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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술도 마케팅도..브라질 월드컵은 'IT월드컵'

youngsports 2014. 7. 14. 19:06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국 독일은 매 대회에서 꾸준히 토너먼트에 진출해 왔지만, 우승과는 오랜 시간 동안 인연이 닿지 않았다. 독일의 이번 우승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24년만으로, 서독과 동독이 통일된 이후 처음 들어올린 우승컵이다. 때문에 더 간절했고, 준비는 더 치밀했다.

이 같은 독일의 우승은 비결에는 요아힘 뢰프 감독의 선수단 운용과 전술이 큰 밑바탕이었지만 우승이라는 결과물을 완성하기 위한 비장의 무기 '빅데이터' 또한 든든한 조력자 역할을 했다. 세계 축구의 트렌드를 주도했던 독일이 이번 대회를 통해 '빅데이터 축구'의 문을 열어젖혔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IT의 성공'이 두드러졌다. 개막전 '로봇 다리 시축'부터 골 판독기 도입, 중계기술, 데이터 서비스, 마케팅까지 IT는 경기장 곳곳을 파고들었다.

● 우승의 숨은 공신 '빅데이터'
'독일의 12번째 선수'라는 평가도 있을 만큼 독일 대표팀의 빅데이터 활용은 대회 개막 전부터 많은 이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독일 축구협회는 자국의 IT기업인 SAP와 잡고 독일 대표팀만을 위한 빅데이터 분석 및 활용을 기획했다.

SAP는 '매치 인사이드'라는 소프트웨어를 제작해 연습경기나 훈련에서 실시간으로 쌓아 놓은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 선수와 코칭스태프에 빠르게 피드백을 해 컨디션 조절이나 전술 운용에 참고하도록 했다.

브라질과의 4강전에서 볼 점유율에서 뒤지고서도 7-1의 대승을 거둔 비결도 세밀하면서도 방대한 표본으로 높은 정확도를 자랑한 '빅데이터 전술 운용' 덕분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에겐 몹시 슬픈 적중이지만, 각국의 전력을 수치화 해 10만 번의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 한국이 1무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할 것이라는 미국 '블룸버그스포츠'의 예상도 들어맞았다. 축구가 단순한 수 싸움이 아닌 '데이터 싸움'으로 진화해 가는 중대한 길목에 서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개막전 시축, IT가 준 감동

'따뜻한 IT'도 있었다. IT는 이번 대회에서 하반신이 마비된 10대 청년의 꿈을 현실로 만들어줬다. 이번 대회 개막전에서는 '웨어러블 로봇(wearable robot)', 즉 '입는 로봇'을 착용한 10대 청년이 시축을 해 전 세계인에게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첨단 기술 통해 감동 전한 개막전 시축영상

'다시 걷기 프로젝트'(Walk Again Project)라는 비영리 연구단체의 주도 하에 펼쳐진 이 시축 행사는 사람의 뇌파를 이용해 로봇을 조종했다는 데서 큰 관심을 받았다. 연구팀은 '뇌파측정용 전극'을 통해 두뇌 속의 미세한 전기 흐름을 측정했고, 이를 컴퓨터로 분석해 다리를 움직이게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공개된 웨어러블 로봇은 주로 하체 근력을 강화하는 역할을 하는 등 군사적, 산업적 목적으로 개발된 로봇들이었지만, 이번 월드컵에서는 이 웨어러블 로봇을 통해 장애 극복의 가능성을 만천하에 알린 데 의미가 있다.

●'첨단 포청천' 4-D 골 판독기

이번 대회에서 가장 주목 받았던 판정 기술은 바로 '골 판독기'다. 골 상황에서의 판정 논란을 완벽히 잠재웠다. 독일 업체 기술인 '골 컨트롤(Goal Control)'을 도입해 14대의 카메라로 공의 궤적을 추적하고, 골 여부를 심판의 손목시계로 전송하는 방식으로 골 판독이 이뤄졌다.▶'골 판독기' 인간의 영역을 넘보는 과학

그 동안 축구계는 심판의 권위 하락을 우려해 비디오 판독 제도 도입에 매우 신중한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한두 골 차로 승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은 종목의 특성상 골 상황에서의 오심이 경기 결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미치는 상황들이 많아졌고, 특히 중계 기술의 발달로 시청자들의 오심 여부 확인이 더욱 용이해졌다.

FIFA는 공에 센서를 장착해 골 여부를 알려주는 '스마트볼' 등을 통해 골 판독기 도입의 효용성을 점진적으로 따져봤고, 결국 이번 대회에서 '골 판독기'를 본격 도입했다.

▶ '골 컨트롤' 이렇게 정확합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대회의 '골 판독기' 도입은 오심 논란도 줄이고 우려됐던 심판의 권위도 지킨 성공적인 기술 도입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 FIFA도 변신…각종 데이터 실시간 제공

국제축구연맹(FIFA)이 운영하는 공식 홈페이지(www.fifa.com)는 이용자들에게 친절한 공간은 아니었다. 세련미보다는 품위를, 빠르고 방대한 정보 제공보다는 느리지만 정확한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추구했다.

하지만 FIFA는 이번 대회에서 '트래킹 시스템'을 도입해 방대한 데이터를 풀어내며 수용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켰다.

경기 중 선수들의 활동량이나 운동 수행 능력 등의 정보를 빠르게 분석해 방송 중계진은 물론 홈페이지를 통해 축구팬들에게도 실시간으로 제공해 호평 받았다.

트라캅·델타트레·옵타 등의 업체들과 손을 잡은 FIFA는 경기장에 설치된 16대의 특수 카메라가 수집한 자료를 바탕으로 선수들의 움직임뿐만 아니라 공의 이동방향, 심지어는 순간 스피드까지 체크했다.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결승전 뛴거리 비교. 출처=FIFA.com

●월드컵 마케팅도 'IT 열전'

월드컵 마케팅도 IT를 입었다. FIFA 공식 파트너인 현대자동차는 이번 대회 중 가장 많은 축구팬의 시선을 사로잡은 독일과 아르헨티나의 결승전에서 자사의 월드컵 마이크로사이트에 참여한 축구팬의 얼굴을 경기장 내 A보드에 띄우는 마케팅을 펼쳤다. 사이트 내에서 진행한 인기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은 참여자 4명의 얼굴을 'THANK YOU FANS'라는 문구와 함께 광고판에 띄우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 마케팅은, IT를 통한 팬들의 참여를 통해 성사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현대차 측은 이번 마케팅에는 약 72만건의 참여가 있었다고 전했다.

코카콜라 역시 소비자들의 응원 사진을 모아 모자이크 국기를 만드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페이스북 등 개인 SNS채널에 해시태그((#worldscupKR)를 붙여 응원사진을 업로드하면 자동으로 응모되는 방식으로, 많은 축구팬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김형준기자mediabo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