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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훈의 원과 네모] 김연아와 이상화의 공통점

youngsports 2013. 3. 27. 0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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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와 이상화가 다시 한 번 세계 정상에 올랐다. 김연아는 캐나다 런던에서 압도적인 기량으로 우승했고 이상화는 본인이 이번 시즌 기록한 최고 기록에 미치지 못했는데도 불구하고 세계선수권에서 여유 있게 금메달을 따냈다. 종목은 달라도 둘은 각자 분야에서는 세계 1위다. 그것도 경쟁자가 거의 없을 정도로 압도적인 기량을 갖춘 절대강자다. 다른 선수들은 김연아와 이상화를 따라잡기 위해 썼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러나 절대 챔피언은 다른 경쟁자가 있을 수 없다. 유일한 경쟁자는 바로 자기 자신이다. 자기 자신을 이겨내면 1위에 오르는 것이고 자기 자신에게 패하면 1위를 지켜내기 힘든 게 챔피언만이 갖고 있는 숙제다.


 
김연아와 이상화는 앞서 영광을 거둔 뒤에도 자기 자신을 다시 이겨내며 정상을 지켰다. 김연아는 캐나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뒤 "현역을 복귀한 후부터는 훈련을 해야 하는데 좋지 않은 내 몸과 계속 싸워야했다"고 털어놨다. 피곤해서 쉬고 싶고 힘들어서 쉬고 싶은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낸 게 우승의 자양분이다. 이상화는 세계선수권대회에 앞선 미디어 데이 행사에서 "밴쿠버올림픽에서 우승한 뒤 부담과 긴장으로 1년 정도 힘든 시기를 보낸 끝에 지금은 마인드 컨트롤을 잘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우승해야한다는 압박감 속에 멘탈이 흔들린 자기 자신을 극복했다는 의미다.



김연아는 현역복귀 후 더욱 열심히 훈련했다. 20개월 공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훈련 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그렇게 몸을 만들었고 자신감도 되찾았다. 김연아는 "훈련을 많이 해서 훈련에서 실수가 없으면 자신감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마련"이라고 말했다.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심판들을 감동시키는 연기를 하겠다"는 김연아의 발언은 피나는 훈련에서 나오는 자신감 없이는 절대 할 수 없는 말이다. 그전에도 김연아는 사춘기 시절 몸이 무거워지고 달라지는 걸 막기 위해 엄청난 식이요법도 했다. 그 결과로 지금같이 가볍고 가냘프며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상화는 반대로 몸을 키웠다. 상체 살을 빼는 대신 하체를 더욱 튼튼하게 만들었다. 하체가 튼튼해야지 스타트가 빠를 수 있고 코너워크에서도 원심력을 견디면서 스피드를 유지할 수 있으며 막판 스퍼트에서도 힘을 잃지 않을 수 있다. 마른 상체에 튼튼한 하체는 요즘 여자들이 싫어하는 체형이다. 그리고 이상화도 다른 20대 친구들처럼 날씬하고 예쁜 몸과 다리를 갖고 싶었다. 그러나 이상화는 그걸 버렸다. 세계 최고 스케이트 선수로 다시 한 번 도약하기 위해 극한의 웨이트트레이닝을 했고 자기가 갖고 있는 것, 그 이상을 끌어내기 위해 남자들과 함께 훈련했다. 그 결과로 이상화는 세계 신기록을 세울 수 있었고 월드컵 시리즈를 9번이나 제패할 수 있었으며 월드컵 파이널과 세계선수권대회 등 굵직한 메이저대회도 모두 휩쓸 수 있었다.



둘의 목표는 내년 2월 소치올림픽 금메달이다. 지금 페이스라면 쇼트트랙 못지않게 금메달이 유력한 것만은 틀림없다. 절대 강자인 만큼 소치올림픽을 준비하는 각오도 다른 선수들과 다른 건 당연하다. 다른 선수들은 우승하기 위해 뭔가를 더 해야 했고 뭔가 변화를 줘야할 것이다. 
그러나 김연아와 이상화는 도전할 것도 없고 새로운 걸 할 필요도 없다. 자기 자신들의 말처럼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하루하루를 늘 하던 대로 열심히 하면 된다."



김연아는 소치올림픽을 준비하는 각오를 이렇게 밝혔다.




"내가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수도 있고 그 밑에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금메달을 따기 위해 지금 뭔가 특별히 도전하고 특별히 준비할 것은 없다. 성적에 연연하기보다는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훈련하면서 지금 기량을 그대로 유지하면 된다."



이상화의 말도 비슷하다.


"늘 하던 대로 하면 된다. 신기록에 욕심을 내기보다는 해온 대로 하고 싶다. 성적에 얽매이면 내 자신만 망가진다. 마음을 비우고 편안한 마음으로 과정에 충실하자는 생각뿐이다."



챔피언만이 할 수 있는 말이다. 2위, 3위는 절대 말할 수 없고 설사 말을 했다고 해도 챔피언이 한 말과는 비교가 안 된다.



부상은 김연아, 이상화가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데 방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부상당할 게 걱정돼 훈련을 약하게 했다면 지금의 김연아와 지금의 이상화는 있을 수 없었다. 그리고 김연아, 이상화가 소치에서도 금메달을 획득하려면 강도와 집중도가 높은 훈련을 해야 하는 건 기본이다. 그리고 그렇게 훈련하면서 이겨내야 할 유일한 상대는 이번에도 역시 자기 자신이다. '이만 하면 됐겠지' '오늘은 피곤한데 좀 쉴까' '오늘 훈련 슬슬 해야지' '날 이길 선수가 설마 있겠어'라는 생각에 무릎을 꿇는 날이 많아져서는 절대 안 된다. 자칫 게을러질 수도 있고 자칫 자만할 수도 있는 자신을 끊임없이 채찍질을 해면서 훈련에 매진해야만 소치올림픽 영광도 가능하다.



유일한 경쟁자가 된 자기 자신과 싸우는 진정한 묘미는 진정한 챔피언만 알 수 있다. 그건 챔피언만의 특권과 특혜인 동시에 챔피언만이 경험할 수 있는 외로운 투쟁이다

챔피언 뒤쪽에는 경쟁자들이 수두룩하다. 그러나 챔피언 앞에서는 아무도 없다. 따라잡아야할 경쟁자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 자칫 자만심과 게으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정상은 차지하는 것보다 지키는 게 어렵다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혹시 누가 나를 바짝 쫓아오지는 않을까'라는 조바심에 뒤를 흘끔흘끔 돌아보지도 않으면서도 자신을 날마다 이겨내면서 쉬지 않고 앞으로 냅다 내달릴 수 있는 게 진정한 챔피언의 자세다. 그래서 한번 정상에 오르고 내려간 챔피언과 두 번, 세 번 정상을 계속 지키는 챔피언은 비교 자체가 안 된다. 처음으로 스케이트를 타기 시작하면서 국가대표와 아시아챔피언, 이어 세계 챔피언을 꿈꾸며 그 때 그 날이 마치 인생 마지막 날인 것처럼 노력했던 초심, 그것이야 말로 지금 김연아, 이상화뿐만 아니라 모든 챔피언에게 가장 필요한 마음가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