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학업능력.. 高1때 세계 1등, 55세땐 꼴찌권
우리나라 중·고등학생의 학업 성취도는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대학생이 된 만 20세 이후 서서히 역량이 떨어져 35세부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이하가 되고, 55세 이후엔 밑바닥 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학 입시'라는 관문을 일단 통과하면 추락이 지속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주호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는 1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리는 한반도선진화재단 정책 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한국인의 역량과 연령: PIAAC 데이터의 실증 분석'을 발표한다. OECD 21개 국가를 대상으로 2011~12년 실시한 '국제성인역량조사(PIAAC)' 자료와 2012년 치러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자료를 활용한 연구 결과다.
◇대학 입학 후 떨어지는 한국인 능력
우리나라 학생들은 2006년 이후 세 차례 치러진 PISA 시험에서 수학과 읽기 영역에서 OECD 회원국 가운데 1~2위를 기록했다. 정부는 이를 '한국 교육의 성과'라고 홍보해 왔다. 하지만 지난 2011년 치러진 16~65세 대상 PIAAC 점수를 연령대별로 분석한 결과 '영재 한국'은 허상에 불과했다. 한국인은 20세 이후 끝없는 추락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고교생에 해당하는 17~19세 한국인의 PIAAC 성적은 여전히 높았다. 수리력(수학)·언어 영역에서 각각 네덜란드와 일본 다음이었다. 그러나 대학에 입학한 이후인 20세 이후부터 순위가 급격히 떨어져 10위권 안팎을 기록하고, 이런 추세는 29세까지 이어졌다. 35~44세 때에는 OECD 평균보다 떨어졌고, 55세 이상에서는 조사 대상 21개 OECD 국가 중 20위였다. 40년 기간을 거치며 한국인은 세계 1위에서 OECD 최하위권으로 역량이 추락한 것이다.
연구진은 두 가지 요인을 지적했다. 우선 초중고 시절 암기 위주 주입식 교육이 나이가 들수록 학업 동기를 떨어뜨려 성인 학습 의지를 감소시키고, 한국 대학 교육의 질이 국제적 수준에서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서울의 한 명문대 공대 2학년에 올라가는 김모(21)씨는 "중·고교 때 공부를 너무 지치도록 해 대학 입학 후 공부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고 했다. 학생들에게 입시 위주 공부를 독려하면서 "좋은 대학만 들어가면 된다"는 식으로 조언하는 것도 학습 의지를 약화시킨다는 게 연구진의 결론이다.
1990년 후반부터 우리 사회 대학이 급격하게 늘었지만, 질적으로 성장하지 못한 부분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주호 교수는 "상위권 대학보다는 상대적으로 하위권의 질 낮은 대학으로 학생들 진학이 늘면서, 대학 교육이 사회에 필요한 인재를 키워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취업 후 능력 더 떨어지는 한국인
취업 후에는 더 큰 문제가 발생한다. 연구진이 25세에 노동 시장에 진입한 비슷한 역량의 우리나라 성인 남성과 일본·미국·영국·독일 남성을 비교했더니, 우리나라 직장인은 역량이 서서히 떨어져 35세부터 비교 국가들보다 낮아졌고 45세부터는 큰 폭으로 뒤졌다.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학습 의지, 직장 내 학습 지표 모두 우리나라는 비교 국가 중 최하위였다. 직장 생활 10년차인 대기업 차장 손모(41)씨는 "인터넷 강의도 신청해봤지만, 야근·회식에다 밀린 업무까지 처리하다 보니 제대로 들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초중등학교의 주입식 교육, 대학 교육의 질 하락, 취업 후 역량 축적이 안 되는 시스템하에서 한국인들의 역량이 나이가 들수록 떨어지고 있다"면서 "이 추세가 계속되면 사회적으로 성장이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PISA(국제학업성취도평가)
만 15세(고교 1학년)를 대상으로 3년마다 치르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의 국제 학업 성취도 시험으로 수학·언어·과학 문제 해결력을 측정한다.
☞PIAAC(국제성인역량조사)
OECD 가입국의 만 15~65세를 대상으로 언어능력·수리력·컴퓨터기반 문제 해결력을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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