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스마(Charisma), 매력적인 단어다. 다른 사람을 매료시키고 끌어들이는 힘으로 모임이든 회사든 리더가 갖추어야 할 최고의 자질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게다가 대부분 후천적으로 계발되는 것이 아니라 타고나는 것으로 생각하기에 카리스마를 물씬 풍기는 인물에게 더 강력하게 끌린다. 원어는 그리스어로 본래 뜻도 ‘신의 은혜’ ‘은혜의 선물’ 등이다. 신의 은혜를 받은 자를 어찌 흠모하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카리스마라는 단어는 원래 기독교 용어였는데 1950년대부터 리딩(leading)의 만병통치약으로 사용되었고, 비즈니스에서도 훌륭한 기업가의 자질로 없어서는 안 될 요소가 되어 버렸다. 그렇다면 카리스마와 기업가들의 상관관계는 어느 정도일까? 먼저 생김새부터 카리스마 넘치는 세계적인 경영 구루, 피터 드러커(Peter Drucker)의 평가를 들어보자.
“나는 지난 15년 동안 많은 CEO나 지도자들과 만나고 함께 일을 했다. 가장 효율적인 지도자들 중 일부는 사무실에 틀어박혀 지냈고, 일부는 너무나 사교적이었다. 또한 일부는 빠르고 충동적이었지만, 일부는 상황을 꼼꼼히 살피며 한참 고민한 뒤에야 결정을 내렸다. 내가 만난 효율적인 사람들의 유일한 공통점 하나는 그들에게 ‘뭔가’가 없다는 점이다. 즉 그들은 ‘카리스마’가 거의 없었고, 그 말 자체도 거의 쓰지 않았으며, 그 단어가 뜻하는 바대로 행동하지도 않았다.”
어찌 된 일인가. 카리스마가 철철 넘치는 드러커 옹은 카리스마와 탁월한 경영자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세계적인 경영 구루더라도 그의 의견이 꼭 맞다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관련 연구를 찾아보자.
머레이 배릭(Murry Barrick), 마이클 마운트(Michael Mount), 티머시 저지(Timothy Judge)의 논문에 따르면, 외향성과 호감 등의 카리스마는 성공한 CEO와 상관관계가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세계적인 경영 구루인 짐 콜린스(Jim Collins)는 한발 더 나아가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서 위대한 기업의 CEO들의 공통적인 특징을 이렇게 말했다.
“그들은 겸손하면서도 의지가 굳고, 변변찮아 보이면서도 두려움이 없는 단계 5의 리더십을 가지고 있다.”
콜린스에 따르면 놀라운 성과를 내는 CEO는 “조용한,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조심스러운, 수줍어하는, 정중한, 부드러운, 나서기 싫어하는, 말수가 적은” 사람들이다. 또한 기사 5,979개를 체계적인 도표로 만들어 분석해 보니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한 기업들은 기사의 개수가 다른 기업들의 절반도 안 되었으며 특히 CEO에 초점을 맞춘 기사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즉 성공한 CEO들은 전면에 나서서 카리스마를 풍기며 자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카리스마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러면서 콜린스는 ‘창문과 거울’이라는 콘셉트를 꺼내 든다.
하지만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하지 못한 기업의 경영자는 정반대의 행동을 보였다.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창문 밖을 내다보면서 다른 누군가에게 책임을 돌리고, 일이 잘될 때는 거울 앞에서 우쭐대며 자신에게 찬사를 돌렸다. 이것이 바로 ‘창문과 거울’의 요지이다.
해리 S. 트루먼(Harry S. Truman)은 이런 명언을 남겼다.
“누구에게 공이 돌아갈지 신경 쓰지 않는다면, 당신은 인생에서 무엇이든 성취할 수 있다.”
앞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달리 카리스마는 성공에 대해 아무것도 설명해 주지 못하며, 특별한 개인적인 성격이나 특성이 훌륭한 CEO와 명확한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콜린스의 연구에서 알 수 있듯 위대한 기업의 리더들은 오히려 자아를 확장하기 위해서 기업을 경영하는 것이 아니며, 무엇보다 자신의 이기심보다 조직이 최우선임을 항상 잊지 않고 행동했다.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이제는 ‘카리스마’라는 단어는 잊어도 될 듯싶다. 성공의 원인은 창문을 통해 보고 실패의 원인은 거울을 통해 본다면 누구라도 당신 옆에 있고 싶어 할 것이며 당신과 함께 신명나게 일하고 싶을 것이다. 어찌 보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카리스마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