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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S] K리그 중계, 현재와 미래

youngsports 2016. 11. 2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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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는 ‘생중계’가 생명이다. 결과를 알고 보는 축구는 의미가 없다. K리그가 그랬다. 얼마 전까지 K리그 생중계는 손으로 꼽을 정도였다. 녹화 중계라도 있으면 다행이었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팬들에게 소식을 대신 전해 듣는 일도 흔했다. TV채널을 돌리다 K리그를 보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생중계가 안 되는 프로스포츠’라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가 늘 따라다녔다.

2016시즌은 K리그 팬들에게 즐거운 한해였다. K리그 클래식 기준으로 전 경기가 TV 또는 온라인을 통해 생중계됐다. K리그 챌린지도 4라운드 5경기를 제외하면 모두 볼 수 있었다. 특히 K리그를 접할 수 있는 TV채널이 늘어나면서 컴퓨터나 휴대폰을 이용하지 않고도 경기를 볼 수 있게 됐다. 큰 고민 없이 K리그 중계를 찾아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었다.

시즌이 끝났다. K리그 중계와 관련된 지표가 공개됐다. 이제 중요한 건 2016시즌 K리그 중계 성적표를 냉정히 진단해 내년을 준비하는 일이다. K리그 중계 활성화 1년차. 갈 길이 멀다. K리그 중계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봤다.

 




현재① - 신생채널의 탄생 정체된 시청률

K리그 중계가 올 시즌 갑작스럽게 활성화된 이유는 신생 채널의 탄생 덕분이었다. JTBC3 FOX스포츠(이하 JTBC3)와 MBC스포츠플러스2(이하 M스플2)가 등장하면서 K리그 중계에 뛰어들었다. KBS과 SPOTV+에 의존하던 과거 모습에서 벗어난 것도 올 시즌부터다. TV채널을 돌려가면서 K리그를 볼 수 있었던, 사실상 유일한 시즌이었다.

성적표는 어땠을까? 모바일 기기 발전으로 인해 TV시청률의 의미가 줄어들었다하더라도, 여전히 방송국에서 컨텐츠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은 시청률이다. 총 13회 중계한 KBS의 K리그 생중계 평균 시청률은 1.9%(이하 AGB닐슨 기준)다. 개막전에 3.1%를 찍으며 괜찮은 수치를 보이다 가을 이후부터 하락세를 보였다. 케이블 계열로 볼 수 있는 JTBC와 KBSN스포츠의 평균 시청률은 0.3%다. 신생채널과 IPTV인 JTBC3, M스플2, SPOTV+의 평균은 0.08%다.

일단 신생채널과 IPTV의 수치는 의미를 부여하기 힘들다. 채널 인지도가 낮은데다가 시청률 집계기가 보급된 가구에서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장 유의미한 시청률은 케이블 계열이다. 0.3%. 몇 년째 제자리다. 아주 가끔 중계가 있던 수년 전에도 K리그 중계 시청률은 0.2~0.3%가 평균 수치였다. 이상용 JTBC PD는 “2016년은 K리그 중계를 정상화 하는 한해였다. 그동안 중계가 너무 안됐기 때문에 이제 원점으로 돌아왔다고 봐야 한다. 많은 의미 부여를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 결과물이 나왔으면 더욱 좋았겠지만 큰 기대는 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현재② - 네이버 동접자로 본 냉정한 현실

올 시즌의 경우 TV시청률보다는 네이버 중계 지표가 더욱 현실적이다. TV 중계의 80%이상을 차지하는 JTBC3, M스플2, SPOTV+의 인지도가 케이블 채널에 비해서도 한참 못 미쳤기 때문에 시청률의 숫자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네이버 동시접속자 수치는 정직했다. 인기가 있는 경기는 수 만 명이 들어왔으며, 무관심 경기는 철저히 외면을 받았다. 개막전과 리그 최종전 등 주목을 받은 경기에 대한 관심도는 뜨거운 반면, 스토리가 부족한 경기는 동접자 수치가 형편없었다. 전북현대와 FC서울이 만난 빅매치의 경우 최대 7만2479명(이하 최대 기준)까지 접속을 했다. 8월 17일 열린 울산현대와 상주상무의 경기는 2615명으로 올 시즌 최소 수치를 기록했다. 휴가철, 관심도 하락, 주중 경기 등의 요소가 겹쳤다.

가장 관심 있게 봐야할 그래프는 ‘월별 동접자 비교’다. 3월에는 경기당 평균 9402명이 시청했으나 8월에는 3865명으로 약 60%가 줄었다. 9월 이후 우승권과 강등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조금 오르긴 했으나 개막 당시 수치를 회복하기에는 격차가 컸다. 결국 한 시즌을 쭉 이끌고 나갈 이슈가 부족했다고 본다. 많은 기대를 받으며 개막을 했으나 막상 리그가 진행되면서 점점 외면을 받았다. 올 시즌의 경우에는 각종 악재까지 겹치면서 긍정적인 이슈 생성에 실패했다.

 



현재③ - 중계 숙련도 높아지며 영상미 찾다

올 시즌은 JTBC3와 M스플2로 인해 K리그 중계 기술력이 제자리를 찾았다. 두 채널은 경기당 9~12대 정도의 카메라를 사용하면서 다이내믹한 중계를 위해 노력했다. JTBC3의 경우 초고속 카메라, 골라인캠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경기 중 숨어 있는 장면을 찾아냈다. 국가대표 경기에 근접하는 중계 수준을 유지하며 K리그도 유럽축구처럼 촬영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 ‘한국 축구의 힘’이라는 슬로건을 내걸며 K리그 홍보에 앞장섰다. 과거 K리그 중계에 들였던 제작비와 비교해서는 평균 1.5~2배를 사용하며 높은 수준의 영상을 찍어냈다.

JTBC3보다는 조금 늦게 중계에 뛰어든 M스플2의 경우 다채로운 인터뷰 등 경기 외적인 요소에 힘을 섰다. 중계 도중 해병대 인터뷰, 특별 손님 초대 등을 통해 볼거리를 제공했다. 미국 스포츠 중계에서 볼 수 있는 자유로운 요소들을 한국 정서에 맞게 추가했다. 두 채널 모두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영상미를 담아내며 시청자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방송사 관계자가 꼽은 올시즌 K리그 최고의 카메라 앵글



하지만 이건 짚고 넘어가야 한다. 올 시즌 중계의 수준이 높아진 이유를 ‘카메라 대수’라고만 이야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유럽 축구의 경우에도 8대로 중계하는 경기도 많기 때문이다. 그동안 근본적인 문제는 ‘중계 숙련도’였다. K리그 중계가 워낙 드문드문 있다 보니 높은 수준의 중계를 꾸준히 이어가기가 힘든 환경이었다. 올 시즌은 두 채널이 시즌 내내 다수의 경기를 중계하면서 업무 숙련도를 끌어올렸다. K리그 전담 PD를 두면서 경기의 연속성을 만드는데 힘썼다. 이는 PD와 카메라감독뿐 아니라 오디오, 기술 담당 등 모두 인력에 해당하는 이야기다.

최성욱 M스플 PD는 “개인적으로는 3년 만에 K리그 현장에 복귀했다. 감각을 찾는데 시간이 걸렸던 게 사실이다. 경기를 중계하면 할수록 지식이 쌓이면서 점점 더 좋은 중계가 가능해졌다. 구단 프런트와 가까워지면서 서로의 일을 이해하는 시즌이 됐다”고 했다. 실제로 구단 프런트 가운데서도 중계방송의 구조를 잘 알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매 경기 중계가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럴 만도 하다. 올 시즌은 방송국과 구단 사이에 벌어진 간극을 좁히는 한해였다. K리그 중계의 현재, 정확히 말하면 2016년은 이랬다. 종합해보면 중계 빈도수 자체는 크게 늘었으나 알맹이가 부족했다. 이제 내년이 중요하다. 속을 채워야 하는 시기다.

 



미래① - 이제는 연속성이 필요하다

K리그 클래식은 토요일과 일요일에 열린다. 시청자 또는 관중들은 월요일이 되면 일상생활로 돌아간다. 축구를 잊은 채 주중을 보낸다. 주중에 많은 기사들이 나오지만 현대인들은 문자로 된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인색하다. 주중에 K리그 이슈를 이어나갈 영상 컨텐츠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의미다. 매거진,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의 중요성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1주일에 1회 방송되는 프로그램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 축구는 결국 ‘라이브’가 생명이다. 1주일 내내 축구와 가깝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K리그 챌린지가 월요일에 경기를 하고 있으나 이 역시도 이슈를 이끌어내기에는 부족하다. 이상용 JTBC PD는 “K리그가 매니아 스포츠로 가는 느낌을 받았다. 농구와 비슷하다. 농구는 한때 국민 스포츠였다가 완벽히 매니아 스포츠로 전환됐다. K리그가 대중적인 성격을 갖기 위해서는 일반 사람들도 관심을 갖게 만들어야 한다. 이슈가 끊이지 않게 경기 일정을 배치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성욱 M스플 PD도 “방송국 입장에서는 경기가 요일별 분배가 되었으면 한다. 그게 안 되면 경기별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주중 경기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잉글리시프리미어리그는 올 시즌부터 일부 경기에 한해 금요일 밤에 킥오프를 한다. 일명 ‘프라이데이 나잇 풋볼’이다. 독일분데스리가, 프랑스리그1에는 이미 정착한 시스템이다. 그렇게 되면 금요일 낮부터 월요일 오전까지 약 4일간 이슈가 이어진다. 여기에 수요일과 목요일 열리는 주중 리그, 컵대회 경기 또는 클럽대항전이 겹치면 1주일이 축구로 가득 찬다. 중계 채널마다 각기 다른 콘셉트의 매거진 프로그램까지 탄생하면 유럽과 비슷한 축구 중계 환경이 만들어진다. K리그와 함께 AFC 소속인 호주A-리그는 파격적이다. 올 시즌 월-화-수-금-토-일로 경기를 배치한 경우도 있다. 나라마다 문화적, 사회적 특성이 다르겠지만 언젠간 K리그도 고려를 해봐야 한다.

물론 현장에 오는 팬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K리그를 접하지 못한 이들을 끌어들이려면 과감한 변화도 곁들여야 한다. 사회가 변하면 리그 구조도 조금씩 변화를 가져가야 하는 게 맞다. K리그를 날마다 접할 수 있는 종목으로 만들어야 한다. K리그가 매니아 스포츠로 간다면 파이를 늘리는데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미래② - 이동국 200골 영상은 만들 수 있을까

K리그가 내년이면 34주년이 된다. 결코 짧은 역사가 아니다. 그동안 수많은 스타 선수가 K리그를 거쳤다. 역사가 깊어질수록 스토리의 힘은 강해진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이동국(전북현대)이 8골을 더 넣으면 K리그 통산 200골이 된다. 대기록이다. 이때 이동국의 200골 모음 하이라이트가 나오면 K리그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영상이 될 수 있다. K리그가 수십 년 이어져왔기 때문에 가능한 스토리다.

하지만 이동국의 200골 하이라이트를 만드는 건 현재로서 불가능하다. 영상 자료가 부족하다. 정확히 말하면 모든 골 장면 영상이 있는지 없는지 파악이 안 된다. 영상 자료가 각 방송사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데다가 중계가 되지 않았던 경기도 존재한다. 이동국을 통해 K리그의 뛰어난 역사를 알릴 수 있는 기회조차 만들기 힘든 상황이다.

K리그 중계가 갖는 의미가 ‘당장 한 시즌의 흥행’에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는 예다. 중계는 기록이며, 그 기록이 마케팅의 자료가 된다. 늦지 않았다. 올 시즌부터 중계가 활성화됐다. 이걸 놓쳐서 안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홍우승 프로축구연맹 과장은 “2012년부터는 전 경기 피드를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K리그 아카이브 구축 작업을 진행했다. 슬슬 옛 자료들도 찾으러 다닐 예정이다”며 “올 시즌부터는 JTBC3와 M스플2가 등장하면서 고퀄리티의 피드를 확보하게 됐다. 이처럼 높은 수준의 경기 영상을 꾸준히 확보하는 게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결국 K리그 경기 영상을 언제든지 꺼내서 쓸 수 있게 제작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유일한 K리그 프로그램 ‘비바 K리그’가 방송이 가능한 이유는 KBS가 K리그 자료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이 역할은 이제 KBS만이 아닌 프로축구연맹과 다른 방송국이 함께 해야 한다. 홍우승 과장은 “단순하고 재밌는 영상이 많아야 한다. 연맹이 직접 그동안 모인 피드를 가지고 영상 컨텐츠를 만드는 생각도 하고 있다”고 했다.

K리그 TV중계 '이것만은 꼭 이뤄졌으면!' 설문조사 결과 보기

네이버에서 진행한 ‘K리그 TV중계, 이것만은 꼭 이뤄졌으면’이라는 설문조사에서 <카메라 앵글 다각화>가 61.1%(6618명)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JTBC3와 M스플2가 중계를 시작했는데도 이 문제를 지적하는 이유는 중계 수준의 평준화가 아직까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라운드에 절반 정도만 높은 수준의 중계가 이루어질 뿐 나머지는 여전히 조악한 중계가 이어지고 있다. 연맹이 말한 ‘높은 수준의 경기영상 피드’와 같은 맥락이다. K리그의 역사가 더욱 선명하게 기록되기 위해서는 고퀄리티의 중계가 수년간 이어져야만 한다는 의미다.

‘K리그가 TV를 통해 꾸준히 중계되면 흥행이 따라올 것이다’라는 주장에 100% 동의하기 힘들다. ‘하이라이트 프로그램이 있으면 가능하다’, ‘카메라 기술이 좋아지면 다들 재밌게 볼 것’ 등의 의견도 절반만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한 시즌 K리그 중계에 해설위원으로 참여하며 많은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중계 환경부터 다시 만들어야한다고 판단했다. 중계진 측과 구단과 의사소통 실패가 잦았으며 중계 협조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곳도 있었다. 가장 기본적인 카메라 위치부터 선수들의 동선까지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해결이 됐으나 갈 길은 멀어보였다. 이 역시도 누구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중계가 꾸준히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프로스포츠가 전 경기 생중계 된다는 건 기본 조건 중 하나다. 그동안은 기본조차 달성하지 못했다. 이제 기회를 잡았다. 이유가 어떻든 K리그 중계가 TV를 통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년에도 올해처럼 잘 되겠지’라고 생각하면 ‘운’을 ‘기회’로 만들기 어렵다. K리그 중계가 다시 갈림길에 섰다. 물이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한다. 물이 조금씩 들어오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바닥도 보인다.

글 | 김환 해설위원 (JT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