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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천재 혹은 괴짜 축구 감독 김병수 “한국축구 익숙한 것들을 버려야 한다”

youngsports 2017. 1. 26. 19:32

[인터뷰] 천재 혹은 괴짜 축구 감독 김병수 “한국축구 익숙한 것들을 버려야 한다”



해외축구 박문성 중앙일보 2002FIFA월드컵 오피셜북 필진, KBS R스포츠하이라이트, EA FIFA 게임 한국판 해설위원 ITV와 MBC 스포츠플러스 중계를 거쳐 현재 SBS Sports 축구해설위원본문 텍스트 한단계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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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비운의 축구 천재 수식어를 놓아줘야 할 때가 아닐까. 감독 김병수는 감독으로서 프로 무대 데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사진 서울이랜드


비운의 축구 천재, 이 이야기는 오늘 안 하려고 한다.


오늘을 살아내는 삶이 자꾸만 과거에 매여서다. 걸음을 땔 때마다 불편함이 전해지는 오른쪽 다리를 보고 있으면 크게 다쳐도 붕대 칭칭 감고 뛰는 게 당연시됐던 과거 한국축구의 거칠음에 천재적 재능을 뒤로 한 채 20대 중후반 나이에 선수 생활을 

접어야만 했던 일이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오늘의 그를 바라보고 평가하는데 옛 기억만이 온통 차지하는 건 온전치 못하다. 스러져간 축구 천재가 지난 이야기라면 현재를 살아내는 지도자 김병수는 오늘의 이야기다. 오늘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오늘은 때문에 오로지 ‘감독’ 김병수의 이야기만을 담았다.


감독 김병수의 영남대는 대학 무대를 제패했다. FA컵 무대서 프로 팀들과 싸워 자이언트 킬링의 바람을 일으켰다. 결과는 물론 내용적으로도 월등했다. 특유의 변화무쌍한 전술 변화와 패싱 축구는 바르셀로나 축구와 비견되며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 과정에서 숱한 재능들이 배출됐으며 그 재능들의 플레이와 말을 통해 지도자 김병수의 기대가 높아졌던 게 사실이다. 천재 혹은 괴짜 감독. 언제 가까이 지켜볼 수 있을까 했다. 드디어 김병수 감독의 팀을 프로 무대서도 볼 수 있게 됐다. 

지난 1월9일 서울이랜드의 신임 감독으로 선임되면서다.


과연 지도자 김병수의 축구는 프로 무대서도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언젠가는 돌아가고픈 존재”



“언젠가 기회가 주어진다면 선수 은퇴하기 전에 김병수 감독님 밑에서 축구를 다시 한 번 꼭 하고 싶습니다.” - 포항 손준호


“김병수 감독님을 아는 친구들이 제가 장기 계약한 건 안 부러운데 김병수 샘이 감독된 건 진짜 부럽다고 하더라고요. 며칠 훈련해 보니까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 같더라고요.” - 서울이랜드 김영광


“영남대 등 병수 샘한테 배운 선수들은 다 같은 마음이에요. 축구의 모든 걸 새로 배운 것 같다는.” - 영남대 출신 서울이랜드 이적선수 금교진


영남대 출신들 그러니까 이명주, 김승대, 손준호 등한테 김병수 감독은 언젠가는 꼭 돌아가 다시 축구를 배우고픈 존재다. 

연어의 꿈같다. 은사에 대한 의례적인 치사일 수 있으나 치사치고는 하나 같이 바람과 마음이 너무나 간절하다. 김병수 감독은 대체 어떻게 선수들의 마음을 이처럼 사로잡을 수 있었을까?


“특별한 거요? 괜한 이야깁니다. 굳이 꼽으라면 제가 선수 때 하기 싫었던 걸 안 시키는 거. 제가 선수 때 하기 싫었던 건 

요즘 선수들도 하기 싫을 거란 마음에......”


김병수 감독은 훈련 외엔 별도의 미팅을 웬만해선 갖지 않는다. 훈련 때 집중해 하고 싶은 말, 듣고 싶은 말 다하면 되지 따로 선수들 시간 뺏어가며 미팅 잡아 귀찮게 하지 않기 위해서다. 


“선수 때 미팅 많이 하고 길게 하는 거 정말 싫었어요. 올림픽 대표 할 때 크라머 감독님도 미팅을 길게 하곤 했는데 어찌나 힘들던지. 지루하고 집중도 되지 않고. 훈련할 때 바짝 집중하고 쉴 때는 다 잊고 쉬거나 자기가 부족한 걸 스스로 고민해 정리하는 시간이 오히려 훨씬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선수가 출전 문제 등으로 고민이 있다고 하면 우린 그 선수를 챙겨준다는 마음에 불러 이야기하고 고민 듣고 한다며 정작 그 선수가 혼자서 온전히 자기 고민에 집중해 생각할 시간을 방해하곤 합니다. 진짜 챙겨주는 건 경기장에서, 

훈련에서 그 선수가 자신감을 찾도록 실제 도움을 주는 겁니다.”


무릎을 꿇고 이야기하는 까닭


작전판으로 전술 설명을 하고 있는 김병수 감독


이야기를 듣다 문득 얼마 전 화제를 모은, 일간지에 한 현직 판사가 쓴 글이 떠올랐다. 전국의 부장님들에게 드리는 글이었는데 부하 직원이나 후배들에게 할 말 있으면 근무 시간에 할 것이지 따로 술집 같은데 불러 시간 뺏고 잔소리하지 말라는 내용이었다.


“결국 경기는 선수가 합니다. 경기가 시작되면 감독의 역할은 제한적이죠. 선수가 중심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모든 걸 감독의 생각대로만 하고 그래서 선수들이 지시 없이는 플레이하지 못하는 것, 이건 문제가 있는 겁니다.”


서울이랜드의 팀 훈련을 지켜보다 눈이 크게 떠지는 일이 있었다. 선수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던 김병수 감독이 선수들을 불러 모아 놓고 이야기를 시작한 것. 여기까지야 어디서건 볼 수 있는 장면. 하지만 김병수 감독은 무릎을 꿇고는 선수들에게 하나하나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불편한 다리 때문에 그럴 리는 없고, 왜 그랬을까.


“매번은 아니지만 영남대 때도 그렇고 팀 훈련 할 때 가끔 그러곤 합니다. 코치랑 감독 생활을 하면서 몸에 밴 것 중 하나인데 이유는 두 가집니다. 선수들이 모두 서 있는 상태에서 제가 무릎을 꿇고 앉으면 시선이 한 곳으로 모일 수 있어 집중이 잘 됩니다. 때문에 특별히 챙겨야 할 이야기가 있을 때 이러곤 합니다. 또 선수들을 존중한다, 배려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우리 선수들이 수동적인 것에 익숙한데 스스로 중요한 존재라 느껴야 적극적으로 판단해 플레이할 수 있게 됩니다.”


“체력 훈련을 많이 시키면 진짜 체력이 올라가나요?”


선수 시절 부상으로 오른쪽 다리가 불편하지만 팀 훈련 때면 한시도 가만히 있는 법이 없다


선수들을 대하는 태도, 존중과 배려. 포항이나 영남대에서 김병수 감독을 거친 선수들이 왜 하나 같이 그를 따르고 마음으로 대하려 했는지 짐작으로나마 알게 해주는 일들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궁금하다. 부상조차 숨겨야 했고 치료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뒤틀린 무릎과 발목으로 뛰고 또 뛰어야 했던 비정상적이고 척박했던 환경에서 공을 차야 했던 비운의 천재 축구 선수 김병수가 지도자가 되어서는 이렇게 완전히 다른 축구를 하고 이야기 하는 게.


“특별한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바꾸고 싶단 맘이 강하게 심어졌습니다. 지도자가 된 뒤 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은 결론이기도 하지만 불합리한데도 지금껏 해 왔기 때문에 당연히 맞을 거라며 그대로 하려 했던 우리 주위의 것들을 바꾸고 싶었습니다. 당연하다고 여겨왔던, 하지만 잘못된 것들을요. 축구에서 당연한 건 없습니다.”


‘좋은 생각’만으로 선수들의 마음을 살 순 없다. 본질적인, 축구 기술과 전술 그리고 전반의 이해가 따르지 않으면 선수들의 마음을 온전히 살 수는 없을 것이다. 앞선 금교진의 말과 맥락이 닿아 있는 일이기도 하다. 김병수 감독은 몇 해 전 지도자 최고 레벨 자격증인 P급 라이선스 교육 과정에서 유럽 강사로부터 극찬을 받았을 만큼 전술적 이해가 탁월한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이에 대해 물으니 돌아온 답도 같은 맥락이었다.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익숙한 것을 버려야 합니다. 알고 있는 것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축구에 하나의 정답이란 없습니다. 경기는 상황에 따라 

수시로 변화하고 또 시대에 따라 달라지는데 특정한 것만이 최고며 옳다고 생각하고 주장하는 건 잘못입니다. 

익숙하고 알고 있는 것에 머무르니 후퇴하는 것입니다. 익숙해지면 다른 걸 찾거나 고민하지 않습니다. 

상대는 끊임없이 연구하고 변화하는데 익숙한 것만 쫓는. 한국축구의 문제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체력 훈련만 해도 그렇습니다. 한국은 체력 훈련을 많이 시키기로 유명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훈련을 

시킵니다. 이러면 진짜 체력이 올라갑니까? 대체 과학적 근거가 어디에 있습니까? 체력 훈련을 지나치게 하면 오히려 부상 

위험이 커질 뿐입니다. 유럽이 체력 훈련을 딱 정해놓고 그 이상 못하게 하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이처럼 지나친 체력 훈련에 대한 위험성이 알려져 있는데도 우린 여전히 그렇게 해 왔으니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불안하니까 하는 식의 관성적으로 

이 같은 걸 반복하고 있습니다.”


당연한 건 없다


자신이 선수 시절 싫었던 것을 강요하지 않는 게 김병수 감독 리더십 중 하나다


김병수 감독은 영남대 시절 선수들의 최적의 포지션을 찾아주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수비수를 공격수로 전환한다든가, 미드필더를 수비수로 변경한다든가 하는 식이었다. 선수들의 디테일한 강점과 단점을 찾아내 최적의 역할을 새로 부여해 준 것이다. 선수 보는 눈이 먼저 전제되어야 하는 일이었지만 익숙한 것을, 알고 있던 것을, 그래서 일종의 편견을 버릴 수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병수 감독이 추구하는 전술, 철학과도 맞닿아 있는 일이다.


“기본적으론 우리 팀이 공을 가지고 플레이하며 그래서 상대가 우리 공을 뺏기 위해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축구를 지향합니다. 바르셀로나 스타일의 축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같은 스타일을 지향하지만 이것이 꼭 하나의 전술로 나타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전방 압박을 하는 팀이라고 치죠. 매번 시도할 수 있습니까, 매번 먹힐 수 있습니까? 

선수 구성이 달라지고 상황이 변하며 상대가 대비하고 나오면 변화를 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마치 전술 하면 답이 있는 것처럼, 하나만의 정답이 존재하는 것처럼 말하곤 합니다. 

서울이랜드에 와서 시도하고자 했던 미리 준비한 4가지의 전술도 몇 번 훈련해 보니 현재 선수들과는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 

미련 없이 버렸습니다. 또 다른 걸 고민할 것이며 우리 선수들에 맞는 최적의 것을 찾아낼 것입니다. 몇 개가 될 수도 있고 

여러 개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게 제가 할 일입니다.”


선수를 대하는 태도, 훈련하는 방식, 전술적 지향 등이 유럽 축구팀과 지도자들에게서 지켜보던 것과 많이 닮아 있다. 김병수 감독은 이와 같은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된 것일까.


김병수의 축구


김병수 감독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했다


“유럽축구를 지켜보는 건 다들 다르지 않겠지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실제 해보는 것입니다. 

실제 팀과 훈련, 경기에서 써먹어 봐야 맞는지 아닌지 알 수 있습니다. 

실패해야 배울 수 있습니다. 선수들한테는 실수하는 거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면서 정작 지도자가 두려워해선 안 됩니다. 

실수를 안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실수를 안 하려고 하다 실수하는 게 문제입니다. 

실수하는 게 두려워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습니다.”


김병수 감독은 축구와 관련한 고민 하나에 꽂히면 두문불출하며 몰두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 같은 집중력이 무섭지만 더 

집요하고 대단한 건 고민해 찾아낸 해결책을 실전을 통해 풀어내는 추진력이다. 이런 점에서 감독으로서 프로 무대 첫 걸음이 되는 서울이랜드에서의 도전이 기다려진다. 


시작도 전에 쏟아지는 주위의 관심과 결과에 대한 기대에 부담이 크단 표정 지어보지만 결과를 떠나 기존의 질서와 익숙한 것에 순응하지 않는 반골과도 같은 축구에 시선이 큰 게 사실이다. 

결과 따르지 않는 내용은 의미 없고, 내용 없는 결과는 지루하단 크루이프의 말처럼 결과와 내용을 다 잡기 위해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천재 혹은 괴짜 지도자 김병수 감독은 이와 같은 시선에 대한 답도 기존에 익숙하게 들었던 말들과는 다르게 전한다.


“주위 분들이 묻습니다. 성공할 수 있을 것 같냐고. 팀을 승격시킬 수 있는지. 자신은 있지만 제 고민의 핵심은 그것이 아닙니다. 제가 해왔던 축구가 프로무대에서 얼마나 통할지는 제 첫 번째 고민이 아닙니다. 제가 해왔던 축구가, 이곳 서울이랜드에서 선수들과 함께 만들어낼 우리의 축구가 얼마만큼 깨지고 또 변화할지 그래서 얼마만큼 강해질 수가 있을지가 제 고민의 첫 번째입니다. 제가 어떤 축구를 해왔고 어떤 결과를 거두어왔던 당연한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익숙한 것들을 내려놓을 것이며 또 다시 새롭게 강한 축구를 찾아 계속 싸워나갈 것입니다. 깨지는 걸 그래서 변화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게 제가 하고 싶은 축구입니다.”

기사제공 축구전문가 박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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