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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화 시인이 전하는 마음이야기

youngsports 2019. 3. 25. 07:41

한 수도자가 자신의 수행처를 벗어나 홀로 명상하기로 했다. 그는 호수 가운데로 작은 배를 저어 가서 그곳에 정박한 채로 눈을 감고 명상을 시작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침묵 속에 두세 시간이 흐른 후, 그는 갑자기 다른 배가 자신의 배에 부딪치는 것을 느꼈다.

두 눈을 여전히 감은 채로 분노가 올라오는 것을 느꼈고, 눈을 뜰 즈음에는 부주의하게 명상을 방해하는 그 배의 주인에게 소리를 지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눈을 떴을 때 자신의 배에 부딪친 배가 빈 배임을 알고 그는 놀랐다. 아마도 줄이 풀려서 호수 가운데로 흘러온 것 같았다.

그 순간 수도자는 큰 깨달음을 얻었다. 분노가 자신 안에 있음을 이해했다. 단지 그 분노를 밖으로 분출할 외부 대상과의 충돌이 필요했을 뿐이다. 그날 이후, 그를 짜증나게 하거나 분노를 유발하는 누군가와 마주칠 때마다 그는 스스로에게, 그 사람은 단지 빈 배이며 분노는 자신 안에 있는 것임을 스스로에게 상기시켰다.

심리학자 앨버트 엘리스는 말한다.
"화는 저절로 일어나지 않는다. 자신이 화를 키우는 데 한몫을 한다."
화가 날 만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지만, 그 상황을 악화시키는 것은 나 자신이라는 것이다. 또 알프레드 아들러는 말한다.
"삶이 힘든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이 힘든 것이다. 어려움에서 나를 구출해 내는 것도 곤경에 빠뜨리는 것도 나 자신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나를 방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뭔가 일이 풀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는 자신이 했던 말과 행동을 추적해 보라. 그러면 알게 될 것이다. 항상 당신을 가로막는 것은 당신이었다."

야생 개 한 마리가 숲에서 달려 나오더니 길 한복판에 일순간 멈춰 섰다가 덤불 밑으로 기어들어 갔다. 금방 다시 뛰쳐나온 개는 잠시 정지했다가 큰 나무둥치의 구멍 속으로 뛰어들어 갔다. 또 금방 나와서는 이번에는 동굴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달려 나왔다. 그런 식으로 서 있다가 달리고, 앉았다가 달리기를 반복했다.

가만히 서 있어도 고통스럽고, 바쁘게 움직여도 고통스럽고, 앉아 있어도 고통스러웠다. 속이 빈 나무에 숨어도 고통스럽고, 동굴 속에 들어가 있어도 고통스러웠다. 개는 서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그다음에는 달리는 것이, 그리고 앉아 있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또한 숲과 덤불과 나무 구멍과 동굴이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계속 뛰어다닐 수밖에 없었다.

사실 문제는 그 어느 것에도 있지 않았다. 개의 몸에는 진드기가 붙어 있었다. 멈춰 있으면 진드기가 피부를 파고들기 때문에 개는 다시 달려야만 했다. 개의 불편함은 숲이나 덤불이나 동굴 때문이 아니었다. 서 있기 때문도, 달리기 때문도, 앉아 있기 때문도 아니었다. 진드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개는 원인을 제거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문제를 외부에 돌린다.

태국의 고승 아잔 차는 우리 모두가 그 야생 개와 같다고 말한다. 우리 자신의 잘못된 마음이 문제인데, 우리는 고통의 원인을 바깥의 다른 것에 돌린다는 것이다. 진드기를 제거하면 개는 곧바로 편안해진다. 숲에 있든 덤불에 있든 굴 속에 있든 평화롭다.

내 마음이 편하지 않으면 한국에서도 괴롭고, 인도에 가서도 괴롭고, 미국에 가서도 괴롭다. 절에 가도 편하지 않고, 힌두 사원에 가도 편하지 않고, 수도원에 가도 편하지 않다. 어딜 가나 마음에 물어뜯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 야생 개와 다를 바 없이 괴로움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다. 불행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는 이 잘못된 견해를 제거하는 순간, 어디에 있더라도 평화롭다.

인생의 문제는 대부분 일어난 사건 자체가 아니라 그 사건에 대한 나의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에 모두가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한 사람이 수도승을 방문해서 말했다.
"와, 매우 아름다운 곳에 사시는군요!"
수도승이 말했다.
"아름다운 마음을 가지면 모든 장소, 모든 사람, 모든 사물이 아름답지요."

그러자 그 사람이 말했다.
"마음에 해답이 있다고 하시는데, 이런 상상을 해 보시죠. 당신이 숲을 지나고 있는데 큰 사자가 쫓아옵니다. 그래서 전속력으로 달아나는데 앞쪽에서 호랑이가 달려옵니다. 옆으로 몸을 돌려도 사방에서 사나운 맹수들이 달려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수도승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런 망상에서 깨어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