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과학·건강

5.18이 낳은 한국의 18세 천재시인

youngsports 2007. 5. 11. 13:23
 
 
 
 그 날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그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하는디 말이 안나와.
근디 내 뒤에 고놈이 얼굴이 허어애 갔고서는
우리 사촌 형님이오 허드랑께.
 
아깐 떨어지도 않던 나 입에서 아니오
요 말이 떡 나오데.

고놈은 총구녕이 델꼬가고,
난 뒤도 안돌아보고 허벌나게 달렸쟤.
심장이 쿵쾅쿵쾅 허더라고.
 
저 짝 언덕까정 달려 가 그쟈서 뒤를 본께
아까 고놈이 교복을 입고있데.
어린놈이.....

그라고 보내놓고 나가 테레비도 안보고야,
라디오도 안틀었시야.
 
근디 맨날 매칠이 지나도
누가 자꼬 뒤에서 갑시다 갑시다 해브냐.

아직꺼정 고놈 뒷모습이 그라고 아른거린다잉......
 
 
- 경기여자고등학교 3학년 정민경(18)양의 시 '그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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