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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프- 성장을 위한 또 하나의 성장통

youngsports 2016. 5. 15. 13:51

슬럼프- 성장을 위한 또 하나의 성장통


 

나는 운동선수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우승 트로피를 휩쓸었을 정도로 최고의 기량을 자랑했다. 그런데 어찌 된 게 올 시즌은 지난 시즌만큼의 기량이 나오지 않는다. 오늘 경기도 계속 실수를 연발했다. 지난 경기에서도 부진했기 때문에 오늘 경기는 꼭 만회를 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플레이가 풀리지 않는다. 초조해진다. 빨리 이 상황을 벗어나야 할 텐데…. 여태까지 나를 신뢰했던 동료 선수와 감독에게 불신의 눈초리가 느껴진다. 왜 그럴까? 다른 선수들에게 듣기만 했던 슬럼프가 나에게도 찾아온 걸까?

 

슬럼프란?

 

슬럼프(Slump)는 평소 자신이 하는 일에 있어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저조한 상태가 계속되는 증상을 뜻한다. 스트레스를 겪으면 우리는 설명하기 어려운 온갖 불편한 심정들을 경험한다. 말하자면 슬럼프는 엄청난 스트레스 상황에서 큰 압력을 경험하면서 사고와 행동의 유연성이 막혀버리는 상태다. 우리가 한번 슬럼프를 경험하면 쉽사리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인간은 신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어떤 일을 할 때 항상 잘 할 수 없다. 실수를 통해 부족한 점을 알고 이를 개선함으로써 더 나은 존재로 거듭나는 게 인간이다. 이처럼 인간의 선천적 특성을 생각하면 슬럼프는 우리가 살아가는데 있어 반드시 한 번쯤은 겪게 되는 현상이다. 학교, 직장, 대인 관계 등 다양한 상황에서 우리는 한 번쯤 슬럼프를 겪어 봤다.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이 갑자기 등수가 추락하거나 직장 내에서 성실하고 신뢰성을 쌓은 직원이 회사 생활에 지루함을 느껴 싫증을 내는 것, 평소 원만한 대인 관계를 유지하다 갑작스럽게 타인과 갈등을 일으키는 것 등은 우리가 직접 겪었거나 주위 사람들에게 들어본 흔한 슬럼프 현상이다.

 


사진 참조- http://www.flickr.com/photos/johncurrie


 

슬럼프는 일반인보다 운동선수에게 더 치명적…

 

그렇다면 운동선수에게 있어 슬럼프는 어떤 의미일까? 선수에게 슬럼프란 꾸준히 경기력을 유지하다 갑작스럽게 경기력이 떨어지며 그 상태가 오래됨을 의미한다. 우리는 보통 한두 경기만 잘 하는 선수들이 아닌, 매 경기 뛰어난 성적을 거두는 선수들을 보고 ‘잘 하는 선수’라고 인식한다. 즉 뛰어난 선수가 되기 위해선 꾸준한 경기력은 필수다. 이처럼 매 경기를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힐 수밖에 없는 운동선수에게 있어 슬럼프는 필연적인 증상이다. 실력이 뛰어난 운동선수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러하니 일반인에 비해 운동선수에게 슬럼프는 더욱 크게 다가오는 하나의 ‘병’으로 인식된다.

 

슬럼프는 왜 생기는가?

 

운동선수에게 슬럼프가 발생하는 요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역시나 주변 환경의 변화를 들 수 있다.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해야 하는 운동선수의 경우 경기 외적인 상황도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대표적인 예가 타이거 우즈다. 알다시피 우즈는 2000년대 최고의 골프 스타 중 하나다. 우즈는 1997년 PGA 투어 입성 이후로 2009년까지 13시즌 동안 PGA 투어에서 무려 69승이나 거뒀다. 매 시즌 평균 5.3승이라는 엄청난 기록까지 세웠다. 그러나 2009년 11월 25일, 미국의 한 타블로이드 신문이 우즈의 외도를 폭로하면서 우즈는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외도 사실이 알려지면서 수많은 팬들의 비난과 잇따른 스폰서들의 계약 취소에 우즈의 경기력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2012년 PGA 투어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 우승을 하기 까지 우즈는 2년간 한 차례도 우승을 하지 못 했다.


 

사진 참조- http://edition.cnn.com/2015/06/19/golf


주변 환경의 변화 외에도 마음가짐과 태도로부터 슬럼프가 올 수 있다. 성공한 스포츠 스타들의 성공담에는 십중팔구 한 번쯤은 슬럼프를 겪은 이야기가 있다. 이들 중 대다수가 슬럼프에 빠졌을 때 운동을 포기하고 싶다는 얘기를 하는데, 이것을 번아웃(Burn out)이라 한다. 미국의 심리학자인 프로이덴베르거와 노스의 이론에 따르면 번아웃은 과도한 업무에 지쳐 자기 혐오감, 무기력증, 불만, 무관심 등이 극도로 커진 상태를 뜻한다. 또한 번아웃이 생긴 이유는 자신을 증명하려는 강박에서 시작된다고 보고 있다. 즉, 번아웃에 빠진 선수는 항상 잘해야 한다는 강박증에 빠져 마음이 조급해지고 이는 경기력에 고스란히 나타난다.


 

*위대한 선수들은 어떻게 슬럼프를 극복했을까, 지미 로버츠 저, 나상현 역, 미래를 소유한 사람들, 2104

 

 

슬럼프를 겪으면 어떤 증상이 생기나?

 

슬럼프를 겪으면 심리적, 육체적으로 어떤 증상이 나타날까? 슬럼프를 겪고 있는 운동선수는 평소 능숙하게 했던 동작들마저 실수를 한다. 이는 동작패턴을 수행하는 근육들의 근력이 약화되거나 근육 간 협응이 잘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부상을 당해서 오랫동안 운동을 쉬거나 나이가 든 선수들은 동작 수행 시 스피드가 떨어져 이러한 문제가 나타난다. 슬럼프로 인해 기량 저하가 오는 것은 실험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연세대 홍영희 교수가 시행한 「운동선수들의 플래토와 슬럼프 현상에 관한 一硏究」의 실험에서 프로 선수 80명 중 절반에 해당하는 46.5%가 시합 도중 슬럼프가 플레이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응답했다. (보통 시합과 중요한 시합을 합쳐서) 특히 아마추어 선수와 프로 선수 간 비교를 통한 설문에서는 상대적으로 직업선수라는 제약으로 인해 프로 선수가 아마추어 선수보다 슬럼프를 더욱 심하게 겪는 것으로 밝혀졌다.



※선수들이 슬럼프가 현저하게 나타난 장면


 

평 상 시 

연 습 시 

보통 시합시 

중요한 시합시 

 프로

 4(5.6%)

34(47.9%) 

24(33.8%) 

9(12.7%) 

 아마

 11(13.4%)

36(43.9%)

21(25.6%) 

14(17.1%) 

 인원

 15

70 

45 

23 

 %

9.8 

45.8 

29.4 

15.0 


* 프로 전체 인원(80명) 중 9명이 허수 


*[참고] 홍영희 교수(연세대)

「운동선수들의 플래토와 슬럼프 현상에 관한 一硏究」(1998), 45p~47p

 

하지만 슬럼프 자체가 정신적인 부분에서 오는 문제인 만큼 육체적 문제보다는 심리적 측면에서 심한 증상을 일으킨다. <슬럼프 심리학>의 저자이자 현재 [호연심리상담클리닉] 대표 한기연 박사는 심리적 측면에서 슬럼프는 3단계로 심화된다고 주장했다.

 

1단계: 뭔가 신경이 쓰이면서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분명치는 않지만 기분이 저조해지고 뭔가 잘못되었다는 막연한 기분이 든다.

2단계: 여전히 분하고 억울한 기분이며 자신이 무엇인가를 크게 잘못했다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평소처럼 생각하기가 어렵고 중얼중얼 혼잣말을 하거나 배나 머리가 아프기도 하는 등 신체증상도 생긴다.

3단계: 분노가 강하게 치밀어 오르고 전부 실패했다는 느낌이 든다. 급기야 타인에게 버림받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 절망한다. 매사에 집중력이 저하되면서 어떤 해결책을 찾지 못 하고 세상과 단절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살펴봤듯 1단계로 슬럼프가 진입할 시 간단한 스트레스와 답답한 기분이 들지만 3단계까지 슬럼프가 진행되면 모든 것을 놓아버릴 정도로 큰 심리적 타격을 받는다. 인간은 보통 어떤 문제를 겪으면 그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강구한다. 하지만 슬럼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 두려움과 욕구불만, 죄책감 같은 불편한 심정들을 억누르는 데 온 힘을 쏟기 때문에 문제 상황에 대한 간단한 인지 파악 자체가 불가능해진다. 슬럼프를 겪으면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말은 바로 이 때문이다.



사진 참조- http://www.stack.com/a/beat-the-slumps

 


 

*슬럼프 심리학, 한기연, 팜파스, 2009

 

 

선수들은 어떻게 슬럼프를 극복하나

 

앞서 슬럼프를 겪으면 심리적, 육체적으로 얼마나 힘든 상황에 놓이는지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위대하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은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한국과 일본을 거쳐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서 맹활약 하고 있는 이대호(시애틀 매리너스)도 슬럼프는 통과의례였다. 지난 시즌 일본 시리즈 MVP를 수상했을 정도로 마무리를 화려하게 장식했지만 4월까지만 해도 26경기에서 타율 0.221로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던 그다. 그러나 이대호는 낙심하지 않았다. 그의 슬럼프 극복 방법은 끊임없는 리마인드(Remind)였다. 한 행사에서 이대호는 야구 꿈나무들에게 “슬럼프가 오면 내가 잘했을 때 영상을 보면서 끊임없이 상기하는 방법으로 슬럼프를 극복했다”고 했다. 부진에 빠졌을 때 그는 자신이 잘 했던 장면을 떠올리며 마인드 컨드롤을 했다. 그러자 성적이 자연스레 좋아졌다. 6월까지 44경기에서 13홈런을 기록하며 타율을 3할로 끌어올린 그는 시즌 대미를 장식하는 일본 시리즈에서도 타율 0.5할 2홈런 8타점을 터트려 최고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1960~1970년대 PGA 최고의 선수로 칭송받은 잭 니클로스도 슬럼프를 슬기롭게 극복한 선수로 회자된다. 니클로스는 1962년 프로 데뷔 후 US 아마추어 대회 2회 우승, PGA 투어 73승, 메이저 대회 18승을 이뤘을 정도로 골프계의 황제로 불렸다. 타이거 우즈가 니클로스의 업적을 ‘반드시 해야 할 일’로 생각하고 침대 머리맡에 붙여둔 일화는 유명하다. 이처럼 탄탄대로를 걷던 니클로스지만 그 역시 슬럼프를 피할 수 없었다. 1979년, 그는 프로 전향 이후 처음으로 우승을 하지 못 했다. 우승을 못하니 자연스럽게 상금 랭킹이 곤두박질쳤다. 갑작스러운 부진에 빠진 그로서는 당황할 법도 했지만 니클로스는 의외의 선택을 한다. 그는 4개월 동안 골프채를 잡지 않았다. “문제를 겪고 있을 때는 가장 먼저 할 일은 그 문제를 멀리해야 한다.”라고 말할 정도로 니클로스는 낙천적인 성격이었다. 4개월 동안 충분한 휴식을 취한 그는 망가진 스윙 자세를 고치기 위해 자기보다 한 수 아래로 여긴 선수들에게 레슨을 받는 등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최선을 다했다. 결국 각고의 노력 끝에 니클로스는 1980년, US 오픈에서 연장 접전 끝에 우승을 차지해 1년 동안의 슬럼프 생활을 청산했다.





사진 참조-richestnetworth.org, www.sempreinter.com


이대호와 잭 니클로스처럼 슬럼프를 슬기롭게 극복한 선수가 있는 반면 결국 그 벽을 넘지 못하고 좌절한 선수도 있다. 대표적으로 브라질 축구 스타 아드리아누를 들 수 있다. 아드리아누는 2006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혜성같이 나타나 ‘왼발의 호나우두’ 로 불릴 정도로 브라질을 이끌 차세대 공격수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그는 경기장 안팎으로 기행을 일삼아 영광스러운 수식어가 무색해질 만큼 추락하고 말았다. 떨어진 경기력을 끌어올려야 했으나 아드리아누는 더욱더 무절제한 생활을 즐기며 슬럼프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 했다. 결국 그는 이탈리아 명문 클럽인 인테르 밀란에서 쫓기듯 나와 여러 팀을 전전하며 고국 브라질에서 씁쓸하게 선수 생활 말년을 보내고 있다.



사진 참조- deadspin.com


슬럼프는 정말 ‘나쁜’ 현상일까?

 

우리는 슬럼프를 겪은 선수들이 어떻게 극복하고 성장했는지 살펴봤다. 이대호, 잭 니클로스 같이 슬럼프를 또 하나의 발전 계기로 삼고 극복한 선수들이 있는 반면 아드리아누처럼 그 벽 앞에 그대로 주저앉는 선수도 있었다. 중요한 건 바로 이 차이다. 이대호와 니클로스 역시 처음에는 슬럼프를 힘들게 받아들였지만 이를 성장의 계기로 삼았다. 슬럼프로 인해 심리적으로 고충을 겪은 이들은 시간이 흘러 자신들의 잘못된 점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이를 고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했다. 이들에게 있어 경쟁 상대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이었다. 자기 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 끝에 이들은 자신의 문제점을 찾았고, 결과적으로 더욱더 나은 선수로 돌아왔다.

 

스피치 강사 김미경은 슬럼프를 극복해야 하는 방법을 강의할 때 이렇게 말했다. “슬럼프를 겪으면 우리는 제자리걸음입니다. 그러나 절망하지 마세요. 제자리걸음이라는 건 근육이 성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슬럼프는 성장의 기회에요. 슬럼프를 사랑하세요.” 이대호와 잭 니클로스의 성공적인 슬럼프 극복담과 김미경의 색다른 슬럼프 해석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여태까지 우리는 슬럼프를 정신적, 육체적으로 우리를 피폐하게 만드는 하나의 ‘병’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슬럼프를 성장의 기회로 삼고 문제점을 해결하려 노력한다면 이는 또 하나의 성장 기회가 될 수 있다.

 

슬럼프를 환영하라

 

흔히들 슬럼프가 오면 “또 슬럼프야, 나는 왜 이렇게 되는 게 없을까.”라며 자포자기 한다. 심지어 이를 못 견디고 그대로 주저앉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우리는 슬럼프가 왜 찾아왔는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정말이지, 갑작스럽게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시점에 찾아오는 게 슬럼프다. 하지만 그 순간을 견디지 못해 포기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 매 순간 똑같은 상황에서 포기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마치 성장기의 아이가 성장통을 겪고 키가 자라는 것처럼 슬럼프 역시 더 나은 나를 위한 하나의 성장통이다. 슬럼프를 무조건 나쁘게 생각하지 말라. 당신의 성장을 위한 또 하나의 긍정적인 계기로 보라. 그러면 우리는 놀라운 일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글/서창환(KUSF 대학생 기자단 제10기/ 광운대학교 미디어영상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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