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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포츠 선진국으로 간다①] 한국 프로스포츠의 현실-정체냐 발전이냐

youngsports 2016. 5. 17. 08:35

프로스포츠 선진국으로 간다①] 한국 프로스포츠의 현실-정체냐 발전이냐


  • 복싱과 레슬링으로부터 시작된 한국 프로스포츠는 1982년 프로야구가 탄생하면서 본격적인 외양을 갖춰가기 시작했다. 이후 1983년 프로축구, 1997년 프로농구, 1998년 여자프로농구, 2005년 프로배구 등이 차례로 태동했다. 여기에 1968년 발족된 한국프로골프협회(KPGA)와 1988년 독립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는 늘어난 골프인구와 함께 적지 않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5100만여명 인구의 작은 시장에 여러 종목의 프로스포츠가 경쟁하고 있는 것이 한국프로스포츠의 현실이다. 이로 인해 한국프로스포츠가 정체된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종목간 선의의 경쟁 속에 협력과 상생의 길을 찾아야 할 시점이기도 하다. 스포츠월드는 연중기획으로 한국 프로스포츠의 동반 성장의 길을 모색하고자 ‘프로스포츠 선진국으로 간다’ 시리즈를 선보인다.

    한국 프로스포츠가 30년이 넘는 역사 속에 국민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프로야구는 700만 관중 시대를 열었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발표한 스포츠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야구 축구 농구 배구 등 프로스포츠 분야 4대 종목의 매출액은 2014년 기준 1조4530억원에 달한다. 

    ◆한국 프로스포츠는 포화상태?  

    하지만 한국 프로스포츠가 최근 인구나 시장규모에 비해 포화상태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프로야구의 경우 미국 메이저리그(MLB)가 3억 인구에 30개 구단, 일본프로야구(NPB)가 1억2000만 인구에 12개 구단을 보유하듯 인구 1000만명당 1개 구단이 적정치라는 주장도 있다. 인구 500만명 당 1개 구단인 KBO리그는 성장이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영국의 경우 6400만 인구에도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만 20개팀이 나선다. 하부리그를 통틀어 인구 800만인 런던 연고로만 16개의 프로축구 팀이 있다. 인구수가 ‘파이’를 줄이지는 않는다는 증거다.  

    다만 한국의 특수성은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독과점 구조가 형성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은 넓은 국토를 배경으로 일부 대도시를 제외하면, 특정 도시와 지역을 특정 종목이 독점해서 시장을 지배한다. 유럽의 경우 프로축구가 스포츠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2013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MLB의 인구당 관중점유율은 21.1%, EPL은 24.4%, 스페인 라 리가는 24.6%에 달한다.  

    반면 한국은 하절기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동절기에는 프로농구와 프로배구가 경쟁하는 체제다. 그렇지만 런던 연고 프로축구 구단 사례에서 이것이 발전의 걸림돌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  

    ◆시장확대의 여지는 넓다  

    문체부가 2015년을 기준으로 조사한 4대 프로스포츠 종목의 총 관중수는 1122만 5918명이다. 2015년 인구센서스를 통해 파악한 한국의 총인구 5159만 8531명을 기준으로 볼 때 4대 프로스포츠 전체의 인구당 관중점유율은 21.76%다. 이는 MLB 한 종목과 비슷하고, EPL이나 라 리가 등 유럽 축구리그 하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국 프로스포츠 가운데 가장 높은 점유율을 보인 프로야구는 총관중 762만 2494명으로 14.77%에 그치고 있다. 

    이는 아직 한국 프로스포츠의 시장 확대 공간이 넓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웃 일본의 경우도 지난해 프로야구 총관중은 2423만 920명으로 작년 총인구 1억 2173만 6809명 대비 19.9%이고, 프로축구 J리그 총관중(J1∼J3리그 합산)은 917만 8812명으로 인구대비 7.7%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두 종목만 합쳐도 27.6%에 달한다. 미국은 MLB를 비롯해 미국프로농구(NBA) 미국프로풋볼(NFL) 메이저리그사커(MLS) 북미하키리그(NHL) 등 인기 프로스포츠의 천국답게 인구대비 총관중 비율은 38.1%나 된다.  

    음주문화는 물론, 젊은 층을 사로잡은 e스포츠 등 프로스포츠가 다른 여가문화와 경쟁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나 유럽과 상황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지만 최소한 우리와 비슷한 일본 수준까지는 시장이 확대될 여지는 충분하다.  

    ◆경기수준 향상, 시설 개선, 마케팅 전략이 내실 강화 열쇠 

    결국 한국 프로스포츠의 시장을 넓히기 위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를 위해 관중들의 요구(needs)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체부의 스포츠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4대 프로스포츠 종목 관람객들은 수준 높은 경기와 스타 선수의 영입을 가장 원했고, 다음으로는 경기장 편의시설 확충, 그리고 마지막으로 경기 관람에서의 다양한 이벤트를 기대했다. 즉 경기의 질과 경기장 시설, 그리고 구단의 마케팅 등 세 가지가 팬들의 요구인 셈이다. 

    우선 경기 수준을 높이기 위한 기반으로 구단의 소유구조와 수익구조의 안정화가 절실하다. 기업 구단의 경우 모기업의 차입금이 없으면 자생력이 없고, 시민구단 등은 생존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기의 질보다는 성적이 우선 되기 쉽다. 

    스타 확보를 위해 선수 육성과 영입에 대한 투자도 무시할 수 없다. 프로의 근간이 될 아마추어 지원책도 강구해야 한다. 선수들의 윤리의식 강화도 절실하다. 음주 약물 도박 등 각종 사건사고는 물론 승부조작과 불법 베팅 등 공정성 저해 행동을 막을 예방교육에 대한 요구도 커지고 있다.  

    이런 내실을 다지기 위해 수익구조 개선이 중요하다. 그 기본 바탕이 인프라 확충이다. 스포츠산업진흥법의 개정으로 프로구단의 경기장 장기임대 및 위탁계약이 용이하게 된 것과 지방자치단체의 시민구단 지원이 허용된 것이 큰 변화의 시발점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프로스포츠 발전을 막는 법적 제도적 규제는 적지 않다.  

    지자체와 구단간의 지원과 협력 체계는 물론 연고지 전략에 대한 고민도 더 필요하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새 야구장 건설 과정과 히어로즈의 고척돔 이전과정, 프로축구 수원 삼성의 월드컵경기장 운영 관리단체와의 갈등, 그리고 체육관 시설 문제로 프로농구 KCC가 연고지 전주를 떠나 수원 이전을 검토한 점 등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프라의 개선과 맞물려 팬 서비스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전략 고민도 더 치열해져야 한다. 고정팬 의존을 벗어나 새 팬층의 증가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SK스포츠단이 프로야구와 프로농구를 중심으로 ‘스포테인먼트’를 외치며 성과를 거두기도 했고 최근 IT 기술을 접목한 가상현실(VR)과 사물인터넷(loT)을 활용한 구장 마케팅이 젊은 팬들을 유인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그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빅데이터를 활용한 새로운 마케팅 전략 수립 등의 고민이 시작되고 있다.  

    ◆외연 확대를 위한 종목별 협업시스템 필요  

    이러한 내실 강화의 노력이 각 종목별로 분산된 우물 안의 실천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외연의 확대가 필요하다. 우선 해외로 눈을 돌려 프로스포츠 선진국들의 스포츠 정책과 인프라 투자 등을 파악해 한국의 현실에서 받아 들일 것이 있는 지 고민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해외 선진 스포츠 마케팅 전략에 대한 정보수집과 교류가 필요하다. 이미 각 구단이 해외연수 프로그램 등을 시행하는 등 노력은 시작됐다.  

    또한 각 종목간 공동마케팅 등 상호협업 요구와 이를 위한 시스템 구축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프로스포츠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경쟁에 매몰되기 쉬운 각 종목들간의 협업과 조정을 이끌어줄 매개체의 필요성이 절실했다. 그래서 지난해 11월 한국프로스포츠협회의 출범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프로스포츠협회가 첫 작품으로 한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프로 7개 단체와 62개 구단이 한자리에 모여 자생력 강화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마케팅 워크숍을 가졌다는 것은 의미가 적지 않다. 

    한국 프로스포츠가 아직은 발전할 여지가 충분하며 이를 위해 필요한 과제들이 무엇인가를 개략적으로 살펴봤다. 스포츠월드는 앞으로 연중기획을 통해 드러난 과제들에 대한 해결방안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송용준 기자 eidy015@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