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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타일’ 성공 공식 알면 음악혁명 보인다

youngsports 2015. 7. 18. 08:36
‘문화 코드’ 맞춰 너무 낯설지도 낯익지도 않게 도파민 분비하는 뇌 중격핵 영역 건드리면 ‘쿡’(한겨레 스페설)
동영상 출처 싸이  유튜브 공식채널 ‘오피셜 싸이’ https://www.youtube.com/watch?v=9bZkp7q19f0
동영상 출처 싸이 유튜브 공식채널 ‘오피셜 싸이’ https://www.youtube.com/watch?v=9bZkp7q19f0

“지치면 지는 겁니다
미치면 이기는 겁니다”
“삼독해야 이루어집니다
삼독이란 지독, 중독, 고독입니다.
지독하게 중독되어 고독한 길을 가다보면
생각지도 않은 기회가 오게 됩니다”
“시대와 타이밍이 절묘하게 합쳐진 느낌이죠
저의 성공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타이밍을 잡았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기회를 후배 가수들에게 나눠줄 겁니다
문화강국 대한민국을 위해서요”
-‘국제가수’ 싸이의 말들 중에서

분명히 힘이 될 것입니다, 한국보다 훨씬 더 큰 국외 음악시장으로 진출하고자 꿈꾸는 후배들에게 싸이의 존재는.

“웨어 아 유 프롬?”이라고 묻는 국외 음악시장 관련자들에게 엉터리 영어로라도 “싸이, 월드” 딱 한마디만 해도 되니까 말입니다. 그 한마디로 완전한 ‘듣보잡’은 면하는 셈이니 일단 한 수 얻고 들어가는 것이죠.

싸이의 유튜브 공식채널 ‘오피셜 싸이’에 ‘강남스타일’이 올라온 지 벌써 3년(게시일 2012년 7월15일)이 됐습니다. ‘강남스타일’은 2015년 7월15일 오후 1시31분 현재 23억7천만여건(2,374,487,517건)의 유튜브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젠틀맨’은 8억5천만여건 (856,303,957건), ‘행오버’는 ‘2억9백만여건(209,985,266건)을 기록 중이구요. 2015년 세계 인구가 70억여명이라고 하니, 인류 3~4명 중 1명은 싸이를 알고 있다고 봐야 하는 것이죠. 그야말로 한민족 반만년 역사이래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입니다.

싸이는 2013년 ‘젠틀맨’ 발표 이후 2년 넘게 새 앨범을 준비 중이라고 합니다. 원래 작년에 발표하기로 했던 계획을 미루고 더 심혈을 기울여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라고 하죠. 그런 싸이에게, 또 싸이의 길을 가고 싶어하는 한국의 뮤지션들에게 참고가 될만한 연구 결과가 있어 한번 소개해 보려 합니다.

그것은 바로 캐나다 맥길대학교 몬트리올 신경학 센터 V.N. 샐림푸어 박사의 ‘중격핵과 청각피질 사이의 상호작용은 음악의 보상가치를 예측하게 한다’라는 연구 결과입니다. 이 연구는 사람들이 처음 접하는 음악을 들었을 때, 어떤 종류의 음악에 대해 뇌의 어떤 부위가 활성화되고, 어떤 판단을 내려 그 음악을 구매하게 되는 지에 관해 살펴본 것입니다.

샐림푸어 박사 연구진은 캐나다인 19명을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실험참가자들의 아이튠즈 등에 저장된 음악을 통해 취향을 파악하여 그들이 좋아할 만한 음악들, 하지만 처음 듣는 음악 60곡을 들려주었습니다. 실험 참가자들은 자기공명영상장치 안에 누워 하나의 노래, 처음 듣는 노래 1곡당 30초를 들었습니다. 노래들을 듣는 동안 각각의 노래들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또 0~2달러 사이의 금액 한도 내에서 얼마를 지불하고 그 노래를 살 것인지 하는 질문에 답하도록 했습니다.

그 결과 샐림푸어 연구진은 감정적이고도 지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뇌 영역의 강한 반응을 이끌어낸 노래들이 바로 실험 참가자들이 돈을 더 지불하고 구매하려는 의욕을 보인 노래들이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그 뇌 영역은 바로 ‘중격핵(nucleus accumbens)’이라는 부위였습니다. 즉, 이전에 들어보지 않은 음악을 들을 때 바로 이 중격핵이 많이 활성화되면 될수록 더 많은 돈을 내고 그 새로운 음악을 구매하려는 경향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중격핵은 섹스와 음식섭취, 마약을 복용했을 때 활성화되어 기쁨의 화학물질 도파민을 분비시키도록 하는 부위인데, 음악을 들어도 환하게 ‘불’이 켜지는 것이죠. 샐림푸어 박사 연구진에 따르면 음악은 감정의 발현과정에 관여하는 편도체도 활성화시킵니다. 또 추상적 결정을 내릴 때 관여하는 전전두 피질 부분을 활동하게 만듭니다. 음악을 들으면 뇌의 가장 진화된 영역이 가장 오래된 영역과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옆에서 본 중격핵(빨간 부분). 처음 듣는 음악을 들을 때 바로 이 중격핵이 많이 활성화 되면 될수록 더 많은 돈을 내고 그 새로운 음악을 구매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출처. 위키피디아
옆에서 본 중격핵(빨간 부분). 처음 듣는 음악을 들을 때 바로 이 중격핵이 많이 활성화 되면 될수록 더 많은 돈을 내고 그 새로운 음악을 구매하려는 경향을 보인다고 한다. 출처. 위키피디아

좀 더 자세하게 살펴보면, 중격핵은 처음 듣는 음악에 대해 그 진행을 예측하고 기대감을 형성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그 기대감이 맞아떨어지거나 넘어서거나 하면 중격핵 영역에 불이 들어오며 활성화되는 것이죠. 그러면 뇌의 보상시스템이 작동하여 기쁨의 호르몬 도파민을 분비시키고 그리하여 처음 들은 그 노래를 구매할 의욕을 높인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중격핵과 예전에 들었던 음악들에 대한 정보가 저장되어 있는 청각피질, 편도체, 복내측 전전두 영역의 기능적 연결성이 증가하게 되면 새로운 음악에 대한 예술적 만족도와 그에 따른 구매의사를 예측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샐림푸어 박사 연구진은 실험 참가자들이 새롭게 들은 노래에 대해 말 한마디 꺼내지 않아도 그들이 그 음악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감상하는지 그들 뇌의 자기공명영상을 통해 알아낼 수 있었다고 합니다. 낯선 음악을 듣다보면 이윽고 뇌는 그 음악이 어떻게 진행될지 예측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러한 낯선 음악의 진행에 대한 예측은 문화 의존적이며 경험에 기반한 것이라고 합니다. 예를 들어 서양 클래식 음악에 익숙한 사람은 태국 전통음악의 진행을 잘 예측하지 못하겠죠.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렇게 될 경우 중격핵은 활성화되지 않고 또 그에 따라 뇌의 보상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게 되어 낯선 노래에 대한 예술적 만족도와 구매의사 또한 생겨나지 않게 됩니다. 하지만 노래가 적당히 낯설거나 뇌의 예측과 근접한 것일 경우 사람들은 그 음악을 좋아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입니다. 적당히 낯선 음악의 진행에 대해 예측을 하고 그 기대감이 맞아떨어지게 될 때 낯선 음악을 이해하여 그것을 정복했다는 심리적 쾌감을 느낀다는 것이죠.

‘강남스타일’의 세계적 성공을 적절히 설명해줌과 동시에 싸이가 국외시장을 겨냥한 새 앨범 작업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부분인 것 같습니다. ‘말춤’으로 대표되는 뛰어난 안무 아이디어, 코믹한 뮤직 비디오 캐릭터라는 또 다른 흥행요소에 더하여 음악적으로 서양에서 아직도 널리 유행하고 있는 일렉트로닉 사운드의 변형 등이 중요한 성공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샐림푸어 박사 연구진의 연구결과에서 보듯, 음악은 문화 의존적인 것이기 때문에 진출하려는 국외시장의 문화적 맥락을 따지지 않는다면 그들 뇌의 중격핵을 활성화시킬 수 없고 그에 따라 구매의사를 자극할 수도 없게 되는 것이죠. ‘강남스타일’의 성공 공식을 활용하되 한국적 음악 요소를 더 가미하여 너무 쉽게 예측되지 않게 하는, 그러면서도 예측범위를 너무 벗어나지 않는, 다시 말해 중격핵을 비롯한 뇌의 보상시스템을 가동시킬 수 있을 정도의 적절히 낯선 음악으로 승부를 봐야하는 것이죠.

싸이의 미국 진출을 도운 프로듀서 스쿠터 브라운과 협업하여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씨엘. 한겨레 자료사진
싸이의 미국 진출을 도운 프로듀서 스쿠터 브라운과 협업하여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씨엘. 한겨레 자료사진

그런 면에서 보면 손담비, 씨스타 등의 히트곡을 작곡한 프로듀서 ‘용감한형제’가 미국 유명 래퍼 와이지와 손잡고 진행하는 음악작업과, 싸이의 미국진출을 도운 프로듀서 스쿠터 브라운과 협업하여 미국 시장 진출을 노리는 씨엘의 시도는 타당해보입니다. 한국, 미국 뮤지션의 협업을 통해 미국의 문화적 맥락에 맞는, 또 한국적 낯섬이 적절한 가미된, 샐림푸어 박사 연구진의 연구결과에 부합되는 음악적 부분이 예측되고 기대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그들의 ‘음악 과학에 부합되는 시도’가 한국을 넘어 세계 대중음악계에 음악혁명을 불러일으켜 주길 바라는 마음이 듭니다. 그런 면에서 또 다른 참고할 만한 연구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미국의 저명한 과학사가이자 과학철학자인 토마스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책에서 엄격한 관찰과 실험으로 얻은 데이터의 귀납화를 통해 객관성을 얻는다고 하는 과학진리조차 ‘과학자 사회’가 공유한 패러다임에 의해 그 의미가 결정된다고 말합니다. 또 서로 다른 과학 패러다임들 사이에는 소통이 되지 않고 충돌까지 벌어지는 등 과학 활동도 정치, 경제, 예술, 종교와 같은 다른 인간 사회의 활동들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말합니다. 과학도 이런 상황인데 예술과 음악이 그것이 속한 문화체계에 의존하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는 것이죠.

하지만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다윈의 진화론,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등이 기존의 과학 패러다임으로 설명 못한 새로운 아노말리 현상(anomaly, 이상현상, 異常現想)들을 설명해내며 ‘과학자 사회’에서 세를 얻어 패러다임 자체를 바꾼 과학혁명을 불러 일으켰듯, 한국 대중 음악인들의 시도 또한 세계 대중음악 패러다임을 바꿀 음악혁명을 불러올 충분한 기회를 가지게 되었다고 봅니다.

그것은 바로 유튜브라는 예전에 없던 ‘아노말리’ 현상에 기인한 것이죠. 세계적 영상 콘텐츠 유통망을 갖춘 유튜브는 미국, 유럽과 같은 ‘메이저 대중음악 수용자 사회’가 만든 패러다임을 ‘세계 대중음악 수용자 사회’의 패러다임으로 확장시켜버릴 거대한 밑바탕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인 것입니다.

서구 중심 음악시장에서 볼 때 비주류인 한국의 뮤지션 싸이가 유튜브를 통해 ‘강남스타일’을 영어가 아닌 한국어 가사로 성공시킨 것은 바로 대중음악 ‘아노말리’의 시작이자 패러다임 변화의 시초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 씨앗들이 한국 대중음악 뮤지션들의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세계 대중음악 수용자 사회’에서 세를 얻어 새로운 세계 대중음악 패러다임을 부르는 음악혁명으로 커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강남스타일은 미국, 유럽의 ‘메이저 음악 수용자 사회’의 패러다임에 속한 서양 음악장르로 성공했지만, 유튜브를 통해 ‘세계 대중음악 수용자 사회’ 패러다임으로 변화해 가면서 한국적 장르의 새로운 음악들도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전혀 불가능해 보이는 일이긴 하지만, 강남스타일의 성공도 3년 전까진 아예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꼭 고개를 절레절레 저을 일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죠.

상대성이론으로 엄청난 과학혁명을 일으켜 순식간에 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은 앨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을 들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우리가 만든 세상은 우리 생각의 과정이다. 우리가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세상은 바뀌지 않는다”
김형찬기자 chan@hani.co.kr 
김형찬의 앱으로 여는 음악세상 http://plug.hani.co.kr/appsong/2306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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