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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층 빈곤율과 자살률 세계 1위, 한겨레 기사

youngsports 2015. 5. 13. 09:32

노인층 빈곤율과 자살률 세계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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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논란 앞서 따져봐야 할 것들
연금은 ‘쥐꼬리’고 저축 없어 계속 일해야
노인 부양 미래 세대도 빈곤·실업률 증가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 인상 방안을 놓고 정부는 “세금 폭탄이다”라고 주장하고, 야당은 “공포를 조장한다”고 맞서고 있다. 국민연금 기금 운영 방안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일반인으로서는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들이기도 하지만, 이보다 먼저 따져봐야 할 것들이 있다. 현재의 국민연금 수준이 적절한 것인지, 혜택을 높이는 게 꼭 필요한 것인지, 미래 세대에겐 국민연금이 뭘 의미하고 어떤 영향이 있는지 따져보는 게 바로 이것이다. 이런 논의를 돕기 위해 한국의 현실을 국제 수준과 비교해봤다. 국제 비교는 통계 작성 기준의 불일치 등에 따른 어려움은 있지만, 한국의 현실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아래의 통계 대부분은 경제협력개발기구가 내놓은 '한눈에 보는 연금'(Pensions at a glance) 2013년도판에 실린 것이다.)

■ 지독히 가난하고, 자살도 가장 많은 한국 노인

먼저 한국 노인의 전반적인 현실을 살펴보면, 한마디로 비참하다. 2010년 기준으로 65살 이상 노인 둘 가운데 하나는 빈곤층이다. 중간 소득의 50% 이하로 사는 이들이다. 쉽게 말해, “평균적인 한국인”에 비해 훨씬 못사는 소외계층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34개국 가운데 1위이며 2, 3위인 호주와 멕시코를 뺀 나머지 나라는 모두 한국의 절반에도 못미친다. 한국은 국민 가운데 노인을 극도로 홀대하는 나라인 것이다. 효를 중요 가치로 여긴다는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게다가 2007년과 2010년을 비교할 때, 3년 사이에 노인 빈곤율이 더 높아졌다. 34개 회원국 가운데 빈곤율이 높아진 나라는 8곳밖에 없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한국이다.

자살률을 보면, 한국 노인의 비참함은 더 확연하다. 세계보건기구는 세계 172개국의 자살률 통계를 모아 발표하면서, 통계의 신뢰성을 네등급으로 나눴다. 이 가운데 신뢰성이 가장 높은 1등급은 60개국인데, 나머지 59개국과 한국의 70살 이상 노인 자살률은 비교조차 안된다. 자살률 2위인 남미 수리남에서는 2012년에 노인 10만명당 47.9명이 자살했다. 한국은 2.4배인 10만명당 116.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나머지 나라와는 비교조차 민망하다. 자살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 노인들이 이렇게 많이 자살한다는 것만으로도 슬프고 비참한 일이다. 한국 청년층의 자살률도 60개국 중 9위(인구 10만명당 18.2명)로 높은 편이지만, 낮은 나라들과의 격차는 훨씬 작다.

자료: 경제협력개발기구, “한눈에 보는 연금”(영문) | 노인 빈곤율 통계(엑셀 파일) 내려받기 | 세계보건기구 자살예방 보고서(영문)

■ 연금은 쥐꼬리, 늙어서도 계속 일해야

한국의 노인 가구는 소득 구성면에서도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보다 심하게 열악하다. 부유한 나라든 가난한 나라든 많은 나라 노인들은 일하기보다는 공공 연금으로 산다. 하지만 한국의 노인 대부분은 연금은 “쥐꼬리”인 데다가 저축해둔 돈도 없어서, 계속 일을 한다. 한국 노인들처럼 많이 일을 하는 이들은, 멕시코와 칠레, 일본의 노인들 정도다. 연금에 주로 의존하고 일은 거의 안하는 헝가리, 룩셈부르크, 벨기에, 오스트리아, 핀란드의 노인과 한국 노인의 삶은 너무나 다르다. 일에서 보람을 찾는 노인들도 있겠으나, 젊어서도 세계에서 가장 일을 많이 한 한국 노인들이 늙어서도 쉬지 못하는 건 결코 유쾌한 현상이 아니다.

자료: 고령자 소득원 통계(영문 엑셀 파일) 내려받기

■ 부양할 청·장년층은 빠르게 줄고

한국 노인의 삶이 이렇게 비참한데, 노령화는 심하게 빨라지고 있다. 아래 그래프는 노인 한명당 청장년층 인구의 변화를 보여준다. 가는 선 가운데 붉은색 선은 개도국 또는 동유럽, 서유럽에서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 등 19개국이고, 녹색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상대적으로 잘 사는 나라 14개국이다. 한국의 노인 한명당 청장년층 수는 2028년 2.75명으로 미국(2.82명)보다 적어질 것으로 국제연합(유엔)은 예측한다. 또 2043년에는 1.59명으로 독일(1.6명)보다 낮아지고, 2061년에는 1.23명으로 일본(1.25명)마저 넘어갈 걸로 예측됐다. 2100년에는 1.22명으로 비교 대상 37개국 모두를 제치고 청장년층에 비해 노인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되리라고 국제연합은 내다본다. 이는 한편으로는 사회의 노령화에 따른 부담이 크다는 이야기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노인의 곤궁함이 점점 더 많은 사람의 현실이 되어갈 거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자료: 노인 한명당 청장년층 통계(영문 엑셀 파일) 내려받기

■ 연금 지출 부담은 빠르게 늘고

한국에서 국민연금이 시작된 것은 1988년이며, 전국민 연금이 실현된 때는 1999년이다. 가입기간 20년 이상자에게 지급하는 “완전노령연금”을 실제로 받는 사람이 나타난 것은 7년전부터다. 자연히 그 이전엔 연금으로 지급되는 액수가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낮았다. 하지만 이 비중의 증가율은 앞으로 빠르게 상승할 걸로 예상된다. 아래 그래프는 증가율 또는 감소율을 비교하기 위해서 만든 그래프다. 한국의 경우 2050년까지는 가파르게 늘다가 그 이후는 증가 속도가 낮아질 걸로 보인다. 다만, 국내총생산에서 연금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을 뺀 대부분의 부자나라들보다 훨씬 낮다. 2060년이 되어도, 연금 지급 액수 자체가 나라 전반에 끼치는 부담은 상대적으로 덜하다는 얘기다.

자료: 1990-2009년 지출 통계(영문 엑셀 파일) 내려받기 | 2010-2060년 추정치 통계(영문 엑셀 파일) 내려받기

■ 청년도 함께 가난해지고

문제는 노인만이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노인을 부양할 청년층도 가난하긴 마찬가지다. 2007년과 2010년의 빈곤율 변화를 보면, 한국은 전체적으로 약간(0.1%포인트) 늘었다. 하지만 노인 빈곤율은 45.1%에서 47%로 1.9%포인트 늘었고, 18~25살 청년층 빈곤율도 9.2%에서 9.8%로 0.6%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0~17살의 빈곤율은 10.9%에서 9.4%로 1.5%포인트 줄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2010년 청년 빈곤율을 비교하면, 통계가 있는 33개국 가운데 한국은 10번째로 낮다. 하지만 청년 빈곤율이 높은 나라들 가운데 상당수가 노르웨이, 덴마크, 네덜란드, 스웨덴, 핀란드처럼 복지 제도가 잘 되어 있는 나라들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한국의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

자료: 연령별 빈곤율 통계(영문 엑셀 파일) 내려받기

■ 청년이 일해 노인을 도울 길도 잘 안보인다

더 큰 문제는 청년 일자리가 적다는 점일 것이다. 청년들이 일을 해야 노인들을 부양할텐데, 청년 실업률이 날로 높아지기만 한다. 2014년 15~29살의 실업률이 9.0%에 달하면서 1999년 이후 최고가 됐다. 그나마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들과 비교하면 낮은 수준이다.(2013년 기준 15~24살 실업률 9.3%로 7번째로 낮음) 그렇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한국의 실업률은 다른 회원국들보다 전체적으로 낮고, 15~24살 중 상당수는 학생이나 군인이어서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현실을 좀더 정확히 알기 위해서는 “유휴 청년층”(니트)을 보는 게 도움이 된다. 유휴 청년층은 공부를 하는 것도, 공식 직업 훈련을 받는 것도 아니고, 직업도 없이 그냥 사는 청년층이다. 한국의 유휴 청년층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에서 꽤 높은 편이다. 2012년 기준으로 한국의 15~29살 청년 중 18.5%가 아무 것도 안하며 산다. 2012년 통계가 있는 33개 회원국 가운데 터키, 스페인, 이탈리아, 멕시코, 아일랜드, 헝가리, 슬로바키아에 이어 8번째로 높다.(그래프에는 회원국이 아닌 브라질도 표시되어 있다. 브라질은 19.95%로 한국보다 높다. 또 2011년까지 통계가 있는 이스라엘은 군인을 포함한 수치다.) 이를 보면, 한국 청년의 상황이 외국과 비교해서 상대적으로 낫다고 생각하는 건 곤란하다. (유휴 청년층 얘기 자세히 보기: 유휴 청년층, 그들은 누구인가?)

자료: 국가통계포털, 연령별 경제활동인구 통계 | 경제협력개발기구, 한눈에 보는 교육(영문 보고서)

■ 세대간 타협이 없으면 모두 암울

한국 노인의 상황이 워낙 심각하니, 복지 확대는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노인 복지 확대는 어떤 형태로든 미래 세대에게도 영향을 끼치는 문제다. 그렇다면 노인 부양의 책임이 부과되는 미래 세대에게도 희망을 줘야 한다. 그 희망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세대간 타협과 양보, 합의가 필요하다.

아래는 실업률과 유휴 청년층 자료를 인터랙티브 그래프로 만든 것이다. 그래프에 마우스를 가져가면 상세 정보가 뜨고 비교 대상을 선택해서 볼 수도 있다. 유휴 청년층 그래프는 위의 그림과 달리 변동률에 초점을 맞춰 만든 것이다.






신기섭 기자 marish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