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건 아파트뿐.. 5大 주력 산업 경쟁력 잃고 있다"
[길 잃은 한국 경제] 전문가 20人 "한국, 5大위기 증후군" ①조선·철강·유화, 中에 밀려.. 전자·자동차도 브랜드 훼손 ②상장 기업 30% 좀비 기업,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갚아 ③가계도 부실.. 빚 1200조원대 ④귀족 노조 등 기득권층 저항 ⑤문제 해결 리더십 안보여"대한민국에 늘어나는 것은 아파트뿐이다. 아파트만 짓는 나라에 무슨 희망이 있겠느냐."
한국 경제의 현주소에 대해 전문가들이 내린 진단의 공통분모는 "이대로 가면 망한다"는 불안감이었다. 심층 인터뷰에 응한 20명의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가 기득권 틀에 갇혀 움쭉달싹 못 하고 있다(윤희숙 한국개발연구원 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 "노령화·저성장으로 망해가는 중이다(전성인 홍익대 교수)" "기업 기술 부족이 만병의 근원이다(김정식 연세대 교수)" "이대로는 제조업에 희망이 없다(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고 했다. 이들의 진단을 압축하면 현재 한국 경제는 5개 범주에서 위기 징후를 보이고 있다.
①경쟁력 잃어가는 주력 산업
한국 경제를 이끌었던 견인차인 5대 주력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조선과 철강·석유화학은 중국의 공세에 밀리면서 경쟁력을 잃었다. 남은 전자·자동차 분야도 이상 징후를 보이고 있다. 한국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현대자동차도 흔들리는 상황이다. 현대차는 5대 자동차 메이커 대열에서 탈락했고,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 불량 사태로 7조원대의 손실을 볼 처지다. 눈앞의 손실을 넘어 브랜드 훼손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반면 주력 산업의 공백을 메울 차세대 산업은 지지부진하다. 미래 성장 산업의 하나로 주목받고 있는 바이오 분야는 한미약품 사태에서 보듯 아직 탄탄한 기술력이 뒷받침되지 못하고 있다.
②좀비 기업 급증 국내 상장 기업 가운데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다 못 갚는 좀비 기업(한계 기업) 비율이 30%가 넘는다. 기업 정보 제공 업체인 NICE 평가 정보에 따르면 좀비 기업 수가 6년 새 46% 늘었다. 한계 기업에 대한 퇴출, 합병 등 과감한 수술이 이뤄지지 못하면서 생긴 일이다. 정부 보증과 은행 빚으로 연명하는 좀비 기업들이 급증하면서 혁신 기업이라는 새 살이 돋아나지 못하고 있다.
③기업에 이어 가계마저 부실
20년 전 외환 위기는 기업의 위기였다. 30대 재벌 중 16개가 문을 닫았지만 가계 부문은 튼튼했다. 위기 극복 과정에서 '금 모으기 운동' 등 가계의 지원이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현재 한국 경제는 기업과 가계 모두 부실 덩어리다. 특히 가계는 1200조원대의 빚더미에 짓눌려 있다. 미국 금리 인상, 주택 가격 급락 등 돌발 변수가 우리 경제를 덮치면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완충 지대가 없는 셈이다.
④기득권층의 개혁 저항
한국 경제의 위기 징후들은 20년 전과 달리 내부로부터 발생하고 있다.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중장년층-청년 간 사회 전 영역에서 갈등의 불씨들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선진국들도 우리처럼 양극화에 시달리고 있지만, 우리와는 달리 존경받는 집단이 있다"며 "노블레스 오블리주(지도층의 솔선수범)가 없으면 우리는 더 이상 한 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고 말했다. 또 대기업 '귀족 노조'의 이기심은 노사 개혁의 최대 걸림돌이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1987년 노조 설립 이래 4년을 빼고 매년 파업을 벌였다. 한국 수출의 8%를 차지하는 자동차산업은 파업 여파로 수출량이 1년 전에 비해 반 토막 났다.
⑤문제 해결 리더십의 부재
부실기업 급증, 청년 실업자 급증, 가계 부채 증가, 부동산 시장 과열, 연금제도 개편 등 경제 문제와 경제 문제를 넘어서는 사회 전 분야의 당면 과제들이 누적되고 있지만, 문제 해결의 리더십이 안 보인다.
"정부는 어디 있는가"라는 국민의 질문에 청와대와 정부·국회 어느 곳에서도 답을 주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과 정부는 국회를 탓하고, 국회는 대통령을 공격한다. 관료들도 청와대 눈치만 보며 보신주의에 사로잡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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