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교육·과학·건강

[양현석 취중토크③] "세상에서 제일 관심없는게 정치"

youngsports 2015. 8. 5. 13:56

[일간스포츠 엄동진]


양현석(45) YG엔터테인먼트 대표는 늘 이슈의 중심에 있다.

YG가 신사업을 시작할 때도, 소속 아티스트가 새 앨범을 발표할 때도, YG가 새 아티스트를 영입할 때도 양현석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그 큰 존재감 때문에 이런 오해도 많이 산다. 'YG는 양현석의 1인 기획사'라거나, 'SM은 시스템이 만들지만, YG는 양현석이 만든다'라거나.

시기와 질투도 많이 받는다. 특히 빅뱅이 5월부터 'MADE' 연작 시리즈를 내놓고 매달 음원 차트를 삼켜버리면서는, '가요계 마피아'란 말까지 듣고 있다. 거기에 타블로가 세운 레이블 하이그라운드가 홍대 인디밴드 혁오를 영입하면서는 '하다하다 인디 시장까지 먹으려고 한다'는 뒷얘기까지 듣는 요즘이다.

YG가 벌이고 있는 사업은 어떤가. 의류 브랜드 노나곤을 론칭했고, CJ 브랜드전략 고문이었던 노희영 대표를 영입해 별도 법인인 YG FOODS를 설립했다. 동생인 양민석 대표는 요즘 게임 사업까지 준비 중이란다. 홍대 앞 삼거리는 이미 'YG화' 됐다. 10년 전만 해도, 일개 가요기획사가 이뤄낼 일이라곤 상상조차 못했을 일. 그걸 해낸게 양 대표다 보니, '1인 기획사' 소릴 들어도 크게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지금까진 사업 얘기만 했다. 몸이 열개라도 모자랄거 같지만, 결국은 가요 기획자다. 소속 가수의 새 앨범 론칭을 가장 꼼꼼히 챙긴다. 기획부터 참여한 SBS 'K팝스타'는 어쩌면 가장 스트레스 받는 일중 하나겠다. 그리고 1남1녀를 둔 한 가정의 가장이다. 생각만 해도 피곤한 인생. 하지만 여전히 에너지가 넘치고 '오너'만이 가질 수 있는 여유까지 남겨놓았다. 머릿속에는 내일 그릴 그림까지 떠올려놓고, 눈을 붙이는게 양현석일거다.

이번 취중토크의 주인공은 YG 양현석 대표다. 만날 약속을 정하고 질문지를 준비하다, 쓸데없단 걸 깨달았다. 물어볼 질문이 샘솟듯 나오는 이슈메이커이기 때문이다. 양현석 대표는 정말 가요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그 많은 시기와 질투를 받아 마땅한 걸까. 1996년 현기획 간판을 달고, 가요 기획자로 나선지 이제 꼭 20년. 전세계에서 가장 색깔있는 기획사로 자리매김한 YG의 양현석 대표는 지금 어떤 평가를 받아야 마땅할까.

양 대표가 최근 론칭한 홍대 '삼거리 푸줏간'에서 그를 만났다. 모던한 인터리어에 전통방식으로 종이에 싸서 나온 고기의 조합. 잘 구워진 고기의 깔끔한 맛까지 양 대표와 YG의 '색깔'을 심어놨다는 생각이 들면서 다시 한 번 놀랐다.

양 대표가 좋아하는 조니워커 블루라벨에 정신이 아득할때쯤, 공격적인 질문을 던졌다. 모든 질문을 피하지않고 답했고 분명한 메시지를 던졌다. 한 시대를 풍미한 가수에서, 한 시대를 이끌어갈 기획사의 대표까지 올라선 인물. 인터뷰를 마칠 때쯤 '이래서 양현석 양현석 하는 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자식들 해외 유학 보낼 생각 없어"

-새로 영입한 유병재는 만나봤나요.

"한 번 만났어요. 안영미도 같이요. 이 두 명의 영입은 제가 직접 지목했어요. YG가 과연 이들과 무슨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해.. 이들에게 더 큰 날개를 달수 있는 방법을 생각 중이에요."

-하이그라운드 레이블도 지원하는데.

"뮤지션들이 작은 어항 속에서 피터지게 싸우는 것보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좋은 시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에픽하이의 경우 YG에 온 이후 해외공연을 많이 다녔는데요. 물론 에픽하이의 좋은 음악 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YG의 만들어놓은 인프라와 시스템이 합해져서 새로운 시장확대와 좋은 결과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가수는 좋은 음악을 회사는 가수들이 편하게 음악을 할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니까요. 타블로가 레이블을 만들 때 저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어요. 앞으로도 그럴생각이 없고요. 제가 타블로한테 '하이그라운드를 만들었으니까 에픽하이도 그 회사로 가라고' 했어요. 하지만 타블로가 본인들은 YG에 남고 싶다고 하더군요. 타블로도 오랜 가수 활동을 하는 동안 해결되지 않는 문제점들과 여러 가지 시스템에 대해 답답했을 거고 YG들어와서 그 점을 많이 보완했다고 생각하나 봐요. 저는 타블로가 하이그라운드로 많은 신인 음악인들을 발굴했으면 좋겠어요. 충분히 그렇게 할수 있는 친구라고 믿어요. 고기를 주지 말고 낚시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라는 속담처럼 혼자서 해결할 수 있도록 내버려둘 생각이에요. 필요하다면 조언 정도만 할 생각입니다."

-혁오의 영입은 알고 있었나요.

"전해듣긴 했습니다만 자세한 건 몰랐어요. 저는 아직 혁오를 만나본적도 없어요. 앞으로도 뒤에서 팬으로서 응원하고 싶어요."

-YG가 이젠 홍대 언더그라운드까지 건드린다는 부정적인 시선도 있어요.

"100% 이해해요. 메이저 기획사에 대한 막연한 반감 같아요. 제가 언더그라운드에 대해 관심 있는 이유는 우리나라 인디가 실제로 안에 들어가면 많이 열악해요. 언더 음악 하는 사람들은 배고프다라는 고정관념적인 이미지가 존재 하는데 음악이 굳이 열악해야지만 잘하는 건 아니잖아요. 먹고 살 고민거리를 음악에 투자한다면 더 좋은 음악이 나올 거라 생각해요. 사실 국내 메이저 음악 시장도 좁은지라 언더 시장은 더할 나위 없이 비좁고 열약하죠. 우리가 언더라고 이야기하지만, 그들이 설 공연장이나 시장이 거의 없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예요. 음악을 하는 사람들도 뮤지션이기 이전에 한 가정의 자식이자, 한 여자의 남친이자, 한 가정을 이끌어야 하는 가장들인데 경제적으로 걱정 없이 음악 하고 싶은 건 모든 이들의 바램이 아닐까요. 자기 음악을 더 많은 사람이 들어줬으면 하는 것도 당연한 욕심이라 생각해요. 제가 홍대 지역을 기반으로 시작한 사람인지라 그런 친구들에게 뭔가 도움을 줄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해왔던 생각이고요. 비슷하고 복제된 아이돌 그룹들보다 개성 있는 음악인들이 더 많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꾸준히 고민하고 노력해 나갈 생각입니다."

-YG가 유재석 영입에 나섰었다는 얘기도 있었어요.

"그런 말이 있었나요? 1년 전쯤인가 유희열과 함께 딱 한 번 저녁을 먹은 적이 있었지만 그 이후로는 본적이 없어요. 사실 유재석을 마다하는 엔터는 없겠죠. 다만 처음 만난 자리에서 영입제의 같은 것은 하지 않았어요. 그건 좀 이상하잖아요 예의도 아니고."

-뻔하지만 가장 궁금한 질문입니다. YG 대표 양현석의 일생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아침에 일어나서 새로운 시작을 생각하는 것 그럼으로써 살아있음을 느껴요. 돈이 아무리 많다고 한들 제가 지금 말리부에 가서 요트를 사서 놀 생각은 전혀 없다는 거죠. 저에게 행복하지 않은 일이니까요. 지금은 한국 콘텐트의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리는 게 가장 재미있는 일이고 제가 하고 싶은 일입니다."

-눈코뜰새 없어 보입니다. 하루 몇 시간이나 자나요.

"가수들 앨범이 나올 땐 며칠씩 제대로 못 자기도 하지만, 6~7시간 자려고 해요."

-일만해도 바쁠텐데 'K팝스타'를 꾸준히 하는 이유는 뭔가요.

"사실 'K팝스타 시즌3'부터 올해가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으로 임했어요. 계속 한 이유는 기회조차 없는 아이들의 간절함을 잘 알기 때문이죠. 서태지와 아이들도 4년 활동했는데, 'K팝스타'를 5년째 하는 거니까요. 소속가수들을 챙겨야 하는 일도 너무 많고요."

-양현석은 정말 똑똑한 사람이다. 이렇게들 생각하죠.

"전 그렇다고 생각한 적 없어요. 오히려 관심 없는 분야에 대해서 멍청한 부분이 많아요. 저도 가끔은 '난 남들보다 못 배우고 남들보다 어렵게 살았고, 근데 왜 결론적으로 성공이란 걸 하고 있을까, 이상하다'란 생각을 해요. 박진영은 'K팝스타'에서 음악 이론에 대해 많이 얘기하잖아요. 학습능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이라 생각해요.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는 말까지 하니까요. 근데 전 분명 아니에요. 영화를 봐도 제목도 못 외우고 배우 이름도 기억을 못해요. 기억을 안 하려고 하는걸 수도 있고요. 책에 흥미가 없다 보니 한 두 페이지 밖에 못 읽고요. 아마도 저는 학습 능력 보다 활용능력을 좀더 가진 거 같아요. 배열과 조합을 잘하는 것 같은데요. 언젠가 애플의 한 관계자가 말한 내용에 크게 공감한적이 있는데 '우리는 새로운 것을 만든 게 아니라 세상에 있는 좋은 것들을 모아 사람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것들을 잘 조합한 것뿐이다'라는 말이었던거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이 좋아하게 만드는 방법. 그것만큼 매력 있는 직업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제 활용능력은 가수와 음악을 만드는 제작자에 가장 적합한 성향이 아닌가 싶어요."

-자녀 교육 방침도 궁금합니다.

"일관되게 이야기해요. 해외 유학 안 보낸 다고요. 대신 영어는 반드시 가르쳐야죠. 영어는 제가 살면서 많이 불편했던 부분이거든요. 제가 자식을 낳은 이유는 살을 맞대면서 같이 지내기 위함이에요. 인생을 마치고 죽었을 때 애들이 기억하는 건 부모와의 기억이지, 부모의 교육방법은 아니잖아요. 진정한 교육은 학교나 학원에서 책으로 보는 교육이 아니라 부모들의 바른 생각과 생활습관을 그대로 보고 배우게 하는 것이 참 교육이 아닐까 싶어요. 성공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이전에 올바른 사고방식을 심어주는 것이 먼저니까요 일단 기러기 아빠 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세상일 중 관심없는 것이 있다면요.

"정치요. 세상에서 제일 관심 없는 게 정치에요."

-YG 사옥을 넓힌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5년전인가요. YG 사옥을 처음 지었을 때 5년은 잘 쓰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후에 YG가 상장을 하였고 1년만에 직원들의 자리가 모자라 현재 4곳의 건물로 흩어져서 운영되고 있어요. YG 구성원들을 다 모아서 같은 건물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였고 YG관련 사업들도 많아져서 YG사옥옆으로 넓은 땅을 구입 했는데요 앞으로 3년 뒤쯤 신사옥이 완공될 예정이에요. 뿔뿔이 흩어진 구성원들을 모두 모아, 더 효율적으로 일할 생각이에요."

-양현석처럼 성공하려면 뭘 먼저 해야 할까요.

"우선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는 점이에요. 좋아하는 일 하는 사람을 어떻게 이겨요. 좋아해야만 미치고 미쳐야만 잘 할 수 있어요. 두 번째는 제가 잘하는 것을 남들이 인정해주고 제가 좋아하는 것을 같이 좋아해주는 것, 그게 성공 아닐까요."

엄동진·황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