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주목할 만한 6가지 디지털 흐름
2014년 1월 8일 슬로우뉴스를 통해 2014년 디지털 경제 전망을 제시했다. 그 예측을 돌아보고, 2015년 디지털 경제의 방향을 진단해 보자.
예측: 2014년 주목할 만한 7가지 디지털 흐름에서는 총 7가지를 전망한 바 있다. 그 내용과 결과를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이제 2015년을 예측해 보자.
2015년 디지털 경제의 키워드는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 샤오미, 페이스북, 애플 워치, 사이버 보안, 콘텐츠 마케팅이다. 아래에서는 그 근거를 하나씩 살펴보고자 한다.
1.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 모바일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 발전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2015년 왓츠앱, 페이스북 메신저, 라인 그리고 위챗 등 빅 4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 이용자 규모가 페이스북, 링크드인, 트위터 그리고 인스타그램 등 빅 4 SNS의 이용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페이스북의 왓츠앱 인수가 던지는 다섯 질문에서 밝힌 것처럼, 미국 실리콘밸리는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가 가지는 의미를 제대로 평가하지 못했다. 저렴한 문자메시지(SMS), 무료 아이메시지(iMessage)의 시장지배 등도 그 원인이었다. 한편 2010년 1월 뉴스피드의 성공으로 자만에 빠진 주커버그는 “프라이버시의 시대는 끝났다.”라고 선언한다. 미국 및 한국 일부 기자들과 학자들은 주커버그의 말씀을 확산하는데 열을 올렸다. 이렇게 페이스북의 성공은 실리콘밸리 엘리트들에게서 모바일 메시징이라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흐름에 대한 인지능력을 둔감하게 만들었다.
주커버그의 장점 중 하나는 실수를 빨리 인정하는 데 있다. 2014년 왓츠앱 인수 이후 주커버그는 프라이버시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왓츠앱 서비스에 눈에 띄는 투자를 하지는 않았다. 빠른 속도로 광고수익을 증대하고 있는 페이스북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기 싫었기 때문일 것이다. 2014년 왓츠앱은 눈부신 자연 성장(organic growth)을 기록했다. 2014년 2월 3억 5천만 명 수준이던 적극 사용자(Active User)가 12월 7억 명으로 증가했다.
페이스북은 뉴스피드에 기초한 네트워킹 서비스(feed-based networking service)다. 콘텐츠를 공개적으로 공유하고, 이를 매개로 대화하는 공간이다. 뉴스피드에 대한 피로도와 불만족이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뉴스피드의 매력은 당분간 지속할 것이다. 그렇다고 1대1 대화 또는 소규모 그룹 대화 등 친밀하고 비밀스러운 대화의 매력이 인간 사회에서 사라질 일은 없다. 달콤한 프라이버시에 대한 열망이 사라질 일은 만무하다.
프라이버시의 매력이 더욱 중요한 서비스가 바로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다. 이를 채팅에 기초한 네트워킹 서비스(chat-based networking service)라 부르자. 왓츠앱의 적극 사용자 7억 명, 페이스북 메신저의 적극 사용자 5억 명, 위챗의 적극 사용자 4억 3천8백만 명, 라인의 적극 사용자 1억 7천만 명, 스냅챗의 적극 사용자 1억 명이 2014년 공개된 수치다. 2015년에 각 메시징 서비스의 적극 이용자 규모는 더욱 증가할 것이다.
이용자만 증가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은 휴대폰과 스마트폰에서의 텍스트 입력을 좋아한다. 텍스트를 통해 배달 주문을 할 수 있고(예: 위챗 치킨 배달 서비스), 텍스트로 택시를 주문하고, 텍스트로 송금한다. 모바일 메시징 서비스라는 플랫폼은 이용자의 모바일 라이프스타일을 재조직화할 것이다.
또한, 위챗과 라인이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피드와 채팅의 결합이 이용자들에게 어떤 반응을 이끌어 낼 것인지도 2015년 관점 포인트다. 피드와 채팅의 결합이 성공하고 피드에 동영상, 모바일 광고 등이 접목된다면 페이스북은 간단치 않은 경쟁자를 만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두 개 종류의 서비스 모두를 가지지 않은 구글의 입지는 점차 줄어들 것이다.
2. 샤오미 팬덤이 중국을 넘어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로 확산하다
2015년 세계를 흔들 기업의 대표주자는 중국의 샤오미다. 샤오미는 2014년 12월 말 기준 비상장 디지털 기업 중 세계에서 기업가치가 가장 높은 스타트업이다.
샤오미의 특징 중 하는 애플처럼 팬덤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그림 3]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샤오미의 중국 핵심 이용자층은 13세에서 34세다. 이들 샤오미 이용자들은 높은 수준의 조직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뉴욕타임스는 분석하고 있다.
샤오미 홈페이지에 위치한 이용자 포럼에는 하루에 평균 20만 포스트가 올라온다. 디자인부터 새로운 서비스 방향 토론까지 이용자들은 스스로 샤오미 직원처럼 행동한다. 이들에게 샤오미 대표 레이 쥔(Lei Jun)은 스타이며, 팬들을 위해 샤오미는 락 콘서트를 개최한다. 샤오미의 소셜 계정은 팔로워로 넘쳐나고, 샤오미 제품과 서비스를 판매하는 Mi.com은 중국 3위 이커머스 사이트를 발전했다.
샤오미는 2014년 젊은 샤오미 팬을 대상으로 MiTV 서비스를 시작했다. 샤오미 팬들은 샤오미가 만든 쿨한 인터넷 라우터를 구매한다. 대기오염에 고통받는 샤오미 팬들을 위해 2014년 가을 공기 청정기가 출시되었고, 정수기가 준비되고 있다. 스마트폰이라는 수직(vertical) 팬덤이 TV, 공기 청정기, 정수기 등 수평(horizontal) 제품 및 서비스로 확장하는 꼴이다.
샤오미의 수평 제품 및 서비스가 삼성전자의 스마트홈과 유사한 사물인터넷(IoT)이냐 아니냐는 중요하지 않다. 핵심은 대규모 팬덤이 특정 제품(vertical product/service)을 중심으로 형성되었다는 점이다. 아래에서 따로 설명하겠지만, 대규모 팬덤 없는 사물인터넷은 오덕의 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015년 샤오미가 미국 시장에 진출할까? 아직 이르다. 애플의 팬덤과 대결하기 쉽지 않고 굳이 마케팅비용 쏟아부으며 미국 시장에 달려들 이유가 아직은 없다. 오히려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 인구 규모가 크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팬덤을 새롭게 형성할 수 있는 신흥시장에 공을 들일 가능성이 높다.
3. 동영상 (유통) 플랫폼 주도권 싸움: 모바일 광고시장 지각 변동
‘유튜브 vs 페이스북, 동영상 광고 전쟁 누가 이길까?’에서 분석한 것처럼, 페이스북은 2014년 구글 유튜브 아성에 도전했고 이제 강력한 경쟁자로 성장했다. 페이스북은 뉴스피드에 자동재생(AutoPlay)이라는 편법을 사용함으로써 하루 동영상 재생 횟수를 10억 회로 끌어올렸다.
페이스북을 겨냥한 ABC의 영상뉴스, NBC와 함께하는 나우디스(NowThis)의 페이스북 영상뉴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번 기회에 페이지에 동영상 탭을 제공하기로 하였으며, 복수의 동영상을 묶어서 볼 수 있는 플레이리스트 기능도 제공할 예정이다. 유튜브 채널을 닮아가는 꼴이다.
페이스북의 성공에 깜짝 놀란 트위터 또한 동영상 업로드 및 재생 기능을 트위터 타임라인에 도입하기로 했다. 피드와 채팅 구조를 동시에 가지고 있는 위챗과 라인이 동영상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제공할 가능성이 높다.
모바일 동영상 유통 플랫폼 경쟁은 2015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이렇게 동영상 유통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모바일 광고 때문이다. [그림 6]을 살펴보자.
모바일 광고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 기업은 유튜브를 앞세운 구글이다. 그러나 2013년 46.6%에서 2014년 40.5%로 시장점유율이 크게 줄었다. 구글 글라스 등 R&D 영역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한 점 그리고 모바일 광고의 성적 부진을, [그림 7]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구글의 주식가격이 2014년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2014년 페이스북은 모바일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왓츠앱을 인수했고, 인스타그램을 성장시켰다. 무엇보다 모바일 광고 수익은 페이스북 주식가격을 폭발적으로 상승시키는 원동력이 되었다. 페이스북은 전 세계 모바일 광고시장 18.4% 점유율이라는 놀라운 기록도 세웠다. [그림 8]은 2014년 페이스북의 모바일 광고 매출이 데스크톱 광고 매출을 앞서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페이스북도 근심이 있다. 2014년 모바일 광고의 대부분을 뉴스피드 중간중간에 노출된 앱(App) 광고가 차지했다. 앱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 흐르는 벤처자금이 줄어든다면 페이스북의 광고 매출이 함께 줄어들 수 있는 구조다. 페이스북은 모바일 광고 매출원의 확대가 절실했다. 뉴스피드에서 동영상 소비의 급증은 페이스북에게 협소한 광고 매출원을 일거에 확대할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2015년 페이스북은 동영상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유튜브의 광고 매출을 갉아먹을 것이다.
4. 웨어러블 ‘대중시장’, 아직 멀었다
사물인터넷과 웨어러블. 2015년 1월 초에 진행된 미국 CES의 핵심 키워드였다. 이 두 개가 인터넷의 진화 방향임을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관련 시장이 R&D를 제외한다면 2015년 크게 성장할 수 있을까? 매우 회의적이다.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구글 글라스는 이른바 오덕의 잔치로 끝나가고 있다. 구글 글라스가 대중시장을 형성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구글 글라스를 착용하고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은 뭔가 바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쉽게 표현하면 쿨하지 않다. 스타일과 패션에 무감각한 사람만이 구글 글라스를 쓰고 거리를 활보한다. 구글 글라스를 재미삼아, 신기해서 사용해볼 수는 있어도, 구글 글라스는 일상생활을 동행하는 기기와는 거리가 멀다.
둘째, 애플 워치는 2015년에 바람을 일으키기 어렵다. 2010년 아이패드 도입 시기로 시계 바늘을 돌려보자. 아이패드는, [그림 9]가 묘사하고 있는 것처럼, 얼리 어답터를 건너뛰고 대중시장으로 직행하는 시장전략을 취했다.
초기 아이패드는 이북(eBook), 디지털 매거진, 웹 서핑 등 스마트폰의 기능을 보다 쿨하게 확장한 간지나는 기기로 시장진입을 시도했다.
애플 워치는 어떤 시장진입 방법을 선택할까? 가격이 최소 500달러를 훌쩍 뛰어넘을 기기(gadget)의 유용성을 설명하기란 쉽지 않다. 애플 워치의 제품 정의를 바꾸면 된다. 언론과 얼리 어답터는 애플 워치를 먼저 (웨어러블) 기기로 정의하고 그다음 패션 액세서리의 가치를 말한다. 500달러 웨어러블 기기의 가치는 설명하지 않는다. 대학생에게 애플 워치는 어떤 유용성을 약속할 수 있을까? 과장님, 차장님에게 애플 워치는 어떤 경제 가치를 제공할까? 애플 워치의 1차 정의를 패션 액세서리로 설정하면 시장이 달라진다.
애플이 패션 전문가를 고용한 이유, 애플이 미국이 아닌 파리에서 이벤트를 진행한 이유, 애플이 빅토리아 시크릿 모델 경력을 가진 중국 리우 웬(Liu Wen)과 애플 워치 광고를 준비하고 있는 이유는 애플 워치를 ‘웨어러블’이 아닌 정보 기능을 추가로 가진 ‘패션 사치품’으로 시장에 선보이고자 함이다.
2015년 초반 언론은 확인되지 않은 애플 워치 소문을 전하는 속보 경쟁에 빠져들 것이다. 애플 워치가 시장에 공개되는 시점을 전후하여 ‘웨어러블 시대’, ‘사물인터넷 시대’가 코앞에 도래한 것처럼 떠들 것이다. 애플 워치에 대한 구매가 일부 돈 있는 사람에게 제한될 때 애플 워치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언론과 일부 전문가는 빠르면 2016년이 되어서야 애플 워치가 어떻게 세상을 바꾸고 있는지를 분석하는 글들을 생산할 것이다. 왜 2015년 잘못된 진단을 내놓았는지에 대한 성찰은 빠진 채 말이다.
5. 사이버(Cyber)를 사랑하는 각국 정부
사이버 공간, 사이버 머니, 사이버 자아 등 사이버(Cyber)는 지금까지 인터넷의 개방, 혁신 등을 상징하는 어휘로 이용되었다.
영화 ‘인터뷰’ 관련 소니(Sony)해킹 사건, 카드사의 개인정보 대규모 유출 사고 등이 2015년에도 이어질 것이며, 기업의 작지 않은 수가 형편없는 수준의 사이버 보안 능력을 소유하고 있음이 드러날 것이다. 정치권은 기업을 협박하며 ‘사이버 보안 혁신’을 시대적 과제로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2015년 사이버(Cyber)는 정부 및 기업의 정보와 보안 예산 증액과 관련 법안 제정 등에 이용될 것이다. 시민의 안전, 표현의 자유, 테러 반대를 표방하나 각국 정부가 실제로 하는 일은 사이버 감시를 담당하는 정보국 예산 증액과 사이버 보안 설비 투자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사이버 보안 관련 산업이 2015년 꽃을 피울 것이다.
하지만 2015년 이용자는 스팸, 바이러스, 해커 공격, 정부 감시, 스토킹에 가까운 트랙킹, 액티브 엑스와 그 변종 등에 시달리며 사이버 세상에서 힘든 생활을 이어갈 것이다.
6. 콘텐츠 마케팅, 시도는 많으나 성공 사례 찾기 어려워
모바일 환경에서 고객이 원하는 매력적인 정보를 제공하려는 기업들의 노력은 2015년에는 크게 확대될 전망이다. 이미 북미 및 유럽 기업들이 마케팅의 무게 중심을 콘텐츠 마케팅으로 이동하고 있다(참조: 콘텐츠 마케팅에서 알아 두어야 할 여섯 가지 포인트). 한국에도 2015년 마침내 콘텐츠 마케팅 열기가 시작될 것이다. 그런데 한국은 제외하더라도 북미와 유럽에서 콘텐츠 마케팅의 성공 사례를 찾기 쉽지 않다. 이유가 무엇일까?
코카콜라 기업 홈페이지, 쉬바르츠코프 기업 홈페이지 등은 대표적인 콘텐츠 마케팅 사례로 꼽히나, 엄밀하게 따지면 이는 기업 미디어(corporate publishing)의 예다. 기업 미디어의 목표는 최대한 많은 이용자에게 콘텐츠를 도달시키는 데 있다. 이와 반대로 콘텐츠 마케팅은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목표 고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그 목표가 있다. 효과를 입증하기 위한 수준 높은 데이터 과학도 콘텐츠 마케팅에는 필수 조건이다.
1895년에 시작한 독일 양말 및 스타킹 생산 기업 팔케(Falke)는 유럽 주요 도시에 발자국을 남기는 멋진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파리, 런던, 암스테르담, 베를린, 취리히 등을 배경으로 다양한 걷는 문화를 소개하고 있다. 미국 신발업체 반스(Vans)는 ‘벽을 뛰어넘는 삶’이라는 주제로 도전하는 젊은이들의 삶을 다큐멘터리 시리즈로 담아내고 있다. 전통 미디어의 콘텐츠와 비교해도 손색없다. 이렇게 2015년에는 다양하고 멋진 기업 미디어(corporate publishing) 시도를 쉽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기업 미디어 콘텐츠가 콘텐츠 마케팅으로 둔갑하여 콘텐츠 외주생산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 밖에도 2015년 디지털 경제는, 긍정적 맥락이든 부정적 시각이든 경제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될 것이다. 서울시의 우버 신고포상제(=파파라치 포상제)가 상징하는 것처럼 디지털 경제와 아날로그 경제의 사회 갈등이 증가할 전망이다.
만약 삼성전자가 2015년 위기에 빠진다면, 이를 시작으로 한국 고용시장은 더욱 얼어붙을 것이고 일부 정치인은 겉으로는 창조경제를 말하지만, 뒤로는 공인인증서와 같은 기계파괴자의 논리를 동조할 것이다. 또한, 한국 시민은 2015년에도 2014년과 유사하게 유례없는 공익광고의 범람을 경험할 것이다.
절대 간단치 않은 디지털 도전이 2015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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