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정치·경제·사회

노무현이 남기고 간 '시대정신'

youngsports 2009. 5. 24. 22:49

- 길 위에서의 생각

 

                              - 류시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 자는 빈 들녘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 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 것도 없고 얻은 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녘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 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올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있는 자는 죽을 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 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 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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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전 대통령 유서 전문. >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 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화장해라.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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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의 질곡을 넘어 험한 세상의 다리가 되고자 했던 바보, 노무현을 추모하며

 

그가 남긴 '시대정신'이 지속되기를 기원합니다.

 

다음 세상에서는 좀 더 여유롭고 행복한 시간이 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