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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현대 국제마라톤

youngsports 2016. 9. 19. 11:37

현대차가 올라탄 중국 마라톤 경제..."2020년 17조원 시장 창출"

  •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 베이징현대 국제마라톤, 기타치며 달리는 참가자...국수까지 건네는 시민들 축제로 진화 
    중국 마라톤 대회 여가소비 확대와 결합 급증...지역경제 부양 수단 올상반기 210건 돌파 

    17일 베이징에서 열린 베이징현대 국제마라톤은 ‘축제’였다. 호랑이 가죽 모양의 옷을 걸친 참가자에서부터 하얀 천사 날개를 단 다양한 복장 때문만은 아니다. 작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며 달리는 참가자 뒤로 행렬을 이뤄 달리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중국에서 마라톤이 단순한 스포츠를 넘어 엔터테인먼트 소비와 연계해 급팽창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중국의 소득수준 향상에 따른 건강중시와 놀이 문화에 대한 수요 급증이 마라톤 경제의 고성장을 이끌고 있는 것이다. 지역 경제 부양을 위한 축제로서 마라톤 대회를 개최하는 지방이 크게 늘어나는 배경이다. 

    17일 열린 베이징 마라톤 초기 구간에서 셀카 찍기에 여념없는 참가자들/베이징=오광진 특파원
     17일 열린 베이징 마라톤 초기 구간에서 셀카 찍기에 여념없는 참가자들/베이징=오광진 특파원
    지난해 중국에서는 79개 도시에서 134회 마라톤대회가 열렸다. 마라톤 대회 개최 횟수가 전년보다 163% 늘어난 수준으로 2010년(13회)의 10배를 웃돈다. 참가자수도 지난해 150만명에 달했다. 2014년(90만명)보다 60만명이 더 늘어났다. 

    현대차가 올라탄 중국 마라톤 경제..."2020년 17조원 시장 창출"
    최근 중국 관영 CCTV는 중국의 신소비 프로그램을 통해 올 상반기 중국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가 210건을 넘었다며 2020년에는 800건이 넘는 마라톤 대회가 열리고, 참가자수도 1000만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에서 마라톤 용품을 포함 연계 관광 등 관련 산업 규모도 2015년 300억위안(약 5조1000억원)에서 2020년 1000억위안(약 17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열린 베이징현대 베이징마라톤 대회 참가자 3만여명이 힘찬 출발을 하고 있다./현대차
     17일 열린 베이징현대 베이징마라톤 대회 참가자 3만여명이 힘찬 출발을 하고 있다./현대차
    ◆건강+엔터테인먼트=마라톤
    이날 베이징현대 마라톤 초기 구간에서는 달리기보다 셀카를 찍고 단체 사진을 담아내느라 여념없는 참가자들이 적지 않았다. 구간 곳곳에서는 물과 음료는 물론 바나나 수박에서부터 심지어 국수까지 참가자들에게 제공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협찬사나 회사 홍보를 위해 갖가지 먹거리를 마련해 참가자들에게 건네는 경우도 많았지만 베이징 시민들도 집에서 가져온 초콜릿과 빵을 건네며 ‘자요우(加油,파이팅)’을 외쳤다. 달리는 마라톤 참가들을 배경으로 아이들 사진을 찍어주는 모습도 자주 눈에 띄었다. 

    산림 마라톤, 산악 마라톤, 사막 마라톤,갯벌 마라톤,향촌 마라톤 등 다양화되는 마라톤 대회는 중국에서 부상하는 여가 소비의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 빅데이터사이트인 199IT 조사에 따르면 ‘파오부주( 跑步族,런닝족)’는 건강유지(86%)와 다이어트(39%)를 위해 달리기를 즐기기도 하지만 업무 스트레스 해소(52%)를 위해서도 달린다. 

    ◆지역경제 축제가 된 마라톤
    올 4월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漢)은 첫 국제마라톤 대회를 열었다. 중국내 마라톤 대회 개최 지역은 지난해에만 34개 도시가 추가돼 79곳으로 늘었다. 마라톤 대회 개최 지역이 급증하는 것은 지역 관광활성화와 연계할 수 있는 경기부양 수단이 되고 있어서다. 

    베이징 마라톤대회가 열린 17일 푸젠성(福建省) 룽지(龍溪)현에서는 산악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 이날 룽지현 식당의 요리사들과 주민들은 300여명의 국내외 참가자들을 위해 토산 음식으로 이뤄진 연회를 베풀었다. 룽지현 관광 홍보를 위한 마케팅인 셈이다.

    2003년부터 국제마라톤대회를 개최해온 샤먼(廈門)은 마라톤이 지역 기업에 추가 창출한 매출이 2003~2014년 총 15억6000만위안(약 2650억원)에 달했다고 중국언론들은 전했다.

    간쑤성(甘肃省) 린저(臨澤)현은 ‘아름다운 생태 마라톤’을 통해 관광 수입 증대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을 듣는다. 린저현의 핑쥔(馮軍)현장은 “린저현에 있는 국가지질공원을 찾은 관광객이 2015년에만 30만명 늘어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며 “생태 마라톤이 린저현의 지명도를 높이는 명함이 됐다”고 자평했다. 

    허베이성 헝수이후(衡水湖)시는 호수를 끼고 달리는 국제마라톤를 2012년 시작한 덕에 관광객이 연평균 15% 늘고 있다고 중국언론들이 전했다. 지난해 헝수이후시를 찾은 관광객은 1038만명으로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했다. 관광 수입도 66억6200만위안(약 1조1320억원)으로 전년 보다 25.4% 증가했다. 헝수이후가 마라톤 대회 개최 이후 하루 2만명의 관광객을 실어나를 수 있는 유람선 부두를 완공하는 등 관광 인프라 확대에 나선 덕도 있다. 

    일부 도시들은 중국 관광 성수기인 중추절 기간에 마라톤 대회를 열기도 한다. 16일에만 산시성(山西省) 타이위안(太原)시와 구이저우성(贵州省) 총장(從江)현에서 마라톤 대회가 열렸다.관광,스포츠,민속 3가지 주제로 열린 총장현 마라톤대회 참가자들은 농민들의 벼 수확 풍경을 감상하면서 달렸다. 

    ◆마라톤 소비 군단 부상
    베이징 마라톤 참가자들은 형형색색의 운동화와 양말은 물론 스마트폰을 담는 밴드와 허리에 차는 웨이스트백은 물론 작은 물통 등 다양한 용품을 착용하고 달렸다. 마라톤 경제는 이같은 용품 뿐아니라 관련 스포츠음료와 보험까지 포괄한다. 마라톤 대회가 늘면서 다치는 참가자들도 늘고 있어서다. 

    AC닐슨이 작년말 내놓은 ‘2015년 중국체육인집단조사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달리기를 즐기는 파오부주의 운동장비 관련 연평균 소비가 2524위안(약 42만9000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과거 3년간 풀코스나 그 이상의 마라톤을 완주한 적이 있는 핵심마라토너의 36%는 고급관리직에 종사하고 있고, 54%는 자가용을 보유하고 있고, 42%는 은행 VIP고객인 것으로 파악됐다. 마라톤 참가자들의 강한 구매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베이징은행이 양저우(揚州) 국제하프마라톤대회, 쑤저우은행이 쑤저우(蘇州) 국제하프마라톤대회를 협찬하는 등 금융회사들도 마라톤 대회 협찬에 나서는 이유다. 앱을 통해 마라톤 참가자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마라톤 훈련 가이드를 받을 수 있는 위엔파오취앤(悅跑圈)은 2014년 서비스 개시 이래 6월말까지 가입자수가 2000만명을 넘어섰다.

    남방일보는 중국의 마라톤 경제규모를 2015년 300억위안에 달한 것으로 추정했다. 2014년 100억위안의 3배 수준이다. CCTV는 이 규모가 2020년 1000억위안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참가자수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50만명에 달한 중국의 마라톤대회 참가자수는 2020년 1000만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 마라톤 열풍에 올라탄 현대차

    17일 개최된 베이징현대 베이징마라톤 대회 시상대 옆에 전시된 신형 베르나.10월 출시 예정이다./현대차
     17일 개최된 베이징현대 베이징마라톤 대회 시상대 옆에 전시된 신형 베르나.10월 출시 예정이다./현대차
    시나닷컴 등 중국언론들은 한 국가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5000달러가 넘으면 많은 도시들이 마라톤 대회를 열면서 런닝 체육 소비의 황금주기에 진입한다고 전한다. 중국의 1인당 GDP는 2011년 5540달러를 기록해 처음으로 5000달러를 돌파했다. 현대차 중국합작법인인 베이징현대가 베이징 국제 마라톤 타이틀 후원을 시작한 해이다. 베이징 마라톤은 1981년 시작한 중국 최고 마라톤 대회중 하나다.

    올해로 6년째 베이징마라톤을 후원한 베이징현대는 이번 대회 공식 차량으로 지정된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포함 총 28대의 차량을 대회 공식 지원 차량으로 운영하고, 10월 글로벌 첫 출시를 앞둔 신형 베르나 (중국명 위에나)를 시상대 옆에 전시했다.

    종점 구간에 ‘베이징현대 브랜드 부스’를 설치해 족욕 및 마사지,사진 현장 인화, 핸드폰 충전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했다. 앞서 이번 마라톤 참가자 및 베이징현대 고객 300 여명을 추첨하여 10Km를 뛰며 코치로부터 마라톤 요령을 배우고 직접 체험이 가능한“베이징현대 마라톤 훈련 캠프”를 개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스포츠 마케팅과 디지털 마케팅의 확대 전개를 통한 고객 체험형 마케팅 활동 강화를 통해 중국 고객으로부터 진정으로 사랑 받는 브랜드가 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모레퍼시픽은 4월 상하이에서 제1회 여성 건강 마라톤 대회를 개최했다. 참가자들로부터 모금한 800만위안을 중국 여성들의 유방암과 궁경부암 예방에 쓰이도록 하는 등 중국에서 사회공헌 이미지를 강화하는데 마라톤 대회를 활용했다. 

    코트라는 “중국의 도시들이 마라톤 대회 개최를 통해 해당 도시의 스포츠산업 라인 구축과 음식, 여행, 쇼핑 등 다양한 분야의 연계 사업을 전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한국 기업들도 중국의 각종 마라톤 대회에 자사의 상품을 협찬 제공해, 소비자들에게 사전에 브랜드에 대한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마케팅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 당국의 스포츠 산업 육성 정책도 마라톤 경제의 성장을 뒷받침할 전망이다. 중국 정부는 2015년 10월 발표한 ‘스포츠산업 발전 추진 가속화 및 스포츠 소비 추진에 관한 지도의견’에서 1조3600억위안 규모(2014년 기준)인 스포츠산업을 2020년까지 5조위안(약 850조원) 규모로 키우고, 스포츠산업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0.64%에서 1%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또 중국 파오부주의 해외 마라톤 대회 참가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만큼 마라톤 대회를 여는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들도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4월 열린 경주 벚꽃 마라톤에는 중화권 참가자가 520명에 달했다.

    올해 선전(深圳)에서 창업한 스타트업 뤼파오(旅跑)는 중국에서 마라톤 매니아가 늘어나는 추세에 착안, 해외 마라톤 대회를 관광상품으로 만들어 앱을 통해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