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Revolution· Psychology

'젊은 오빠' 이외수의 돈ㆍ사랑ㆍ성공 이야기

youngsports 2009. 10. 27. 11:10

 

머니위크 | 대담 | 입력 2009.10.27 09:56 / 인터넷 다음에서 인용함

 


[[머니위크]행복수다/ 이 시대의 젊은 오빠 이외수 씨]


머니위크 창간 2주년을 장식할 '행복수다'의 상대는 작가 이외수 씨로 정했다. 마침 '젊은 오빠ㆍ젊은 누나 되기'란 창간기획도 있어 그를 '젊은 오빠'의 대표 인물로 꼽았다.

그를 인터뷰하러 가는 화천 길은 맑은 가을 하늘과 들판, 의암ㆍ
춘천호와 산들이 어우러져 아름다웠다. 화천 다목리에 조성 중인 감성마을은 그의 집을 한켠으로 해서 '문학동네'의 모습을 갖춰가는 중이다.

1946년 생으로 환갑을 벌써 넘긴 이외수 씨는 '젊은 오빠' 답게 2시간 넘는 인터뷰 동안 자연스럽고도 흐트러짐 없는 자세를 지켰다. 예전에는 그를 '기인(奇人)'처럼 보곤 했는데 직접 보니 '예인(藝人)'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이 시대의 '젊은 오빠'
이외수 씨의 젊게 사는 인생을 만나보자.

- 머니위크의 화두는 돈과 성공과 행복입니다. 먼저 이 시대의 '돈'에 대해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돈이라면 제 막내 동생에게 물어봐야 하지 않을까요(이창훈 푸르덴셜자산운용 대표가 이외수 씨의 친동생이다).

아마 동생은 다르게 말하겠지만, 돈은 탐미(耽美)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돈은 돈을 아름답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따를 것입니다. 흔히 '돈이 웬수'라고 말하곤 하는데, 돈을 욕하는 사람에겐 돈이 따르지 않습니다.

돈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돋보기로 한달 동안 관찰한 적이 있습니다. 돈에는 많은 장치와 그림이 들어있습니다.
그것만 보더라도 돈은 아름답습니다. 단위가 높을수록 더 아름답더군요. 이렇게 돈을 관찰하면 미워하지 않는데
도움이 됩니다. 돈을 미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돈에 욕망을 가진 사람과 소망을 가진 사람을 저울에 재본다면 아마 그 저울은 소망을 가진 사람 쪽으로 기울어질 것입니다. 욕망은 나만 잘되길 바라는 것, 소망은 남까지 잘되길 바라는 마음이지요. 욕망에 아름다움을 더하면 소망이 되고,
소망에서 아름다움을 빼면 욕망이 됩니다.

돈을 잘 못 벌거나 잘 못 쓰는 사람이 잘못된 것이지, 돈 자체에는 아무 잘못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돈을 욕하고 미워하는데, 돈이 따라 오겠습니까. 세상의 모든 이치가 그렇듯 미워하는 것은 가까이 오는 법이 없습니다. 돈이 아름답다고 생각해야
경제적 어려움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 하지만 실제로는 오늘날 돈에 대한 욕망이 너무 과해서 문제가 되지 않습니까?

▶지금 세계는 욕망 과잉입니다. 돈에는 이성적인 돈과 감성적인 돈이 있습니다. 이 둘이 고루 균형을 잡아야 하는데,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치면 아름다운 돈이 되지 못합니다.

은행은 이성적으로만 돈을 다루고, 도박은 감성적으로 돈을 다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한쪽으로만 치우쳐
기형화되는 것은 돈이 원하는 바가 아닐 수 있습니다. 돈이 원하는 것은 조화와 균형일 것입니다. 돈의 기능이 최대화되는 것을 잘 수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돈이 갈 준비를 하고 있는데, 사람이 돈에게 잘 못 맞추고 있는 것입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인 거죠.

- 이 시골에서 돈을 잘 벌고 계십니까?

▶화천은 경제적으로 돈 모으기 좋은 곳입니다. 외져서 돈 쓸 일이 없습니다(이외수 씨의 부인 전영자 여사는 음식도
시켜먹을 수 없는 곳이라고 말했다). 이곳은 자연을 바라보고 즐기며 돈을 모을 수 있는 곳이죠.

도시에서 3일 일하고 화천 같은 곳에서 4일 정도 사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 부인께서 돈 관리를 하시니 지출을 잘 몰라서 하는 말씀은 아닐까요?

▶물론 돈도 많이 씁니다.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사람도 많이 돕고 있고, 저와 함께 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세금도 지난해 4000만원 냈습니다. 세금 참 많습니다. 물론 제 동생(이창훈 대표)은
저보다 더 많은 세금을 냈겠죠.

- 많은 사람이 성공을 꿈꾸고 있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성공은 어떤 것입니까?

▶하찮은 것이라고 해도 나와 연관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나만 잘된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도덕적인 성공 개념을 놓고 볼 때 한사람의 성공에 의해 많은 사람이 불행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는 진정한 성공이
아닙니다. 한사람의 성공에 의해 많은 사람이 기쁘게 되는 것이 진정한 성공입니다. 이런 성공이 많아져야 합니다.

생각이 끊어진 자리에 성공이 있습니다. 모든 근본은 마음에 있습니다. 마음과 생각은 다릅니다. 예를 들어
흥부와 놀부
보지요. 흥부는 제비의 다리가 부러진 것을 보고 아픈 마음을 못 견뎌했습니다. 흥부가 제비와 합일된 상태입니다.
이것이 바로 마음입니다. 반면 놀부는 제비를 보고 돈을 벌기 위해 다리를 부러뜨렸습니다. 이것은 생각입니다.
진정한 성공은 마음에 의한 성공입니다.

- 그러나 사회는 승자 독식의 치열한 경쟁 속에 있습니다. 교육까지 과잉경쟁 시스템입니다. 그러다 보니 다들
자기만의 성공에 급급한 모습인 것 같은데요.

▶그런 상태는 잘못된 인식과 잘못된 교육 때문입니다. 경쟁해야 살아남는다는 것은 잘못된 인식입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같은 반에 어려운 학우가 있으면 너의 몫"이라고 가르쳤습니다. 아이들은 경쟁사회에서 낙오된다고
투덜대더군요. 저는 아이들에게 경쟁하지 않으면 된다고 말합니다. 경기장에는 서로 경쟁하는 두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심판도 있고, 관중도 있습니다. 심판이 되고 관중이 되서 그라운드 전체를 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세상이 만든
시스템 안에 들어가서 피동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보편화되지 말고 창조적인 삶을 살아 자기 인생의 주인이
돼야 합니다.

현재 교육은 자신이 주인이 되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써먹지 못하는 지식 위주의 공부를 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즉 지적 충족감에만 매달려 있는 것이죠. 대학 전공도 적성이 아닌 점수에 따라 선택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사회의 도구에 불과한 삶을 살게 할 뿐입니다.

청소년들이 미래가 불투명하고 불안해서 종종 상담을 하러 옵니다. 그때 저는 그들에게 길바닥 병뚜껑을 10년 동안 주우라고 말합니다. 10년 동안 병뚜껑만 줍는다면 처음에는 사람들이 손가락질을 하기도 하겠지만, 나중엔 사회의 시각이 달라지게
 됩니다. 스스로도 병뚜껑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고, 모든 병에 대해, 병 속 내용물에 대해 모르는 것이 없게 됩니다.
병뚜껑 하나를 통해 기업들의 모든 에피소드까지 통달하는 존재가 되는 거지요.

적어도 3~5년 정도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해서 미칠 수 있어야 합니다. 세상에 불로소득,
무통분만은 없습니다.
질풍노도의 시기를 '질풍로또'로 보내서는 안 됩니다.

젊을 때는 잠들고 싶을 때 잠들지 못하고, 먹고 싶을 때 먹지 못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늙어서 잠들고 싶을 때 잠들고,
먹고 싶을 때 먹을 수 있습니다.

어리석으면 인생 역전의 기회가 오지만, 나태해지면 인생의 역전 기회가 오지 않습니다.

- 어리석어야 기회가 온다는 어렵게 들리는데요.

▶어리석다는 것은 묵직하게 자기를 만들어 가는 것을 말합니다. 조류냐 동향을 따라가는 것은 나태한 것입니다.
자기계발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죠. 사회가 만든 틀에 안주하는 것이 나태입니다. 사회에서 치열하게 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오히려 나태입니다. 창조적 관점에서 볼 때는 엄청나게 나태한 것입니다.

요즘 성공 계발서 등은 책이라고 하기조차 거북할 정도입니다. 이런 책은 치열하게 쓰여진 것이 아닙니다. 처세술,
방편에 지나지 않습니다. 쉽게 사는 법이죠. 자기 생을 창조하는 데 있어 부지런해야 합니다.
치열한 것도 이런 쪽이어야 합니다.

- 작품 중에는 사랑에 대한 얘기가 많습니다. 사랑이란 과연 어떤 것일까요?

▶사랑에 대한 명료한 정리는 없습니다. 에피소드는 수없이 많고 여러 형태의 사랑이 있지만 사랑의 키워드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아름다움입니다. 어떤 사람이든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람은 자기의 범주 안에서 사랑을 하게 됩니다. 젊을 때에는 자기 애인, 이성간의 사랑에만 천착하지만 성숙하면
다른 것의 아름다움에도 눈을 뜨게 됩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합니다. 만물을 사랑할 수 있는 가슴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만물을 파괴할 수 있는 것도 인간뿐입니다. 아름다움과 사랑의 반대말은 없습니다.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모든 것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것을 아름답게 보려면 육안(肉眼), 뇌안(腦眼), 심안(心眼)을 넘어 영안(靈眼)을 획득하는 경지가 돼야 합니다. 영안을 가지고 보면 사랑의 본체를 깨닫고 보게 됩니다. 아름다움은 우주의 본성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대개 사랑이 식고, 시들해집니다. 그러면 그 사랑을 파하고 다른 사랑을 시작하지만 또 다시
진부해지는 악순환에 빠지곤 합니다. 이 사랑의 함정을 어떻게 넘어설 수 있을까요?

▶특히 이성간의 사랑에 시련이 온다는 것은 어느 한쪽이 아름다움에 대한 견해, 아름다움에 대한 가치평가가 달라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안 맞고 충돌이 일어나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헤어진다고 가면 어디 가겠습니까.
우주 안에 함께 있는 것으로 만족하면 됩니다. 그래야 통 큰 사랑을 할 수 있습니다.

본성에 가까이 가 있지 않으면 개체 중심의 집착과 욕망이 됩니다. 본성에 닿아있지 않은 사랑에 대해서는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더 큰 사랑 쪽으로 진화해야 하는 것이죠. 버리고 간 사람까지도 이해하고 합류하는 사랑을 하게 되면
오히려 상대방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밀고 당기기를 해야 한다는 현상학적인 것에 집착하지 말고 가슴으로 사랑해야 합니다.
- 결국 사랑, 아름다움을 보는 눈은 마음에서 나온다는 말인 것 같습니다.

▶21세기는 감성이 시대를 주도할 것입니다. 감성의 영향력이 이성의 영향력보다 더 큽니다.

춘천교대 7년 다니다 중퇴하고 인제에 있는 한 초등학교 객골 분교에서 소사로 일한 적이 있습니다.
이 분교는 전교생이 17명이고, 평균 등교일이 3일 정도로 폐교 직전이었습니다. 여기서 근무하면서 4학년짜리 아이와
냇가에 개구리를 잡으러 다니곤 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는 어느 돌 밑에 개구리가 있고, 그 개구리가 어디로 튀는지를
정확히 알더군요. 어떻게 알아내는지 꽤 궁금해서 그 아이에게 "개구리가 어디로 튈지 어떻게 아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랬더니 그 아이는 "딱 보면 안다"고 말하더라구요.

그 후 '딱 보면 안다'를 화두로 삼았습니다. 이 말은 합일, 혼연일체 되면 안다는 의미입니다.
그 아이는 개구리와 합일이 돼 어디로 튈지 알 수 있는 것이죠. 이분화되 면 알 수가 없는 것이죠.

합일을 깨닫자 작품의 문체 자체를 묘사적 문체로 바꿀 수 있게 됐습니다. 감성적인 문체는 합일감에서 옵니다.
전지적 작가시점을 떠나 편제적 시점으로 바라보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것이죠. 그 아이를 통해 공부의 방식이
달라진 것이죠.

- 사랑과 합일을 말씀하셨는데, 이런 합일감을 갖고 유지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십니까?

▶옛날에 내설악 쪽에 들어가 잠시 거한 적이 있습니다. 거기는 눈도 많이 오고 꽤 추운 곳입니다.
거기서 겨울에 불을 안 떼고 생활을 했습니다. 추웠지만 달밤에 문을 열어놓고 물 흐르는 것을 본 거죠.
나무들도 한겨울에 죽지 않고 어떻게든 견디잖아요. 산들 나무들, 소리하고까지 합일을 한 거죠.

예전에는 정좌를 틀고 대상을 바라보며 합일을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즉각적으로 됩니다. 합일이 생활화됐으니
일부러 할 필요는 없죠.

내 혈액형은 '트리플A형'입니다. 사물과 쉽게 동화 돼서 기쁘면 기쁜 표현을 해야 하고,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화장실에
들어가 벽에 박치기도 하는 등 감정기복이 심합니다. 한마디로 '똘아이'죠.

도시에 사는 사람들도 합일을 위해서는 도시에서 헤어 나와야 합니다. 도시에서 벗어나는 것은 도시에 있으면서도 할 수
있습니다. 우선 자연에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리고 폭넓은 사랑을 하려면 아름다움을 자주 접해야 합니다.
하루에 한번이라도 하늘을 바라보던지, 화초 가꾸기를 하면 꽃피고 열매가 맺는 아름다운 자연을 볼 수 있습니다.
또 끊임없는 대화를 가져야 합니다. 자연적인 것들과 대화도 하고, 자문자답을 하는 것을 즐겨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종교지도자의 영적 가르침을 곱씹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고 계십니까?

▶제일 중요한 것은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입니다. 감정과 건강은 불가분의 관계입니다. 슬픔을 많이 느끼면 폐가 다치고,
신경을 많이 쓰면 위가, 분노하면 간이 다칩니다. 오장과 감정은 깊은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감정을 잘 다스리면 오장육부를 잘 다스리게 됩니다.

화가 나면 화를 내야지 두고두고 간직하면 병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간직하지 말고 다 털어버려야 합니다. 화를 내더라도
지나치게 내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마음이 넓으면 작은 것에 부화뇌동하지 않기 때문에 깊고 넓은 마음을 가지는 것이 좋습니다.

- 상당히 젊게 사신다는 느낌이 듭니다. 젊게 사는 비법이 있으십니까?

▶집에서 애들과 콘솔게임도 하면서 대화를 많이 합니다. 게임이 소통의 한 도구인 셈이죠. 콘솔게임 내 점수는 '프로급'인데, 애들과 하면 지는 경우가 많아요. 애들의 점수는 '준프로급'이지만, 연습에 있어서는 '프로급'이거든요. 승부에 집착하는 편도 아니고, 연습량에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더라구요. 그래도 54세까지는
위닝일레븐(온라인 축구게임), 스트리트 파이터(대전격투게임) 등을 20대와 경쟁해서 잘 지지 않았습니다. 같이 놀아야 젊은 세대를 습득할 수 있습니다.

또 트위터 글로벌랭킹 2위, 아트분야 1위, 세계 소설가 트위터 2위 등 트위터도 열심히 하고 있죠.

- < 청춘불패 > 를 보니 이제는 술을 끊으셨던데, 과거에는 많이 드셨지요?

▶주량을 병이 아니라 며칠로 따졌죠. 옛날에는 작품을 하나 끝내면 무박 3일, 일주일 동안 잠 안 자고 술 마시다
쓰러지기도 했습니다. 죽기를 각오하고 마신 거죠. 그런데 술 마시고 시는 되지만 소설은 안 돼 소설을 쓸 때는
술을 하지 않았습니다. 리듬이 끊어지면 작업이 잘 안되더라구요.

그러나 술에다가 너무 많은 시간을 낭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남는 것도 없고 해서 이제는 졸업했습니다.
열 받아도 이제는 안 땡기고….

물론 술은 감수성 계발하는 데는 좋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몸이 물어봅니다. 그때 현명하게 결정하면 됩니다.

- 이외수 하면 떠오르는 외모 중 하나가 긴 머리, 그리고 한복 등 흰 옷입니다. 머리는 왜 기르시죠?

▶머리는 귀찮아서 그냥 놔두는 것입니다. 장편소설을 시작하면 머리를 빡빡 깎고 두문불출합니다. 보통 한 4년 정도
걸리는데, 그러면 이렇게 길어집니다. 머리는 집사람이 직접 손질해 줍니다.

좋아하는 색깔은 흰색이 아니라 보라색입니다(이날 이외수 씨는 보라색 안경과 보라색 넥타이를 매고 인터뷰에 나섰다).
보라색 옷보다는 흰색 옷이 나한테 잘 어울리기 때문에 흰색 옷을 많이 입을 뿐이죠.

- 흔히 보라색을 좋아하는 사람은 야한 것을 좋아한다고 하는데….

▶야동 마니아입니다. 신비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보라색을 좋아한다고 하더군요.
- 젊은 샐러리맨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세대는 가치관에 혼란이 와 있습니다. 그래서 가치관 정립이 중요하죠. 더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알아야 합니다.

물질 풍요가 정신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정신적 풍요감이 결여된 사람이 많은 거죠. 현대인들 정신적으로 결핍돼 있기
때문에 명품, 먹는 것 등 물질적 풍요로 풀려고 합니다.

책을 많이 읽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독서가 비만을 치료하는 데 탁월한 효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더군요. 독서는 간접 경험, 대리만족 등을 통해 결여된 갈증을 메워주면서 정신적 풍족감을 줍니다.

- 시트콤, 라디오 방송 등 여러 것을 해보셨습니다. 앞으로 새로운 삶의 과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이외수 씨는 얼마 전 시트콤에 출연했으며, 라디오 방송은 지금도 하고 있다. 또 최근 한 월간지에서 빅뱅 의상을 입고
사진도 찍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습니다. 남을 해롭게 하지 않는 일만 빼고 새로운 일은 늘 재미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것을 하다 보니 안티들은 '노망티스트' 추종자들은 '로맨티스트'라고 부릅디다.
애들처럼 새로운 것을 재미있어 하는 편입니다.

작가적인 측면에서는 행복이 궁극적인 화두입니다. 행복해지기 위한 시도를 할 것입니다. 소설을 통해서 행복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고 싶습니다. 행복의 진실성도 따져보고 싶습니다.

얼마 전 뉴스를 보니 코스타리카가 행복지수 1위이고 우리나라는 육십몇위라고 하더군요. 사람들은 뭐가 행복인지 몰라서
더듬고 있는 것이죠. 행복해지기 위해 불행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으로는 행복하게 사는 사람도 주인공으로 내세우고자 합니다. 책을 읽을 때 행복해지고, 덮고 나며 행복의 여운이 오래가는 책을 써보고 싶습니다.


작가 이외수 부른 화천군수 정갑철
축제에서 쓰레기 줍던 사람, 알고 보니 군수


작가 이외수는 화천에 산다. 화천에서도 북쪽 끝자락이니 휴전선에 가까운 산골이다. 그는 춘천에 오래 살다가 4년 전

화천 다목리로 이사했다.

그를 화천으로 부른 사람은 정갑철(64) 군수였다. 이 두사람의 인연이 재미있다.

"춘천에 살 때 한 20명쯤 내려와 기숙하니 석달 만에 쌀이 바닥났습니다. 그걸 어떻게 알았는지 쌀가마니를 보내준 사람이 정갑철 군수입니다. 그때 그를 처음 알았습니다. 그 후 살던 동네가 대학 앞인데 다세대 원룸 주택들을 짓는다고

3년 내내 공사가 요란하고 미세먼지가 많아 천식이 심해졌지요. 그래서 시골로 가려고 궁리하고 있었는데 마침

정 군수가 오라는 겁니다."

당시 이외수를 부른 곳은 화천 말고 양양 인제 양구 등 몇곳이 더 있었다.

"화천 공무원들이 이외수 씨 오면 무슨 도움이 되냐고 물었답니다. 그러니까 정 군수가 '예술가에겐 작품 이외엔 아무 것도 바라서는 안 된다'고 야단쳤다는 말을 듣고 주저 없이 화천으로 정했지요. 이제는 내가 화천의 홍보대사입니다."

이외수의 '정갑철 예찬'은 계속된다.

"겨울
산천어 축제가 열리면 화천 여관이며 민박시설이 모두 꽉꽉 들어찹니다. 그렇다고 이때만 겨냥해 호텔을 지을 수도

없고 딜레마지요. 한번은 축제에 온 가족이 '마땅히 잘 데도 없다'면서 '춘천가서 자고 아침에 또 와야 하냐'고 투덜대는데 그 옆에서 쓰레기를 줍던 분이 '우리 집에 방이 하나 여유가 있는데 불편하시더라도 주무시겠냐, 돈은 받지 않겠다'고

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 집에서 자고 다음날 축제에 가보니 쓰레기 줍던 양반이 군수더랍니다."

이 스토리는 그 가족이 어느 신문엔가 독자 투고를 해서 알려졌다.

"화천 공무원 한번 보면 공무원 인식이 바뀝니다. 세계적인 교육기관에서 교육 받은 줄 알았습니다. 주민들을 위해 밤낮이 없습니다. 정 군수도 대단합니다. 참전국에서 탄피를 기증받아 녹여서 평화의 댐에 평화의 종을 만들었습니다.

산천어도 직접 길러서 축제기간에 풀어 놓는 것입니다. 특별히 먹을거리가 없으니 회의를 통해 아이디어를 모으고 창조할 수밖에 없지요. 만들어서 먹는 겁니다. 돈은 별로 안들이고 효과는 극대화하는 겁니다.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 전국에서 가장 빠릅니다."


정 군수는 허름한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군수로 유명하다. 지난 2006년 지방선거에서 재선될 때는 2위와의 표차가 전국에서 가장 컸다.

"선거때 이 양반 6번째 공약이 부인에게 한 것인데 '여보, 올해는 우리도 우리집을 가집시다'였습니다. 아직도 셋방살이죠. 한나라당에서 나왔는데 다른 당이 고민이었습니다. 경쟁을 붙여봐야 뻔하고, 그렇다고 그냥 놔두기도 그렇고, 대략난감이죠. 아무튼 후보를 내긴 했는데 곳곳에서 '재뿌리기!'냐는 비난을 많이 들었습니다."

이외수를 부른 정 군수는 화천 다목리 감성마을을 또 하나의 독특한 작품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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