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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 생활체육 뿌리내린 독일·프랑스
④ 생활체육 뿌리내린 독일·프랑스
독일 인구 29% 스포츠 클럽서 활동
양궁클럽 출신 운루, 리우 은메달 따
엘리트 큰 투자 없이도 올림픽 5위
프랑스도 운동 동아리 16만개 넘어
클로제는 독일의 스포츠 시스템이 만들어 낸 스타다. 독일올림픽위원회(DOSB)에 따르면 독일에는 9만1000여 개의 스포츠클럽(Sportverein)이 있고, 회원 수는 약 2300만명으로 독일 인구(8070만명)의 29%에 해당한다. 외르그 크리거 독일 쾰른대 스포츠학부 조교수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독일에서 스포츠 클럽은 국민들의 삶이자 일상이다. 세 명이 만나면 스포츠클럽을 만든다는 말도 있다. 50세 이상 중·장년층도 60% 이상 운동을 즐긴다”고 말했다.
1972년 뮌헨 올림픽을 전후로 신체를 단련한다는 뜻의 ‘트림(Trimm) 운동’이 보급됐다. 이 기간 약 800만 명의 독일인이 생활체육에 참여했다. 동·서독으로 분단됐을 때도 클럽 시스템은 두 나라에서 똑같이 유지됐다. 1990년 통일 이후 스포츠 클럽은 2만여 개로 늘었다.
독일 클럽은 스폰서의 후원과 회원들의 회비 등으로 운영된다. 독일체육과학연구소가 2014년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스포츠클럽은 성인 한 사람당 한 달에 6.2유로(약 7700원)를 회비로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지역 기업이 후원계약을 통해 스포츠 클럽을 지원한다.
바이에른 주는 2001년 ‘오후 1시 이후엔 스포츠’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학교와 클럽의 연계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농구 클럽 활동을 하고 있는 베른하트 에쉬(32)는 “어릴 때 스포츠를 함께 한 동네 친구들이 성인이 돼서도 함께 운동을 즐기는 건 뜻깊은 일이다. 스포츠클럽은 건강과 유대감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고 말했다. 크리거 교수는 “독일 스포츠클럽 회원은 자발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오랫동안 활동한다. 이런 열성이 독일 스포츠클럽을 성공적으로 만드는 비결”이라고 말했다.
2016 리우 올림픽 양궁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장혜진과 경쟁해 은메달을 따낸 리사 운루(28)는 베를린에 있는 보겐스포르트 양궁 클럽의 회원이다. DOSB는 연간 1억3000만 유로(약 1620억원)의 정부 기금을 통해 엘리트스포츠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클럽 스포츠가 단단하게 뿌리를 내린 덕분에 엘리트스포츠에 큰 투자를 하지 않아도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다. 이런 시스템 덕분에 독일은 리우 올림픽에서 종합 5위(금 17, 은10, 동15)를 차지했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피에르 쿠베르탱(1863~1937)의 나라 프랑스도 클럽스포츠가 고르게 발달했다. 프랑스 체육법 1조는 ‘스포츠는 교육·문화·통합·사회유지의 중요한 요소’라는 내용으로 시작된다. 프랑스 인구 6600만명 중 생활체육 인구가 1720만명(26%)이다. 클럽 수는 16만4000개에 이르고, 축구·테니스·승마·유도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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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체육 정책의 핵심은 여성·장애인·학생체육 강화에 있다. 프랑스 생활체육에서 여성참여 비율은 37%에 이른다. 이 수치는 엘리트스포츠의 여성 참가비율(36.30%)과 비슷하다. 또한 각 초등학교는 학생들이 스포츠 클럽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매주 수요일 오후 시간을 비워놓는다. 생활체육을 위해 정부와 기업의 협력도 잘 이뤄지는 편이다. 민간기업이 스포츠 시설을 만들어 지자체에 소유권을 넘기면, 지자체는 시설 운영권을 다시 기업에 주는 방식이 정착돼 있다.
프랑스는 리우 올림픽에서 종합 7위(금 10, 은 18, 동 14)에 올랐다. 그러나 쿠베르탱도, 프랑스 정부도 올림픽 메달 수에 연연하지 않는다. 한국스포츠개발원이 지난 1월 발간한 『해외 스포츠정책 동향 분석』에 프랑스 스포츠 정책의 목표가 나와 있다. 이 보고서는 “프랑스 엘리트스포츠 정책의 핵심은 종목 간 불평등, 아마추어-프로의 격차 해소에 있다. 또한 선수들의 경력 관리와 은퇴 후 생활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식·김지한 기자 see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