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 | 대담 | 입력 2009.10.27 09:56 / 인터넷 다음에서 인용함
머니위크 창간 2주년을 장식할 '행복수다'의 상대는 작가 이외수 씨로 정했다. 마침 '젊은 오빠ㆍ젊은 누나 되기'란 창간기획도 있어 그를 '젊은 오빠'의 대표 인물로 꼽았다.
그를 인터뷰하러 가는 화천 길은 맑은 가을 하늘과 들판, 의암ㆍ춘천호와 산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웠다. 화천 다목리에 조성 중인 감성마을은 그의 집을 한켠으로 해서 '문학동네'의 모습을 갖춰가는 중이다.
- 머니위크의 화두는 돈과 성공과 행복입니다. 먼저 이 시대의 '돈'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돈이라면 제 막내 동생에게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요(이창훈 푸르덴셜자산운용 대표가 이외수 씨의 친동생이다).
아마 동생은 다르게 말하겠지만, 돈은 탐미(耽美)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돈은 돈을 아름답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돈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돋보기로 한달 동안 관찰한 적이 있습니다. 돈에는 많은 장치와 그림이 들어있습니다.
돈에 욕망을 가진 사람과 소망을 가진 사람을 저울에 재본다면 아마 그 저울은 소망을 가진 사람 쪽으로 기울어질 것입니다. 욕망은 나만 잘되길 바라는 것, 소망은 남까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지요. 욕망에 아름다움을 더하면 소망이 되고,
돈을 잘 못 벌거나 잘 못 쓰는 사람이 잘못된 것이지, 돈 자체에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돈을 욕하고 미워하는데, 돈이 따라 오겠습니까.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렇듯 미워하는 것은 가까이 오는 법이 없습니다. 돈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야
- 하지만 실제로는 오늘날 돈에 대한 욕망이 너무 과해서 문제가 되지 않습니까?
▶지금 세계는 욕망 과잉입니다. 돈에는 이성적인 돈과 감성적인 돈이 있습니다. 이 둘이 고루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은행은 이성적으로만 돈을 다루고, 도박은 감성적으로 돈을 다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한쪽으로만 치우쳐
- 이 시골에서 돈을 잘 벌고 계십니까?
▶화천은 경제적으로 돈 모으기 좋은 곳입니다. 외져서 돈 쓸 일이 없습니다(이외수 씨의 부인 전영자 여사는 음식도
도시에서 3일 일하고 화천 같은 곳에서 4일 정도 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부인께서 돈 관리를 하시니 지출을 잘 몰라서 하는 말씀은 아닐까요?
▶물론 돈도 많이 씁니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사람도 많이 돕고 있고, 저와 함께 하는
- 많은 사람이 성공을 꿈꾸고 있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입니까?
▶하찮은 것이라고 해도 나와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나만 잘된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도덕적인 성공 개념을 놓고 볼 때 한사람의 성공에 의해 많은 사람이 불행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진정한 성공이
생각이 끊어진 자리에 성공이 있습니다. 모든 근본은 마음에 있습니다. 마음과 생각은 다릅니다. 예를 들어 흥부와 놀부를
- 그러나 사회는 승자 독식의 치열한 경쟁 속에 있습니다. 교육까지 과잉경쟁 시스템입니다. 그러다 보니 다들
▶그런 상태는 잘못된 인식과 잘못된 교육 때문입니다. 경쟁해야 살아남는다는 것은 잘못된 인식입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같은 반에 어려운 학우가 있으면 너의 몫"이라고 가르쳤습니다. 아이들은 경쟁사회에서 낙오된다고
현재 교육은 자신이 주인이 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써먹지 못하는 지식 위주의 공부를 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청소년들이 미래가 불투명하고 불안해서 종종 상담을 하러 옵니다. 그때 저는 그들에게 길바닥 병뚜껑을 10년 동안 주우라고 말합니다. 10년 동안 병뚜껑만 줍는다면 처음에는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기도 하겠지만, 나중엔 사회의 시각이 달라지게
적어도 3~5년 정도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미칠 수 있어야 합니다. 세상에 불로소득, 무통분만은 없습니다.
젊을 때는 잠들고 싶을 때 잠들지 못하고, 먹고 싶을 때 먹지 못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늙어서 잠들고 싶을 때 잠들고,
어리석으면 인생 역전의 기회가 오지만, 나태해지면 인생의 역전 기회가 오지 않습니다.
▶어리석다는 것은 묵직하게 자기를 만들어 가는 것을 말합니다. 조류냐 동향을 따라가는 것은 나태한 것입니다.
요즘 성공 계발서 등은 책이라고 하기조차 거북할 정도입니다. 이런 책은 치열하게 쓰여진 것이 아닙니다. 처세술,
- 작품 중에는 사랑에 대한 얘기가 많습니다. 사랑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요?
▶사랑에 대한 명료한 정리는 없습니다. 에피소드는 수없이 많고 여러 형태의 사랑이 있지만 사랑의 키워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아름다움입니다. 어떤 사람이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람은 자기의 범주 안에서 사랑을 하게 됩니다. 젊을 때에는 자기 애인, 이성간의 사랑에만 천착하지만 성숙하면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합니다. 만물을 사랑할 수 있는 가슴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만물을 파괴할 수 있는 것도 인간뿐입니다. 아름다움과 사랑의 반대말은 없습니다.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모든 것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보려면 육안(肉眼), 뇌안(腦眼), 심안(心眼)을 넘어 영안(靈眼)을 획득하는 경지가 돼야 합니다. 영안을 가지고 보면 사랑의 본체를 깨닫고 보게 됩니다. 아름다움은 우주의 본성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대개 사랑이 식고, 시들해집니다. 그러면 그 사랑을 파하고 다른 사랑을 시작하지만 또 다시
▶특히 이성간의 사랑에 시련이 온다는 것은 어느 한쪽이 아름다움에 대한 견해,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평가가 달라지고
본성에 가까이 가 있지 않으면 개체 중심의 집착과 욕망이 됩니다. 본성에 닿아있지 않은 사랑에 대해서는 미안한 마음을
- 결국 사랑, 아름다움을 보는 눈은 마음에서 나온다는 말인 것 같습니다.
▶21세기는 감성이 시대를 주도할 것입니다. 감성의 영향력이 이성의 영향력보다 더 큽니다.
춘천교대 7년 다니다 중퇴하고 인제에 있는 한 초등학교 객골 분교에서 소사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그 후 '딱 보면 안다'를 화두로 삼았습니다. 이 말은 합일, 혼연일체 되면 안다는 의미입니다.
합일을 깨닫자 작품의 문체 자체를 묘사적 문체로 바꿀 수 있게 됐습니다. 감성적인 문체는 합일감에서 옵니다.
- 사랑과 합일을 말씀하셨는데, 이런 합일감을 갖고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십니까?
▶옛날에 내설악 쪽에 들어가 잠시 거한 적이 있습니다. 거기는 눈도 많이 오고 꽤 추운 곳입니다.
예전에는 정좌를 틀고 대상을 바라보며 합일을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즉각적으로 됩니다. 합일이 생활화됐으니
내 혈액형은 '트리플A형'입니다. 사물과 쉽게 동화 돼서 기쁘면 기쁜 표현을 해야 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화장실에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합일을 위해서는 도시에서 헤어 나와야 합니다. 도시에서 벗어나는 것은 도시에 있으면서도 할 수
-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제일 중요한 것은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입니다. 감정과 건강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슬픔을 많이 느끼면 폐가 다치고,
화가 나면 화를 내야지 두고두고 간직하면 병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간직하지 말고 다 털어버려야 합니다. 화를 내더라도
마음이 넓으면 작은 것에 부화뇌동하지 않기 때문에 깊고 넓은 마음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 상당히 젊게 사신다는 느낌이 듭니다. 젊게 사는 비법이 있으십니까?
▶집에서 애들과 콘솔게임도 하면서 대화를 많이 합니다. 게임이 소통의 한 도구인 셈이죠. 콘솔게임 내 점수는 '프로급'인데, 애들과 하면 지는 경우가 많아요. 애들의 점수는 '준프로급'이지만, 연습에 있어서는 '프로급'이거든요. 승부에 집착하는 편도 아니고, 연습량에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더라구요. 그래도 54세까지는 위닝일레븐(온라인 축구게임), 스트리트 파이터(대전격투게임) 등을 20대와 경쟁해서 잘 지지 않았습니다. 같이 놀아야 젊은 세대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또 트위터 글로벌랭킹 2위, 아트분야 1위, 세계 소설가 트위터 2위 등 트위터도 열심히 하고 있죠.
- < 청춘불패 > 를 보니 이제는 술을 끊으셨던데, 과거에는 많이 드셨지요?
▶주량을 병이 아니라 며칠로 따졌죠. 옛날에는 작품을 하나 끝내면 무박 3일, 일주일 동안 잠 안 자고 술 마시다
그러나 술에다가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남는 것도 없고 해서 이제는 졸업했습니다.
물론 술은 감수성 계발하는 데는 좋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몸이 물어봅니다. 그때 현명하게 결정하면 됩니다.
▶머리는 귀찮아서 그냥 놔두는 것입니다. 장편소설을 시작하면 머리를 빡빡 깎고 두문불출합니다. 보통 한 4년 정도
좋아하는 색깔은 흰색이 아니라 보라색입니다(이날 이외수 씨는 보라색 안경과 보라색 넥타이를 매고 인터뷰에 나섰다).
- 흔히 보라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야한 것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야동 마니아입니다. 신비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보라색을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 젊은 샐러리맨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세대는 가치관에 혼란이 와 있습니다. 그래서 가치관 정립이 중요하죠. 더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알아야 합니다.
물질 풍요가 정신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정신적 풍요감이 결여된 사람이 많은 거죠. 현대인들 정신적으로 결핍돼 있기
책을 많이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독서가 비만을 치료하는 데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더군요. 독서는 간접 경험, 대리만족 등을 통해 결여된 갈증을 메워주면서 정신적 풍족감을 줍니다.
- 시트콤, 라디오 방송 등 여러 것을 해보셨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삶의 과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외수 씨는 얼마 전 시트콤에 출연했으며, 라디오 방송은 지금도 하고 있다. 또 최근 한 월간지에서 빅뱅 의상을 입고
작가적인 측면에서는 행복이 궁극적인 화두입니다. 행복해지기 위한 시도를 할 것입니다. 소설을 통해서 행복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행복의 진실성도 따져보고 싶습니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코스타리카가 행복지수 1위이고 우리나라는 육십몇위라고 하더군요. 사람들은 뭐가 행복인지 몰라서
앞으로는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자 합니다. 책을 읽을 때 행복해지고, 덮고 나며 행복의 여운이 오래가는 책을 써보고 싶습니다.
작가 이외수 부른 화천군수 정갑철 화천 다목리로 이사했다. 3년 내내 공사가 요란하고 미세먼지가 많아 천식이 심해졌지요. 그래서 시골로 가려고 궁리하고 있었는데 마침 정 군수가 오라는 겁니다." 없고 딜레마지요. 한번은 축제에 온 가족이 '마땅히 잘 데도 없다'면서 '춘천가서 자고 아침에 또 와야 하냐'고 투덜대는데 그 옆에서 쓰레기를 줍던 분이 '우리 집에 방이 하나 여유가 있는데 불편하시더라도 주무시겠냐, 돈은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 집에서 자고 다음날 축제에 가보니 쓰레기 줍던 양반이 군수더랍니다." 산천어도 직접 길러서 축제기간에 풀어 놓는 것입니다. 특별히 먹을거리가 없으니 회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창조할 수밖에 없지요. 만들어서 먹는 겁니다. 돈은 별로 안들이고 효과는 극대화하는 겁니다.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 전국에서 가장 빠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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