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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 '생존의 길'… 전문 장사꾼이 필요해

youngsports 2016. 10. 1. 16:05

[프로스포츠 선진국으로 가다⑧] 프로스포츠 '생존의 길'… 전문 장사꾼이 필요해


[권영준 기자]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민국 4대 스포츠 야구, 축구, 농구, 배구를 바탕으로 한 ‘종목별 스포츠산업 실태조사’(국가승인통계 제11321호)에 따르면 2014년 기준 4대 종목 관련 사업체의 전체 매출액은 4조280억원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비중은 축구(1조9870억원), 야구(1조630억원), 농구(6550억원), 배구(3230억원) 순이다. 이중 스포츠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4대 프로스포츠의 매출액은 총 1조4530억원으로 전체 매출액 대비 36.1%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야구(5090억원)의 비중이 가장 높고, 이어서 축구(5630억원), 농구(2160억원), 배구(1650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프로야구 경우 야구 산업 전체 매출액의 50%에 육박한다. 그러나 축구, 농구, 배구의 경우 이에 미치지 못한다. 즉, 프로스포츠가 전체 산업을 주도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한국 스포츠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프로 스포츠가 발전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이를 위해 스포츠월드는 스포츠마케팅 산업의 선구자로 불리는 스포티즌의 대표이자, 벨기에 프로축구 2부 리그 AFC 투비즈의 구단주인 심찬구 대표의 자문을 구해 <프로스포츠 선진국으로 가다⑧ - 프로스포츠 ‘생존의 길… 프로 세일러가 필요하다>를 기획했다.

▲왜 위기인가

프로축구 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최근 막을 내린 2016 코파아메리카는 100주년을 맞이해 사상 처음으로 북미 대륙인 미국에서 개최했다. 주최 측 발표 조사에 따르면 이번 대회 조별리그 한 경기당 평균 관중은 4만1262명이었고, 최다관중 경기는 8만3263명(멕시코-자메이카전)이었다. 소위 말해 흥행 대박이었다. 가까운 일본 J리그 역시 최근 영국 기업과 10년간 2100억엔(약 2조 3000억원)이라는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덕분에 J리그는 2017시즌 우승 상금을 현재보다 10배 오른 10억엔(약 107억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일본 닛칸스포츠 보도) 


‘축구의 성지’ 유럽은 설명하지 않아도 엄청난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 축구가 요동치고 있지만, 한국프로축구 K리그는 잠잠하다. 2015시즌 기준 평균 유료 관중 4000명 미만인 구단이 K리그 클래식 기준 7개 팀이나 된다. 클래식 절반 이상이 유료관중 4000명을 채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프로농구와 프로배구의 경우 흑자 구단은 커녕 모기업에 의존한 구단 운용에 급급한 시절이다. 한국 4대 스포츠 중 유일하게 흥행을 유지하고 있는 프로야구 역시 선수들의 승부조작으로 얼룩졌다. 한국 스포츠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프로 스포츠가 흔들리고 있다.

▲모기업 중심의 구단 운용… 구단 운용 구조부터 바꿔야

심찬구 스포티즌 대표는 “스포츠 산업이란 대중 스포츠에 몰리는 사람들의 시선과 관심, 그리고 열정을 구매 고객으로 만드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한국 프로스포츠의 문제점은 스포츠에 몰리는 사람들을 팬으로 만드는 것까지는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이들을 고객으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심 대표는 이를 대기업이 주도하고 있는 한국 프로스포츠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설명했다. 심 대표는 “A구단이 연간 100억의 예산을 받아 구단을 운용한다고 가정하자. 마케팅 스폰서십을 통해 3억원의 수익이 난다고 하면, 구단은 이에 적극적이지 않다. 스포츠마케팅은 손이 많이 간다. 수고스러움을 감수하고 3억의 수익을 내면 모기업에서 다음 연도 예산에서 97억으로 예산을 줄인다. 구단 입장에서는 100억원의 예산을 받는 것이 3억의 수익을 내는 것이 더 중요한 셈”이라며 “야구의 경우 넥센이 프로야구에 뛰어들면서 스폰서십을 적극 받아들이고 있다. 이와 함께 프로야구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타 종목은 이러한 스포츠마케팅 또는 스폰서십의 개념 정립 자체도 안 돼 있다. 농구나 배구 종목에서 의전에 더 많이 신경 쓰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스포츠 구단이 주 고객층인 팬보다 본사 임원을 무서워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프로 세일러가 필요해


구단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사고 팔아야’ 하는 과정에 더욱 전문적이야 한다. 구단이 하나의 기업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심 대표는 “스포츠라는 매개체를 두고 사람들이 구매할 수밖에 없는 좋은 상품을 개발해 판매하며, 이를 통해 이익을 만드는 것이 구단이 해야할 일”이라고 정의했다. 좋은 상품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선수도 이에 속한다. 심 대표는 “과거 프로야구 넥센이 현대를 인수해 좋은 선수를 이적시켜 수익을 냈다. 이에 비난 여론이 거셌다. 하지만 이후 박병호, 강정호 등의 스타 선수를 다시 키워냈다. 그리고 이들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며 다시 수익을 냈다”며 “이러한 과정이 바로 프로스포츠의 전문성 있는 비지니스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한국 프로스포츠는 앞서 언급했듯이 모기업의 홍보 수단으로 정의하고 있다. 때문에 구단 운용이 스타 육성보다는 성적 중심이다. 스타를 키워내 마케팅으로 활용하고, 또한 수익 시스템에 적용하는 움직임이 미비하다. 특히 농구나 배구에서는 아직 프로 구단의 유소년 육성 시스템조차 도입되지 않고 있다. 스타가 없는 이유이다.

머천다이징 제품 개발도 마찬가지다. 미국 텍사스 댈러스의 스포츠 용품샵에는 글로벌 완구 전문 업체인 ‘레고’의 블럭 제품에 지역 연고 MLB 구단인 텍사스 레인저스 스페셜 버전을 판매한다.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글로벌 미디어 그룹의 ‘디즈니’ 용품숍에는 뉴욕 메츠 유니폼에 디즈니 대표 캐릭터 미키마우스를 새겨 판매한다. 어린이 팬을 야구장으로 끌어들인다. 반면 한국 프로스포츠에는 상설 용품숍 조차 찾아보기 힘들다. 

심 대표는 “아이디어가 부족한 것이 아니다. 아직 구매층이 얇기 때문이다. 소량 생산해 소량 판매하면 그만큼 단가가 올라간다. 고객의 지갑을 열지 못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조합의 개념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연맹이나, 외주 업체를 축으로 5개 구단이 각자 팀 로고가 새겨진 용품 20개씩을 총 100개 단위로 주문할 수 있다. 그만큼 단가가 내려가고, 이를 통해 수익을 나눠가지면 된다. 문제는 이러한 움직임조차 없다는 것. 머천다이징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을 더 연구해야 발전할 수 있다”고 전했다. 

산업을 주도하지 못하면 결국 도태될 수 밖에 없다. 프로스포츠에 프로 세일러, 즉 전문 장사꾼이 필요한 이유이다. 

young0708@sportsworldi.com

사진1. 한국프로야구 첫 돔구장인 고척스카이돔 구장 전경. 넥센 히어로즈는 고척돔구장을 홈 경기장으로 사용하면서 홈경기 46경기 기준 2015시즌과 비교해 55%의 관중이 증가했다. 사진=OSEN

사진2. 미국 프로야구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의 코리안리거 강정호. 그는 2015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면서 전 소속팀인 KBO리그 넥센 히어로즈에 이적료 500만 달러(약 59억원)을 안겼다. 사진=OSEN

사진3. 미국 메이저리그 MLB의 뉴욕 양키스와 뉴욕 메츠가 글로벌 미디어 그룹 ‘디즈니’ 사와 협업해 만들어낸 야구 용품. 미국 전역에 위치한 디즈니 용품숍에는 해당 연고지 MLB 구단 제품에 디즈니사의 대표 캐릭터 미키마우스를 새긴 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사진=미국 소매유통업체 월마트 홈페이지



기사제공 스포츠월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