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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 YG엔터테인먼트

youngsports 2016. 6. 3. 09:42


라이브러리·2016.06.03 작성

YG다움’은 뭘까, 고민을 디자인하다

DBR Case Study : YG엔터테인먼트

1990년대 초반 인기 댄스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로 이름을 날렸던 양현석은 1996년 본인의 별명을 딴 양군기획이라는 연예기획사를 설립했다.


2001년에 YG엔터테인먼트로 이름을 바꾼 이 회사는 지누션, 원타임, 휘성, 거미, 세븐 등의 인기가수를 꾸준히 키워왔다. 대형 한류 기획사로 성장하게 된 것은 빅뱅과 2NE1가 데뷔한 2000년대 중반 이후다.

이수만의 SM엔터테인먼트, 박진영의 JYP엔터테인먼트와 더불어 3대 한류 연예기획사로 꼽힌 것도 이때부터다.

 매출과 이익구조가 안정되면서 2011년에는 코스닥시장에 상장돼 주식이 공개 거래되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소속 가수인 싸이가 ‘강남스타일’과 함께 글로벌 스타가 되면서 YG의 명성이 더욱 높아졌다. 재무적 성과도 좋아졌다.


2010년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448억 원, 103억 원이었는데 2012년에는 각각 두 배 정도 오른 1066억 원과 215억 원이었다. 2013년에는 싸이의 활약에 힘입어 50% 정도 더 성장할 것으로 증권가는 예상하고 있다. 

회사가 급격히 성장하는 동안 YG의 양 대표 프로듀서는 회사 브랜드 전략을 재정비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YG에도 물론 마케팅팀이 있고 앨범 재킷 등을 디자인하는 디자인팀이 있다. 하지만 싸이, 빅뱅, 2NE1, 이하이 같은 대형 스타들의 수가 늘어나고 사업 영역이 확장되면서 일관성 있는 브랜드 관리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무엇보다 아티스트의 브랜드와 회사 브랜드와의 관계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도 애매했다.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의 대외적인 얼굴은 아티스트다. 기획사의 브랜드를 너무 강하게 드러내면 개별 아티스트의 팬들에게는 혼란스러울 수 있다.


싸이의 팬이 싸이의 소속사까지 알아야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비즈니스에 있어서는, 또 내부 조직 운영을 위해서는 회사 브랜드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도 필요했다.


2012년 말 기준 직원 수는 138명까지 불어났다. 직원들에게 ‘YG는 이런 회사다’라는 철학을 확립해줘야 했다. 또 YG는 지금껏 음악 콘텐츠들에 주력해왔지만 앞으로는 문화나 라이프스타일 쪽으로의 다각화를 고려하고 있었다. 브랜드 전략에 정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고민이 깊어지던 2012년 여름, YG는 브랜드 경험 컨설팅사인 플러스엑스(PlusX)에 브랜드 리뉴얼을 맡겼다.

YG 미래전략실 이윤호 팀장은 “이번 프로젝트의 최초 목표는 가이드라인에 대한 정리였습니다. 아티스트와 콘텐츠에 대한 브랜딩이 워낙 강하다 보니 회사 차원에서의 브랜딩이 약해 보이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아티스트나 콘텐츠의 브랜드와의 유동성을 가지면서도 견고한 YG의 가이드라인을 갖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한다.

이 프로젝트에는 YG의 미래전략실 직원 3명, 플러스엑스의 인력 15명이 투입됐다. 플러스엑스는 이러한 작업을 ‘브랜드 경험(BX·Brand Experience) 디자인’이라고 부른다.


BX 디자인은 BI(brand identity), CI(corporate identity), UI(user interface), UX(user experience) 디자인을 아우른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 등 몇몇 기업에서 BX라는 개념을 도입한 적은 있으나 아직 보편화된 방법론은 아니다. 


브랜드 전략 재검토를 위한 3단계 프로세스

브랜드 경험 전략은 브랜드가 고객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주어야 하는지, 어떤 가치를 전달해야 하는지, 브랜드가 어떤 모습과 목소리를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과정이다. 그리고 그러한 가치를 담아낼 수 있는 ‘디자인 에센스(로고, 컬러, 서체, 그래픽모티브, 소재 등)’와 브랜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낸다.


좋은 브랜드 디자인은 기업의 가치관을 담는다. 멋지고 예쁘고 세련된 로고를 만든다고 그게 사업의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성공적인 리브랜딩은 단지 이름이나 로고를 멋지게 바꾸는 것이 아니다. 현재의 브랜드가 그 회사의 비전, 메시지, 문화와 어울리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우선이다.


회사가 추구하는 바와 브랜드가 어울리지 않을 경우, 혹은 고객들이 느끼는 회사의 이미지와 브랜드가 어울리지 않을 경우 좀 더 자연스럽게 매칭될 수 있도록 조심스럽게 재조정해야 한다.

미국의 경영전문 웹사이트인 비즈니스인사이더(Business Insider)는 2010년 ‘리브랜딩 10대 실패사례’중 하나로 오렌지주스 브랜드인 ‘트로피카나(Tropicana)’를 꼽았다. 이 주스는 원래 동그란 오렌지에 빨대가 꽂혀 있는 그림이 그려진 패키지를 사용했다. 

이것을 2009년에 리브랜딩하면서 커다란 잔에 오렌지주스가 담겨 있는 그림으로 바꾸었다. 그림 자체는 이전 것보다 세련돼 보였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SNS상에서 혹평을 쏟아냈다. <뉴욕타임스> 등 언론 매체도 ‘멍청하다’ ‘저가 마트 브랜드 같다’고 비아냥댔다.


기존 로고가 보여주는 ‘오렌지에서 직접 뽑아먹는 것처럼 신선한 주스’라는 상징성, 그리고 로고에 대한 소비자들의 충성심을 이해하지 못하고 예쁘게 만드는 데만 신경 쓴 것이다. 결국 두 달 만에 트로피카나는 돈만 날리고 원래의 오렌지에 꽂힌 빨대 로고로 복귀했다. 그나마 브랜드에 대한 고객들의 충성심을 확인한 것이 성과라면 성과였다.

YG 프로젝트팀은 이러한 실패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내부 직원들이 원하는 바부터 파악했다.

YG가 오랜 기간 사용해오던 로고에 대해 내부 담당자와 직원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었습니다. 이분들의 고민은 로고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아이덴티티 요소들을 정의하고 이를 일관되게 사용하기 위한 구체적인 기준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BX 기획을 맡은 플러스엑스의 정의선 마케터의 말이다.

브랜드 핵심가치란 사람들이 ‘이 스마트폰은 삼성답다’ ‘BMW 스타일이 잘 살아 있는 모델이다’ ‘이 웹사이트는 네이버스럽다’는 식으로 말하는 것과 같이 그 브랜드에 대해 느끼는 종합적인 이미지를 의미한다. 

이런 이미지를 정확한 언어로 규칙으로 설명해놓아야 나중에 나올 제품과 디자인도 일관성 있게 만들기 쉬워진다.

(Step 1) 그렇게 핵심가치를 먼저 수립하고 나서

(Step 2) 그에 어울리는 디자인 원칙과 디자인 에센스들을 도출했으며

(Step 3) 마지막으로 그것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과 애플리케이션(실제 활용사례)을 통한 방법론을 제안했다

Step 1: 회사를 이해하기

브랜드 리뉴얼의 첫 작업은 클라이언트의 핵심 가치를 파악하는 것, 즉 이 조직이 어떤 철학과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를 알아내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플러스엑스의 신명섭 이사, 정의선 마케터, 윤지영 선임 디자이너는 8월 말부터 10월까지 약 2개월간 YG의 여러 임직원들을 인터뷰했다.


주로 앞으로의 비전과 방향성, 리뉴얼의 수위 및 실무진의 요구 사항 등을 구체적으로 물었다. 프로젝트가 추구해야 하는 방향성과 목표를 명확하게 설정하기 위해서였다.

내부 직원의 의견뿐 아니라 대중문화의 소비자들이 YG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도 알아야 했다. 이를 위해 2006년부터 2012년 9월까지 6년간 나온 YG 관련 언론 기사와 TV 출연을 분석했다.


데이터를 아티스트별, 연도별, 주제별로 분류한 후 아티스트들이 말한 내용, 혹은 언론기사가 이들을 묘사한 표현 중에서 공통적인 주요 키워드를 추출했다.


(그림1) 우선 인터뷰와 언론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을 문장으로 나열하고(a) 이 중에서 반복적으로 사용되고 핵심이 되는 문구를 하이라이트해 표시한다(b). 그리고 이러한 핵심 문구에서 간결한 키워드들을 도출해낸다(c). 

인터뷰와 리서치를 통해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인 후 프로젝트 참가자가 모두 모여 포스트잇을 활용한 키워드 브레인스토밍 작업을 진행했다. 브랜드 키워드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브랜드 디자인 키워드도 추출해냈다. (그림4) 

브랜드 디자인 키워드를 뽑아내니 다른 기획사들과 차별되는 점을 분명히 발견할 수 있었다. 다른 대형 연예기획사들은 공장에서 찍어낸 듯 예쁘장하게 생긴 걸그룹, 보이그룹을 키우는 경향이 있다.


그에 비해 YG의 간판인 빅뱅, 싸이, 2NE1, 이하이 등은 ‘강남스타일’의 가사처럼 울퉁불퉁한 개성을 강조한다. 외모도 노래도 제각각 튀는 스타일이다.


일관된 ‘YG스타일’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각각의 아티스트가 갖고 있는 색깔을 최대한 살려주고 극대화시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었다. 심지어 아티스트가 개인 변호사를 두고 회사로부터 스스로의 이익을 보호하도록 해주고 있었다.


회사 정책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의 개성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YG스타일’이라는 점을 프로젝트팀은 발견했다.

Step 2: BI 디자인

이제 앞 단계에서 추출된 4개의 브랜드 디자인 키워드를 가지고 본격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BI) 디자인작업에 들어갔다. (그림3) 그리고 YG라는 회사의 다섯 가지 정체성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은 BI 디자인 원칙을 만들었다.

1)Neutral: 다양한 개성을 가진 아티스트들을 살려주기 위해 YG 자체의 브랜드는 중립적이고 절제되고 중성적인 디자인을 취한다

2)Charismatic: 대중을 따르게 하기 위해 절제된 표현속에서도 강렬하고 압도적인 느낌을 줘야 한다

3)Minimal: 컬러, 그래픽 모티브, 정보 배열, 촉감과 재질 등 모든 시각 요소들에 있어서 불필요한 것을 걷어내어 전달하고자 하는 바만 임팩트 있게 표현한다

4)Creative: 독창성은 YG의 브랜드 핵심가치다. 독창적이고 참신함으로 기대감을 준다. 아티스트와 매체의 특성에 맞는 새로운 디자인 시도와 응용이 가능해야 한다

5)Premium: 사치스럽거나 과시적인 것이 아닌 차별화된 퀄리티로 높은 만족감을 제공해야 한다

다소 추상적인 문구도 있지만 핵심은 간단했다. ‘Neutral(중립적)’ ‘Charismatic(압도적)’ ‘Creative(응용가능한)’다. 이 원칙들을 이용해 로고, 컬러, 소재와 같은 BI의 핵심 요소들을 정의했다.

- 로고

기존의 YG 로고를 이용해서 A부터 Z, 1부터 9까지 완성된 폰트의 세트를 만들었다. <그림4>에서 보듯이 예전에는 YG 두 글자만 이런 폰트를 썼고 다른 글자는 폰트가 각각 제각각이었다. 이제 사업을 확장할 때도 같은 폰트로 통일성 있는 로고를 쓸 수 있게 됐다. 

특히 이 로고 폰트 세트를 제작할 때에는 ‘YG다움’에 대해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는 창업자 양현석 대표도 적극 참여했다.
- 컬러
‘중립적’이라는 원칙에 의해 어두운 무채색(회색, 검정색 등)을 주로 쓰지만 ‘카리스마적’이라는 원칙에 따라 금색과 은색을 서브 컬러로 사용한다.
- 소재
역시 중립적이라는 원칙에 따라 검정색과 무채색의 소재를 선택하고 프리미엄 효과를 줄 때는 색채가 아닌 은박, 먹박, 금박의 가공효과를 준다.

Step 3: 애플리케이션

로고와 폰트, 소재 등의 브랜드 아이덴티티(BI)의 핵심 요소들을 정의한 후 이에 따라 실제 제품, 웹사이트 등의 디자인 작업에 들어갔다.


사원증, 명함과 명함집, 수첩, 볼펜 등 여러 아이템도 제작해 ‘브랜드 키트(brand kit)’로 만들었다. (그림6) YG의 공식 팬 블로그 ‘YG Life’ 역시 새롭게 정비된 BI에 맞추어 리뉴얼했다. (그림7)

YG가 제조회사가 아닌 만큼 당장 디자인을 바꿔야 할 제품이 많지는 않았다. 다만 앞으로 사업이 다각화되고 조직규모가 커질 때도 이번 작업의 결과가 계속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다.


프로젝트팀은 이를 문서나 웹사이트 형태로 남기기보다는 소책자로 만들어 브랜드 키트에 포함시켜 새로 입사하는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택했다.

36페이지짜리 가이드북에는 지금까지 브랜드 리뉴얼 프로젝트 동안 정리된 브랜드의 핵심 가치, 브랜드 이미지, BI 원칙 등을 소개하고 앞으로 이런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고 세세하게 설명해준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디자인 원칙뿐 아니라 YG의 문화와 창업자의 철학까지도 전해진다.

(그림8) 기존의 임직원들도 분위기로 알고는 있었지만 문서로 정리해본 적은 없었던 사항이다. 

이러한 브랜드 경험 리뉴얼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를 단기간에 수치로 측정하기는 어렵다. 특히 YG처럼 개별 아티스트들로부터 매출이 나오는 구조에서는 회사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선호도를 파악하기는 힘들다.


회사가 싫어도 아티스트가 좋을 수도 있고 아티스트가 싫으면 회사의 이미지도 덩달아 나빠지는 일이 다반사다. 그러나 우선 YG 내부적으로 프로젝트 결과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전문가들의 평가도 호의적이다. 2013년 4월, YG의 브랜드 가이드북은 유명 국제 브랜드 상인 ‘2012 Brand New Award’의 ‘Guideline Documents’ 부문을 수상하며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이 어워드에는 총 714개 작품이 출품됐는데 한국 브랜드 중에는 YG와 더불어 신세계의 프리미엄 식품관인 ‘SSG Food Market’만이 수상에 성공했다.

상을 탄 것도 기분이 좋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도 얻었다. ‘YG다움이 무엇인가’ ‘YG의 철학은 무엇인가’ ‘우리 YG에게 맞는 브랜드 전략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임직원들 스스로 고민해보고 정의 내릴 수 있게 된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라고 플러스엑스의 신명섭 이사는 설명한다.


‘잘 디자인하는 것’보다는 ‘왜 그렇게 디자인해야 하는지부터 아는 것’이 기업의 브랜드 전략에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성공요인 분석

메시지를 강요하지 않는 브랜드 전략이 중요하다

YG와 플러스엑스는 이 브랜드 리뉴얼 프로젝트를 브랜드 경험 디자인(brand experience Design·BX design)이라고도 정의했다. 그런데 마케터들은 이를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IMC·integrated marketing communication)라고 부른다.

IMC는 하나의 브랜드(또는 기업)에 관한 (1)핵심 메시지를 발견하고 (2)이를 일관되게 의사소통하는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실천하는 활동이다. IMC가 오랜 기간 동안 성공적으로 수행되면 그 브랜드나 기업에 관한 핵심 메시지가 소비자에게 강력하게 들러붙는다.


이에 따라 고객의 충성도가 높아진다. 여러 제품 중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고 구매한 후에도 불만이 적다. 타사의 신제품 출시나 판매촉진 행사 등에도 영향을 덜 받는다. 회사는 이러한 충성도를 바탕으로 브랜드를 확장할 수도 있다.

메시지 전달에 성공하는 브랜드는 심지어 의인화돼서 소비자들이 그 브랜드를 사람처럼 느끼기도 한다. 마케팅 실무자들은 브랜드 의인화의 효과를 종종 경험한다. 예를 들어 2006년부터 4년 이상 시행된 애플의 ‘Get a Mac’ 광고 캠페인에서는 Mac을 대변하는 청바지를 입은 청년과 PC를 대변하는 정장을 입은 중년 남성이 나온다.


이들은 컴퓨터 관련 이슈에 관해 대비되는 메시지를 주면서 결과적으로 Mac은 힙(hip)하고 똑똑한 젊은이며 PC는 어설프고 모자란 비즈니스맨이라는 인식을 만들어냈다. 이러한 메시지는 2000년대 중후반 애플의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그런데 많은 경우 IMC 활동은 핵심 메시지를 강제로 생성하고 이를 일괄적으로 교육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브랜드가 기존에 가지고 있는 메시지를 파악하고 그 메시지를 가지고 소비자와 의사소통하기보다는 브랜드가 가졌으면 하는 이상적인 메시지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뒤 이를 소비자에게 가르치려 한다.


물론 이상적인 메시지라도 근거가 뒷받침될 경우에는 (예: ‘월드 베스트 삼성전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단기간의 주입식 IMC도 강력한 브랜드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하지만 근거가 희박한 이상적인 메시지를 억지로 교육시키려는 경우, 소비자들은 새로운 메시지를 학습하기를 거부한다. 따라서 이상적인 브랜드 메시지를 강제 생성하고 억지로 교육하기보다는 현재의 핵심 메시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이를 일관되게 의사소통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법이다.

출처 : @MikeBirdy

예를 들어 BMW는 북미 지역에서 소형차 미니(Mini)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를 ‘작다’ ‘재미있다’ ‘독특하다’ ‘타볼 만하다’로 잡았다. 이는 억지로 만들어낸 메시지가 아니라 실제 미니의 사용자들이 미니로부터 느끼는 이미지다.

BMW는 이를 잠재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영화 ‘이탈리안 잡(Italian Job)’에 미니를 협찬해 ‘작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트럭 짐칸에 미니가 쏙 들어가는 장면, 좁은 골목길을 아슬아슬하게 질주하는 장면 등이 강조된다), 미니를 타면 세상이 고-카트(Go-kart) 놀이터처럼 느껴진다는 내용의 신문지면 광고에서는 운전이 ‘재미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실제 미니를 건물 외벽에 매달은 옥외 광고에서는 디자인이 ‘독특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시간제 렌터카인 집카(Zip Car)에 차를 제공해 ‘누구나 타볼 만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밖에도 효과적인 IMC를 이루기 위한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이번 YG 브랜드 경험 디자인에서는 흥미롭게도 디자인 영역에서 쓰는 기법들이 동원됐다.

디자인 리서치로 핵심 메시지를 발견하다

마케터들은 전략 수립은 좋아하지만 리서치는 귀찮아 하는 경향이 있다. 충분한 조사 없이 브랜드 매니저가 독자적으로 브랜드 메시지를 결정하거나 간단한 설문조사만 해서 타사 브랜드 대비 자사 브랜드가 가진 특이성을 찾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리서치를 해도 대부분 외부 고객(소비자)만을 대상으로 한다. 


YG 프로젝트에서는 방송, 온라인, 신문, 잡지 등 외부 고객과 연결되는 채널에 관한 리서치뿐 아니라 내부 고객(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깊이 있는 인터뷰가 포함됐다. 이에 따라 브랜드 매니저가 꿈꾸는 이상적인 메시지와 실제로 현재 회사가 주고 있는 메시지가 모두 고려된 새로운 핵심 메시지를 도출할 수 있었다. 이는 향후 제품을 개발하고 마케팅 활동을 하는 데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초석이 됐다.


또 통합과 자율의 적정선을 잘 찾아냈다. 즉, YG에서 생산되는 개별 제품들이 YG 브랜드의 핵심 메시지(다양성, 유동성, 미래지향, 강함)를 전달하는 동시에 상당 부분 변형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 개별 가수들이 스스로의 독립성과 개성을 발현할 수 있도록 회사는 도움을 주는 입장이라는 점을 이해했다.

이러한 통합과 자율의 마케팅 전략은 P&G가 대표적이다. P&G는 매출이 10억 달러가 넘는 소속 브랜드가 22개나 있다. 5억 달러에서 10억 달러 사이인 브랜드도 20개다. 크레스트, 질레트, 아이보리, 오랄비, 팬틴, SK-Ⅱ 등의 미용 관련 브랜드들과 다우니, 페브리즈, 팸퍼스, 타이드 등 생활 가정용품 브랜드들은 각각 자율적인 권한을 갖고 대부분의 마케팅 활동을 독립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코넬대의 비탈라 라오 교수와 동료들은 브랜드 전략을 세 가지로 구분하고 기업형(Corporate brand), 혼합형(Mixed brand), 집합형(House of brand) 전략이라고 이름 붙였다. 기업형은 나이키, AT&T, 델컴퓨터와 같이 기업의 이름이 제품과 서비스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게 만드는 전략이다. 즉 기업 이름이 곧 제품의 정체성이 된다.


혼합형은 기업 이름을 딴 브랜드와 함께 잘나가는 또 다른 브랜드를 공존시키는 전략이다. 펩시가 펩시 브랜드와 마운틴듀 브랜드를 함께 사용하거나 갭(Gap)이 갭과 바나나리퍼블릭, 올드네이비 브랜드를 사용하는 것, 또 3M이 3M 브랜드와 스카치(Scotch) 브랜드를 함께 사용하는 것 등이다. 마지막으로 집합형은 P&G와 유니레버(도브, 립톤 등의 브랜드가 있다)처럼 기업의 이름을 최대한 보이지 않고 브랜드로 시장에서 승부를 보는 전략이다.


라오 교수는 기업형 전략과 집합형 전략을 다음과 같이 대비시키면서 기업형 전략은 공급/마케터 측에게 장점이 많은 브랜드 전략임에 반해 집합형 전략은 수요/소비자 측에게 장점이 많은 브랜드 전략이라 말했다. (표 1) 이 셋 중 어떤 전략을 써야 할지, 또 어떻게 통합과 자율의 적정선을 찾아야 할지는 마케터들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이 세 전략에서 더 나아가 최근에는 ‘flexible branding’이라는 용어도 등장하고 있다. 브랜드가 오래되거나 소비자 관심도가 미진한 경우 브랜드에 관한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해 로고를 조금씩 지속적으로 변화시키거나(구글), 소비자들이 참여해 로고를 바꾸게 만들거나, 아예 무작위로 지정된 형태나 색깔의 브랜드를 소비자 개인별로 받는 사례들도 있다. 이렇듯 하나의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Flexible Identity, Flexible Brand’에 관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성공적인 브랜딩을 위한 협동작업

성공적인 브랜드 경험 디자인, 혹은 통합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는 기업 내 부서 간의 융화가 가능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디자이너, 마케터, 엔지니어는 서로 성향이 달라 함께 일하는 것을 즐기지 않는다.


부서 간 장벽을 극복하기 위한 학문적 연구가 오랫동안 이뤄졌으나 아직 뚜렷한 결과물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YG의 브랜드 리뉴얼 프로젝트 경우는 창업자를 중심으로 한 강력한 리더십이 있었기에 부서 간 조율이 가능했던 사례다. 프로젝트팀에 의해 제안된 핵심 메시지가 기업 내 다른 이해관계자들에 의해 수정되지 않고 그대로 전달될 수 있었다.

이런 작업을 수행할 때는 개별 부서의 장벽을 넘어서는 결과물을 찾아내고 이를 융·복합적으로 실행해야 한다. 강력한 의사결정권을 가진 CEO가 여러 조직들을 끌고 나가기도 하고8) 때로는 각 부서에서 차출된 전문 인력으로 구성된 소위 ‘타이거팀(tiger team)’이 운영돼 프로젝트를 수행하기도 한다.


브랜딩이 중요한 기업이라면 디자이너도 초기의 전략 설정 단계부터 최후의 실행 단계까지 적극적으로 개입해 업무를 일관되게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에만 등장해 예쁘게 화장하는 업무만 해서는 안 된다. 필요하다면 CDO(Chief Design Officer) 포지션을 만드는 것도 고려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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