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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사이드] 표창원 제언 “병역특례 대신 대체복무, 공론화하자”

youngsports 2016. 11. 2. 09:41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한국 축구의 구조를 기형적으로 만든 결정적 요인은 중 하나는 병역이다. 세계적으로 관심도가 크지 않은 올림픽 축구에 월드컵에 버금가는 총력을 기울이고, K리그에는 이적료와 연봉 한 푼 들이지 않고 리그 최고 수준의 선수들로 구성한 군경팀이 활동하고 있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서의 메달, 군경팀 입단 등은 축구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의 측면에서 부작용이 크다. 올림픽 메달의 가치가 ‘병역 면탈’이라는 포상으로 치환되고, 금메달에만 병역 혜택이 주어지는 아시안게임의 경우 은메달과 동메달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2016 리우올림픽' 8강 좌절 이후 팬들의 비난과 조롱은 군 문제와 관련된 부분에서 극대화됐다.

'군대 문제'는 스포츠를 바라보는 가치관 자체를 손상시키는 면이 있다. 올림픽 메달의 가치가 ‘병역 면탈’이라는 포상으로 치환되고, 금메달에만 병역 혜택이 주어지는 아시안게임의 경우 은메달과 동메달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 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나라를 대표해서 뛴다는 사명감을 넘어, 특혜를 받아야 한다는 개인적 목적이 부각되며 스포츠 정신을 훼손하고 있다. 병역 의무를 피하는 것이 최고의 포상이라는 인식을 강화하고 있다. 경기 결과에 의해 운명이 바뀌고, 누군가의 선택에 의해서, 혹은 대회가 열리는 시점의 나이, 부상 등 다양한 요소로 인해 인생이 결정되는 현 상황은 분명 문제가 있다.

변화에 대한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간 진행된 국제대회 누적 점수제나 군경팀의 1부리그 출전 금지 등 운영 방법의 변화는 지엽적인 부분이다. 선수들의 병역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개선책이 필요하다. 프로 스포츠 선수들의 병역 문제를 공정한 방식으로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없을까? 이를 위해선 우선 병역법 개정이 필요하고, 병역법 개정을 실제 추진할 수 있는 이들의 현실적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풋볼리스트’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 위해 실제 입법 권한을 가진 이들을 찾아 나섰다. 제2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되어 의정활동을 하고 있는 표창원(50) 의원을 만났다. 평소 열성적인 축구 팬으로 알려져 온 표 의원은 지난해 말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결성한 클린축구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반 축구인’이다. ‘풋볼리스트’는 서울 여의도 의원회관을 찾아 한국 축구의 정의를 바로 세우고 싶다는 표 의원의 제언을 들었다.

(※ 본 인터뷰는 지난 8월 '2016 리우 올림픽' 남자축구 첫 경기가 열리기 전에 진행되었습니다.)

-기량이 절정인 나이, 더 발전하고 성장할 수 있는 나이에 군대에 가야하는 것은 체육계 입장에선 분명 손실입니다. 국제 대회나 군경팀 운영 등 현행 제도에 대해서 축구계에선 대체복무제 등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지만 병역법이 바뀌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축구뿐 아니라 야구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로리그가 운영되는 배구, 농구 등 스포츠의 공통적인 부분이죠. 물론 프로 스포츠를 운영 하지 않는 종목도 그렇고, 문화 예술계도 마찬가지로 다른 분야가 차별을 받아서는 안되는 부분이잖아요. 국민 개병제. 모든 국민이 병역 의무를 수행하는 우리나라에선 분명 어려운 문제인 것 같아요. 산업인력을 인정하듯이 대체 복무를 폭넓게 적용하는, 특히나 육체적 부분에서 단절이 크게 작용할 수 있는 종목은 보다 폭넓게 대체복무가 인정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대전제에는 동의합니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되고요.

-병역이 걸린 대회의 경우 대표 선발 과정에 잡음이나 의혹이 생기는 부분도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대표 선수를 선별한다는 것. 선발 과정에서 공정성을 100% 담보 하지는 못하거든요. 예를 들어 올림픽이든 월드컵이든, 어떤 대회는 병역 혜택 주고 어떤 대회 안 주고. 대표 선발 과정은 공정한가. 감독이 누구냐, 협회나 연맹 기술위원회가 어떤 인맥으로 구성되었느냐. 매번 잡음이 나오잖아요. 저도 사실 여러 이야기를 듣습니다. 프로 축구팀의 선수 선발 과정부터 시작해서 대표팀 선발 과정 상에 축구 외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하고, 심지어 정치적 영향력까지 작용한다는 이야기를 듣거든요. 그렇다면 개별 팀이나 개별 대회의 대표 선수 선발 과정에서 이 문제를 바로 잡는 것은 사실 별 의미가 없어요. 제도 자체에 변화가 필요하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선수 개개인의 이해관계를 떠나서 사회 전반적인 정의 차원, 공정성 확립 차원, 특히 어린 청소년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스포츠가 가지고 있는 투명하고 공정한 스포츠맨십의 유지 등 전반적 차원에서도 병역 문제는 반드시 손봐야 한다고 봐요. 중요한 것은 공정함이죠. 공정함을 담보하 수 있는 제도적 개선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2013년에 단일 대회 성적이 아니라 대회별 누적 점수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으나 실행되지는 않았습니다.

지금처럼 병역 혜택을 주는 대상을 개별 대회 성적으로 할 것인가, 아니면 누적 점수제로 할 것이냐. 이런 것을 정하기 위해선 공론화가 있어야 한다고 봐요. 만약 누적 점수제를 실시한다면 그에 대한 부작용에 대해서도 시뮬레이션해야 하고요.

-‘2016 리우올림픽’에서 축구를 바라보는 시선은 '병역'에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그 와중에 왜곡된 시선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점점 심화되고 있죠. 쉽게 말씀드리면, 병역 혜택은 돈이죠. 그것도 엄청난 돈이죠. 특히 탑랭크에 있는 선수들 같은 경우, 계약금과 연봉의 차이, 장기계약 등이 결정 되잖아요. 더 이상 병역이 병역이 아닌 거에요. 만약 (병역 혜택을) 누군가에게 얼마를 주고 살 수 있다면, 악마와 계약이 이뤄질 수 밖에 없는 거죠. 많은 사람들의 실제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지 못해도, 인식 속에는 그런 냉소주의가 깔려 있는 거죠.

만약 혜택을 못 받게 되면 계약에도 어려움이 있고, 다음 대회 참가 등에 대한 부담이 따릅니다. 결국 국가대표로 자발적 헌신이 아니라 병역 의무를 해소하기 위한 통과 의례가 될 뿐인 거에요. 실제론 오고 싶지 않은 경우도 있죠. 팀이 눈치도 보이고 시즌 중이고. 드로그바 같은 선수가 자기 나라 내전 중에 국가 대표 대회 참가를 걸고 휴전해라, 종전해라. 이렇게 호소하는 모습, 이런 축구의 아름다움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죠. 이런 상황에서 과연 축구가 아름다운 거라고 아이들에게 내세울 수 있느냐. 병역 문제만 놓고 봐도 이미 아니라는 거죠.

국가 대표 경기가 열리는 그 순간, 뛰는 선수들의 마음에는 병역 혜택이 있어요. 선수들의 잘못이 아니죠. 그런 상황으로 우리가 선수들을 몰아넣고 있다는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매번 이런 국제 대회 때마다 병역 문제가 대두됩니다. 외국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 조롱 섞인 비평을 내놓고 있거든요. ‘한국 선수들은 병역이라는 마약을 맞고 경기에 임한다.’ 얼마나 듣기 싫은 이야기입니까? 국제 무대에서 경쟁할 선수들이, 오직 병역을 면탈하기 위해서 열심히 뛴다는 모습으로 비춰지는 것은 결코 좋지 않거든요. 국위 선양의 문제에서도 그렇고. 국가적 과제로 개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국제 대회 성적으로 혜택을 받는 것 외에는 군경팀에서 활동하는 선수들도 있습니다.

상무나 경찰축구팀 등 프로에 남아 있으면서 병역이 이행될 수 있는, 이런 제도 자체를 어떻게 할 것이냐. 아예 프로 선수로 등록이 될 경우에는 대체 복무를 통해 다른 형태로 병역을 이행하는 것이 더 낫지 안겠느냐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요. 이 문제가 해결이 되면 앞의 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상황이잖아요. 굳이 대회 성적으로 병역 혜택 주지 않아도 되니까. 그런 전반적인 틀에서 프로 스포츠 선수의 병역에 대해 국가적 과제로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지금 방식은 선수 간의 운명이 ‘운’에 의해서 갈린다고 봅니다. (군경팀이나 대표팀은) 특정인의 선택에 따라서 결과적으로 기회 조차 부여 받지못하는 다른 많은 선수들에게는 자괴감, 상실감으로 작용할 수 있고, 그것이 형평성 저해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축구협회나 프로연맹 차원에서도 부담일 수 밖에 없거든요.

결국 병역이라는 자체의 본질로 들어가서 생각해야 합니다. 어차피 프로 축구선수가 총 들고 전장에서 제대로 훈련에 임하고, 전쟁을 치를 준비하는 병사가 되는 것은 아니란 말이에요. 어떤 형태로든 축구를 하도록 운영이 됩니다. 상무 또는 경찰축구단에 안 간다고 하더라도 단위 부대로 가서 이 선수들 대부분은 연대, 대대 대표 선수로 뛰게 되고, 결국 축구를 하게 되어 있어요. 그런데 이 부분은 축구 경력으로 인정을 받지도 못하죠. 또 축구 실력이 뛰어나지 않은 다른 동료 사병들에게는 또다른 위화감 주게 되는 것이고요.

그런 부분에서 차라리 프로 리그가 있는 종목의 선수들은 선수 등록이 되면서 대체 복무를 하는 것으로 큰 틀의 변화를 기한다면, 선발 과정의 비리 문제도 사라지고 선수들 간의 기회 균등 문제, 군 전력상에 이질적 요소가 들어와서 생기는 군 사병 간의 위화감 문제도 해소 되고. 여러 차원에서 좋다고 봅니다.

-스포츠계에만 대체복무를 적용해주는 것은 다른 분야의 반발이 예상되는데요?

물론 그렇게 되면 다른 문화계 예술계 학계의 경우, 석사 장교도 폐지되면서 그쪽에서 왜 우리는 안해주냐는 소리 있을 거에요. 그건 다른 문제로 접근해야 될 것 같아요. 일단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거죠. 다른 생각을 가진 분도 많을 것이고. 국민적, 사회적 합의가 핵심이 되겠죠. 여러가지 상황과 안을 다 내어놓고 비교하고. 다른 나라 상황도 보고. 현 상황이 괜찮은가? 누구라도 먼저 꺼내놓아야죠. 병역은 민감한 문제입니다. 축구계에서도 솔직하게 얘기하고, 국민 다수가 납득할 수 있는, 법안으로 정리되어 올라온다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질 겁니다. 그런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지금도 신인 선수 선발 과정에 청탁이 많다는 얘기가 있어요. 프로 선수로 등록되 것만으로 대체 복무 혜택을 준다면 다른 부패와 부작용 등 문제도 클 것 같습니다. 어떤 대안들이 있나요?

군경팀도 없애고 국제 대회 인센티브를 없애고 프로 선수들의 대체복무를 신설하는 방식은 공익근무요원에 준하는 방식이죠. 프로 팀에서 기본적 훈련과 경기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으면서, 본인의 개인 자유 시간을 활용해서 할 수 있는 복무도 생각해볼 수 있고요.

생각해 볼 문제는 프로 스포츠 팀에 등록하는 것만으로 병역 면탈이 될 수 있으니 또 다른 형태의 부정부패가 가능해진다는 거죠. 그 부분을 막고 개선할 수 있는 요건들을 정할 수 있습니다. 몇 경기 이상 출전 기록이 있어야 한다든지, 국가 단위 테스트를 실시하든지, 그런 부분을 놓고 과연 우리가 이런 식의 개혁을 수용할 수 있는지 보는 거죠. 제3의 대안도 있을 수 있어요.

-추진하게 된다면 어떻게 진행이 되나요?

일단 병역법 개정이 핵심이 되겠죠. 현재 병역법의 대체 복무와 면제에 대한 조항들에 손질이 됩니다. 조항 몇 개가 바뀌기 위해선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해요. 축구인, 협회, 일반적인 다른 병역 의무가 있는 분들, 그 분들의 부모님들. 모두가 100%는 아니지만 적어도 수긍할 수 있는 정도의 합의가 되었을 때 병역법의 대체복무 조항 연계를 통해 제도 변경이 가능해집니다.

-다른 분야에서 있을 형평성 논란에 대해 설득할 수 있는 부분은?

그래서 축구만이 아닌 다른 프로 스포츠를 통합해야 한다고 봅니다. 야구 배구 농구까지 합해서 해야죠. 씨름도 프로화가 되어 있죠. 예를 들어 다른 종목도 그러면 프로 리그를 만들자고 한다면, 이것이 촉발되어 (새로운 종목의 프로리그가) 만들어지면 좋죠. 다만 병역 만을 위해 만들어지는 프로리그가 의미가 있느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느냐? 못한단 말이죠. 흥행도 안될 것이고. 프로화가 된 부분을 묶으면 충분히 전체적으로 관련된 학생들, 부모님들 포함해서 관련 된 인구수만 해도 1,000만은 족히 될 것이에요. 그분들의 뜻만 합쳐져도 다른 분들에 대한 설득력은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 생각이 들고요. 물론 무조건 면제라는 것은 안되죠. 다른 쪽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대체복무가 지금 여러가지 형태잖아요. 공익 근무가 일반적이고, 다른 사회 봉사, IT 인력은 산업인력으로 종사하며 병역을 대체하거든요. 그와 같은 방식인 거죠. 동의만 이뤄지면 크게 문제 없다고 생각이 돼요. 기간은 다른 부분과 비슷하게 2~3년 간 충분한 사회 공익 활동을 하는 것이죠. 자신의 기량이나 기술을 이용해서, 각 지역 학교에서 스포츠에 대한 무보수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체육교사가 많이 부족해요. 그런 지원활동도 할 수 있고, 저소득층 축구 지도나, 비시즌에는 해외에서 축구 봉사를 하거나, 다양한 형태의 공익 활동이 있을 수 있습니다. 본인이 자발적으로 하라면 못할 일들을, 병역을 대체로 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습니다. 보람도 느끼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이죠.

지금 같은 상태로 무슨 보탬이 되겠어요? 군경팀을 위해 뛰는 것은 돈을 안받고 프로축구 생활 유지하는 것 밖에 안된 단 말이에요. 다른 선수들도 어떻게 해서든 병역 면탈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심지어 수술을 해서 범죄자가 되는 경우도 있잖아요. 이런 상황 보다는 낫다는 거죠. 다른 국민들에게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거죠.

-말씀하신대로 서울 등 대도시에는 유소년 축구 클럽 등 접근성이 좋지만 지방 소도시나 시골 마을이라면 이런 형태의 공익 근무가 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그렇죠. 예를 들어 대체복무 기간엔 출전 횟수도 법적으로 제한할 수 있죠. 정해진 기간 동안은 사회 공익 활동 하도록 하는 거죠. 기량, 피지컬 훈련 부분에 대한 손실 없도록 하면서 병역 대체에 해당되는 충분한 활동도 하고, 그로 인해 우리 사회는 공익적 혜택을 보는 이런 방안도 있다는 거죠.

체육, 스포츠란 것은 어떻게 본다면, 인간의 건강, 생명, 인간으로써의 존재 의의, 이런 것들이 핵심적 요소라고 생각해요. 부여 받은 신체, 두뇌를 활용해서 전략 전술 개인적 부분 등 모든 것 활용하는 것이 스포츠란 말이죠. 스포츠는 혼자 뛰는 육상 등도 있지만 팀 스포츠 같은 경우에는 특히, 작은 사회란 말이죠. 이 안에서 사회를 배우는 거에요. 협력하고 협동하고, 상대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혼자 할 수 없는 일을 함께 이루고. 같은 동료 중에 힘들고 아프고 상처 입은 사람들 커버해주고. 이런 부분이 모두 사실은 교육 중에서도 핵심적인 내용이고요.

그래서 대부분 선진국의 교육을 보면 초등부터 중고등까지 스포츠는 필수이고 상당히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론이 아닌 실제 행위가 핵심을 이루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점점 스포츠가 교육에서 배제되어가는 상황이거든요. 있다고 하더라도 형식적이고. 실내에서 시간만 때우는 경우도 많고요. 체육 담당 교사 수도 태부족이고, 이분들에게 기대하는 부분도 자꾸 축소되는 상황이에요.

어떻게 보면 저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들, 갈등, 개별화, 외톨이 현상, 범죄, 분노조절 장애 등의 이면에는 스포츠 활동의 부족도 있다고 봐요. 참지 못하는 거에요. 함께 풀어가는, 타인을 존중하는 것이 몸에 밸 수 있는 시간 없기 때문이에요. 그런 ‘한국병’의 깊은 부분에 스포츠 부족이 있다고 봅니다.

-과거와 비교하면 프로야구나 해외축구 시청층은 점점 늘어나고 있고, 프로축구 중계 등도 TV를 통해 쉽게 볼 수 있는 환경이 되었습니다. 스포츠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높아 보이는데요?

오히려 스포츠 감상은 늘어나요. 우리뿐 아니라 미국 야구나 유럽 축구를 얼마나 많이 봅니까? 새벽에도 보고. 그런데 그런 것은 스포츠는 아니거든요. 오락이죠. (스포츠는) 자기가 해야 한단 말이죠. 그런 차원에서 알려져 있는 프로 스포츠 선수나 스타들이 동기부여를 해주는 측면이 분명 있다고 봐요. 거기서 끝나서는 안되는 거죠. 경기를 감상하는 것으로 끝나선 안되고, 이들의 존재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내는 것이 궁극적인 프로 스포츠 존재 이유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스포츠 활동을 대체 복무로 하는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상당히 중요한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씀하신대로 보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스포츠가 인기있는 나라이면서도 스포츠가 주는 건강한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병역에 대해서도 성과 위주, 프로 스포츠의 모든 목적이 경기 성적 위주로 가는게 문제입니다. 한국 축구가 엘리트 중심 결과 위주로 가면서 스포츠가 경쟁과 성적에만 집중하게 되고, 이로 인해 재미없는 축구를 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습니다. 결과만 중시하니 그와 관련된 비리와 부패가 불거지는 것 같아요.

야구에서 승부조작이 나왔잖아요. 이 선수들 뿐 아니라 과거 프로축구 승부조작 당시 제가 조사하고 확인하면서 느낀 안타까운 측면은, 스포츠가 더 이상 스포츠가 아닌 거에요. 밥벌이 수단일 뿐인거죠. 말씀하신대로 결과만 있는 거에요. 과정에서 흘리는 땀의 의미, 결과는 좋지 않다 하더라도 최선 다했으니 의미가 있는, 올림픽 정신 참가 의의는 사라진지 오래잖아요. 상업화됐고. 외국에서도 상대 선수의 스케이트날을 망가뜨린 행위가 적발되고 밀치고 넘어트리고. 그런 일이 있었고.

한국은 이런 상황의 이면에 병역 특혜가 작용하고 있는 거죠. 내가 쟤를 제쳐야 군대를 안 갈 수 있어. 그리고 우리끼리, 학맥이 연결되어서 서로 끌어주고, 병역을 면하게 해주는게 의리이고 도리인 것처럼 생각이 되고. 이런 부분들이 결국 스포츠를 망치고 있지 않나. 야구 같은 경우도 이미 오래전부터 병역을 면하기 위한 위장, 부상 과정, 수술 이런 부분 있어왔고요. 대표 선발 과정의 문제도 있었어요.

결국 프로 스포츠계 자체가 스포츠 정신 보다는 결과와 성과에만 매몰되어 있다 보니까 생기는 일이죠. 자신이 받는 연봉이 6,7,8년 차에 따라 얼마 정도가 되는데, 다른 선수와 비교하니 얼마가 안된다. 그러니 외부에서 주는 300만원, 500만원. 볼 몇 개 던져주고 이정도 받는게 뭐가 문제야.

지금 스포츠 본질에 대한 부분이 재점검되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전부는 아닐지 몰라도 그 중심에 병역이라는 것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진학이죠.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중학교에서 고등학교, 고등학교에서 대학교 그리고 프로로 가는 과정 단계마다, 정직한 땀과 실력으로 공정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인맥으로 돈으로, 어떤 형태로든 선수들 사이에 퍼져 있단 말이에요. 그런 차원에서 두 번째가 병역. 가는 놈이 바보. 어떻게 해서든 빠져야 하는 거고.

그 중에 가장 이익을 보면서 명예롭게 빠지는게 국가대표로 대회 성적을 내는 것이고, 그 다음이 군경팀에 가는 것. 그 다음이 가장 비루하지만 병을 내세워 빠지는 것이고. 그렇지 않고 일반인과 똑같이 병역을 치른다는 것은 프로 선수로는 사형선고나 다름없죠. 이런 상황 자체가 운동선수들에게는 공정함, 정의, 스포츠 정신, 이런 것은 아예 잊어버리도록 만드는 겁니다. 자라오면서 시스템 속에서 습성화가 되어 버린 거에요. 가장 공정하고 가장 깨끗해야 할 스포츠가 어떻게 보면 가장 이익에 매몰되어 있고 가장 결과 중심이 되어 있고 어떻게 본다면 정의가 무너지고 부패 비리가 작용할 수 있는 토양이 되어버린 것이죠. 얼마나 슬픈 일이에요.

진학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면, 병역 문제도 해결을 해야 된다는 거에요. 병역 문제를 해결하는 여러가지 방법 중에 가장 중요한 핵심은 누구나, 공정하게, 하나하나 점검할 필요 없이 제도 자체로 깨끗하게 운영하는 겁니다. 병역에 대한 대체 복무 자체가 우리 사회에도 이득을 주고, 선수들 한 명 한 명이 공익 활동하며 깨달음을 얻는 거죠. 스포츠가 얼마나 의미가 있고 신성한가. 다른 위기에 처해있거나 힘들거나 가난한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그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이야기할 때 어떤 마음이 생기겠냐는 말이죠. 그런 스포츠의 본류를 찾아내고 선수들에게 스포츠 정신을 일깨워주고, 보람과 의미, 긍지와 명예, 자존감을 높여주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2002 월드컵이나, WBC 등 4강 진출에 대한 병역 혜택 생기고 없어졌습니다. 병역법 개정이 쉽게 될 수 있는 것인지?

결국 (이런 사례를 보면) 국가 권력의 뜻에 따라 왔다 갔다 하는 거죠. 그 자체가 일반 병역 대상자들에겐 자괴감, 박탈감, 상실감을 주는거죠. 이랬다 저랬다 마음대로 하는구나.

그게 제도적으로 그렇게 쉬운데, 하물며 개개인에 들어가는 영향력은 어떨 것인가. 꼭 스포츠만이 아니라 병역 자체에 대해서, 병역이 신성하다고 하고, 성인 남성 누구나 해야한다고 하는데, 특별한 몇 사람만 제외하고 면제하고, 대체 복무를 해준다. 언제나 원하면, 특정 대회에서 16강, 8강에 들었다고 혜택을 줬다가 또 없애고. 이런 모습 자체가 병역 의무의 신성성과 평등성, 공정성을 훼손하는 것입니다. 스포츠라는 영역 내에서 특히나 일어나고 있는 병역을 둘러싼 장난, 혹은 손쉬운 변형, 그 자체만으로도 병역 면제 혜택의 정당성을 상실하게 되는 겁니다. 이젠 그 자체를 없애버릴 때가 됐습니다.

-국회의원 임기안에 병역법 개정 등의 일을 직접 추진할 생각이 있는지요?

상임위로 보면 국방위원회, 교육문화위원회 쪽의 일입니다. 하지만 꼭 여기 들어간 의원만 할 수 있는 건 아니에요. 준비를 한번 해보겠습니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관련된 모든 분들과 토론도 열고 법안도 마련해보겠습니다.

사진=풋볼리스트, 대한축구협회,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