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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고위 검찰, 그들이 사는 세상

youngsports 2016. 6. 27. 08:48

대한민국 고위 검찰, 그들이 사는 세상

중앙일보 | 심서현.김민희.심정보 


대한민국 고위 검찰, 그들이 사는 세상

주식 대박으로 120억 버는 검사장, 1년에 100억 버는 전직 검사장…
그들은 우리와 같은 세상에 사는 것이 맞을까?

고위 검찰, 그들이 사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 검찰 고위직 전원을 분석했다. 승진 인사 때 공개하는 프로필과 병무청의 공직자 병역사항 신고, 관보의 공직자 재산등록 등을 통해서다.

검사장급(차관급) 이상은 검찰총장 1명과 고검장 9명, 검사장 36명으로 모두 46명이다. 여기에 서울고검장에서 곧바로 법무장관에 오른 김현웅 장관, 현직 검사장에서 국정원 2차장으로 임명된 최윤수 차장을 포함하면 48명이다. (대검 감찰부장은 임기 2년의 개방형 보직이므로 제외했음)

48명이 살아온 인생은 놀랍도록 비슷했다. 출신지, 출신 대학, 전공, 합격 당시 나이, 사회경험, 병역 등에서 서로 닮아 있었다. 편차가 적은 그들의 ‘평균적’ 모습은 이랬다.
서울대 법대 다니다 23.7세에 사법시험에 합격해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군 법무관으로 병역을 마친 뒤 검찰 조직에서만 25년을 보낸 52세 남성.
이 평균은 '대한민국 평균'과는 거리가 있다. 고위 검찰, 그들이 사는 세상은 이렇다.
① 고위 검찰 98%는 남성
검사장급 이상 48명 중 47명이 남성이다. 고검장급 이상에서는 여성이 없으며 검사장 중에 여성 1명이 있다.

② 고위 검찰 62.5%는 서울대 출신
48명 중 서울대 졸업 30명, 고려대 졸업 13명, 연세대 졸업 2명이다. 성균관대와 전남대, 경북대 졸업자가 각 1명씩이다.
고위 검찰 48명은 1984~1990년 사이 사법시험에 합격한 이들이다. 당시는 한 해 사법시험에 300명을 뽑던 시절. 같은 대학에서 공부한 인연이 연수원으로, 검찰로 이어지며 좁고 깊어진다.

③ 고위 검찰의 사법시험 합격 나이는 23.7세
‘소년등과(少年登科)’. 어린 나이에 과거에 급제해 높은 관직에 오르는 것을 말한다. 법조계에서는 대학재학 중 사법시험에 합격하는 것을 ‘소년등과’, ‘소년급제’라고 한다.
고위 검찰 48인이 1984~1990년 사법시험에 합격했을 당시 평균 나이는 23.7세다. 1987년 사법시험 합격자 평균 연령은 26.0세였다(김두얼, 「사법시험 합격자의 평균연령 상승」, 『한국개발연구원』 2010). 48인의 사시 합격 나이는 동기 합격자들보다 2.3세 어린 셈이다. 어린 나이에 합격한 이들이 고위 검찰에 오른다는 속설의 입증이다.
23.7세는 대학을 졸업한 직후이거나 휴학했다면 대학 재학 중인 나이다. 사법연수원과 검찰은 이들이 경험한 사회생활의 전부가 된다.

④ 최고위 검찰의 군 면제율은 40%
검찰총장 1명과 고검장 9명. 검찰 조직의 최상위 10명 중 4명이 제2국민역(질병 사유)으로 병역을 면제받았다. 비율로는 40%다. 동년배 남성(현 51~60세)중 고아나 국가유공자 자녀, 중학 중퇴 같은 신분상 사유가 아닌 질병으로 인한 제2국민역 판정 비율은 6.7%다(병무청 ‘병무통계’와 통계청 ‘주민등록인구’에서 계산).
검사장급 이상 48명 전체 중 여성 1명을 제외한 47명의 군 면제율은 19%였다.

검찰총장•고검장 10인의 병역 사항은 아래와 같다.

⑤ 고위 검찰의 평균 재산은 18억 8262만원
2016년 관보에 공개된 공직자 재산등록에서 48명 재산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들의 평균 재산은 18억8262만원이었다. 가장 재산이 적은 이는 -4억75만원을 신고한 오세인 광주고검장이며, 가장 재산이 많은 이는 156억5609만원을 신고한 진경준 법무부 연구위원이다. 진 위원은 비상장이었을 때 매입한 넥슨의 주식을 팔아 120억원의 차익을 올린 과정에서 특혜를 입었는지 여부에 대해 수사를 받고 있다.

⑥ 고위 검찰의 재산은 연간 1억4904만원 증가
2015년에 재산공개 대상이 아니었던 10명을 제외한 38명의 재산은 한 해 사이 평균 1억4904만원 늘었다(2015, 2016년 공직자 재산등록 기준). 가장 적게 늘어난 이는 1년 새 재산이 4억3793만원 줄었다고 신고한 문무일 부산고검장이며, 가장 많이 늘어난 이는 39억 6732만원 늘었다고 신고한 진경준 위원이다. 진 위원 다음으로 재산을 불린 이는 2억6392만원 증가를 신고한 윤갑근 대구고검장이다.

고위 검찰, '그들이 사는 세상'이 있다면 '그들이 모르는 세상'도 있다. 48명 중 대다수가 경험해보지 않은 세상, 혹은 48명 중 단 1명도 겪어보지 않은 세상이 있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절반, 혹은 대한민국 대다수가 살고 있는 세상이다.
① 고위 검찰 중 법학 외 전공 0명.
48명의 대학 전공은 모두 '법학'이다. 그 외의 전공은 없다.

② 고위 검찰 중 '병장 만기제대'는 1명
남성 고위 검찰 47명(여성 1명은 제외) 중 병장 만기제대로 병역을 마친 이는 1명(2%)이다. 김회재 광주지검장이 육군 병장으로 만기제대했다. 고검장급 이상에서는 병장 제대가 없다.

14개월 보충역 근무한 이는 3명이며, 면제는 9명이다. 나머지 34명(72%)는 모두 장교로 복무했다. 이 중 2명은 소위 임관한 날 곧바로 전역했다. 지금은 폐지된 석사장교인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32명의 장교복무자 중 31명(66%)은 사법연수원을 마치고 군에 갔다.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사법연수원까지 수료한 뒤 군 법무관으로 병역을 이행하는 것이 이들의 '보편'이었다.
대한민국 남성 대다수가 겪은 '사병'의 삶이 고위 검찰에게는 낯선 세계였다.
③ 고위 검찰 중 여성은 1명
유일한 여성은 조희진 의정부지검장이다. 사법연수원 19기인 조 검사장은 1990년 임관 당시 검찰 내 유일한 여검사였다. 조 검사장 이전 2명의 여성 연수원생이 검사가 되었으나 남성 위주의 검찰 문화를 견디지 못하고 판사로 전직했다.
④ 고위 검찰 중 지방에서 대학을 다닌 이는 2명 (4%)
48명 중 서울 외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한 이는 2명이다. 김영대 대검 과학수사부장이 경북대 법대를, 양부남 광주고검 차장이 전남대 법대를 졸업했다.

검찰의 '세상 밖'과 '세상 안'
검찰은 소수 엘리트다. 이들이 반드시 '평균'의 지표를 가질 필요는 없다. '국민의 상식'과 '실체적 진실'이 반드시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토록 검찰의 '안'과 '밖'이 분리되어도 좋은가는 별개의 문제다.

홍만표 변호사(전직 검사장)의 범죄는 탈세 같은 '개인비리'였고 '전관예우'는 없다는 것이 검찰의 결론이었다. 진경준 검사장의 승진 때 '120억 주식 대박'은 별 문제 없이 넘어갔다. 이것이 검찰이 그들 '안'을 다루는 방식이다.

국민을 재판에 넘기거나 넘기지 않을 권한은 검찰에게만 있다. 판결은 판사가 하지만, 판사는 검사가 기소하지 않은 이를 재판대 앞에 세울 수 없다. 5300만 국민에 대한 이 권한을 검찰이 독점하고 있다. '그들의 세상'에 사는 이토록 균질한 조직이.

그래픽=김민희•심정보, 취재=심서현 기자 shsh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