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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똑같은 건 절대 만들지 않겠다" … 우리 부부가 성공한 이유

youngsports 2013. 10. 18. 03:37



-[중앙일보]인용

테이스팅룸 안경두·김주영 대표
안 대표가 테이스팅룸 이태원점 건물 외벽에 그린 캐릭터. 캐릭터 모델은 부부의 아들이다. 이들 부부는 테이스팅룸 새 지점을 열 때마다 그 당시 아이의 모습을 그려 넣았다.

유행에 민감한 청담동 패션 피플들이 가장 핫한 곳으로 꼽는 레스토랑 중 하나가 테이스팅룸이다. 2009년 청담점 오픈 후 서래마을점과 이태원점을 잇따라 열고 지난 5월엔 그 콧대 높다는 백화점(갤러리아)까지 진출했다. 푸드코트 한귀퉁이가 아니라 약 595㎡(180평) 규모의 단독 매장이다. 5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던 데는 테이스팅룸 안경두(42)·김주영(37) 대표의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각각 건축 디자이너와 조명 디자이너로 인테리어 회사인 비안디자인도 같이 운영하는 이들 부부를 만나 성공에 대학 철학, 그리고 자녀교육 얘기를 들었다.

부부는 테이스팅룸의 대표이기 이전에 인테리어 회사인 비안디자인의 건축 디자이너, 조명 디자이너다. 왼쪽부터 부부가 함께 작업한 YG엔터테인먼트의 합정동 신사옥, 쌍림동 CJ 푸드월드,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고메이494, 청담 CGV 씨네씨티, 이태원 테이스팅룸.

부부가 운영했던 비안디자인은 공간 디자인 업계에 널리 알려진 회사다. 최근 3년간 이슈가 된 곳 상당수가 안경두·김주영 부부 손에서 태어났다. 합정동 YG 엔터테인먼트 사옥, 여의도 현대카드 신사옥, 쌍문동 CJ 디자인센터 등 그 회사가 표현하고자 하는 브랜드 이미지를 제대로 구현한 사옥 디자인부터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푸드코트인 고메이494, 카페 코코브루니 같은 트렌디한 외식 공간, 청담 씨네씨티와 여수 엑스포 아쿠아리움 등 엔터테인먼트 공간까지 다양하다. 건축 디자이너인 안 대표가 건축 디자인과 컨설팅을 하면 조명 디자이너인 김 실장이 전체적 분위기와 컬러를 맞춘다. 건축 디자이너와 조명 디자이너가 레스토랑을 만들었으니 공간이 멋스러운 건 기본이다. 하지만 테이스팅룸이 인기를 모은 건 인테리어 때문이 아니다.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던 기상천외한 음식 덕분이다. 평생 어떻게 하면 남과 다른 디자인을 할까 고민했던 것처럼 어떻게 하면 남이 안 만든 음식을 만들까를 고민했단다. 결과는 만족스러웠고, 지금의 성공으로 이어졌다. 다음은 일문일답.

-잘나가는 건축 디자이너와 조명 디자이너 부부가 왜 레스토랑을 냈나.

 안경두(이하 안) “결혼하면 우리가 좋아하는 요리가 있는 공간을 만들자고 했는데 그 꿈을 실현한 것뿐이다. 결혼 전 뉴욕에서 공부할 때 친구들과 인테리어 사무실을 내고 1년 반 동안 뉴욕 타임스스퀘어나 센트럴파크 인근에 레스토랑 5곳을 기획하고 인테리어를 했다. 원래 요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레스토랑들을 살펴보다 프랑스 요리를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술을 못해 와인은 아내가 배웠다. 대학 때 창작가요동아리와 재즈밴드를 하면서 관객 박수 소리에 희열을 느꼈다. 손님이 가득 찬 레스토랑을 보면 이상하게 당시 공연할 때 박수 받던 그 기쁨을 느낄 수 있다. 디자인은 반응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없는데 레스토랑은 오는 사람 자체가 박수다. 눈에 보이니까 좋더라. 더 재미있고 새로운 걸 해보고 싶은 도전 의식이 인다.”

 김주영(이하 김) “당시 남편이 한국 잡지 두 곳에 뉴욕 레스토랑을 리뷰하는 칼럼을 기고하고 있던 터라 한 달에 적어도 6~7군데 레스토랑을 둘러봐야 했다. 결혼 전이었는데 그때마다 나한테 데이트 신청을 했다. 나도 요리에 관심이 많아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메뉴에 대해 자주 대화했다. 취향이 워낙 비슷해 잘 맞더라. 연애 시절 서로의 집에 가보고 깜짝 놀랐다. 집 인테리어가 정말 비슷했다.”

외아들 기하군.
-곱창 잠발라야, 뉴올리언스 쌈 등 메뉴가 독특하다.

 안 “메뉴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다. 어떻게 하면 독특하고 재미있고 맛있을까 고민하는 거다. 지금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 아이디어로 탄생한 메뉴도 적잖다. 아이니까 황당한 재료를 떠올리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어부지리로 걸린 메뉴도 있다. 디저트류가 많은데 인기 메뉴가 된 오레오쿠키 아이스크림도 아들 아이디어다. 우리는 맛있는 것보다 특이한 게 더 좋다. 맛은 따라오더라. 아무리 맛있어도 흔하면 메뉴에 올리지 않는다. 거꾸로 맛은 조금 떨어져도 위트 있는 요리라면 메뉴에 올린다.”

 김 “테이스팅룸 건물마다 그려져 있는 대표 캐릭터는 아들을 모티브로 해 남편이 만든 거다. 청담동 본점을 오픈할 때 아이가 5살이었는데 아이 눈동자를 건물 전면에 그려 넣었다. 서래마을점 오픈 당시에는 6살 모습을 캐릭터로 그려 넣었다. 이태원점 오픈 때는 8살이었는데 그 모습을 그려 넣었다. 테이스팅룸과 아이가 함께 자라는 거다. 테이스팅룸은 이렇게 우리 가족에게 일터이자 일상이고 실질적인 집이기도 하다.”

-실질적인 집이라니.

 안 “우리 명의 집이 없다. 앞으로도 살 생각이 없다. 수십 년을 같은 집에서 사는 건 생각만 해도 지겹다. 한국 온 지 10년 됐는데 일곱 번 이사했다. 1~2년 주기로 이사한다. 짐이 거의 없다. 가구도 침대도 없다. 매트리스만 있다. 오래 살 거라면 신중하게 고르겠지만 그렇지 않으니 구조가 독특한 집을 찾는 데 집중한다. 한쪽 벽면에 우리 사진을 잔뜩 붙이고 살아보기도 했고, 아들이 더 어릴 때 온 집안을 크레용칠 한 적도 있다.“

 김 “천장 높은 집에도 살아봤고 복층구조 옥탑에서도 살아봤다. 얇고 긴 집에도 살아봤다. 끝과 끝이 굉장히 멀어 아이가 엄청 뛰어다녔었다. 6개월전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했는데 벌써부터 다음 집은 어떤 곳일까 얘기한다. 옥탑은 아이가 계단 있는 집에서 살고 싶대서 찾은 집이었다. 공간만 특이하면 좋다. 우리 부부만이 아니라 아이도 다음 이사 갈 집을 항상 궁금해 하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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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아이디어로 메뉴를 개발하고 온집을 크레용칠해도 잔소리 안 하는 걸 보면 교육 철학이 남다를 것 같다.

 안 “맞다. 교육 철학이 확고한 편이다. 공부하라 소리 한번도 해 본 적 없다. 받아쓰기 50점 받아오지만 상관없다. 왜 남들이랑 똑같이 100점을 맞아야 하나. 아들은 어린 시절 나와 꼭 닮았다. 만들기 같은 시각적이고 조형적인 걸 좋아한다. 일부러 틀에 박힌 건 가르치지 않는다. 빵점 맞아도 된다. 부모가 디자인을 하다 보니 어려서부터 아이가 보고 들은 게 만들기다. 다행히 만드는 걸 좋아해 그 부분을 키워줄 생각이다. 어떨 때는 하루 종일 만들기만 할 때도 있다. 책은 읽기보다 쓰는 걸 좋아해 10권 정도 썼다.”

 김 “다른 아이들처럼 한글이나 구구단을 떼지 않고 입학했다. 한글 표현이 서툴다. 받침이나 띄어쓰기가 틀릴 때도 있지만 표현력 자체는 풍부하다.”

-요즘 한글 안 떼고 입학하는 아이가 거의 없는데.

 김 “우리 아들 같은 아이는 거의 없다. 그래도 전혀 주눅 들지 않는다. 아빠의 독특한 교육철학이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것 같다. 아이 역시 다른 애들이 다 하는 건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선생님 질문에 모든 아이들이 같은 답을 하는 것도 싫어할 정도다. 1학년 때 선생님이 꿈이 뭐냐고 묻자 곰이라고 답했단다. 곰은 직업이 아니라고 얘기하자 아이는 ‘낚시하는 곰이 되겠다’고 했다나. 우리가 하도 남과 다른 생각에 빠져 있다 보니 아이도 자연스레 남과 다른 재미있는 생각을 한다. 꼭 좋은 대학에 가는 게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 세대에는 대학에 대한 시선이 달라질 수도 있다. 학벌보다 아이만의 끼를 잘 키워주고 싶다. 평생 디자인을 하고 살아서 그런지 외우고 공부 잘하는 사람보다 감각적인 사람이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부모가 확신을 가지고 아이를 대하기 때문에 아이를 대하는 시각도 달라지는 것 같다.”

 안 “아이가 남과 다른 아이디어를 내면 우리 부부는 아낌없이 칭찬한다. 그러다 보니 아이가 자신이 잘하는 일에 자신감을 갖더라. 숙제가 주어지면 무조건 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다른 친구들과 다른 방법으로 풀까. 새로운 방법은 없나를 고민한다. 그게 제대로 된 교육 아닌가.”

-아이의 창의력을 키우기 위해 하는 게 있나.

 김 “특별히 없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수첩에 그림을 그리는데 아이도 그걸 보고 자라서인지 습관처럼 자신의 아이디어를 수첩에 그려 넣는다. 그렇게 만들어 낸 게 아까 말한 테이스팅룸 인기 메뉴인 오레오쿠키 아이스크림이다. 또 여행을 가도 단순히 여행지만 둘러보고 오는 게 아니라 독특한 공간을 살펴보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게 주된 목표다. 때문에 아들이 구구단은 몰라도 빈티지 스타일은 안다. 환경에서 배운다는 말이 실감 나더라. 디자인과 요리를 하면서 어떻게 하면 남과 다른 디자인을 할까 똑같은 건 절대 만들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이 교육에서도 마찬가지로 창의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틀에 박히지 않고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

-독특한 청소년기를 보냈을 것 같다.

 김 “평범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미술을 했고 순수미술보다 디자인이 좋아 인테리어를 전공했다. 미국 유학 가서 보니 조명 디자인이라는 분야가 있었고 비전이 있다고 생각해 공부했다.”

 안 “집안이 다 법조계다. 부모 형제, 친척들도 전부 법조계다. 나는 반에서 3~4등 하는데 다른 형제나 사촌은 전교 1등만 하더라. 어린 시절의 나는 지금의 내 아들과 굉장히 비슷하다. 만드는 걸 좋아하고 틀에 박힌 뭔가를 싫어했다. 그래서 더더욱 아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같다. 미대에 가겠다고 했더니 집안에서 반대했다. 서로 반 발자국씩 양보해 건축과를 갔는데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좋아하는 그림도 그리고 만들기도 하고. 아무튼 아직도 나는 집안에서 좀 특이한 아이다.”

 김 “남편의 교육 철학을 인정한 게 바로 이 부분이다. 나는 초등학교부터 미술을 했는데 학원 안 다닌 남편이 훨씬 그림을 잘 그린다. 잘하는 걸 밀어주면 얼마나 더 잘하겠나.”

-미국에서도 잘나가는 건축 디자이너였다던데 한국에 왜 돌아왔나.

 안 “아내가 임신 5개월 때인 2004년에 돌아왔다. 지금도 그렇지만 10년 전엔 디자인은 역시 뉴욕과 런던이었다. 그때 새롭게 떠오른 곳이 한국과 중국 상하이다. 한국 디자인에 일조하겠다는 생각으로 왔다. 목표가 하나 있었다. 먹는 공간을 디자인하는 회사로 최고가 되자는 거였다. 10년이 된 지금 외식 공간 디자인 회사로는 국내 탑10에 든다. 가장 핫한 외식 공간은 대부분 만들었다고 보면 된다.”

-테이스팅룸처럼 비안디자인도 처음부터 잘됐나.

 김 “아니다. 우리 부부와 직원 한두 명으로 시작했다. 빌라 한 채 인테리어, 이런 일만 들어왔었다. 지금 생각해도 너무 재미있는 게 그 빌라 거실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할머니랑 아주머니가 우리가 프로젝터로 쏜 도면이랑 파워포인트 자료를 보고 계약 여부를 정했다. 그렇게 고생해도 안 된 경우도 많다. 지금은 대기업 프로젝트를 주로 한다. 그것도 거의 골라서 하는 편이다. 2009년 문을 연 테이스팅룸 청담점이 쇼룸처럼 입소문 타면서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았다.”

 안 “비안디자인은 인원수를 늘릴 계획이 없다. 작품성 있는 건축 디자인만 할 계획이다. 20명이 비안디자인 직원이고 테이스팅룸 직원은 80여 명이다.”

-앞으로 계획은.

 안 “3개월 후에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양식이라는 것 외에는 극비다. 메뉴나 아이디어에 대해 예민하다. 테이스팅룸은 처음에 이렇게까지 키울 생각이 없었다. 그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너무 잘됐다. 그랬더니 메뉴를 베끼는 사람이 생겨나더라. 3~4개월간 연구해서 만든 메뉴를 3~4일 만에 베껴가는 걸 보고 잠도 못 잤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없는 걸 만들 때는 정말 힘들다. 벤치마킹이란 미명하에 메뉴가 그대로 도용되더라. 제재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차라리 우리 거라는 걸 알리기 위해 점포를 늘리기 시작했다. 얄팍한 빵(플랫 브레드) 위에 야채를 듬뿍 얹어 만든 피자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한국피자다. 또 정통 셰프는 하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요리한 팬에 그대로 담아 내는 파스타다. 이 두 가지는 5년 전 테이스팅룸에서 최초로 선보인 아이디어였다. 결국 우리가 더 독특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김 “뉴욕에도 레스토랑을 오픈할 생각이다. 시장조사 단계다. 1년에 다른 브랜드를 한 개씩 만들 계획이다. 장사라기보다 만들고 즐기고 감동을 주고 받는 사람과의 관계로 이어지는 먹는 공간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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