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Management & Marketing

요가복 하나로 2조원 벌어들인 남자, 칩 윌슨

youngsports 2016. 7. 14. 21:08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 기자ㆍ한지연 인턴기자] 지난 한 해 요가복 판매로 20억달러(2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린 스포츠 의류 브랜드가 있다. 캐나다의 ‘루루레몬 애슬레티카’(Lululemon Athletica)다. 

1998년 창업해 17년만에 매출 20억달러를 돌파했다. 전세계 363개 매장의 평균 성장률은 4%를 기록했다. 이는 모든 스포츠를 포괄하는 ‘종합 스포츠 의류’가 아닌 ‘요가복’이라는 특정 스포츠의 의류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해 얻은 성과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루루레몬 창업자 칩 윌슨


▶특정의류 소재만 파고든 창업주=루루레몬 창업자 칩 윌슨(Chip Wilsonㆍ59)이다. 그의 창업 도전기를 들여다보면 독특한 사업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윌슨은 캘거리 대학(University of Calgary)을 갓 졸업한 1979년 스노우보딩과 서핑, 스케이팅을 위한 의류를 판매하는 웨스트비치(Westbeach)를 창업했다. 특수의류 소매업체 창업자로서 첫발을 내디딘 것이다. 

특정 활동을 위해 필요한 옷만을 팔았던 윌슨은 20년 후인 1997년 웨스트비치를 100만달러를 처분한다. 웨스트비치 매각으로 백만장자가 된 그는 일을 쉬는 동안 고향인 밴쿠버 키칠라노(Kitsilano)에서 요가수업을 듣게 되된다. 이것이 지금의 루루레몬을 탄생시킨 계기가 됐다.

윌슨은 요가수업을 듣는 많은 여성들이 면 팬츠를 착용한 것에 주목했다. 면 재질은 빨리 땀에 젖었고 고무로 만든 재질보다 통기성도 좋지 않았다. 윌슨이 당시 들었던 수업이 밴쿠버에서 거의 최초로 상업적으로 시작된 첫 요가수업이었는데, 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앞으로 요가 수업이 계속해서 성장할 것이며, 기능성이 좋은 전문 요가복이 필요할 것이라는 사업아이템이 번뜩였다. 

윌슨은 좀 더 편안하고, 좀 더 패셔너블한 기능성 운동복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1998년 세상에 나온 것이 루루레몬 애슬레티카다. 윌슨이 요가 수업을 들었던 키칠라노에 지금도 본사가 있다.

▶커뮤니티 기반 요가 특수성 주목=윌슨은 곧 요가가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특별한 스포츠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실제로 요가 수업은 함께 듣는 이들이 커뮤니티를 구성해 요가 뿐 아니라 다른 정보들를 공유했다. 

윌슨은 '요가가 개인보다 커뮤니티라는 단체로 움직인다는 것'에 착안해 매장별로 지역사회 자율성을 높였다. 각 지역 출신 매장 매니저를 내부적으로 채용했고, 그 매장이 관리하는 요가 커뮤니티의 모든 영업을 담당하게 했다. 덕분에 지역별 매니저가 책임을 지고 매장 진열이나 색 조합 등을 결정했고, 커뮤니티 활동에도 적극 관여했다. 


루루레몬 요가복을 착용한 어린이모델들.


이후 루루레몬은 승승장구했다. 2005년엔 미국의 사모투자펀드 회사가 루루레몬의 주식 48%를 사들였다. 2년 후인 2007년에는 캐나다와 미국 증시에 동시상장했다. 기업공개(IPO)는 윌슨을 억만장자 반열에 올려놨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윌슨 현재 자산은 24억달러(2조7583억원)로 평가된다. 

그러나 윌슨은 여기서 안주하지 않았다. 2007년 이후에도 루루레몬의 성장을 견인해 기업가치를 80억달러(9조2000억원)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2015년 윌슨은 돌연 루루레몬 은퇴를 발표한다. 기업 대주주로 남을 뿐 경영 일선에서는 물러난 것이다.  

▶"인생은 돈으로 바뀌지 않는다"=첫번째 창업이었던 웨스트비치로 백만장자가 됐고, 두번째 창업인 루루레몬으로 억만장자가 된 윌슨은 한 인터뷰에서 자신의 경영철학과 마음가짐을 밝혔다.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해서 내 인생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어요. 그때나 지금이나 돈을 위해서 하는 일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기업가는 하루 24시간 중 18~19시간 일을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데 돈만을 생각하며 사는 건 너무 재미없죠. 그저 내가 재밌고, 세계가 원하는 아이디어를 따라왔을 뿐입니다.”

윌슨은 “2000만달러나 10억달러를 벌었을 때 차이는 솔직히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어차피 일정 수준 이상의 돈을 벌고 나면 그 차이가 크지 않다는 얘기다. 

억만장자가 된 이후의 생활에 대한 질문에는 "오히려 돈이 없을 때 통장에 잔액이 얼마있는지 인식하고 기억합니다. 돈이 많아지면 오히려 돈을 신경쓰지 않게 되죠. 때문에 지금보다 계속해서 더 많이 버는게 인생의 목표가 되지 않습니다"고 말했다.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루루레몬 국내 매장.


윌슨이 루루레몬 경영에서 물러난 것 역시 ‘또 다른’ 재미를 찾기 위한 인생의 과정인 셈이다. 실제로 그는 2014년 아내와 아들이 론칭한 의류 브랜드 키트 앤 에이스(Kit and Ace)를 돕고 있다. 그의 아내인 샤넌 윌슨(Shannon Wilson)은 루루레몬의 디자이너 출신이다. 키트 앤 에이스는 남녀 모두를 위한 의류, 액세사리를 모두 판매하고 있다. 

vividha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