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경 작가는 평범한 곳에서 아름다움을 본다. 20년간 전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낡고 허름한 구멍가게들을 펜화로 기록했다.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가게들이 익숙하고 정겹다. 우리의 유년 시절이,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던 사람들이 그곳에 있다.
이 작가는 경기 광주시 퇴촌면에서 살던 1997년 한 구멍가게에 마음을 빼앗겨 연작을 시작했다. 처음엔 외관의 아름다움에 반했지만 작품이 쌓이다보니 담고 싶은 메시지가 생겼다.
“구멍가게를 찾아다니다 보니까 빠르게 사라지는 가게들이 안타까웠어요. 한 시대에 그런 공간이 있었고, 그 속에 삶이 있었다는 것을 남기고 싶었죠. 묵묵히 자기 일을 하는 사람들이 우리 곁에 있었다는 사실, 소소한 것도 가치가 있다는 걸 전하고 싶어요.”
이 작가의 작품은 해외에서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영국 BBC는 21일(현지시간) 이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며 “한국에서 ‘마트’나 ‘슈퍼’로 불리는 곳(BBC는 convenience store라고 표현했다)에선 화장지, 라면, 우유, 소주, 심지어 아이스크림까지 모든 것을 판매한다”고 설명했다. 매체는 구멍가게의 일부처럼 등장하는 나무가 작품의 공통된 주제라며 “한국의 번화한 도시와 차분한 대조를 이룬다”고 분석했다.
해외 네티즌의 관심은 작가에게도 낯설다. 이 작가는 “구멍가게는 지극히 한국적 정서다.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았다”면서 “최근 한 외국인에게 ‘스토리는 모르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따뜻함, 사람들의 관계, 추억이 느껴진다. 마치 음악처럼’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그때 확신이 들었어요. 구멍가게보다 편의점이 익숙한 세대, 구멍가게의 향수를 경험하지 못한 세대도 ‘대리 공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요.”
이 작가의 더 많은 작품은 ‘동전 하나로도 행복했던 구멍가게의 날들’(도서출판 남해의 봄날)에서 만날 수 있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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