지 만들겠다는 정책 비전과 맞물려 추구해야 할 지향점인 셈이다. 생활축구까지 연계해 한국판 '칼레의 기적'이나 공장에서 일하던 무명의 제이미 바디(레스터 시티)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우승을 맛보는 것과 같은 일이 K리그에서도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물론 강제적인 팀 창단과 리그 구성은 부작용을 낳게 마련이다. 챌린지와 챌린저스리그(K3리그) 중 한 리그를 선택해야 하는 실업축구 내셔널리그는 몸살을 앓고 있다. 내셔널리그는 완전한 승강제 도입 의지를 가진 축구협회의 정책으로 인해 3년 내에는 분명한 선택지를 내놓아야 한다. 일단 올해가 끝나면 강호 울산현대미포조선은 안산 시민구단으로 흡수된다. 용인시청은 챌린지 참가를 놓고 저울질을 하고 있다. 용인시청은 지난해 참가 가능성을 내비쳤다가 다른 구단들과 집행부의 반대로 발목이 잡힌 바 있다. 축구인의 고용을 위한 의도적인 팀 창단은 문제가 있게 마련이다.
프로축구연맹 관계자는 "클래식, 챌린지의 팀 수가 애매하다는 지적이 많은데 창단 요건을 강화했기 때문에 현 체제가 쉽게 변하지는 않을 것 같다. 특히 창단이 조금은 용이한 시, 도민구단의 경우 투명성 없이는 가입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자치단체장의 홍보용 등 폐해가 많아서 심사 요건을 강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업구단 창단은 더더욱 어려워진 현실이다. 2015년 이랜드그룹이 서울 이랜드FC를 창단한 것이 1996년 수원 이후 19년 만의 일이라는 점을 떠올리면 더욱 그렇다. 한 축구계 인사는 "일부 대기업에서 프로축구단 창단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다. 조용히 환경 파악 등 컨설팅을 요청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K리그에 워낙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고 이미지 개선에도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질질 끌다가 창단하지 않는 결론을 내리더라"라고 전했다.
프로연맹과 시민구단에서 모두 일해봤던 서울 이랜드FC의 권성진 사무국장은 "현재 시장 구조에서는 클래식 12팀도 많다고 생각한다. 양적 팽창은 더는 안된다고 본다. 유럽, 일본 기준으로 따진다면 폐업을 해야 할 구단이 많다. '프로'축구라면 축구가 아니라 시장을 봐야 하지 않는가"라며 냉정한 현실에서는 건전한 프로구단만 남고 하부리그에서 경쟁력을 갖춰 최상위 리그로 올라서는 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 시급함을 강조했다.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전체의 판을 다시 짜는 구조 개선이 선명하게 진행되지 않는 이상 의미가 없다는 의견도 있다. 박문성 SBS 해설위원은 "지금 제도 변경은 의미가 없다. 잦은 제도 변경이 축구계에 무엇을 남겼는가. 오히려 1부리그 숫자를 더 줄이는 것이 맞다. 올해 일어난 사건들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지고 있나. 책임을 질 사람은 확실히 지고 인적 강화를 통해 새로운 사람들이 프로에 맞게 판을 이끌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②편에 계속…>
이성필기자] 프로축구 K리그는 1983년 출범 후 제대로 된 리그를 갖춰가는 과정에서 한 해를 무사히 넘긴 경우가 손에 꼽을 정도로 사건 사고가 많아 매년 힘겹게 보냈다. 그나마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기업, 시민구단이 잇따라 창단하며 외연의 확장이라는 열매를 하나씩 맺어왔다.
하지만, 2011년 승부조작 파문이 터지면서 신뢰성의 위기는 계속됐다. 구성원들의 자정 노력에 제도 개선 의지까지 보였지만 지난해 경남FC의 심판 금품 로비 파문으로 파생된 문제들이 굴비 엮인 듯 흘러나왔다.
전북 현대 스카우트의 심판 매수 파문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고속 성장의 이면에 숨어 있던 문제가 폭발하면서 K리그 선도 구단으로 자리 잡은 전북의 위상에 큰 상처가 됐다. 전북 구단은 사과문을 발표했고 최강희 감독은 시즌이 끝나고 나서 책임 질 일은 책임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기계적인 승점 9점 삭감에 1억원 벌금 징계로는 부족하다며 항의하는 축구팬들의 반발이 많았지만 누구도 명확하게 잘못을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위험한 뇌관은 아직 존재한다. 전직 심판위원장의 금품 로비 사건에 대한 징계가 아직 단행되지 않았다. A심판위원장은 재임 당시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내사를 벌이는 와중에도 정선 카지노에서 도박으로 돈을 탕진한다는 소문이 파다했고 사실로 밝혀졌다. A심판위원장의 라인인 B심판이 자금 공급책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심판은 금품 로비 파문에도 엮여 있다.
K리그가 절망감을 안긴 씁쓸한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2011년 승부조작 파문 당시 취재를 통해 친분이 있었던 C선수는 검찰 출두 전날 만남에서 "정말 답답하다. 그저 선배들이 시켜서 아무것도 모르고 뛰었을 뿐이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그는 검찰 조사에서 승부조작을 이끈 중심인물로 드러났다. 출두 두 시간 만에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고 알려져 더욱 충격을 안겨다줬다.
비위 사건 외에도 제도 미비나 준비성 부족으로 탄식을 자아내는 일도 있었다. 최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가능성이 있는 팀들이 감독의 지도자 자격 취득 미비로 코치와 보직을 바꾸는 해프닝이 있었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공부를 통해 D→C→B→A→P(Professional)급으로 승급하려면 상위 등급 당 최소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바로 지도자에 입문해 선수단을 지휘하는 타 종목과 비교하면 축구 지도자가 되는 길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축구계 시각에서는 분명 문제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구성원들이 K리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동은 음지에서 일하는 이들의 힘을 빠지게 한다. 어떻게든 흥행을 위해 합리적인 제도를 고민하고 모기업이나 자치단체의 재정 악화에도 합리적 구단을 운영하려는 다수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게 되는 것이다.
SBS(서울방송) 박문성 해설위원은 "K리그가 위기라는 표현이 이제는 너무 진부하다고 할 정도로 문제의식이 없다. 팬들이야 욕을 하면서 애정을 갖고 보겠지만, 객관적인 시선으로 본다면 K리그를 우습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콘텐츠의 가치를 떨어트린다. 수술할 의지를 갖지 않는 이상 껍데기를 손질한다고 개선이 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라고 진단했다.
성적 지상주의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K리그 시장에 거액의 자금이 돌았지만 그 누구도 돈을 벌었다고 하는 주체는 없다. 당시의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구단의 재정 악화가 뻔히 보이는데도 강등을 피하고자 승리수당을 평소의 두 배로 책정하는 구단들의 행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승강제 도입 후에는 돈을 써서 클래식에 살아남는다면 다음을 도모할 수 있다는 단순한 생각들이 만연했다. 구단 대표가 대부업체에 손을 벌리는 사태까지 있었다고 하는데 언제든지 반복 가능하다.
프로축구연맹 이사회는 지난 2009년 각 구단의 위기 극복을 위해 승리수당 폐지를 결의했다. 운영비에서 최대 80% 가까이 되는 선수단 임금을 줄이고 마케팅비 등 더 돈이 필요한 곳으로 돌려보자는 일종의 합의였다. 그런데 어느 사이엔가 승리수당은 조용히 살아났다. 승리수당은 물론 골, 출전 수당 등 세분화해 돈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었다.
시도민 구단들은 부채에 허덕이고 재정 바닥으로 임금을 체납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지만, 이 역시 지원이 부족하다며 지자체 탓으로만 돌릴 뿐이다. 일본, 중국, 태국 등 뛸 곳이 많아진 선수들을 붙잡기 위해 수당은 고육지책인 셈이다.
A기업구단 단장급 인사는 "과거에는 선수들에게 연봉 줄여서 남아 달라고 하면 다른 곳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러면 결국 돈으로 붙잡았다. 지금은 어떤가. 구단은 돈을 더 줄이면서 선수들은 도태되고 구단은 없는 살림으로 어렵게 운영하고 있다. 서로 모순이 생겨버렸다. 이런 현상은 결국 리그의 질을 떨어트리고 멀리는 국가대표에도 영향을 끼친다"라고 주장했다.
다른 의견도 있다. 시도민구단에서 일했던 전직 임원급 인사는 "승강제가 도입됐으면 누구나 강등을 피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강등을 통해 구단 시스템에 변화를 주면서 독립,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해외 리그만 봐도 강등 후 다시 승격해 좋은 결과를 내는 구단들이 많지 않은가. 우리의 경우 다르다. 지자체에서 구단 운영비가 어떻게든 나오니 성적에만 목을 맨다. 빨리 클래식에 올라가자는 속도전만 있지, 어떻게 돈을 벌까 하는 의문은 없다"라고 아쉬운 점을 전했다.
기업구단도 다를 바 없다. 글로벌 기업이 모기업인 구단들은 K리그를 통한 홍보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수원 삼성의 모기업이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이관된 현실적인 난관들이 확인되고 있다. 다른 기업 구단들도 스포츠단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영진이 일반 기업 운영을 하듯이 자금을 집행하다가 탈이 나는 경우도 있었다.
프로인 이상 결국 돈을 버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팬층이 약한 것이 최대 약점이다. 구단이 자체 상품을 만들고 싶어도 구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서랍 속에서 잠들어버린다. 용품 스폰서도 만들면 손해라는 인식이 퍼져 될 수 있으면 피하려고 한다.
구단 직원들은 슈퍼맨에 가깝다. B구단의 한 직원은 선수단 관리 업무를 맡으면서 원정 경기에서는 홍보 업무까지 한다. 전혀 다른 업무를 혼자 다 처리하고 있는 셈이다.
잡무가 많으니 구단 입사 전 비전을 갖고 공부를 통해 실현하고 싶어하던 아이디어는 피로 누적에 밀려 수첩에서 나오지 못한다. 상업적 자세를 갖추지 못한 상사를 대해야 하고 의전도 해야 한다. 팬 관리도 기다린다. 팬들도 인식 변화를 보여주지 않으면 K리그는 마니아만 사랑하는 리그가 될 수 있다. 최근 자주 터지는 팬들의 구단 버스 가로막기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다
진심으로 응원하는 팀이라면 자비를 들여 원정 응원을 가는 것이 상식이지만 일부 팬들은 구단이 제공하는 버스를 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구단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이동하는 팬들이 많지 않다. 팬 문화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점이 있느 것이다.
한 구단 고위 관계자는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한다. 군팀이 함께 뛰고 있는 구조가 정상적인가. 승강제 구축을 위해 억지로 끼워 맞춘 성격이 강하다. 군팀은 시즌 끝에 선수들의 전역으로 경기력이 떨어져 태업 논란을 겪으며 승점을 헌납하는데 이런 리그에 누가 관심이 있겠는가. 시도민구단도 자생력 있는 구단들만 살아남게 해서 리그다운 리그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라고 리그의 체질 강화를 주장했다.
그렇다면 구단의 자생력 강화를 위한 해법은 없을까. 뻔한 문제 인식이지만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축구계의 중론이다.
<③에 계속…>
하지만, 2011년 승부조작 파문이 터지면서 신뢰성의 위기는 계속됐다. 구성원들의 자정 노력에 제도 개선 의지까지 보였지만 지난해 경남FC의 심판 금품 로비 파문으로 파생된 문제들이 굴비 엮인 듯 흘러나왔다.
전북 현대 스카우트의 심판 매수 파문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지난 10년 동안 고속 성장의 이면에 숨어 있던 문제가 폭발하면서 K리그 선도 구단으로 자리 잡은 전북의 위상에 큰 상처가 됐다. 전북 구단은 사과문을 발표했고 최강희 감독은 시즌이 끝나고 나서 책임 질 일은 책임 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기계적인 승점 9점 삭감에 1억원 벌금 징계로는 부족하다며 항의하는 축구팬들의 반발이 많았지만 누구도 명확하게 잘못을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K리그가 절망감을 안긴 씁쓸한 기억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2011년 승부조작 파문 당시 취재를 통해 친분이 있었던 C선수는 검찰 출두 전날 만남에서 "정말 답답하다. 그저 선배들이 시켜서 아무것도 모르고 뛰었을 뿐이다"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하지만, 그는 검찰 조사에서 승부조작을 이끈 중심인물로 드러났다. 출두 두 시간 만에 모든 혐의를 인정했다고 알려져 더욱 충격을 안겨다줬다.
비위 사건 외에도 제도 미비나 준비성 부족으로 탄식을 자아내는 일도 있었다. 최근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 가능성이 있는 팀들이 감독의 지도자 자격 취득 미비로 코치와 보직을 바꾸는 해프닝이 있었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해가 가는 측면이 있기는 하다. 공부를 통해 D→C→B→A→P(Professional)급으로 승급하려면 상위 등급 당 최소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바로 지도자에 입문해 선수단을 지휘하는 타 종목과 비교하면 축구 지도자가 되는 길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축구계 시각에서는 분명 문제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구성원들이 K리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행동은 음지에서 일하는 이들의 힘을 빠지게 한다. 어떻게든 흥행을 위해 합리적인 제도를 고민하고 모기업이나 자치단체의 재정 악화에도 합리적 구단을 운영하려는 다수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게 되는 것이다.
SBS(서울방송) 박문성 해설위원은 "K리그가 위기라는 표현이 이제는 너무 진부하다고 할 정도로 문제의식이 없다. 팬들이야 욕을 하면서 애정을 갖고 보겠지만, 객관적인 시선으로 본다면 K리그를 우습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스스로 콘텐츠의 가치를 떨어트린다. 수술할 의지를 갖지 않는 이상 껍데기를 손질한다고 개선이 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라고 진단했다.
성적 지상주의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K리그 시장에 거액의 자금이 돌았지만 그 누구도 돈을 벌었다고 하는 주체는 없다. 당시의 상황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구단의 재정 악화가 뻔히 보이는데도 강등을 피하고자 승리수당을 평소의 두 배로 책정하는 구단들의 행태는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승강제 도입 후에는 돈을 써서 클래식에 살아남는다면 다음을 도모할 수 있다는 단순한 생각들이 만연했다. 구단 대표가 대부업체에 손을 벌리는 사태까지 있었다고 하는데 언제든지 반복 가능하다.
프로축구연맹 이사회는 지난 2009년 각 구단의 위기 극복을 위해 승리수당 폐지를 결의했다. 운영비에서 최대 80% 가까이 되는 선수단 임금을 줄이고 마케팅비 등 더 돈이 필요한 곳으로 돌려보자는 일종의 합의였다. 그런데 어느 사이엔가 승리수당은 조용히 살아났다. 승리수당은 물론 골, 출전 수당 등 세분화해 돈을 지급하는 경우도 있었다.
시도민 구단들은 부채에 허덕이고 재정 바닥으로 임금을 체납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지지만, 이 역시 지원이 부족하다며 지자체 탓으로만 돌릴 뿐이다. 일본, 중국, 태국 등 뛸 곳이 많아진 선수들을 붙잡기 위해 수당은 고육지책인 셈이다.
A기업구단 단장급 인사는 "과거에는 선수들에게 연봉 줄여서 남아 달라고 하면 다른 곳 가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그러면 결국 돈으로 붙잡았다. 지금은 어떤가. 구단은 돈을 더 줄이면서 선수들은 도태되고 구단은 없는 살림으로 어렵게 운영하고 있다. 서로 모순이 생겨버렸다. 이런 현상은 결국 리그의 질을 떨어트리고 멀리는 국가대표에도 영향을 끼친다"라고 주장했다.
다른 의견도 있다. 시도민구단에서 일했던 전직 임원급 인사는 "승강제가 도입됐으면 누구나 강등을 피하고 싶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강등을 통해 구단 시스템에 변화를 주면서 독립, 건전성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다. 해외 리그만 봐도 강등 후 다시 승격해 좋은 결과를 내는 구단들이 많지 않은가. 우리의 경우 다르다. 지자체에서 구단 운영비가 어떻게든 나오니 성적에만 목을 맨다. 빨리 클래식에 올라가자는 속도전만 있지, 어떻게 돈을 벌까 하는 의문은 없다"라고 아쉬운 점을 전했다.
기업구단도 다를 바 없다. 글로벌 기업이 모기업인 구단들은 K리그를 통한 홍보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 수원 삼성의 모기업이 삼성전자에서 제일기획으로 이관된 현실적인 난관들이 확인되고 있다. 다른 기업 구단들도 스포츠단의 특성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영진이 일반 기업 운영을 하듯이 자금을 집행하다가 탈이 나는 경우도 있었다.
프로인 이상 결국 돈을 버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팬층이 약한 것이 최대 약점이다. 구단이 자체 상품을 만들고 싶어도 구매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서랍 속에서 잠들어버린다. 용품 스폰서도 만들면 손해라는 인식이 퍼져 될 수 있으면 피하려고 한다.
구단 직원들은 슈퍼맨에 가깝다. B구단의 한 직원은 선수단 관리 업무를 맡으면서 원정 경기에서는 홍보 업무까지 한다. 전혀 다른 업무를 혼자 다 처리하고 있는 셈이다.
잡무가 많으니 구단 입사 전 비전을 갖고 공부를 통해 실현하고 싶어하던 아이디어는 피로 누적에 밀려 수첩에서 나오지 못한다. 상업적 자세를 갖추지 못한 상사를 대해야 하고 의전도 해야 한다. 팬 관리도 기다린다. 팬들도 인식 변화를 보여주지 않으면 K리그는 마니아만 사랑하는 리그가 될 수 있다. 최근 자주 터지는 팬들의 구단 버스 가로막기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다
진심으로 응원하는 팀이라면 자비를 들여 원정 응원을 가는 것이 상식이지만 일부 팬들은 구단이 제공하는 버스를 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구단 도움 없이 자체적으로 이동하는 팬들이 많지 않다. 팬 문화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점이 있느 것이다.
한 구단 고위 관계자는 "시장 원리에 맡겨야 한다. 군팀이 함께 뛰고 있는 구조가 정상적인가. 승강제 구축을 위해 억지로 끼워 맞춘 성격이 강하다. 군팀은 시즌 끝에 선수들의 전역으로 경기력이 떨어져 태업 논란을 겪으며 승점을 헌납하는데 이런 리그에 누가 관심이 있겠는가. 시도민구단도 자생력 있는 구단들만 살아남게 해서 리그다운 리그를 만들어 놓아야 한다"라고 리그의 체질 강화를 주장했다.
그렇다면 구단의 자생력 강화를 위한 해법은 없을까. 뻔한 문제 인식이지만 반드시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 축구계의 중론이다.
<③에 계속…>
[이성필기자] K리그에 위기가 아닌 적이 언제 있었을까. 흥행의 위기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비슷한 프로 스포츠와의 경쟁부터 문화 콘텐츠로 분류되는 영화, 연극은 물론 TV 드라마, 예능과도 싸워야 한다.
해외 축구의 빠른 유입으로 축구팬은 K리그, 국가대표, 해외축구로 나눠진 모양새다. 국가대표팀이야 원래 온 국민이 팬이고 해외축구도 다수가 눈여겨보고 있지만, K리그는 마니아 스포츠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프로 각 구단은 홍보를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안정환, 이운재 등 얼굴이 알려진 은퇴 선수들을 홍보대사로 세우는 것은 기본이다. 구단 상징 캐릭터 탈을 쓰고 나가 하는 길거리 홍보는 기본, 영화관에서의 아르바이트, 농촌 봉사활동 등 사회공헌 활동도 잊지 않는다.
그러나 K리그 경기장에 유입되는 관중수는 그리 많지 않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올해 클래식 관중 동원 목표를 200만명으로 세웠다. 35라운드까지 165만9천539명을 모았는데 목표 달성이 어려워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날씨가 쌀쌀해진 데다 전통의 흥행구단 수원 삼성의 경우 성적 하락과 맞물려 전년 대비 평균 관중수가 2천여명 가까이 떨어졌다.
지난 10년 사이 신흥 명문으로 떠오른 전북 현대의 평균 관중수가 2006년 대비 200% 이상 증가했지만 반대로 수원이 경기장 관중석 2층을 폐쇄하는 등 관중석을 줄인 데다 수원 연고의 프로야구팀 kt 위즈 창단 등의 영향을 받아 관중수가 줄었다. 전북이 늘어도 수원이 줄어 이전의 평균치에서 증가가 없다.
A구단 사장은 "시쳇말로 벌거벗는 것 빼고는 뭐든지 다 해봤다. 지역 내 성향 분석 등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마케팅도 시도했다. 그런데 관중이 그리 는 것 같지는 않다. 프로 스포츠의 기본은 관중이 구매하는 티켓에서 얻는 수익이다. 그런데 K리그는 비정상적인 구조다. 무료 티켓도 거의 없는데 도대체 무엇인지 문제인지 이제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실무 직원들의 생각은 어떨까. B구단 직원은 "대부분의 구단 직원들은 국내, 해외에서 스포츠 마케팅 등을 공부하고 온 자원이다. 그런데 이들이 경기를 치르는 날에는 외부에서 오는 손님 의전을 하고 경기장 의자를 닦는 등 상관없는 일에 투입된다. 의전을 잘해야 예산이나 후원사 유치에 더 힘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낙하산 사장들이 서랍에서 각종 마케팅 아이디어를 잠자게 한다"라고 현실적인 문제점을 설명했다.
실제로 C시도민구단은 올해 시작 전 구단 여직원들에게 난데없이 의전 업무에 대한 강의를 받도록 했다. 구단주인 시장(또는 도지사)이 경기장을 찾으면 어떻게 차를 따라야 하는지 배우도록 했다. 마케팅, 선수단 관리 업무만으로도 벅찬데 구단 모양새를 위해 이런 일까지 해야 한다. 성차별 소지가 있는 업무 배정임에도 구단 고위층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외부 의전 전문 용역 회사와 계약을 맺었지만 구단 매뉴얼 구축을 이유로 여직원들을 활용하고 있다.
기업구단들은 이보다는 덜 하지만 젊은 직원들의 마케팅 감각이나 아이디어를 스포츠 구단의 특성을 잘 모르는 윗선이 받아주지 않는다. '비용이 많이 든다', '비효율적이다', '예전에도 해봤던 일이다'라는 식의 보수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최대한 '저비용 고효율'만을 노린다.
프로축구연맹의 노력이 지금보다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구단의 이해를 구하며 연대해야지, 일방적인 전달을 하지 말라는 주장이다. 프로연맹이 모든 구단을 생각하지 않고 정책을 집행해 문제를 더 키우는 경우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가장 최근의 예로는 전북 현대 징계가 그렇다. 허정무 부총재와 실무진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아시아 축구연맹(AFC) 본부에 가서 전북 징계 건에 대해 설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 시즌 전북의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박탈에 무게가 기울었다는 AFC내 분위기에 대한 프로연맹 징계의 설명이 주 목적이었지만 분위기가 그리 좋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솜방방이 징계가 불러온 역효과가 아닌지 고민해야 한다.
프로연맹을 후원하는 스포츠 용품사와 각 구단에 후원하는 용품사의 이해관계 충돌도 구단의 수익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 중 하나다. 각 구단은 팀에 후원하는 후원사의 노출을 최우선으로 하게 마련이다. 계약서에도 이를 명시한다. 경기 중계에서 가장 노출도가 좋은 골대 근처에 광고물 설치를 원한다.
그런데 이 지역을 연맹 후원사가 침해해 의욕을 꺾어버린다. D구단을 후원하는 E용품사는 "구단에 수억 원을 내고 홍보 효과를 누리려는 욕심은 당연하다. 연맹 후원사가 A보드에 들어가는 것은 그렇다고 쳐도 가장 노출도가 높은 위치에는 구단 후원사들이 들어가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누구를 먼저 홍보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구단의 노출이 좋아야 연맹도 좋은데 K리그는 거꾸로 가는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실제 이 사례에서 같은 후원사를 둔 두 구단은 연맹 후원사의 노출을 끝까지 반대했다. 다른 구단들은 이런 상황을 확인한 뒤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법, 제도 정비에 대한 공동 노력도 필요하다. 스포츠산업 진흥법이 개정됐어도 달라진 것은 하나도 없다. 일례로 경기장 장기 임대의 길이 열렸지만, 소유 주체 문제를 풀지 못해서 지난해 내내 몸살을 앓았던 수원 삼성-수원월드컵경기장 관리재단의 사례가 있다. 당시 프로연맹은 구단과 재단의 일이라며 한 발 뒤로 빠져 있었다가 유감 표명에 그쳤다.
스포츠산업 진흥법에서 경기장 소유 자체는 공공시설물관리법과 충돌한다. 국내 모든 경기장은 지자체 시설공단 등이 관리한다. 공공성이 우선이라 자칫 구단에 전권을 주게 된다면 '특혜 논란' 내지는 '민영화'로 인식하게 된다. 그렇지 않아도 전기, 수도 등 타 분야에서 민영화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데 스포츠 시설도 이런 시선에 갇히지 말란 법도 없다.
그렇지만 관리 자체는 지자체가 계속하더라도 최대한 구단이 시설물을 장기 임대해 적극적으로 활용 가능한 환경으로 만들어줘야 할 필요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예를 들면 현재 확보한 매점 운영권 등은 수익보다는 팬 편의성 증대에 가깝다. 이마저도 경기 당일에 한정한다. 경기장 내 웨딩홀, 영화관, 할인 마트 등의 수익 시설 운영권을 전향적으로 구단이 보유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 역시 민영화라는 논란에 시달릴 위험성이 있어서 스포츠 구단의 특수성을 인정받기 위한 노력에 열을 올려야 하고 능력이 되는 구단 중심으로 움직여야 한다.
프로연맹 관계자는 "구단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있다. 공동 마케팅 등 다양한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구단별 특색이 있다 보니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간을 갖고 하다 보면 나아지리라고 본다. 일부 구단에서 장기 임대를 위한 노력을 하는 것으로 안다. 도울 부분이 있다면 도와야 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구단과 경기장의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포장하는 경기 생중계는 수익 극대화의 정점에 있다. 올해 문화방송 스포츠 플러스(MBC SPORTS+)는 2채널을 론칭하면서 K리그와 3년 중계권 계약을 맺었다. 제이티비시 폭스 스포츠3(JTBC FOX SPORTS3)도 K리그 중계에 나섰다. 중계 채널을 확보해 놓았다는 것은 분명히 가능성이 있는 부분이다.
제이티비시 관계자는 "방송사의 수익 창출은 광고 유치지만 넓게 본다면 구단의 수익과도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 K리그 중계는 중간 광고가 없는 약점이 있지만, 경기의 질을 올리고 화제성을 계속 만든다면 경기 중계에 대한 질이 높아질 것으로 본다. 현재 중계를 하러 현장에 나가면 경기 자체 외에는 포장할 소재가 없다. 이를 위한 연구를 해야 한다. 과거 이근호의 트랙터 승차 등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있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반응형
'Football World' 카테고리의 다른 글
[人사이드] 표창원 제언 “병역특례 대신 대체복무, 공론화하자” (0) | 2016.11.02 |
---|---|
사커노믹스’ 지만스키 교수 “축구계 부패의 근원, 이적시장 폐지해야” (0) | 2016.11.01 |
FourFourTwo's 50 Best Football Teams Ever: 10-1 (0) | 2016.10.29 |
메시와 호나우도의 축구 철학 (0) | 2016.10.29 |
[김현회] ‘가짜 대통령’도 모자라 ‘가짜 전력분석관’이라니 (0) | 2016.10.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