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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모의 더 스토리] 英 스포츠 경제학 교수가 말하는 '레스터 현상'과 빅클럽 부진

youngsports 2016. 4. 9. 10:24

[이성모의 더 스토리] 英 스포츠 경제학 교수가 말하는 '레스터 현상'과 빅클럽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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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대학교 버벡칼리지에서 '스포츠 경제학' 강의를 맡고 있는 션 하밀 교수


모든 현상 뒤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찾는 것이 모든 학문의 본질입니다. 


지난 시즌 챔피언 첼시의 몰락과 아무도 예상못한 레스터 시티의 우승 경쟁으로 대표되는 2015/16시즌 EPL에는 크게 아래와 같은 3가지 현상이 두드러졌습니다. 


1) 레스터 시티의 우승 경쟁 

2) 중하위권팀들의 약진 

3) 빅클럽들의 부진


그렇다면, 위 세가지 현상의 뒤에는 과연 어떤 이유가 존재하는 것일까요? 


이번 칼럼에서는 영국 런던대학교 버벡칼리지(Birbeck College)에서 스포츠비즈니스센터 디렉터를 맡고 있고 스포츠 경제학(Sports Economics) 강의를 하고 있는 션 하밀(Sean Hamil) 교수와 제가 만나 가진 인터뷰를 통해서 그 뒤에 작용하고 있는 커다란 요소들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EPL 변화의 두 키워드, 'FFP', 'TV 중계권료 인상'


이성모 : 안녕하세요 교수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션 하밀 : 천만에요. 아주 흥미로운 주제의 인터뷰라 즐거울 따름입니다. 바로 시작하죠. 


이성모 : 네 교수님. 오늘 교수님의 의견을 여쭤볼 부분은 제가 이미 이메일로 보내드렸던 내용과 같습니다. 


저는 이번 시즌에 레스터 시티의 우승 경쟁, 웨스트햄 등 중하위권팀들의 약진, 그리고 빅클럽들의 부진의 원인이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FFP와 TV 중계권료 인상 때문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이 두가지는 모두 스포츠 경제학 강의 중에도 상세히 다뤘던 부분들인데요, 교수님께서 생각하시기엔 어떠신지요?


*FFP(파이낸셜페어플레이) : 유럽 구단들의 무분별한 비용 지출을 막기 위해 UEFA가 2009년에 도입한 제도. 실행단계에서는 복잡한 방식이 적용되지만 큰 그림에서는 '수입 이상으로 비용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골자로(인프라 투자 제외) 이를 어길 시 UEFA로부터 처벌을 받게 된다.  


션 하밀 : 이메일에서 봤을 때 아주 날카로운 지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큰 관점에서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자세한 이야기에 들어가기 전에, 본인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이성모 : 간단하게 말씀 드리자면 두가지입니다. 첫째로, FFP가 빅클럽들의 과도한 비용 투자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빅클럽들이 과거처럼(FFP 도입 전처럼) 적자를 보더라도 투자하던 '막무가내식' 관행을 더이상 이어갈 수 없게 됐다. 


그리고 EPL의 중계권료 인상이 중하위권 팀들의 재정상태를 강화시켜서 특히 이적시장에서 그들의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즉, EPL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두가지 경제적인 요소인 FFP와 TV 중계권료 인상이 EPL 전통의 강호들과 중하위권들의 팀 사이의 간극을 점점 좁히고 있다는 것입니다. 


션 하밀 : 스포츠 경제학 수업을 꽤 잘 이해한 것 같군요.(웃음) 다시 한번, 큰 그림에서 볼 때는 저도 그 말에 동의합니다. 그럼 한번 지금부터 구체적으로 하나씩 하나씩 분석을 해볼까요? 


우선, 제가 생각할 때는 FFP보다도 더 크게 작용한 것이 TV 중계권료입니다. 그러니 우선 TV 중계권료에 대해서 생각해보죠. 


2. TV 중계권료 인상과 중하위권팀들의 약진


션 하밀 : 아마 스포츠 경제학 시간에도 언급했겠지만, EPL의 TV 중계권료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학계에서 가장 중요한 사례로 늘 언급되는 것이 과거에 리버풀의 이안 에어 단장의 사례입니다. 그는 과거에 리버풀이 독립적으로, 또는 자체적으로 중계권 수입을 올리길 원했고 그래야 한다고 주장했죠. 


그래서 무슨 일이 벌어졌느냐? EPL의 모든 다른 구단들과 언론에서 그에게 대대적인 비판을 가해서 결국 그 이야기는 없던 이야기가 됐습니다. 왜냐하면, 그건 EPL이 전세계적으로 사랑 받는 리그인 그 근본요소를 흔들 수 있는 아주 위험한 발상이었거든요. 


EPL이 1992년에 새로 창설될 때부터 이미 리그의 근본원리로 삼았던 것이 바로 '승부의 불확실성'(Matchday Uncertainty)입니다. 쉬운 말로 말하자면, 꼴찌팀이 1위팀을 이길 수 있다는 거죠. 그래야 팬들이 그 리그에 더 열광을 하니까. EPL이 지금 가장 많은 축구팬들이 보는 리그인 이유는 바로 그것 때문입니다. 


자, 이제 여기서부터 구체적으로 TV 중계권료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EPL은 처음부터 중계권료 수익을 각 팀이 따로 따로 올리는 방식이 아니라 공동분배하는 방식을 택했죠. 정확하게 말하면 100%의 수익권료 중 50%는 공동분배하고, 나머지 25%는 순위에 따라 차등분배, 또 25%는 방송횟수에 비례해서 분배를 합니다. 그렇게 해야 앞서 설명한 '승부의 불확실성'이 실현이 되니까요. 그런 원리 때문에 EPL은 최하위를 차지하는 팀이 얻는 중계권료와 우승팀의 중계권료 차이가 아주 작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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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로이트가 발표한 2014/15시즌 유럽 축구구단의 수익 순위. 지난 시즌 EPL의 중하위권팀들이 유럽 전체에서 20위권의 수익을 올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션 하밀 교수 제공 자료)


션 하밀 : 원리적으로만 설명하면 잘 이해가 안 될 수도 있으니 좀 더 구체적으로 수치를 한 번 살펴보죠. 딜로이트에서 매년 유럽 구단들의 재정상황에 대해 발표하는 '머니리그 리포트' 지난 시즌 자료를 살펴보면 EPL 중하위권의 구단들은 유럽 전체에서 20위권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참고로, 이번 시즌 리그 우승을 경쟁하고 있는 레스터 시티는 24위였습니다. 즉, 지난 시즌에 EPL 잔류 경쟁을 했던 레스터가 이탈리아 세리에A에서 5위를 차지한 나폴리보다도 높은 수익을 올렸다는 뜻입니다.


바로 이런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EPL의 TV 중계권료 공동분배정책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해서 중하위권팀들의 수익이 늘어나면 그들은 그 수익으로 뭘 할 수 있죠? 


이성모 : 이적료가 많아지니 좋은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고, 주급체계가 좋아지니 스타 선수들을 지킬 수도 있죠. 


션 하밀 : 바로 그겁니다. 간단하게 말해서 지금 EPL의 중하위권팀들은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바이에른 뮌헨, PSG를 제외한 유럽의 모든 구단들과 이적료 경쟁을 할 수 있습니다. 위 네 팀에 더 할 수 있는 팀이 하나 있다면 유벤투스 정도가 있달까요? 그 외에는 EPL의 최하위 팀도 유럽 주요리그의 우승경쟁팀과 선수 영입을 두고 경쟁할 수가 있는 상황이 됐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EPL 중하위권들팀을 먹여살리는 TV 중계권료가 계속 인상되고 있고, 잉글랜드 내 방송국인 스카이스포츠와 BT 스포츠의 경쟁으로 또 한번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EPL 중하위권팀들은 점점 더 강해질 거라고 볼 수 있죠. 


일부, 현재 EPL의 중계권료가 일종의 '거품'이다라면서 언젠가는 그 거품이 꺼질 것이다라고 예상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저는 그들의 주장이 그리 와닿지 않습니다. 이번 중계권 계약이 끝날 때 페이스북이, 구글이 EPL 중계권 전쟁에 뛰어들지 누가 알죠? EPL은 이미 전세계적인 '킬러 콘텐츠'입니다. 


이성모 : 즉, 이번 시즌 레스터 뿐만 아니라 웨스트햄, 왓포드 등이 보여주고 있는 약진의 뒤에는 EPL TV 중계권료의 계속되는 인상이있다, 이렇게 이해해도 되겠습니까? 


션 하밀 : 맞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아주 큰 하나의 요소이고 그 외의 다른 요소들도 있죠. 


3. 프리미어리그 '프리미엄'과 25인 스쿼드 제한 


이성모 : TV 중계권료 외에 중하위권팀들의 약진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이라고 하면 대표적으로 어떤 것이 있을까요? 


션 하밀 : 우선 프리미어리그 자체가 갖고 있는 '프리미엄'이 있습니다. 앞서도 말한 것처럼 이미 프리미어리그는 자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콘텐츠입니다. 어떻게 프리미어리그가 그렇게 됐느냐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또 끝도 없지만, 확실한 건 그들은 1992년에 새로운 리그를 창설할 때부터 아주 전략적으로 그렇게 했고, 특히 일찌감치 해외시장 마케팅에 공을 들였죠. 


즉,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EPL 구단에 입단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 본인의 마케팅 혹은 브랜딩이 된다는 겁니다. 앞서 이제 EPL 구단들이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뮌헨, PSG 정도를 제외하면 거의 모든 팀과 이적료 경쟁을 할 수 있다고 말했었는데, 반대로 말하면 우수한 선수들의 입장에서는 저 4개팀, 혹은 그에 유벤투스를 더한 5개팀에 가지 않을 바에는 EPL로 오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이죠. 수입의 측면에서도, 본인 홍보의 측면에서도요. 


이성모 : 확실히 그렇군요. 이번 시즌만 해도 벌써 생각나는 선수들이 스토크 시티에 입단한 샤키리 같은 선수들이 있네요. 


션 하밀 : 이와 관련해서 또 한 가지 간과할 수 없는 요소는 25인 스쿼드 제한 제도 도입입니다. 2010년경에 도입된 이 제도로 인해서 이제 잉글랜드의 빅클럽들은 과거처럼 무분별하게 우수 선수를 보유할 수 없게 됐죠. 어차피 등록하지 못할 선수를 영입하는 건 의미가 없으니까요. 


자 그러면, 그 상황에서 이득을 보는 건 누구일까요? EPL 빅클럽의 25인 스쿼드에 등록되거나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에 입단하기에는 약간 능력이 부족하지만 여전히 뛰어난 선수들이 EPL 중하위권팀으로 몰려드는 것입니다. 


하나 덧붙이자면, 그러면 그럴수록 EPL 자체는 더 흥미로워지겠죠? 그러면 더 많은 팬들이 EPL을 볼 것이고, 그러면 더 많은 수익이 생길 거고, 그러면 그 수익으로 더 좋은 선수가 몰려들 거고, 즉 학계에서 말하는 '선순환 구조'가 이미 EPL에, 특히 중하위권클럽들에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4. 레스터 시티의 우승 경쟁 


이성모 : 아주 흥미로운 말씀 감사합니다 교수님. 그럼 중하위권팀들 이야기가 나온 김에 레스터 시티 이야기를 먼저해볼까요? 교수님께서는 레스터 시티가 이번 시즌에 우승 경쟁을 펼칠 수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션 하밀 : 우선 먼저 말하고 싶은 것은, 레스터 시티의 경우도 웨스트햄의 경우도 그들이 좋은 성적을 내는 이유는 '하나'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주 여러가지의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적용되어 하나의 현상이 탄생하는 것이죠. 


일단 레스터 시티의 우승 경쟁이 가능했던 근본적인 원인은 우리가 공통적으로 지적한 것처럼, TV 중계권료 인상으로 인한 중하위권팀들의 재정상태 강화가 있습니다. 그 외에 제가 생각하는 이유들은 크게 경험 많고 팀에 맞는 감독 영입, 뛰어난 선수 영입, 그리고 부상자가 거의 없다는 점을 비롯한 '운'의 작용 등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건 '감독'이라고 봅니다. 축구 팀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를 한 명 꼽자면 그건 바로 감독입니다. 라니에리 감독은 그동안 우승 트로피를 많이 든 감독은 아니지만 많은 리그를 거치면서 독특하면서도 충분한 경험을 해본 감독이죠.


이 감독이라는 존재는, 오늘 논의 주제 중 하나인 빅클럽들의 부진하고도 연결이 되는 부분입니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축구에 있어 현상의 원인이란 각각 따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서로 연관관계에 있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그 '감독'이라는 한 존재가 레스터의 우승경쟁, 빅클럽의 부진 두 요소에 모두 적용된다는 말입니다. 


빅클럽들의 이야기를 해보죠. 


축구 역사를 보면 특히 빅클럽들에게 가장 어려운 것은 성공적인 한 시대를 끝낸 후에 성공적인 감독 교체입니다. 맨유는 퍼거슨 감독이 떠난 후로 모예스, 반 할 감독을 임명했지만 결코 전과 같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죠. 리버풀도 로저스 감독에게 많은 기대를 걸었지만 결국 실패했죠. 지난 시즌 챔피언이었던 첼시도 결국 이번 시즌 감독의 문제로 감독 교체를 하며 무너졌고, 맨시티는 페예그리니 감독에 결코 만족하지 못하고 있죠. 


반대로, 이번 시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는 팀들은 어떻죠? 레스터 시티 라니에리 감독은 말할 것도 없고 토트넘의 포체티노 감독은 사우스햄튼 시절 이미 능력을 인정 받은 감독입니다. 웨스트햄의 빌리치 감독도 국제대회에서 경험이 풍부하죠. 


즉, 이번 시즌 레스터의 우승 경쟁과 빅클럽 부진에는 공통적으로 '감독'이라는 존재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감독이라는 요소로 인해 기존의 빅클럽들이 부진한 사이, 감독의 덕을 본 레스터는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이죠. 


다시 레스터 시티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라니에리 감독 외에 마레즈 등 뛰어난 선수들을 적재적소에 잘 영입한 것도 분명히 하 요소일 것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어느정도 '운'이 작용한 것도 분명한 사실이구요. 이번 시즌 내내 레스터 시티는 거의 부상으로 인해 시달린 적이 없었는데, 그건 물론 그들이 관리를 잘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운이 작용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부분입니다. 축구에는 분명히 '운'도 존재합니다. 


그렇게, 앞서 미리 이야기한 재정적 안정, 뛰어난 감독과 선수의 영입, 거기에 약간의 운과 팬들 사이에 기적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까지 더해진 것이 이번 시즌 '레스터 현상'을 만들어낸 것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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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대학교 버벡칼리지에서 만난 션 하밀 교수


5. FFP와 빅클럽들의 부진 


이성모 : 지금까지 다룬 두가지 주제외에 또 다른 큰 주제가 FFP였습니다. 교수님께서는 FFP가 EPL 빅클럽들의 부진과 직접적 연관이 있다고 보시는지요? 


션 하밀 : 저는 늘 FFP가 지난 30년간 유럽축구계에 가장 혁신적인 변화였다고 주장합니다. FFP가 도입되지 않았다면, 지금 이 시점에 EPL 우승팀은 매년 맨시티, 혹은 첼시일 것입니다. 그것만 봐도 FFP가 EPL에 특히 빅클럽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사실은 명백하죠. 그런데 이 FFP와 EPL은 사실 좀 묘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이성모 : 묘한 관계란 어떤 것인지요? 


션 하밀 : EPL의 빅클럽들은 사실 2009년에 UEFA가 FFP라는 아이디어를 들고 나왔을 때 대부분 반대를 했죠. 예외적으로 아스널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빅클럽이 반대했습니다. 이미 갑부 구단주가 첼시, 맨시티 등에 투자한 사례가 있던 EPL로서는 외부 자본의 유입을 막을 이유가 없었죠. 오히려 타리그의 빅클럽들이 더 적극적으로 찬성했던 것이 바로 FFP입니다. 


그런데, EPL이 반대했던 FFP는 오히려 EPL에 더 도움을 주고 있어요. FFP라는 것이 간단하게 말하면 갑부 구단주가 갑자기 한 팀에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는 것을 막는 것인데 그렇다면, 갑자기 새로운 강호가 탄생할 가능성은 적죠.(바로 이 부분이 FFP가 기존 강호들을 위한 제도라며 가장 큰 비판을 받는 부분)


그렇다면, 결국 FFP라는 제도가 존재하면서 유럽의 클럽들은 '자급자족'하는 체계를 갖춰야하는데, 때마침 EPL에서는 우리가 앞서 말한대로 TV 중계권료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는 거죠. 타리그에 비해서 월등하게. 즉, FFP가 그대로 존재하고, TV 중계권료가 계속 오른다면 지금 이 시스템과 환경은 EPL 구단들에게 금상첨화의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이성모 : 그렇군요. 최초에 FFP를 반대했던 EPL이 이제는 거꾸로 수혜자가 됐다? 


션 하밀 : 바로 그겁니다. 


이성모 : 네 교수님. 그리고 교수님께서 생각하시는 빅클럽들의 부진의 원인은 지금 이 FFP와 앞서 말씀하셨던 감독 교체의 실패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션 하밀 : 맞습니다.  


6. 트렌드의 지속가능성과 변수


이성모 : 그럼 교수님 오늘의 마지막 질문입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이야기했던 사항들을 생각해보면, 이번 시즌에 나타난 현상이 일종의 트렌드가 되어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드는데요. 


션 하밀 : 트렌드라하면 어떤 것이고 왜 그렇게 생각하는 거죠? 


이성모 : 즉, 앞으로 중하위권팀들은 점점 더 강해지고, 기존의 빅클럽들은 더 고전하는 형국이 나오지 않겠느냐는 것입니다. 제가 오늘 드린 질문의 대전제였던 TV 중계권료는 점점 더 오르고 있고, FFP는 폐지될 기미가 보이지 않으니까요. 


션 하밀 : 그 부분은 정말 예측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선, 성모 씨의 생각은 충분히 합리적이고 그렇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죠. 그런데 한 가지 변수가 있습니다. 


이성모 : 그 변수라는 건 어떤 것인가요?


션 하밀 : 불과 5년 전만 해도, 물론 지금도 EPL의 빅클럽들에게 있어서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획득은 아주 필수적인 요소였죠. 우수한 선수들을 영입하는 점에 있어서도 그렇지만 가장 결정적으로는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면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이 막대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그게 최근 들어 달라지고 있습니다. 빅클럽들의 수익구조가 과거와 달라지고 있는 것이죠.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말하는 축구팀들의 수익구조는 40%가 중계권 수입, 30%가 스폰서쉽 수입, 그리고 30%가 티켓 판매 포함 경기장 수입이었습니다. 이 4:3:3의 구조에서, 최근 맨유나 리버풀 등의 예를 보면 스폰서쉽 수입이 아주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아주 인상적이게도, 팀의 리그 성적과 관계없이 말이죠. 


이성모 : 성적과 관계없이 스폰서쉽 수입이 늘고 있다? 그것은 어떤 뜻일까요? 


션 하밀 : 우선 그것은 맨유, 리버풀과 같은 전통적인 빅클럽들이 이미 챔피언스리그라는 단일 대회와는 별개로 마케팅적으로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존재가 됐다는 뜻입니다. 혹은, 그랬기 때문에 그런 일이 가능했다고 볼 수 있죠. 


즉, 결론적으로 여기서 말하는 변수라는 것은, 이제는 맨유, 리버풀, 또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탈락이 확실시되는 첼시 등 빅클럽들이 챔피언스리그 탈락의 후유증을 전보다 덜 심각하게 겪을 수가 있다는 말입니다. 다시 말하면, 과거에 비해서 그들이 다시 선두권으로 빠르게 치고 올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것이죠. 


이성모 : 그건 정말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그럼 그 말은 즉, 중하위권팀들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것과는 별개로 기존의 빅클럽들도 자생적으로 부진을 털어내고 '컴백'할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뜻인가요? 


션 하밀 : 바로 그겁니다. 그리고 다른 주제지만 하나 더 말하자면, 그런 요소들 때문에 유럽에서 종종 제기되는 '슈퍼리그'에 EPL 클럽들이 가담할 가능성은 저절로 줄어들고 있는 것이죠. 왜냐하면,


이성모 : EPL 자체가 점점 '슈퍼리그'처럼 되고 있으니까요? 


션 하밀 : 바로 그겁니다. EPL 자체에 돈이 점점 늘고, 뛰어난 선수가 늘고, 그 선수들을 따라 팬이 늘고 있는 선순환 구조가 점점 더 굳건해지고 있는데 EPL 구단이 다른 리그에 참가할 이유가 뭐가 있겠어요. 


이성모 : 그렇게 되면, 정말 EPL은 앞으로 더욱 예측하기가 힘들겠군요. 


션 하밀 : 그게 바로 EPL의 묘미 아니겠습니까?(웃음) EPL이 창설될 때부터 이미 그 모든 걸 다 계산에 넣었다고 말하면 그건 억지지만, 실제로 그들은 아주 많은 부분을 전략적으로 구상해서 리그 자체를 디자인했고, 그 결과물인 흥미로운 리그를 우리가 경기장 위에서 보고 있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점점 더 그럴 것 같구요. 


이성모 : 정말 그럴 것 같습니다. 교수님,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션 하밀 : 천만에요. 저도 즐거웠습니다. 


사진, 이성모, Gettyimages/이매진스  

글. 네이버 칼럼니스트 이성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