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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이 공부다 ②] 옥스퍼드대 1:1 튜터 시스템과 옥스퍼드 유니온

youngsports 2013. 1. 26. 17:37


싸이가 강연한 옥스퍼드, '질문의 공부'

'시험성적'보다 '면접'을 중시하는 옥스퍼드 대학교


필립스 엑시터 아카데미와 함께 '질문을 통한 대화와 토론의 공부'를 지향하는 대표적인 학교가 영국 잉글랜드 옥스퍼드셔 주 옥스퍼드 시에 자리한 '옥스퍼드 대학교(University of Oxford)'였다. 영어권 국가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자 하버드 대학교와 함께 세계 최고의 명문대로 꼽히는 옥스퍼드 대학교는 그래서 우리가 꼭 찾아가보고 싶은 곳이었다. 그러나 옥스퍼드대는 취재가 결코 쉽지 않은 곳이었다. 촬영 허락을 받는 것부터 만만치 않아 승낙이 떨어질 때까지 몇 달을 기다려야 했다. 옥스퍼드대 전 한인학생회장 강신우 씨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마저도 힘들었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옥스퍼드대를 찾게 된 우리는 학교가 위치해 있는 옥스퍼드 시의 풍경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도시 자체가 그냥 거대한 대학이었다. 옥스퍼드대를 구성하는 38개의 단과대학(college)과 6개의 상설사설학당(Permanent Private Hall)이 곳곳에 분포되어 있어 도시 건축물들 중 절반이 대학 건물이었다. 참고로, 옥스퍼드 대학교는 38개의 단과대학과 6개의 상설사설학당의 연합체로, 미국의 연방제도와 흡사한 운영체제를 갖추고 있다. 실험실, 도서관, 강당 등의 시설은 공동으로 사용하고 대학 본부가 교육과정의 여러 요건을 정하기는 하지만 각 단과대학들은 거의 자체적으로 운영되었다. 즉, 38개의 단과대학이 각각 하나의 독립된 대학인 셈이다. 따라서 졸업시험을 보거나 학위를 수여하는 것만 '유니버시티(university)' 개념으로 시행되고 나머지는 '칼리지(college)' 개념으로 운영되었다. 쉽게 말해 옥스퍼드대는 각 칼리지에서 학생들을 교육시켜 유니버시티에서 주최하는 졸업시험에 내보내는 형태의 운영체제를 갖추고 있었다.

옥스퍼드대의 단과대학에는 유니버시티 칼리지, 밸리올 칼리지, 머턴 칼리지, 오리엘 칼리지, 매그달렌 칼리지,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 세인트존스 칼리지, 우스터 칼리지, 케블 칼리지 등이 있고, 이 중 가장 유명한 곳이 '크라이스트 처치(Christ Church) 칼리지'이다.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는 옥스퍼드 대학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단과대학으로,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대학 겸 성당이다. 12세기의 수도원 자리에서 시작되었고 1546년 헨리 8세가 성당을 중심으로 대학을 세웠다. 옥스퍼드 내 도서관에는 헨리 8세가 영지에서 거둬들이는 세금 중 일부를 대학을 설립ㆍ 운영하는데 사용한 목록이 상세히 적힌 문서가 보관되어 있다.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는 학문의 장이자 종교의 장인만큼 주교를 두고 있는, 즉 교구 전체의 모성당(母聖堂)격인 '대성당(cathedral)'이 자리하고 있다. 1000여 명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규모가 큰 이 성당은 다른 대학 건물들과 함께 그 모습이 아름다워 많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대성당의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는 특히 정교하고 아름답기로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가 유명한 것은 다른 여러 대학이 모델로 삼을 만큼 캠퍼스가 아름답기도 하지만 수많은 인재를 배출한 옥스퍼드대 최고의 명문 칼리지이기 때문이다.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는 무려 13명의 영국 총리를 배출했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저자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 예술가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 비평가 존 러스킨(John Ruskin) 등이 이곳 출신이다.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 외에 다른 단과대학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유서가 깊고 수많은 인재를 배출한 명문 칼리지이다. 1991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미얀마의 정치가 '아웅 산 수치'를 비롯한 47명의 노벨상 수상자,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19여 개 국가의 원수, 마거릿 대처, 토니 블레어를 비롯한 26명의 영국 총리, 뉴스코퍼레이션 회장 루퍼트 머독 , <반지의 제왕>의 작가 J. R. R. 톨킨, 시인이자 작가 T. S. 엘리엇, 고전 경제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 철학자 존 로크와 토마스 홉스, 화학자 로버트 보일,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영화배우 휴 그랜트 등 옥스퍼드대를 구성하는 칼리지들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수많은 저명인사들을 배출하였다.

옥스퍼드 대학은 세계 최고의 명문대학인 만큼 입성하기가 매우 어려운 곳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시험성적은 기본이고 면접시험을 잘 봐야 하기 때문이다. 옥스퍼드대는 일반 대학들과 달리 시험성적보다 면접을 중시하는 독특한 학생 선발기준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원자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우리 제작진이 집중 취재했던 앤드류 맥클레인 역시 입학 면접시험 때 꽤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고 말했다. 참고로, 영국식 발음이 매력적인 앤드류는 옥스퍼드대 단과대학 가운데 최고로 꼽히는 '크라이스트 처치(Christ Church) 칼리지'에서 철학, 정치학, 경제학을 전공하는 친구로, 자신만의 확고한 공부철학을 가지고 있었고 옥스퍼드대의 공부를 모범적으로 이행하는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저는 면접을 여러 차례 보았어요. 저는 정치학, 경제학, 철학을 전공하고자 했고, 각 전공마다 면접이 있었으니까요. 정치학과 경제학 면접은 특별할 게 없었는데, 철학 면접은 흥미롭고 좀 어려웠죠. 총 두 가지 질문을 받았는데, 하나는 '영국에는 7명당 1대 꼴로 CCTV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를 옹호하는 사람들에게 윤리적 관점에서 옳지 않다고 어떻게 반박할 것인가'라는 것이었습니다. 또 다른 하나는 '자신을 복제할 수 있다면 하겠는가'였습니다. 저는 이 질문에 대한 제 의견을 논리적으로 말하려고 노력했고, 면접관들은 수시로 제 주장을 반박하는 질문들을 했죠. 그래서 제 의견을 정당화하기 위해 기지를 발휘하려고 노력했지만 결코 쉽지는 않았습니다."

앤드류는 면접관들이 자신이 어떤 답을 내놓는지, 자신의 지식이 얼마나 되는지, 또 지식의 허점은 없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면접관들은 자신의 전공에 대한 열의가 얼마나 높은지, 사고가 얼마나 민첩하고 유용하게 반응하는지, 자신의 의견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펼쳐나가는지를 주의 깊게 살폈다고 한다. 앤드류는 그 이유가 면접시험이 옥스퍼드 대학교가 오랜 세월 전통을 유지해온 '공부 방식'을 재현해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았다.

앤드류의 주장은 매우 일리가 있었다. 옥스퍼드대의 면접시험은 그들의 고유한 공부방식과 깊은 관련이 있었고, 그 방식은 혼자 공부하며 지식을 그대로 습득하는 '암기의 공부'가 아니라 질문을 통해 대화하고 소통하고 협력하는 '질문의 공부'였다. 면접관의 주요 관심사가 정답 제시나 지식의 정도가 아니라 민첩한 사고, 논리적인 주장이었던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즉, 면접관들은 학생이 얼마나 옥스퍼드대의 공부 방식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를 판단했던 것이다.

옥스퍼드대를 비롯한 최초의 대학들은 자유롭게 지적 소통과 교류가 이루어지는 학문 공동체적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대학의 어원인 'universitas'의 의미가 배우고 가르치는 자들의 모임?인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즉, 초기의 대학들은 대화하고 교류하고 소통하는 공부, 곧 질문의 공부를 통해 교양적 덕목을 쌓아나가는 곳이었고, 옥스퍼드대는 이러한 전통을 가장 잘 간직하고 있는 대학이라고 할 수 있다.

옥스퍼드대의 특별한 공부법, 1:1 튜터링 수업

옥스퍼드대가 질문을 통한 소통과 협력의 공부를 지향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1:1 튜터링(tutoring) 수업, 즉 '개인교습'이다. 개인교습은 옥스퍼드 대학의 특별한 수업방식으로, 교수가 1명, 또는 2명의 학생을 집중적으로 개별지도를 하는 수업이다. 옥스퍼드 대학에도 강의식 수업이 있지만 개인교습을 중심으로 교육이 이루어졌고, 때문에 이곳 학생들은 개인교습을 위한 에세이를 제출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었다. 덧붙이자면, 학생 수가 많거나 교수와 일대일 면담이 부담스러운 1학년 때는 주로 1:2로 개인교습이 이루어지고, 상급 학년이 되면 대개 1:1로 진행이 된다. 교수 1명이 개인교습을 담당하는 학생은 보통 10명 정도이기 때문에 교수의 수가 상당히 많고, 개인교습이 원활하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이 정도의 비율을 유지해야하기 때문에 옥스퍼드대는 영국에서 가장 교육 시스템을 유지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 대학이다.

일단 학생들이 약 3일에 걸쳐 에세이를 제출하면 교수들은 이를 꼼꼼하게 검토한다. 그런 다음 개인교습 시간에 학생과 함께 에세이에 대해 토론을 하고, 이를 어떻게 작성했으며, 얼마나 완성도가 높은지를 살핀다. 또한 학생이 거론하지 않는 부분과 학생들이 의구심을 가졌지만 시간 부족으로 해결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도 논의를 한다. 즉, 교수들은 개인교습 시간 내내 학생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하여 대화와 토론을 유도하기 때문에 열심히 준비를 해가지 않으면 어색한 침묵이 흐르거나 무차별 공격을 당한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전문가인 교수들이 쏟아내는 질문들을 성공적으로 방어하고 자신의 주장을 펼치기 위해서는 철저하게 대비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교습에서 다루는 주제에 대해 심층적으로 공부하고 다각도로 생각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개인교습은 곧 밀도 높은 '질문의 공부'가 이루어지는 수업이었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집중 취대 대상이었던 앤드류도 우리 제작진과 처음 만났을 당시 한창 철학 개인교습을 위한 에세이 준비로 바빴다. 에세이 주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의'였고, 그는 이를 작성하기 위해 주제에 관련된 많은 책들을 읽고, 심사숙고하고, 많은 사람들의 검증을 거치고, 꽤 오랜 시간에 걸쳐 2천~3천 단어 분량의 에세이를 썼다.

에세이를 보내고 다음 날, 앤드류는 에세이를 제출한 린지 존슨 철학 교수와 함께 개인교습을 했다. 교수의 방에서 이루어진 개인교습은 시종일관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교수는 여러 사안에 대해 계속 허를 찌르는 질문을 했고 앤드류는 이 공격을 막아내기 위해 자신의 의견을 논리적으로 설명해나갔다. 그러나 앤드류는 많은 지적을 받았다. 앤드류의 주장이나 논거에 뭔가 미흡한 점이 있으면 교수는 여지없이 질문을 던졌다. 앤드류는 민첩한 사고로 유연하게 대처하려고 노력했지만 철학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는 교수를 넘어설 수 없었다.

1시간가량 치열한 토론 공방을 마친 앤드류는 개인교습에서 마주하는 교수들은 대개 한 주제를 공부하는데 일생을 바친 전문가들이기 때문에 그날 다루는 내용에 대해 폭넓게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앤드류는 이러한 점이 옥스퍼드 대학의 가장 큰 장점이자 경쟁력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옥스퍼드 대학에서는 언제부터 이런 밀도 높은 질문의 공부를 해왔던 것일까? 린지 존슨 철학교수는 개인교습 방식은 질문을 매개로 토론과 논쟁을 벌여 스스로 진리를 깨우치게 만들었던 고대 그리스 시대의 '소크라테스식 교수법'에서 기인하였으며, 옥스퍼드대 창립 때부터 존재했던 교수와 학생 사이의 토론문화, 발표문화가 수세기를 거쳐 지금의 개인교습으로 발전해왔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특별한 공부방식을 통해 옥스퍼드대는 세계 최고의 지성을 길러 내는 대학이 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거대한 지적 교류의 장, 옥스퍼드 유니온

1:1 개인교습과 함께 질문을 통한 소통과 협력의 공부를 지향하는 옥스퍼드대의 전통을 엿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옥스퍼드 유니온(Oxford Union)'이다. 1823년에 설립되어 180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옥스퍼드 유니온은 세계적인 명문대인 옥스퍼드 대학 내에서 손꼽히는 토론 클럽이다.

이 클럽은 언론의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옥스퍼드 대학생들이 대학과 독립적으로 세운 학생 자치 기구다. 옥스퍼드대 재학생의 70%가 넘는 1만 20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되어 있고, 토니 블레어 전 총리 등을 비롯한 유명 인사들이 이 클럽의 회원으로 활동하였다.

▲ 가수 싸이는 지난해 11월 7일(현지 시간) '옥스퍼드 유니온' 초청으로 '<강남스타일>의 성공 비결과 자신의 인생관'에 대해 강연을 했다. 이날 싸이는 강연이 끝난 후 학생들과 단체로 말춤을 췄다. ⓒ뉴시스


옥스퍼드 유니온은 세계적인 리더와 정치인들을 배출한 클럽으로도 정평이 나있지만 각 분야에서 획을 그은 유명 인사들을 초청하여 강연을 여는 것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들은 매주 목요일마다 다방면의 유명 인사들을 초청해 그들의 얘기를 듣고 토론을 벌인다. 이곳에 초청되었던 유명 인사에는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 닉슨 대통령, 레이건 대통령, 달라이 라마, 테레사 수녀, 마이클 잭슨, 조니뎁, 마라도나 등이 있고, 최근에는 <강남 스타일>로 일약 세계적인 스타덤에 오른 가수 싸이가 초청되어 3000여 명의 학생들 앞에서 '도전과 결단'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했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토론 클럽에 가수 싸이가 초청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이것이 가능했던 이유는 옥스퍼드 유니온 회장과 깊은 관련이 있다. 현재 이 클럽의 회장은 한국인 이승윤 씨이기 때문이다. 그는 옥스퍼드대 전 한인 학생회장이었던 강신우 씨와 함께 우리 제작진이 옥스퍼드대 촬영 승낙을 받는데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옥스퍼드 유니온의 회장 선거는 이와 관련된 다큐멘터리가 제작될 정도로 옥스퍼드대 학생들뿐만 아니라 영국인들의 큰 이슈거리이다. 이 클럽의 회장이 된다는 것은 인종을 뛰어넘는 뛰어난 리더십을 갖췄다는 증거로, 미래에 세계적인 리더와 정치인이 될 가능성이 높은 인재가 탄생하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옥스퍼드 유니온 회장 선거는 항상 치열하고, 이 선거전에서 한국인이 승리했다는 것은 매우 획기적인 일이었다. 1977년 베나지르 부토 전 파키스탄 총리가 회장에 당선된 이래 동아시아권 출신으로는 그가 유일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런 세계적인 토론 클럽의 수장이 같은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우리 제작진에게 남다른 여운을 주었다.

옥스퍼드 유니온은 창립 이래 과거의 토론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며 주변에 어떤 간섭도 받지 않고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자유롭게 토론을 벌여왔다. 즉, 옥스퍼드 유니온은 거대한 규모의 '질문의 공부'가 이루어지는 공간으로, 질문을 통한 지적 교류와 협력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토론을 통해 지적 교류와 협력을 하는 이 클럽의 전통은 옥스퍼드 대학이 수준 높은 토론문화를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고, 이 토론문화는 이곳 학생들에게 지적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옥스퍼드 학생들은 세상의 모든 이론과 원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질문을 매개로 한 대화와 토론을 통해 자연스럽게 지식을 습득해나가는 토론문화를 마음껏 향유하며 세계 최고의 지성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경험은 질문을 통한 대화, 토론의 공부를 더욱더 지향하게 함으로써 토론문화의 발전에 영향을 미치고, 다시 토론문화는 질문의 공부를 강화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에 옥스퍼드 유니온은 옥스퍼드 대학이 지금과 같은 세계 최고의 명문학교가 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고를 확장시키는 교류와 협력의 공부

옥스퍼드대의 질문을 통한 교류와 협력의 공부는 개인교습 시간이나 옥스퍼드 유니온에서만 이루어지는 특별한 공부가 아니었다. 옥스퍼드대 학생들은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교류, 협력의 공부를 했다. 앤드류도 친구들과 끊임없이 개인교습을 위한 에세이를 비롯한 여러가지 주제에 대해 토론을 하고, 따로 토론 클럽 활동을 했다. 여러 칼리지의 학생들이 모인 이 클럽은 정기적으로 종교, 평화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토론을 벌였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이 토론 클럽에 참여하려면 항상 정장을 착용해야 했고, 때문에 제작진의 주관적인 느낌이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마치 군축 회담장 같았다. 이들은 토론 클럽이 끝난 후 향한 펍(Pub)에서도 간단하게 술을 마시며 그날 다룬 주제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옥스퍼드대 학생들에게 공부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도 할 수 있는 일상적인 행위였다.

공부는 학교나 학원, 독서실 등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사고방식에 익숙한 우리 제작진의 눈에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옥스퍼드대 학생들의 공부는 매우 특별해 보였다. 특히 영화 해리포터의 촬영지로 유명한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의 학생 식당인 그레이트 홀(Great Hall)에서 이루어지는 그들의 공부는 너무도 자연스러운데다 멋스럽기까지 해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옥스퍼드 대학은 학교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 이유는 많은 학생들이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할 때 옆에 앉은 학생이 물리학을 전공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경제학, 철학을 전공하는 사람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나와 다른 분야를 전공하는 학생과 지적 교류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옥스퍼드대는 매일 저녁 모든 학생들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저녁 식사는 6시 반, 7시 반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지는데, 6시 반은 편한 복장으로 식사를 하고 7시 반은 넥타이에 정장을 갖춘다. 뿐만 아니라 7시 반 식사는 학생들이 토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웨이터가 서빙을 해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한 끼 식사의 가격은 불과 3~4000원. 학교에서 이렇게 많은 투자를 하면서까지 저녁 식사의 전통을 유지하는 것은 옥스퍼드대가 그만큼 질문을 통한 교류와 협력의 공부를 중시한다는 증거다.

우리 제작진은 릴리와 함께 앤드류를 따라 7시 반 저녁 식사를 체험했다. 학생들은 학과에 상관없이 주변 사람들과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활발하게 토론을 벌였다. 서로 다른 시각과 관점을 가진 사람들과 자유롭게 소통하고 교류하는 이들의 모습은 옥스퍼드대가 어떠한 공부 방식을 지향하는지 잘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옥스퍼드 대학은 왜 질문을 통한 교류와 협력의 공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일까?

우리가 만난 여러 옥스퍼드 대학 교수들과 학생들,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질문을 통한 교류와 협력의 공부가 '사고를 폭넓게 확장시키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들은 사고를 발전시키는데 한계가 있는 강의식 수업을 지양하고, 심지어 소홀히 하는 경향도 있었다. 
옥스퍼드대 학생들은 강의에서 듣는 지식은 독서나 인터넷을 통해서도 얼마든지 배울 수 있다는 인식이 강했다. 그래서 강의에 나오지 않은 학생들이 허다했고, 교수들도 이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대부분 강의수업은 출석체크도 하지 않았고, 과제를 내주지도 않았으며, 교수님이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않고 강의가 진행되기 때문에 진도가 매우 빨랐다. 조금만 한눈을 팔아도 특정 수업의 내용을 들을 수 없을 정도다.

일방적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강의식도 학습하게 될 부분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배경지식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게 해주는 등의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 하지만 앤드류의 철학 개인교습을 담당하고 있는 린지 존스 교수의 말처럼 학생 스스로 몰두해서 공부하고, 사고하며, 사물에 대해 주체적인 시각을 확립하는데 미흡한 방식이다. 또한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옹호하며 비판하는 능력을 키우는데도 어려운 방식이다. 즉, 강의식은 사고를 발전시키는데 한계가 있는 교육방식이기 때문에 옥스퍼드대가 강의식이 아니라 1:1 개인교습처럼 밀도 높은 '질문의 공부'에 주목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