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정치·경제·사회

스웨덴 패러독스 -고복지와 고경쟁력의 공존

youngsports 2012. 11. 3. 18:38

보편적 복지 국가의 대표적인 모델로서 스웨덴세계를 휩쓰는 신자유주의와 유럽경제 위기 속에서 과연 지속 가능할 것인가? 스웨덴식 사회 정책은 양극화를 극복하고 사회 발전의 지속성을 이룰 수 있는 대안적인 국가 운영 방식인가? 아니면 그저 복지 국가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이상적 주장에 불과한가?

유모토 겐지와 사토 요시히로의 <스웨덴 패러독스>(박선영 옮김, 김영사 펴냄)은 바로 높은 수준의 복지 제도는 국민에게 높은 조세 부담으로 이어지고 결국 성장 동력을 잃게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스웨덴은 '그렇지 않다'고 반론한다. 스웨덴은 오랫동안 높은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며 여전히 최상위 복지 국가의 위상을 잃지 않고 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유모토와 사토 두 저자는 교토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이후 각각의 서로 다른 경험 속에서 느낀 바를 바탕으로 스웨덴 시장의 변화와 사회 정책을 공동으로 연구 분석한 결과를 이 책에 담았다. 두 저자는 경제학자로서 경제 정책과 사회 정책의 종합적 관점에서 복지와 성장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며 시대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세계 국가 경쟁력 순위에서 여전히 최상위를 차지하는 스웨덴식 모델과 정책의 독특성과 내용을 자세히 소개한다.

스웨덴은 고복지와 고부담 국가임에는 틀림없다. 동시에 거시 경제 성장률이나 노동 생산성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상위 그룹에 속한다. 2010년 국가 경쟁력 조사에서도 각각 2위(WEF)와 6위(IMD)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삼성경제연구소 또한 선진화 지표를 바탕으로 스웨덴을 가장 선진화가 잘 이루어진 국가라고 2010년 5월에 발표한 바 있다.

저자들은 이러한 스웨덴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드문 나라로 평가하고 이를 '아름다운 모순'이며 '스웨덴 패러독스'로 표현하였다.

당면한 세계적 경제위기에서의 탈출

▲ <스웨덴 패러독스>(유모토 켄지·사토 요시히로 지음, 박선영 옮김, 김영사 펴냄)

사회 경제적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그리고 지식 정보 사회화에 따르는 고용 없는 성장과 같은 현재와 미래의 사회 경제적 위기에 대한 해법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오늘날 일본과 한국은 위와 같은 세 가지 문제를 공통으로 안고 있으며 이는 비단 일본과 한국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21세기 선진 사회가 당면한 공통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저자들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미래 사회의 해법을 스웨덴 모델에서 찾는다. 특히 미래의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사회적 투자와, 맞벌이 부부를 뒷받침해주는 가족 정책 없이는 미래 사회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저자들은 이러한 현실 속에서 스웨덴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이 "개인을 위한 여러 제도를 마련하고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배려하는 점"이라고 강조한다.

스웨덴 모델은 "다양한 제도와 정책이 상호 연관되며 복지와 성장의 양립을 꾀하는 시스템의 집합체이다."

저자들은 21세기의 스웨덴 모델의 특징을 7가지로 정리한다.

① 개방 경제(Open Economy)와 건전한 거시 경제·재정 운영
② IT 인프라정비와 혁신을 탄생시키는 전략적 연구 개발
③ 높은 여성 노동 참가율과 양육 지원 체제
④ 포괄적이고 대담한 환경 정책과 높은 국민 의식
⑤ 연대 임금 제도
⑥ 적극적 노동 시장 정책과 실용성 지향의 교육 제도
⑦ 노동 인센티브와 기업 활력을 배려한 과세 제도 및 사회 보장 제도 (15~16쪽)

이 책이 강조하는 스웨덴 모델의 특징을 열쇳말로 정리하면 고복지, 고부담, 고성장이며 이들의

상호 작용 속에서 세계 최상위 국가 경쟁력의 비결을 엿볼 수 있다.

고복지·고부담


스웨덴 모델의 역사적 맥락을 이 책이 충분히 담지 못한 것은 유감스럽다. 스웨덴은 1920년대 경제 불황과 실업 문제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혼란 상태였다. 일찍이 시작된 고령화와 빈곤 국가의 운명을 바꾼 계기는 '국민의 집'을 주창한 사회민주주의 이념과 그 안에 담은 내용이었다.

모든 국민이 평등한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잘 발달된 사회 보장 제도는 1932년부터 본격화 되며 스웨덴 모델을 이루어 나간다. 1935년 도입된 세계에서 가장 보편적인 기초 노령 연금을 비롯해 1962년에 완성된 종합 사회 보험 제도는 임신·출산에 대한 소득 보장과 서비스, 육아·교육·주택 등 자녀를 부양하는 가족에 대한 사회 보장, 장애를 입은 사람에 대한 각종 서비스, 노인과 퇴직자를 위한 연금 제도 및 돌봄, 질병과 의료 보험, 고용 보험 그리고 자영업과 기업인을 위한 기업 보조 등을 포함한다.

스웨덴의 사회 보장 제도는 일정 연령 이상의 성인은 누구나 노동을 하는 것을 전제로 하며 완전 고용 실현을 목표로 한다. 또 모든 사회 보험의 급여 수준은 소득에 비례한다. 사회 보장 제도의 다른 한 축은 사회 서비스인데. 국민 누구에게나 절실한 건강 보호와 의료 서비스, 자녀 부양 가족을 위한 육아와 교육 그리고 주거 환경 조성은 개인의 부담을 덜어주도록 사회가 전적으로 혹은 부분적으로 책임을 진다.

스웨덴 복지는 사회적 위험에 대한 대응이 뛰어나며, 소득 재분배에 의한 사회적 평준화와 아울러 사회적 투자라는 성격을 강하게 갖는다. 그러나 '기회의 평등'과 아울러 노동 시장에서의 1차적 분배의 평등 그리고 이를 보완하는 다차원적 사회 안전망의 구축이 스웨덴 복지의 견고함과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기초 생활 보조금은 마지막 단계의 장치로 적용된다.

고복지의 유지를 위해서는 조세에 의한 재정 확보가 불가피하다. "2007년 국민 부담률은 48.6퍼센트로 국내 총생산(GDP)의 절반 가까이를 세금과 사회 보험료로 납부하고 있다." 국민이 직접 부담하는 소득세는 평균 31.4퍼센트로 주로 지방세이며 국세는 20퍼센트, 25퍼센트로 고소득자만이 부담한다.

그 외 사회 보험료로는 7퍼센트의 연금 보험료뿐인데 이는 소득 공제 대상이므로 실제 부담은 별로 드러나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국민 전체의 약 80퍼센트는 지방 소득세만을 납부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스웨덴의 세제는 국민 대부분을 과세 대상으로 하는 정률성이 강한 평등한 세제라고 할 수 있다."

고성장

스웨덴의 사회 정책은 시대적 변화와 환경에 따라 진화되었으며 때대로 대내외적 환경 변화에 따른 위기를 겪어 왔다. 이 책은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 물결 속에서의 사회 현상 및 이에 대한 대응을 소개하고 있다. 각 장이 다소 중복되는 인상을 주기는 하나 스웨덴을 소개한 다른 책과의 차별성이 두드러진다.

특히 이 책은 스웨덴을 기업하기 쉬운 나라로 소개하며 스웨덴의 개방 경제와 건전한 거시 경제 및 효율적 재정 운영을 부각시킨다. 또 스웨덴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낮은 법인세율을 들고 있다. 2009년 현재 법인세는 26.3퍼센트로 한국의 22.5퍼센트보다 조금 높으나 일본의 39.5퍼센트를 크게 밑돈다.

그리고 물가 안정 목표제를 도입하여 임금과 물가의 악순환을 끊고 물가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일명 간접세라고 부르는 기업의 사회 보험료 부담은 31.4퍼센트로 얼핏 보면 대단히 높다. 그러나 법인세율이 낮고 복리 후생비나 부양 수당, 통근 수당 등 기타 수당 부담이 없어 기업의 노동 비용은 결과적으로 영국이나 독일 등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낮은 편이다.

스웨덴은 1970년대 제1차 석유 파동, 1990년대 금융 위기,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쇼크까지 세 번의 대규모 위기를 거쳤다. 그러나 그 때마다 정당, 정파를 초월한 세제 개혁, 연금 개혁, 다년도 예산 제도 도입 등의 국가적 대응 정책으로 건전한 거시 경제와 재정 운영을 유지할 수 있었다. 그 결과 국가 채무 잔고는 2008년 GDP 대비 35퍼센트로 서유럽 중 가장 건실한 건전 재정 국가가 되었다.

스웨덴의 국제 경쟁력을 유지하는 요소 중 정부 효율성 분야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관료가 기업 활동을 제약하지 않는 투명성이다. 기업 효율성 분야에서도 대기업의 효율성과 높은 생산성을 자랑한다. 또 인터넷 회선 속도, 브로드밴드 가입자 수, 연구 개발(R&D) 지출 등에서의 잘 갖춰진 사회 기반이 역시 스웨덴 국가 경쟁력을 최상위로 유지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스웨덴 모델의 특성

스웨덴이 기타 유럽 국가와 다른 사회 정책상의 특징 중 하나가 또 있다. 여성 인력의 노동 시장 참여를 뒷받침하는 가족 정책의 내용과 가치관이다. 여성 인력을 활용한 맞벌이 사회의 형성으로 인구 감소 문제와 소득 유지를 동시에 해결한 것은 가족 정책에 힘입은 것이다. 이 책에서 "여성 노동력을 활용한 맞벌이 사회"를 별도 장으로 구성하여 여성 노동력을 강조한 것은 돋보인다.

다른 하나는 적극적 노동 시장 정책이다. 이는 20세기 중반기의 렌-마이드너 모델에서 시작하였으나 21세기 시장 경제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며 오히려 신자유주의의 폐단을 방지하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

스웨덴의 안정적 노사 관계, 투명하고 효율적인 공공 분야, 우수한 인적 자원 양성, 잘 갖춰진 사회 기반은 스웨덴 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이를 통한 고성장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특히 세계적으로 우수한 스웨덴의 노동력과 인적 자원은 교육 분야의 공공화와 지속적 투자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또 양성 평등적 가족 정책으로 인하여 잘 교육된 여성 노동력을 남성 노동력과 거의 같은 비율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스웨덴 경쟁력의 주요한 원천이다. 노동 시장 정책, 교육 정책, 가족 정책과 같은 핵심 사회 정책이 스웨덴 고성장의 비결인 것이다.


이를 위한 국민적 부담으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웨덴의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와 아울러 기업의 사회 보장 부담을 들 수 있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정부의 복지 지출로 인한 소득 이전 효과로 인하여 이는 실질적으로 조세 환급 혹은 소득 재분배의 효과를 갖는다는 것이다.

고복지·고부담은 교육, 보육 등 핵심적 사회 서비스를 탈상품화, 공공화한 것이며 세금과 사회 보험 부담이 약탈적이거나 징벌적 성격을 갖지 않음으로 인해 국민적 동의를 얻어낼 수 있었다.

<스웨덴 패러독스>는 최근 20년간의 경제적 변화와 스웨덴의 대응, 현상에 관한 실증적 자료와 통계를 통해 스웨덴 사회 특히 경제 현상을 설득력 있게 묘사하였다. 그러나 스웨덴 모델은 위에서 지적한 대로 1928년 이래 사민당이 주창한 '국민의 집',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렌-마이드너 모델" 그리고 기능 사회주의적 접근의 종합을 의미하며 이를 근간으로 한 21세기의 새로운 해법이 또 하나의 스웨덴 모델이다.

2009년 선거 이후 보수 연립 정부의 정권 재창출 이후에도 스웨덴의 '국민의 집' 정신은 보수당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고 유럽 학자들은 분석한다. 따라서 이 책이 주장하는 스웨덴 패러독스는 스웨덴의 역사적 발전과 진화에 관한 깊은 성찰과 연계 속에서 읽혀야 할 것이다. 스웨덴 복지 국가의 형성과 발전은 스웨덴의 인본주의와 민주주의 발전 과정의 표현이며 수단으로 인식할 때에 스웨덴 패러독스가 지닌 패러독스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으리라고 여겨진다.

이 책을 읽으면서 서울대학교에서 서양사를 가르치는 박지향 교수가 올해 초 <조선일보>에 쓴 글이 떠올랐다. "스웨덴이 성장·복지 성공? 속은 골병 든 활력 없는 나라, 빌붙어 사는 사람 너무 많아 이젠 개혁 엄두도 못내…" 이런 부제가 붙은 글이었다. (☞관련 기사 : 한 명 세금 갖고 두 명 먹고 사는 스웨덴)

<스웨덴 패러독스>는 이런 비역사적이며 사실(fact) 파악에 게으른 감성적 비판자에게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복지와 성장의 양립을 풀어나간 스웨덴 방식을 도전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세계 유명 조사 기관 평가에서 여전히 세계 최상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은 스웨덴 패러독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강력한 근거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