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Revolution· Psychology

부모 노릇 잘하려면 고통과 사귀게 하라

youngsports 2013. 1. 18. 19:47

 
① 성적과 행복, 정서 지능에 달렸다 - 조선미 아주대학교 정신과 교수

 

“많은 엄마들은 내 아이가 고생을 덜하도록 하는 것이 부모 노릇 잘 한다고 생각하지요. 그런데 막상 세상살이해보면 어떤가요? 보람을 느끼고 무엇인가 더 큰 것을 이루려면 힘들지만 참고 해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서 지능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간절하게 바라는 일을 할 수 있으려면 아이에게 고통과 친해지는 법을 알려줘야 합니다.”


 조선미 아주대학교 정신과 교수는 힘주어 말했다. 과거 부모들은 아이에게 지나치게 엄격하거나 무관심해서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요즘 부모들은 아이에게 힘들고 어려운 일을 안겪게 해주는 것이 좋은 부모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고통을 어떻게 다루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17일 오전 10시 서울시 성북구청 다목적홀에서 ‘한겨레-성북구청 부모특강’ 첫번째 강연이 진행됐다.  조 교수는 강연에서 ‘성적과 행복, 정서 지능에 달렸다’라는 주제로 300여명의 청중들을 대상으로 강연했다. 참석한 부모들은 강연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고, ‘아~’ 감탄사를 외치는 등 매우 적극적인 모습이었다. 강연은 조 교수가 실제로 두 아이를 키우면서 일상 생활에서 부딪혔던 구체적 사례와 진료실에 만난 사례 등을 바탕으로 정서 지능에 대해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렇다면 정서 지능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조 교수는 “정서 지능이란 내가

어떤 목표가 있는데, 그것을 이루기까지 힘들고 고통스럽더라도 감정을 적절하게 통제하고 잘 다스려 목표했던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조 교수가 예로 든 조 교수와 딸이 대화하는 과정을 통해 부모가 아이의 정서 지능을 어떻게 높이는지 살펴보자.
 
대입 입시를 마친 조 교수의 딸은 자신이 기대했던 것만큼의 점수를 받지 못했다. 딸은 조 교수에게 “엄마, 사필귀정이야. 내가 열심히 안 한 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았어. 그래서 나는 재수를 하고 싶어”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아이가 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했지만, 아이가 스스로 선택한 만큼 허락했다. 다만 딸에게 “재수를 하건 안하건 너한테 주어진 이 시간은 아주 귀한 시간이니 잘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그런데 딸은 재수학원에 다녀온 첫 날, 엄마를 붙잡고 펑펑 울었다. 딸은 “엄마~ 학원을 갔더니 시커먼 건물에 창문도 없고 좁은 곳에 수십명을 몰아넣고 하루종일 강연만 하더라. 옆을 봐도 뒤를 봐도 모르는 애들이고 다들 똑똑해보여. 나 너무 힘들어. 재수가 이런 것인 줄 몰랐다”고 하소연했다.

 

조 교수는 말없이 딸의 얘기를 들어줬다. 그리고 아이가 감정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렸다. 그때 조 교수는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제 너도 스무살이면 어른인데 힘들 때마다 이렇게 울고 불고 하는 것은 아닌데…앞으로 네게 이보다 더 힘든 일들이 얼마나 많이 일어날텐데…. 이 고비를 잘 넘기도록 잘 조언해줘야겠다’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래서 조 교수는 딸에게 “그래. 네가 힘든 것은 알아. 힘들어서 우는 거지? 그렇지만 남들은 네가 그렇게 힘들다고 백번 말해도 잘 몰라. 자기가 겪어보기 전까지는. 그래서 네가 지금 이렇게 힘든 것을 겪어보는 것이 엄마는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해. 학원비 당연히 아깝지~ 그렇지만 딴 돈은 아껴도 이 돈은 투자하고 싶어. 네가 이렇게 힘든 일을 잘 이겨내보는 것은 앞으로 네가 앞으로 인생을 살아갈 때 엄청 큰 도움이 될 테니까.

 

만약 힘들다면 아무것도 안해면 돼. 재수 안해도 돼. 그런데 그렇게 하면 행복할까? 고통스럽지는 않겠지만 절대 행복해질 수

없어. 네가 어떤 일을 하더라도 무조건 행복한 일은 없어. 뭘 하든 고통이 있지. 지금 고통은 나쁜게 아냐. 네가 뭘 하고자 하는 증거야. 너는 힘들때마다 엄마한테 힘들다고 말하지.

그런데 언제까지나 엄마가 네 곁에 있을 수 있을까? 그렇지 않아. 이제는 너도 너를 위로할 수 있어야 해. 내가 나를 위로하지

않으면 아프거나 우울하거나 성미 나빠져. 이 고통은 네가 선택한 걸 위해 감수해야 하는 거야. 그걸 참고 이루면 그 다음에 기쁜 일도 있을 거야”라고 조언해줬다. 그 뒤 딸은 무조건 힘들다고 징정대는 횟수가 줄었고, 자기 감정을 잘 다스려 재수 학원을 다니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정서 지능은 부모와 자식간의 상호작용에서 일어난다. 만약 부모가 “힘들다”고 말하는 딸에게 “뭐가 힘들어! 네가 하겠다고 해놓고선 하루 다녀와서 그렇게 힘들다고 말해?”라고 말한다거나 “힘드니까 재수 하지마. 그냥 여기서 그만둬”라고 한다면, 그 아이의 정서 지능은 훈련되지 않는다. 부모가 감정을 수용해주지 않았고 공감해주지 않았기 때문에 부정적 감정이 해소되지 않으며, 고통을 다루는 법도 배울 수 없다. 

 
그렇다면 무조건 부정적 감정을 억누르고 참는 것이 좋을까? 조 교수는 최근 암 환자들과의 집단 상담을 하는데, 암 환자들과

대화하면서 그들이 자기 감정을 많이 억누른 사례를 많이 봤다고 전했다. 한 환자는 유방암 수술을 받은 직후인데 시어머니가 해외 여행을 가면서 손자를 데리고 공항까지 나와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환자는 그렇게 했다고 한다. 조 교수는

그 환자에게 “시어머니께 화나지 않으셨어요? 저 같으면 남편과 시어머니에게 굉장히 화가 났을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 환자는 “시어머니가 오죽 손자가 보고 싶으셨으면 그랬겠어요. 화는 안났어요. 다만 그렇게 고생한 내게 남편이

수고했다라고 말해주지 않아서 서운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조 교수는 그렇게 자기 감정을 억누른 환자들이 그것이 몸의

병으로 나타난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감정을 참으면 결국 몸과 마음의 병이 된다. 감정을 잘 다스린다는 것은 감정을 부정하거나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이 저절로 사라지도록 기다리고 어떻게 그 감정을 해소할 수 있을지 방법을 스스로 떠올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감정을 잘 다스릴 수 있도록 부모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조 교수는 아이가 짜증을 부리거나 떼를 부릴 때, 실망하거나 좌절할 때, 하루에 한번 정도 다음과 같이 하라고 조언했다.
 
첫째, 아이 감정이 어떤지 부모가 인식하고, 그 감정을 간단하게 읽어줘야 한다.

감정을 지나치게 과장해서 해석하거나 축소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그 감정이 사라질 때까지는 시간이 걸리므로 그때까지 지켜봐주자.

부모들은 보통 감정을 빨리 없애버리려고 한다. 울음을 그치게 하고 싶고, 화를 내지 못하게 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그렇게 하면 문제가 생긴다. 따라서 부모가 아이의 감정을 부정하거나 잽싸게

달아나거나 그 자리를 떠나지 말고 그냥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셋째, 감정이 잦아들면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감정이 무엇이었는지 알도록 확인시켜준다.
 
이런 과정을 자주 거치면 아이의 정서 지능이 향상된다. 어떤 감정을 처음 겪으면 많이 힘들지만, 두번, 세번 겪으면 덜 힘든다는 것을 우리는 누구나 경험한다. 다만 이런 감정 읽기와 훈육은 아무 때나 하는 것은 아니다. 동생을 때린다거나 문제 행동을 할 때는 감정 읽기를 해주지 말고 행동을 통제해야 하고 훈육해야 한다. 안되는 것과 되는 것을 분명히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부모들은 더 좋은 대학에 보내거나 더 많은 부를 물려주면 아이가 행복할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가장 행복한 때는 스스로 무엇인가를 성취했을 때다. 그리고 자기 스스로 무엇인가를 성취하려면 가장 중요한 것이 정서 지능이다. 

 

조 교수는 “부모가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할 것은 스스로의 감정을 잘 조절할 수 있고 고통을 해소하고 다른 사람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자기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며

 

 “부모 스스로가 아이와의 관계에서 감정을 잘 다스리는 법을 보여주면 자연스럽게 부모를 보고 배운다”고 말했다.

 

생생한 사례로 진행된 강연에 많은 부모들은 웃기도 하고 공감하면서, 정서 지능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강연 뒤에도 청중들은 질문들을 많이 쏟아냈다.  
 
정리 양선아 기자
anmad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