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를 가르는 아름다운 스루패스. 골을 만드는 눈부신 순간은 어시스트로 집계되지 못할 때가 많다. 현역 시절 패스 장인이었던 안드레아 피를로.
[한준의 티키타카]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어시스트를 두 선수에게 줘요. 슈팅으로 연결된 마지막 패스뿐 아니라, 그에 앞서 전개된 패스도 결정적이었다면 어시스트로 인정해줍니다.”
미국 메이저리그사커(MLS) 무대에서 현역 생활을 마치고, 은퇴 이후 진로를 설계하고 있는 이영표는, 미국이 미국 만의 방식으로 축구의 상품 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골과 달리 경계가 모호하고, 공식화되어 있지 않은 ‘어시스트’를 어떻게 규정하고, 집계할 것인지는 오랫동안 논란이 되어 왔다.
패스를 받은 뒤 3회의 터치 이내에 슈팅을 해서 득점할 경우(프리미어리그), 패스를 받은 후 2회의 터치 이내에 슈팅을 해서 득점할 경우(분데스리가), 패스를 받은 선수가 한 번의 터치로 득점할 경우(라리가), 패스를 받은 뒤 제친 수비수가 2명을 넘지 않을 경우(K리그) 등 제 각각이다.
득점에 미친 영향력을 주관적으로 평가해 인정해주거나, 페널티킥 유도도 어시스트로 인정하는 등 예외 조항도 있는데, 명확한 기준을 만들기 어려워 K리그를 제외하면 공식적으로 어시스트 부문의 개인상을 주지 않는다. 어시스트 기록이 축구 통계 사이트 마다 차이를 보이는 이유다. 공통점은 골로 이어진 슈팅 전의 마지막 패스라는 것.
그런데, 슈팅으로 이어진 마지막 패스가 골로 가는 가장 결정적인 패스였을까? 빌드업 과정에서 가장 결정적인 패스를 보낸 선수의 공헌은 통계 기록으로 집계할 수 없을까? 다음 골 장면을 보면서 생각해 보자.
코너킥 공격이 무산됐고, 뒤로 흐른 공을 이니에스타가 중원 지역에서 잡았다. 수비 견제를 피해 뒤로 빠지다가 빙글 돌아 리오넬 메시가 수비 배후 공간으로 침투하려는 것을 흘깃 보고 파악한 뒤. 왼발로 로빙 패스를 보냈다. 메시가 오프사이드 트랩을 깨고 공을 받았고, 수비수가 달라붙자 문전 오른쪽에서 자유롭게 있던 루이스 수아레스에게 밀어줬다. 수아레스가 가볍게 마무리했다.
수아레스의 득점, 메시의 어시스트다. 메시는 수아레스에게 완벽한 기회를 밀어줬다. 하지만, 이 골을 이끌어낸 가장 중요한 패스는 문전 부근의 수 많은 데포르티보라코루냐 선수를 한방에 무력화한 이니에스타가 했다. MLS였다면 메시와 더불어 이니에스타도 어시스트 기록을 하나 적립했을 것이다.
하지만, 어시스트를 ‘두 개’ 준다는 것으로 개별 패스의 유효성과 가치를 매기는 것도 통계의 유의미성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경기력을 온전히 수치로 담기 위해선, 더 세밀한 분류가 필요하다.
슈팅으로 이어진 마지막 패스였다고 해도 득점 과정의 기여도가 떨어지는 어시스트도 많다. 공격수에게 밥상을 차려준 패스와, 슈팅하는 선수의 개인 능력 덕분에 ‘강제 어시스트’가 되는 패스는 구분해야 한다.
패스의 가치를 재정립하기 위한 연구와 시도는 유럽에서 시작했다. 이 분류는 대중적으로 이해와 전파가 쉽지 않았다. 개념은 물론 경기 중 파악도 복잡한 면이 있었다. 한국에서는 김용신 전력분석관(ISE 스포츠 데이터분석팀장)이 단국대 대학원에서 축구 통계의 새로운 틀을 연구하고 있다. 김 분석관의 분석 틀은 모든 패스를 일반적 패스와 공격적 패스로 구분해 수치화한다.
공격적 패스가 빌드업 과정에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다. 공격적 패스를 경기 중에 많이 기록하는 선수가, 빌드업 능력이 뛰어난, 공격 전개 과정에 영향력이 높은 선수다.
어시스트 기록이 높은 선수는, 골로 가는 길을 만드는 능력이 뛰어날 수 있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골을 마무리하는 선수도 문전에서 적지 않은 도움을 올릴 수 있다.
후방 빌드업이 널리 펼쳐지는 현대 축구 전술에서, 공격 전개의 디딤돌을 두는 선수들의 ‘값진 패스’는 기록으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 공격적 패스를 명확히 규정하고, 수치화하면, 골에 기여하는 선수들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이들의 활약을 ‘집계’할 수 있다.
<#>대지를 가르는 패스를 쉽게 구사했던 사비 알론소. 경기 기여도에 비해 어시스트 기록이 많지 않았다. 어시스트 집계 방식의 문제다.
공격적 패스는 흔히 말하는 ‘스루패스’다. 상대 수비를 ‘관통’하는 패스다. 공격적 패스도 두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공을 전진 시키는 ‘포워드 패스’와 뒷 공간을 무너트리는 ‘침투 패스’는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경기를 보다 세밀하게 분석하기 위해선, 패스도 더 세세하게 나눠서 볼 필요가 있다.
디종FCO에서 맹활약 중인 권창훈이 지난 해 9월 24일 새벽 2017-18 프랑스 리그앙 7라운드 올랭피크리옹과 경기에서 보여준 플레이에서 포워드 패스와 침투 패스를 한번에 살필 수 있다.
전반 17분, 미드필더 셰카가 리옹의 공격을 태클로 차단했고, 흐른 공을 라이트백 샤피크가 잡았다. 샤피크가 공격으로 전환하면서 앞 선에 있는 권창훈을 향해 패스했다. 샤피크의 패스는 리옹 선수 두 명을 통과해 10여 미터 앞에서 전진하는 권창훈에게 정확히 연결됐다.
권창훈은 이 공을 받아 오른쪽 측면으로 운반했다. 리옹 수비가 자신의 돌파 동선을 막아서자 보를 멈춰 세운 뒤 최종 수비 라인 뒤로 침투하려는 공격수 자노를 포착하고 왼발로 수비 배후를 향해 패스했다. 자노의 발 끝에 걸리지 않아 마무리 슈팅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나 매우 좋은 패스였다.
권창훈이 받은 패스, 권창훈이 보낸 패스 모두 리옹 수비를 관통한 ‘스루패스’였다. 이 두 패스에 차이가 있다. 권창훈이 받은 패스는 공을 전진시킨 포워드 패스, 보낸 패스는 수비 뒷 공간을 한 번에 찌른 침투 패스다.
<#>공격적 패스(스루패스)의 두 가지 형태. 라인을 관통해 최종 수비 라인 앞에 있는 선수에게 향한 12미터 거리 안팎의 패스가 포워드 패스다. 최종 수비 라인 뒤를 관통해 공격수가 침투해서 슈팅 기회를 맞을 수 있는 패스는 침투 패스다.
김 분석관은 포워드 패스를 조금 더 세밀하게 정의했다. 공을 전진시키는 모든 패스를 빌드업 과정에 영향을 미친 좋은 패스로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축구 경기를 오랫동안 분석한 김 분석관은 “한 라인, 두 선수 사이를 관통해 12미터이상(축구장 세로 줄무늬 3칸 크기) 전진적으로 연결되는 패스”로 포워드 패스를 명확히 했다. 허공을 갈라 상대 수비를 통과하는 ‘롱 볼’과 구분하기 위해 2미터 높이 이하로 지면 방향으로 연결되어야 한다는 조건도 달았다.
하지만 12미터라는 거리가 꼭 절대적이지는 않다. 11미터 내지 10미터를 전진시켰더라도 치명적인 패스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래서 12미터 이하의 거리로 연결된 전진 패스 중 명백하게 공격을 전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패스는 포워드 패스로 인정한다.
*가까운 거리에서 연결되거나 위협도가 떨어지는 포워드 패스는 포함하지 않는다.
*가까운 거리에서도 확실히 라인을 관통하여 공격이 전개되면 공격적 패스에 포함한다.
*확실하게 라인을 관통하여 연결되는 패스만 포함한다.
<#>아스널 공격 작업의 마침표를 외질이 찍지만, 좋은 포워드 패스로 빌드업에 기여하는 이워비의 영향도 적지 않다.
처음 소개한 영상의 이니에스타가 시도한 패스는 포워드 패스가 아닌 침투 패스다. 공중을 통과해 우선 높이 기준도 맞지 않는다. 공격적 패스는 높이로도 구분하는데, 높은 패스 보다 낮은 패스의 가치가 더 높다. 발 밑으로 연결되는 패스가 상대 수비를 더 곤란하게 만들고, 대비하기 어렵게 만들기에 높은 수준의 패스로 평가 받는다.
포워드 패스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영상이다. 영상은 제목처럼 메수트 외질과 라카제트가 2대1 패스를 주고 받으며 슈팅 장면을 만든 것에 집중하지만, 이 장면을 끌어낸 것은 알렉스 이워비의 포워드 패스였다.
아스널과 뉴캐슬의 프리미어리그 경기, 전반 38분께. 라이트백 엑토르 벨레린이 뉴캐슬의 롱 볼을 머리로 차단한 뒤 전진하고, 이 공을 이워비가 받았다. 이워비는 지체 없이 공격 지역으로 달려드는 외질의 동선에 맞춰 오른발 패스를 강하게 전개했다. 뉴캐슬 수비 라인 두 개를 단 번에 벗기는 패스다.
외질이 공을 잡고 전진할 때, 벨레린이 오른쪽 사이드를 파고, 라카제트는 왼쪽으로 이동했다. 슈팅이 가능한 페널티 에어리어 근방까지 올라오자 스위칭 플레이가 벌어진다. 라카제트가 공을 받기 위해 중앙으로 좁히고, 외질이 공을 넘겨준 뒤 오른쪽으로 이동, 벨레린이 중앙 전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외질이 라카제트의 패스를 다시 받아 문전 우측에서 슈팅했으나 막혔다.
외질이 라카제트에게 공을 넘겨준 것은 라인을 벗긴 패스는 아니다. 일반적인 패스다. 라카제트가 다시 외질에게 밀어준 패스는 수비 뒷 공간으로 이어진 침투 패스다. 득점이 되지는 않았으나 패스 과정이 좋았던 아스널의 플레이다.
2017-18시즌 스페인 라리가 엘클라시코에서 후반 9분 경기 균형을 깬 루이스 수아레스의 득점도 이반 라키티치의 운반, 세르지 로베르토의 마무리 패스에 앞서 수비 진영에서 기점 패스로 빌드업을 전개한 세르히오 부스케츠의 포워드 패스가 매우 영양가 있는 플레이였다. 토니 크로스와 루카 모드리치를 한 번의 패스로 무력화시켰다.
미드필더 귄도안의 맨시티 데뷔골을 끌어낸 케빈 더브라위너의 어시스트도 포워드 패스다. 본머스 2선 라인을 통과해 최종 수비 라인 앞쪽으로 밀어준 패스를 귄도안이 받아 슈팅했다. 이 패스는 귄도안이 배후 공간을 침투해 슈팅을 한 ‘침투패스’와 구분이 애매할 수 있다. 기본적으로 라인 사이에서 선수가 전진하는 동선에 맞춰 밀어준 의도를 가진 패스이기에 포워드 패스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포워드 패스는 미드필더 뿐 아니라 풀백들에게도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측면에서 얼리 크로스 혹은 돌파 후 크로스 만 올리는 패턴은 간파 당하기도 쉽고, 상대 수비수가 공과 사람을 파악하고 대비하기도 쉽다. 측면에서 중앙 지역으로, 상대 풀백과 센터백 사이를 노려 압박의 틈을 노리는 대각선 포워드 패스는, 빌드업 과정의 치명성이 높다. 2017시즌 K리그클래식, 상주상무의 레프트백 홍철과 광주FC의 라이트백 이종민은 교본이 될 만한 좋은 포워드 패스를 보여줬다.
영상의 11 초대 장면. 수원삼성과 경기에서 오른쪽 측면 후방에 있는 라이트백 이종민이 최종 수비 라인 앞 공간으로 포워드 패스 연결해 슈팅 기회를 끌어냈다. 수원의 측면 미드필더와 중앙 미드필더를 피해 라인 사이를 치고 들어간 김민혁에게 정확한 패스를 보냈다. 김민혁이 패스를 받아 문전 중앙으로 내줬고, 주현우가 슈팅했으나 수원 수비의 육탄 방어에 걸렸다.
만약 주현우의 슈팅이 깔끔하게 골망을 갈랐다면 김민혁이 어시스트를 하나 추가했을 것이다. 김민혁의 침투와 패스도 좋았지만 기점이 된 이종민의 포워드 패스가 아니었다면 나올 수 없는 기회였다.
영상의 15 초대 장면. 센터백 윤영선의 패스를 왼쪽 사이드에서 받은 레프트백 홍철이 과감하게 문전 중앙으로 진입한 유준수를 향한 포워드 패스를 보냈다. 부산 측면 미드필더와 중앙 미드필더 사이 공간을 노렸다. 부산의 2선 미드필드 라인을 통과해 연결했다.
유준수가 이를 왼쪽 전방에 진입한 주민규에게 패스했으나 마무리 슈팅이 빗나갔다. 득점이 됐다면 유준수와 주민규의 합작 골로 남았겠지만, 홍철의 패스가 더 결정적이었다.
이렇게 ‘한 라인을 건너서’ 연결 되는 포워드 패스는 위협적인 찬스를 만드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친다.
포워드 패스를 규정하고 수치화하면 공격을 전진시키는 선수들의 능력을 객관화할 수 있고, ‘빌드업 능력이 좋은’ 수비수들의 능력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수비수들은 빌드업 능력을, 그 외의 선수들은 공격을 전진 시키는 능력을 파악하는데 용이하다.
<#>티키타카 시대를 대표한 스페인 미드필더 부스케츠, 차비, 이니에스타(왼쪽부터). 이들의 패스 플레이는 골과 어시스트로 온전히 표현되지 못했다.
침투패스는 이니에스타의 패스 장면에서 언급한대로 ‘상대 수비 뒷 공간으로 연결되는 패스’다. 슈팅상황으로 직결될 수 있는 가장 공격적인 패스로, 득점이 되면 상당수가 어시스트로 인정 받게 되는 패스다. 침투 패스가 선수의 ‘기회 창출 능력’을 수치화하는 데 큰 지분을 차지한다.
어시스트 기록은 공격수의 결정력 문제, 상대 수비수나 골키퍼의 선방 능력으로 인해 기록되지 않을 수 있다. 골이 되지 않았더라도, 골이 될 수 있는 패스를 보낸 선수의 플레이는, 그 가치를 기록으로 인정 받아야 한다. 슈팅으로 연결된 ‘키 패스’도 최근 축구통계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지표인데, 슈팅이 되지 않았더라도 의미 있는 패스를 집계하지 못한다.
하지만 골문 방향이 아니라 사이드로 연결된 침투 패스는 스루패스로, 사이드 지역에서 가까운 거리로 연결된 침투 패스는 일반 패스로 간주한다. 패스의 치명성을 분리해 구분한다.
침투 패스는 이해가 어렵지 않다. 패스 마스터로 불리는 선수들의 침투 패스 장면을 감상해보자. 보기만 해도 가슴이 뻥 뚫리듯 시원한 패스다. 흔히 스루패스로 불러온 장면들이다.
한국에서는 대표 팀의 주장이자 스완지시티의 핵심 미드필더 기성용이 공격적 패스의 '마스터'다.
드리블 돌파와 오른발 슈팅 능력으로 유명한 브라질 스타 네이마르의 또 다른 장점이 공격적 패스 능력이다. 브라질 클럽 산투스와 바르셀로나에서는 측면에서 어시스트를 많이 올렸는데, PSG로 이적한 뒤에는 리오넬 메시의 반경으로 뛰면서 침투 패스를 연결하는 빈도가 높아졌다. 페널티킥을 나눠 차지만 에딘손 카바니에겐 네이마르가 최고의 지원군이기도 하다.
공중을 통과해 수비 뒷 공간을 직격해 바로 슈팅으로 이어진 패스도, 공격수의 뒷 공간 침투에 이은 슈팅을 유도한 침투패스다.
‘스코어러’가 아닌 선수의 능력은 어시스트보다 ‘기회창출’로 평가 받아야 한다. 기회창출은 1대1 상황을 만들어주는 연결이 이루어 졌을 때 기록한다.
볼을 소유한 선수가 볼을 소유하지 않은 선수에게 1대1 상황에 준하는 상황을 만들어줄 때도 기록한다. 꼭 골키퍼와 마주하는 기회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1대1 상황은 아니지만 완벽한 슈팅을 할 수 있도록 상황을 만들어줄 때도 기회창출로 볼 수 있다.
선수 평가의 ‘기회창출’ 항목은 결국 침투패스 기록과 연결된다고 할 수 있다. 볼을 소유한 선수가 직접 드리블 돌파로 1대1 상황을 만든 것은 포함하지 않고, 별도로 파악해야 패스로 기회를 만든 선수, 빌드업 과정 속에 기회 창출 능력이 높은 선수를 수치로 가려낼 수 있다.
글의 서두에 언급한대로, 1대1 상황 내지 그에 준하는 상황을 만들어 주지 않았음에도 볼을 받은 선수의 능력을 통해서 득점이 이루어진 ‘어시스트’ 같은 경우는 ‘기회창출’ 항목에서 제외한다.
<#>빌드업 형태 분석을 위한 경기장 영역 구분표. 보통 ZONE 3에 상대 2선 미드필더와 최후방 수비 라인이 형성된다. 각 지역으로 공을 전진시키는 것이 빌드업. 유형별 빌드업이 잘 되었는가는 빌드업의 시도, 전개, 완료로 구분해 유효성을 검증할 수 있다. 그래픽=김용신 분석관
빌드업 편에서 여섯 가지 유형(사이드 플레이, 뒷 공간 침투 플레이, 핵심 공간 플레이, 역습 플레이, 롱 볼 플레이, 단순 연결 플레이)의 빌드업에 대해 소개한 바 있다. 빌드업은 시도 자체가 모두 의미 있는 것은 아니다.
시도가 얼마나 유효성을 가졌는지, 공격 작업의 마무리를 지었는가 골로 이어졌는가도 파악해야 한다. 공격적 패스, 기회 창출로 매듭된 빌드업이야 말로, 해당 팀의 강점을 알려준다. 여러 유형의 빌드업을 시도했다고 해서, 그 팀이 여러 유형의 빌드업에 ‘능한’ 팀은 아닌 것이다.
<#>빌드업은 시도가 의미있는 게 아니라 전개와 완료가 이뤄져야 유효성을 인정 받을 수 있다. 한국의 패스 마스터 기성용은 빌드업의 기점이자 마침표가 되는 선수다.
그래서 빌드업의 공격 위협도와 수비 위험도 구분이 필요하다. 김 분석관의 연구에서 구축한 분석 틀에 따르면, 공격 빌드업은 세 가지 레벨로 구분할 수 있다. 레벨1 시도, 레벨2 전개, 레벨3 완료다.
‘Level 1: 시도’는 해당 빌드업 유형이 시도 되고 ZONE1 지역 진입 전에 차단 당하거나 실수로 인해 볼아웃이 될 경우. 골이 될 수 있는 의미 있는 과정으로 가진 못한 경우다.
‘Level 2: 전개’는 해당 빌드업 유형이 시도 되고 ZONE1 지역까지 연결되어 플레이가 이루어 진 경우다. ZONE1지역에서 단순 터치가 아닌 소유 상태여야 시도에서 전개된 것으로 간주한다. 해당 빌드업 유형이 시도되어 위협지역에서 파울을 얻거나, 코너킥, 프리킥을 얻을 경우를 포함한다. 슈팅까지 이루어졌으나 위협적인 슈팅이 되지 못했거나, 무의미하게 슈팅한 경우도 전개까지로 본다.
‘Level 3: 완료’는 위협적인 슈팅까지 공격이 이뤄진 경우로 정의한다. 위협적인 슈팅은 유효슈팅이 담지 못하는, 골대를 때린 슈팅이나 아슬아슬하게 빗나간 슈팅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정의했다. 골키퍼 정면으로 힘없이 굴러간 유효 슈팅 보다 골대를 아슬아슬하게 벗어난 슈팅이 더 치명적인데, 슈팅과 유효슈팅으로 구분하는 기존 통계 방식은 이를 정확히 가리지 못한다.
위협적인 슈팅은 골 포스트와 크로스바 1미터 이내의 영역으로 이루어진 슈팅을 집계한다. 다만 앞서 언급한대로 득점 가능성을 보기 어려운 무의미한 슈팅의 경우 전개로 분류한다.
빌드업 유형 분류가 스타일을 보여준다면, 공격적 패스와 빌드업 공격 위협도는 해당 팀의 능력을 통계 수치로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공격 형태를 보여주는 빌드업 유형과 공격의 위협도를 나타내는 ‘공격 위협도’ 를 통계 수치로 정리하면, 팀이 추구하는 공격 형태가 이루어졌는지, 그 공격 형태에서 위협적인 공격이 얼마나 이루어졌는지 명확하게 분석할 수 있다. 더불어 팀 플레이의 장단점을 찾아내고, 훈련 과정에 적용해 팀이 추구하는 축구를 체계적으로 만들어 나갈 수 있다.
글=한준 (스포티비뉴스 축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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