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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특강] "아이 자존감 높이기? 성공 경험 선물하세요"

youngsports 2013. 1. 12. 18:38

 

〔③ 아이 자존감의 비밀 - 서천석 서울신경정신과 원장(소아신경정신과 전문의)〕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말합니다. 솔직히 아이들은 그 말 잘 몰라요. 아이들은 그냥 사는 거예요. 꽃이 최선을 다해 피나요? 꽃은 그냥 피어요. ‘최선을 다해 꽃을 피우자’라고 생각하며 피는 꽃은 없습니다.

아이들이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 언제쯤 가능할까요?

사고력을 관장하는 전두엽이 성숙해지는 25살쯤 가능합니다.”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인 서천석 서울신경정신과 원장은 또박또박 힘주어 말했다. 12일 오전 10시 서울시 마포구청 대강당에서 진행된 ‘한겨레-마포구 부모특강’에서 서 원장은 400여 청중을 대상으로 ‘아이 자존감의 비밀’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참석한 일부 청중들은 강연이 끝난 뒤 서 원장의 책을 직접 가지고 와 싸인을 받기도 하고, 서 원장과 함께 사진을 찍기도 했다. 한겨레TV는 이날 서 원장의 강연을 영상으로 제작해 한겨레 육아 사이트 ‘베이비트리’(babytree.hani.co.kr)와 마포구청 홈페이지에 올릴 예정이다. 

  
서 원장은 “외환위기 이후 정리해고가 만연해지면서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불안을 유발하는 사회가 됐다”며 “부모들은 ‘아무도 내 인생을 책임져주지 않는다’ ‘나의 효율성을 극단화해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을 당연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상황 속에서 부모들의 자존감은 나락으로 떨어졌고, 그런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를 제시하며 아이들의 자존감 역시 바닥까지 떨어졌다고 분석했다.

최근 연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발표한 한국 어린이·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가 23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였다는 것도 그런 현상을 반영한다. 왕따·학교 폭력·자살 등 청소년 문제가 심각해지는 데도 이런 사회 분위기가 한몫한다.
 
부모들의 완벽주의적 태도는 일상 생활에서 고스란히 나타난다. 아이가 국어 시험에서 두 개 정도 틀렸다고 하자. 아이는 두 개밖에 틀리지 않아 기분이 좋아 집에 돌아온다. 그러나 부모는 90점 맞은 것을 칭찬하기 보다 어떤 문제를 틀렸는지를 유심히 본다. “잘했어”라고 말하지만 표정이나 아이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결코 90점에 만족하지 않는 분위기임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런 부모의 태도를 보고 아이는 ‘내가 무엇을 잘못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 이처럼 많은 부모들은 점수나 결과에 집착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점수나 결과에 따라 긍정적 피드백을 주는 경우가 많다. 


서천석 소아신경정신과 전문의 6.jpg » 한겨레-마포구 부모특강에서 강연하는 서천석 원장. 강창광 기자  


부모로서의 자존감 역시 마찬가지다. 내가 부모로서 잘 하고 있는 부분보다는 부모로서 못하고 있는데 더 많이 신경쓴다. 부모로서 자식에게 해주고 싶은 것들도 너무 많다. 건강하고 공부도 잘하고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면서 성격도 좋은 아이를 만들고자 한다.

 

서 원장은 “이런 완벽주의적 태도로는 결코 행복할 수 없고 자존감도 높아질 수 없다”며

좋은 부모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안하는 부모”라고 말했다. 그는 “한 연구에 따르면 성취할 수 없는 목표를 끊임없이 제공하면 사람들은 확실히 불행해졌다”며 “사회적으로 성공을 거둔 사람들 중에도 내면이 지옥 같은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며,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너무 높은 목표를 제시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부모가 “최선을 다하라”라고 얘기하면 아이들은 “공부하라는 얘기죠” “숙제하라는 얘기죠”라고 말한다. “최선을 다하라”는 말은 아이에게 짐이 된다. 서 원장은 “아이들에게 공부를 왜 하냐고 물어보면 저학년 아이들은 ‘공부 안하면 노숙자 되거든요’라고 말하고 고학년 아이들은 ‘나중에 편하게 살기 위해서 공부한다’고 말한다”며 “부모들은 이런 방식으로 아이들을 협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협박의 세련된 형태도 있다. 해병대 캠프를 보낸다던지, <넌 네가 얼마나 행복한 아이인지 아니?>류의 책을 통해 고생하는 아프리카 아이들을 보여주면서 너는 행복한 아이니 공부를 더 잘 해야 한다고 협박하는 것이다.

 

 이처럼 상당수 부모들은 “열심히 살아야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다”라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혀 과도한 불안에 시달리고 있고, 그 불안은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달되고 있단다.
 
서천석 소아신경정신과 전문의 1.jpg » 한겨레-마포구 부모특강 강연 모습.

 

인간에 대한 장기 추적 연구를 바탕으로 한 행복에 대한 연구 결과를 보면, 20대 행복한 사람이 40대 행복할 가능성이 높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 현재를 희생한 사람들의 경우, 미래가 와도 행복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미국의 유명한 심리학자 다니엘 길버트의 행복의 조건에 관한 연구를 보면 행복한 사람들은

△분명한 목표를 가지고 있고, △목표를 향해 스스로 조절하고 있다고 느낀다.
 
 
목표가 없는 사람은 행복하지 않다. 여기에서의 목표는 자기가 원하는 행복, 내면에서 나온 목표를 말한다. 그리고 목표를 향해서 스스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야 한다. 그럴려면 목표가 너무 높아서는 안 된다. 현실에서 실현 가능한 목표여야 한다. 수학문제 30문제 가운데 3문제를 푸는 아이가 한 달 새 25문제 풀기를 목표로 하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다.

서 원장은 “가능한 목표를 세우고 그 목표를 향해 조금씩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자존감은 어떻게 결정될까? 서 원장은 “자존감이 높아지려면 목표를 적절하게 세워야 하고, 작은 성공들이 쌓여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공부를 못하는 아이를 야단치며 죽도록 공부를 시킨다면 결코 자존감이 높아지지 않는다”며 “차라리 그런 아이들에겐 애가 할 수 있는 집안일, 예를 들면 형광등 갈아 끼우기 등을 시켜보면 좋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많은 부모들은 자기 옷 정리를 깔끔하게 정리해주기를 바란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이 자기 옷을 벗어 정리를 못 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그런데 부모들은 아이가 옷을 벗어 옷걸이에 걸어주기 같은 너무 높은 목표를 제시한다.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여주며 목표를 달성하려는 방법은 이렇다. 처음에는 옷을 벗어놓는 방을 정해보자.“슬기야~ 학교 다녀오면 작은 방에 들어가서 옷을 벗는거야”하는 식으로. 그러면 이 목표는 오히려 이루기 쉽다. 만약 아이가 작은 방에서 옷을 벗는 훈련이 됐다면, 그 다음엔 방에 테이프를 붙여 작은 공간을 만들어본다. “슬기야. 이제는 이 테이프로 붙인 여기에서만 옷을 벗는거야”라고 말한다.

 

일단 방에서 옷을 벗어본 아이라면, 테이프로 정해진 공간에서 옷 벗는 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다. 그것에 익숙해진 뒤엔 바구니를 가져다 놓는다. “슬기야, 이젠 벗어서 바구니 안에 옷을 넣어보는거야”라고. 이런 방식으로 목표를 잘 설정하면, 나중엔 옷을 잘 걸어놓는 아이를 만들 수 있다.

 

이처럼 성공하려면 작은 성공을 하게 해야 한다.
 
다음으로 자존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로부터 받는 피드백이다. 이것은 평생을 반복되는 원형적인 평가가 된다. 서 원장은 “상담을 하다보면 부모들이 갑자기 우는 경우가 많다”며 “엄마 역시 자기 엄마한테 받은 상처가 많고, 자기 아이를 통해 평가받고 싶어했는데 그 부분을 인식하게 되니까 운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누구나 인생에서 실패와 좌절을 겪는데, 좋은 부모를 둔 아이들은 그 순간에 부모들이 자신에게 한 긍정적 말들을 떠올리며 견뎌낸다”며 “아이들에게 가장 큰 선물은 그냥 믿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가 잘될 근거를 가지고 믿으면 부모가 아니다.

 

겨울나무를 보면 가지는 앙상하고 전혀 꽃이 피지 않을 것 같지만 ‘꽃이 필거야’라고 믿는 마음이 부모의 마음이라고 서 원장은 강조했다. 아이들의 눈을 보면서 “아빠는 널 믿어” “엄마는 네가 지금은 실패했어도 나중엔 결국 잘 될거라고 믿어”라고 말해보자. 그런 눈빛과 마음은 아이들에게 다 전달된다.
 
서 원장은 “부모는 결과를 보고 행동하는 사람이 아니다”며 “애한테 결과를 봐야만 행복하다고 생각하면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 원장은 초등학교 4학년 아이에게 지금까지 시험점수를 한번도 물어보지 않았다. 결과를 가지고 칭찬하면 동기가 꺾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금도 시험 전날 아이에게 “계획을 세워서 잘 실천했니?”라고 묻고 만약 아이가 계획을 세워 잘 실천했다면 그것을 평가해서 칭찬해준다. 또 아이가 문제를 풀다가 틀린 문제가 나오면 좋아해준다. “드디어 네가 공부할 기회가 생겼어”라고 말하면서 “모르는 문제가 나오면 공부를 많이 할 수 있는 기회고, 그것을 잘 풀면 뭔가 얻는다”라고 말한다. 이 과정을 통해 그는 힘든 것을 즐기는 아이로 만들어주고 있다고 소개했다.
 
자존감은 만들어지는 것일까? 서 원장은 “자존감은 원래 갖고 태어난 것인데, 오염되어 위태로워진 것”이라며 “나보다 나은 남은 늘 있으므로, 비교를 멈춰야 자존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내가 가진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의 가치는 이미 있는 것이니 가치를 인정받으려 애쓸 필요가 없다. 또 나 스스로 존중과 사랑으로 자신을 대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이를 통해 인정받으려 노력하지 마세요. 애한테도 승부걸지 마세요. 나 자신의 자존감이 낮아 애를 희생해서라도 남 보기에 그럴 듯한 아이를 만들어 내 자존감을 살리려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어떻게 하면 나를 더 사랑할까를 고민하세요. 나를 더 좋아하시고요. 아이 꿈 이룰 생각하지 마시고, 20년 뒤에 뭐하고 싶은지 여러분의 꿈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의 꿈은 바뀔 수 있습니다. 부모가 꿈을 가지고 자기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런 부모 밑에서 크는 아이들은 자기를 존중하는 법을 자연스레 알게 됩니다. 자존감 없이 소비적인 삶을 사는 부모들이 많습니다. 그런 모습을 극복해야합니다.”
 

서 원장은 부모의 자존감이 높아야 아이들의 자존감도 높아지고 행복 지수도 높아질 수 있다며 다시 한번 재차 강조하며 강연을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