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유가족 정혜숙 씨에게 길을 묻다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에서 단원고 2학년 5반 박성호 군의 어머니 정혜숙 체칠리아 씨를 만났다. 295명의 희생자와 9명의 실종자가 발생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300일이 넘어서고 있지만, 진상규명의 첫 발 조차 떼지 못한 채, 분향소는 희생자들의 사진이 안타깝게 전면을 채우고 있지만 정작 조문객은 별로 없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비판했던 “무관심의 세계화”가 세월호 희생자 분향소마저 진공으로 만든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누가 이들을 위해 울어줄 것인가?” 하고 물었던 교황의 요청이 새삼 떠올랐다. ‘성호성당’에서 인터뷰를 했다.
▲ 안산분향소에 걸린 박성호 임마누엘 영정. 복사복을 입고 있다. ⓒ한상봉 |
성호는 사제가 되고 싶었다던데, 어떤 아이였나요?
성호는 한마디로 온유하고 미소가 예쁘고 공감능력이 뛰어난 아이였어요. 주로 잔소리를 하게 되면 정리정돈을 덜해서였지만, 살면서 그 아이랑 불협화음이 별로 없었어요. 키도 크고 성격도 좋아서 제게 기쁨을 많이 주었습니다. 그 아이 세례명이 ‘임마누엘’인데,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뜻이죠. 외가로는 5대째, 친가는 3대째 천주교 집안인데, 어려서부터 성당 가는 걸 좋아하고, 분향소에 걸린 사진도 성호가 가장 최근에 찍은 복사복 입은 사진입니다. 친구들도 비슷해서, 다른 아이들이 게임방에 다닐 때, 성호 친구들은 피아노 근처에 모여서 빙글빙글 돌면서 성가도 부르고 너무 착했어요.
성호가 평소에 존경했던 사람은?
얼마 전에 성호가 남긴 글을 보니, ‘엄마’를 제일 존경한다고 쓰여 있더군요. 신앙에 모범을 보인다고요. 아이가 살아 있었다면 칭찬해줄만한 일이지만, 이런 일을 당하고 보니 오히려 고통스럽더군요, 신앙의 모범을 보이는 엄마가 아이를 얼마나 힘들게 했을까? 하는 거죠. 아이가 엄마를 사랑을 많이 주었던 사람으로 기억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미안하고 가슴이 아파요.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랑이잖아요.
두 번째는 이태석 신부님을 존경했습니다. 이태석 신부님 영상을 보면서 저렇게 살고 싶다고 말했는데, 자기 생을 다 바쳐서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 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는 노무현 대통령. 자기가 경험한 사람 가운데 노무현 대통령을 정의로운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성호가 초등학교 때, 광우병 쇠고기 파동으로 나라가 시끄러울 때 ‘이렇게 우리가 가만 있는 게 문제’라며 ‘우리도 나가서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성호 이름으로 ‘성당’도 지어졌는데, 성호의 희생이 안타깝네요.
성호는 어려서 오토바이 사고가 2번이나, 자동차 사고도 있었죠. 자동차가 아이 등을 타고 넘어가는 사고였는데, 저는 그때 아이가 치이는 걸 목격하면서 나는 죽었다 생각했어요. 더 이상 살 수 없을 것 같았던 거죠. 그런데 다행히 아무데도 안 다쳐서 모두 다 용서해 줬어요. 이런 사고를 겪으면서 성호를 하늘이 지켜준다고 감사했어요. 이 아이는 하느님이 지켜주시니 오래 살 거라고 우리 가족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죠. 성호는 무슨 일이든 꿋꿋하게 견뎌내는 아이라고요.
성호가 사제가 되겠다고 꿈을 꾸었을 때, 우리 가족들은 성호가 이태석 신부님처럼 가난한 이들과 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가족들은 우리가 돈을 많이 벌어서 성호가 생활하는 곳에 있는 사람들을 도와주자고 했어요. 그러면서 성호의 꿈을 가족들도 같이 키워왔던 거죠. 희생된 아이들 모두가 그렇게 소중한 아이들인데, 성호는 너무 좋은 아이였고 우리의 힘이었고 기둥이었는데 마음이 아파요.
▲ 이태석 신부를 존경했던 성호 엄마 정혜숙 씨가 슬픔을 가누지 못했다. ⓒ한상봉 |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세월호 참사는 생명보다 돈, 생명보다 경제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신자유주의 경제가 낳은 거죠. 신뢰와 사랑, 가족보다 더 귀한 것은 돈밖에 없다는 생각이 이런 사고를 일으킨 거죠. 사고가 발생한 것 자체가 의혹투성이죠. 다른 배는 안개 때문에 출항하지 않았는데 떠나지 말아야 할 배가 떠났고, 이런 부실한 배라면 분명히 사회적 룰이나 제동장치가 있어야 했는데 아무것도 작동하지 않았어요. 학교에서는 원래 오하마나호를 계약했는데, 그 배를 타고 단원고 선배들도 제주도에 다녀왔는데, 하루 전날 배가 바뀐 것도 이해할 수 없어요. 그 많은 교사들도 이의제기 없이 아이들을 그 배에 태웠어요.
사고가 일어나더라도 워낙 큰 배라 쉽게 가라앉지 않는데, 그래서 구조할 시간도 많았는데 납득할 수가 없어요. 저는 문이 다 닫혀서 아이들이 못 나왔는줄 알았는데, 생존자들의 증언을 들어보면 배가 뒤집히면서 아래쪽 문이 열려 있었다네요. 선원들은 모두 탈출하면서 끝까지 아이들에게는 가만히 있으라고 말했다니, 할 말이 없어요. 그날은 하느님은 그날따라 유난히 도와주셨는지 바다가 풍랑도 없이 잔잔했어요. 그날 밤에 가보았을 때 바다가 잔잔한 호수 같더군요. 그런데도 구조하지 않은 겁니다. 이런 상황을 납득할 수도 이해할 수도 없어요.
잔잔한 바다에서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군요.
문제는 언론입니다. 우리 부모들은 해경의 반대를 무릅쓰고 아이들 보러 안산에서 팽목항까지 가고, 다시 해경과 실랑이하며 싸워서 침사 현장에 갔어요. 여기에 기자들도 같이 갔어요. 부모들이 거기서 아이들을 구조해 달라고 호소하고, 아이들의 이름을 목 놓아 부르며 살려달라고 기도하고 매달리는 것을 기자들이 다 보았어요. 그런데 돌아와서 그 사람들이 거짓으로 보도할 때, 모든 게 구조하지 않는 시스템으로 움직일 때 너무 놀라웠고, 그 배신감과 그 고통이란! 딱 그 말이 맞아요. 세월호가 악마가 묶어놓은 십자가로 보였어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히신 것처럼, 악마가 세월호에 30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을 묶어 놓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들이 살았든 죽었든 그 세월호 십자가에서 모두 풀어주어야 하는데 아직도 아이들이 거기에 묶여 있어요. 그게 물속에 있을 뿐이지 예수님의 십자가와 다른 바 없어요. 그게 고통스러워요. 여기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너무 고통스러워요. 그래서 세월호는 우리시대의 십자가입니다. 이 십자가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들은 어쩌면 예수님이 지금 현존하시고 예수님이 똑같이 골고타에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시더라도, 그분을 예수님이라고 알아보지 못할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저는 해요. 그리고 어찌보면 하느님께서 세월호로 우리시대의 십자가를 보여주고 계시는데 우리가 못보는 구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그 시대 사람들이 그걸 못 본 것처럼.
세월호가 지금 우리가 감당해야 할 십자가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하느님께서 예수님을 십자가에서 구조해 주지 않으신 것처럼, 하느님께서는 이 아이들을 통해 이 세상을 구원하실 것이라고 저는 믿습니다. 여기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그 사람들을 통해서 이 세상을 구원하시려는 거죠. 그동안 정부에서 은폐하고 축소하고 것짓을 말하는 것을 계속 지켜보면서, 앞으로 세월호 문제를 그 사람들이 어떻게 마무리하려고 할지 충분히 예상됩니다. 이미 겪는 일을 통해 저는 악을 보았어요. 세월호 사건은 선과 악의 싸움이고, 주님의 십자가 사건이고, 주님이 개입하신 싸움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그냥 손 놓고 있을 수 없어요. 진실을 은폐하고 덮어버리지 못하도록 증거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합니다.
어쨌든 이 나라의 주인은 국민들인데, 언제나 힘없는 국민들이 당하기 마련이고,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 죽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야 해요. 남의 일인양 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저는 성호가 쇠고기 파동 때부터 “엄마 우리 이대로 있으면 안 돼요.” “우리가 나가서 힘을 합쳐야 돼요”라고 말했을 때 동참하지 못하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오늘날 나를 이렇게 등 떠밀었고, 내 자식 목숨을 가져갔다고 생각합니다. 이제라도 더 나서고 더 지키고 깨어서 함께 연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세파에 찌들어서 무뎌진 엄마보다 성호가 더 순수하고 옳았다는 것을 이제는 알겠어요.
▲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생명은 돈보다 귀하다. ⓒ한상봉 |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사고가 났을 때 처음엔 세월호가 요나의 뱃속이 되게 해달라고 빌었어요. 그렇게 아이들이 구조되길 바란 거죠. 시간이 가면서 아이들을 구조하지 않는 걸 보면서, 발을 동동 구르면서 예수님이 물에 빠진 베드로를 손잡아 건져냈듯이 구조해달라고 빌었죠. 그래도 구조해 주지 않는 시스템을 바라보면서, 내 아이 성호 임마누엘을 사랑하시는 하느님께서 우리 아이를 예수님처럼 십자가에 매달고 계시구나. 그걸 허락하시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기도밖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를 십자가에 매단 그 목숨 값으로 하느님께서는 무엇을 하시려는가, 생각했어요.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과 감추려는 사람들의 싸움이 시작될 것이라는 것을 팽목항에서 성호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면서 생각했어요. 이제 하느님께서 저희에게 원하시는 것은 사도들처럼 그 소중한 생명을 지키는 일에 동참하는 거라고 믿어요. 그게 아이들이 십자가에 매달린 이유고, 가슴 아픈 부모들이 해야 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은?
하느님께서는 너무나 우리를 사랑하셔서 자신의 아드님까지 세상에 보내셔서 십자가에 못박히게 하셨습니다. 지금도 세상 곳곳에서 하느님은 그렇게 우리를 구원하려고 하심을 잊지 않았으면 해요. 세월호도 이런 구원사업에서 벗어나지 않고 중심에 있어요. 이번 참사에서 죄를 지은 사람들까지도 하느님은 기다리고 계십니다. 그들이 회개하고 뉘우칠 때 기다리고 있는 거지요. 세월호의 아픔에 함께 공감하는 사람들과 어찌되었든 아픈 사람들을 그분은 그냥 내버려 두지 않으실 거라고 믿어요.
하느님께서는 가난하고 고통 받는 이들의 벗으로 예수님을 먼저 보내셨어요. 그분을 부자로 살게 하지 않으셨고, 가난한 목수의 아들로 살게 하셨어요. 늘 가난한 이들 가운데 머무시는 예수님처럼 우리도 아프고 슬프고 가난하고 고통 받는 사람들을 어우르고 돕고 손잡아주고 상처를 보듬어주고 어깨동무 해주면서, 예수님의 모습을 다시 보여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모든 생명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공감하면서 사랑하는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게 신앙인의 모습일 거고, 착한 사마리아 사람들의 모습일 것입니다. 그래야 우리가 세상을 마감하는 날에 환하게 예수님을 따라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한상봉 기자/ 뜻밖의 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