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곽현 기자] 프로농구 혼혈선수들을 비롯해 외국선수들이 한국에 와서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가 있다. 한국은 훈련양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프로팀의 훈련 일과는 어떻게 될까? 대부분의 남녀 프로팀들이 오전, 오후 훈련을 기본으로 한다. 농구인들은 하루 두탕(두 번) 훈련을 한다고들 한다. 여기에 대부분의 팀들이 야간 훈련까지 의무적으로 하는 편이다. 그렇게 되면 하루 3차례 훈련을 하는 것이다.
문태종, 문태영, 전태풍, 이승준, 이동준 등 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혼혈선수들은 한국의 훈련 문화를 잘 이해하지 못 한다. 처음 한국의 훈련량을 따라가지 못 해 고생한 얘기를 털어놓는다. 이동준은 “훈련양은 한국이 세계에서 최고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태풍은 “한국은 체력훈련이 너무 많다. 그에 반해 기술훈련은 너무 적게 한다”고 꼬집었다.
외국선수들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하루 한 차례 팀 훈련이 있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하루에 2차례라며 힘들다고 고개를 젓는다. 어쩔 수 없이 오전, 오후로 이뤄지는 훈련에 참여는 하지만 야간 훈련은 빠진다. 그들에게 야간훈련까지 강요한다면 당장 짐을 싸고 간다고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국내선수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여자농구 외국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에 의하면 WNBA는 하루 한 차례 팀 훈련을 한다고 한다. 그 외 훈련 시간은 선수 개개인이 자율적으로 한다. 자신들이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훈련을 한다. 한국에서 하루 2~3차례 진행되는 훈련에 혀를 내두른다. 자신들은 훈련을 빼달라며 감독과 ‘밀당’을 하기 일쑤다.
농구 최강인 미국에서 농구를 한 선수들과 비교해볼 때도 한국의 훈련양은 많은 편이란 걸 알 수 있다.
근데 왜 우리는 그들보다 더 열심히 연습을 하는데도 그들을 이길 수 없는 것일까? 늘 얘기하듯 신체적인 조건, 운동능력의 차이가 전부인걸까? 과연 그럴까?
그렇다면 한 가지 궁금증이 생긴다. 신체적인 조건과 힘, 스피드, 운동능력 등 타고난 부분은 그렇다고 치자. 하지만 체력적인 부분은 어떻게 설명이 가능할까? 모두가 힘들어하는 체력훈련을 한국 선수들은 지겹도록 받는다. 트랙을 달리고 오르막길 차도를 쉴 새 없이 달린다. 흔히들 산을 뛴다고 한다.
그렇다고 한국선수들이 그들보다 체력이 뛰어난가? 결국 4쿼터 막판 체력싸움에서 밀리는 건 우리 쪽이다. 기술은 어떨까? 그들보다 낫지는 못 하더라도 훨씬 많은 시간을 들임에도 그들과 비슷한 수준조차 가지 못 하는 건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4일 KCC 2016 아시아-퍼시픽 대학농구 챌린지가 막을 내렸다. 마지막 결승전에 수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대학선수들이 정예가 된 한국A팀은 미국 하와이-퍼시픽 대학에 84-91로 패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경기 후 기사에는 네티즌들의 혹평이 쏟아졌다. 미국 동아리 수준의 팀에게 졌다며 선수들을 비판했다.
사실 퍼시픽 대학을 동아리 수준이라고 평하는 건 미국대학농구 수준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퍼시픽대학은 미국대학농구(NCAA) 디비전Ⅱ에 속해 있는 팀이다. 디비전Ⅰ과 비교하면 수준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도 체계적인 훈련을 받는 선수들이다. 퍼시픽 대학 대런 보더브루지 감독에 의하면 퍼시픽 대학 졸업생들 중에 영국, 유럽, 일본 등의 프로 리그에서 뛰는 선수들도 있다고 한다. 지금 선수들 중에서도 프로를 목표로 하는 선수들이 있다.
이날 양 팀의 차이는 경기 전 웜업에서부터 나타났다. 퍼시픽대학의 가드 아미리 척와메카는 경기 전 다양한 드리블 훈련을 통해 몸을 풀었다. 양손으로 드리블을 하며 리듬을 바꾸기도 하고 방향을 바꾸고 번갈아가며 하는 등 공에 감각을 익히는 모습이었다. NBA슈퍼스타 스테판 커리도 경기 전 드리블 웜업으로 손의 감각을 살리곤 한다. 가드라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훈련이다.
하지만 한국 선수들은 가드부터 센터까지 모두 똑같은 방식으로 몸을 풀었다. 처음엔 슛을 던지다 한 명씩 레이업을 하는 식으로 몸을 풀었다. 웜업에서부터 창의력의 차이가 보였다.
차이는 경기력에서 더욱 심화됐다. 퍼시픽대학의 가드들은 현란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한국의 수비를 무력화시켰다. 현란하지만 거추장스럽지 않았다. 가장 효율적으로 상대를 제치는데 초점이 맞춰진 플레이였다. 장신 선수들을 상대로도 주저하지 않고 뛰어올랐다. 반면 한국 가드들은 개인기로 상대를 제칠 수 있는 선수가 없었다. 패스와 스크린플레이로만 단순하게 공격이 펼쳐졌다.
이날 경기를 지켜본 한 스킬트레이너는 “한국 선수들 중에 1:1로 제칠 수 있는 선수가 없다. 지금 중고등학교 선수들도 하는 드리블을 못 한다”고 말했다.
퍼시픽대학 센터들의 외곽슛도 돋보였다. 이날 206cm의 조나단 잔센은 무려 5개의 3점슛을 성공시켰다. 한국의 수비진은 센터인 잔센의 3점슛에 전혀 대비하지 못 했다. 상식을 파괴하는 플레이를 펼친 것이다.
사실 센터가 3점슛을 던지는 것은 더 이상 새로운 플레이가 아니다. 세계적으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포지션 파괴다. 하지만 한국에선 여전히 전통적인 플레이를 고집한다. 센터가 골밑을 비우고 3점슛을 던지는 걸 이해하지 못 한다. 때문에 상대 변칙 공격에 대응하지 못 한 것이다.
보더브루지 감독은 훈련방식에 있어서도 의미 있는 말을 전했다. “우리는 여름 동안 긴 시간을 훈련한다. 10~12월에는 강하게 훈련하고, 1~2월은 가볍게 한다. 선수들에게 계속해서 훈련만 하라고 하는 건 실수라고 생각한다. 몸과 마음에 휴식을 취하면서 관리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에선 적용되지 않는 말이다. 신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훈련이 있어야만 발전이 있다고 믿는다. 비상식적인 훈련이 이뤄지기도 한다. 어느 정도의 부상 정도는 참고 뛰어야만 진짜 선수라고 한다. 흔히 얘기하는 ‘헝그리 정신’을 강조하는 것이다.
프로 선수 중 부상 없이 뛰는 선수는 없다고 한다. 현역 프로선수가 신체검사에서 현역 부적합 판정을 받고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하는 기이한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충분한 재활훈련을 받지 못 하고 일찍 복귀했다 결국 은퇴의 길을 걷는 선수도 상당수다. 외국의 트레이너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한다.
훈련방식에 대한 부분을 단적으로 표현한 선수의 얘기도 더해볼까 한다. 미국농구를 경험한 한 프로선수는 “미국에서 훈련을 할 때면 설레는 마음이 생긴다. 오늘은 뭘 배울까 하고 말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훈련을 하려고 신발끈을 멜 때 정말 하기가 싫어진다. 이걸 또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NBA 샬럿 호넷츠의 주전가드 제레미 린은 동양인으로서 성공신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인물이다. 그는 동양인이지만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자연스레 미국농구를 접하며 그들과 경쟁했고, NBA까지 진출해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의 사례를 보면 동양인의 한계를 타고난 신체조건 만의 문제로 결부시킬 수는 없을 것 같다.
농구를 배우고 가르치는 환경이 바뀐다면 변화가 일지 않을까? 이번 대회는 한국농구 시스템에 대한 재검토를 생각해보게 했다.
#사진 - 유용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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