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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지식경영법>, 한국의 다빈치 정약용

youngsports 2015. 1. 12. 22:15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1762∼1836)이 살던 18세기 조선에는 청나라의 백과전서가 쏟아져 들어왔다. 널려 있는 온갖 정보를 수집하고 배열해 체계적이고 유용한 지식으로 바꾸는 것은 당시 지식인들의 주요 임무였다. 다산은 이 방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였다. 정보화시대인 오늘날도 정보는 차고 넘친다. 어떻게 하면 다산의 지식경영법을 오늘날에 맞게 적용할 수 있을까. 

한국 고전문학을 전공했고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다산의 재발견’ 등을 펴낸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가 답을 보내왔다.》

다산은 막강하다. 손대지 않은 영역이 없다. 경학이나 경세학은 그렇다 쳐도 건축설계나 토목 등 자연과학 분야까지도 다뤘다.

정조가 1789년 사도세자의 능원인 현륭원을 참배하기 위해 한강에 배다리를 놓으라고 다산에게 명했다. 자신의 전공 분야가 

아니었음에도 다산은 거칠기 짝이 없는 몇몇 기록만 참고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내놓았다.

다산은 건축설계자나 토목기술자가 아니었지만 2년 6개월여 만에 화성 축조를 깔끔하게 마무리했다. 각 분야 전문가 수십 명이 한꺼번에 달라붙어도 하지 못할 일을 전문가도 아니고 경험도 없었던 다산이 척척 해냈다.


○ 다산이 꿰고 있던 엑셀의 원리 


다산의 작업 과정은 과학적이고 논리적이었다. 그는 어떤 일을 하든 핵심 가치를 잊지 않았다. ‘무슨 일인가’ ‘왜 하는가’ ‘어떻게 할까’를 물으며 작업의 성격을 파악했고 목표를 설정한 후 구체적인 로드맵을 만들었다. 이런 준비 과정이 끝나면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경학 연구든 건설현장이든 똑같은 원리, 동일한 과정이 적용됐다. 예를 들면 이렇다.

1795년 현륭원에 나무 심는 일이 끝났다. 그러자 정조는 다산에게 “논공행상을 할 것이니 지난 7년간 여덟 개 고을에 심은 나무가 모두 몇 그루인지, 어느 고을이 가장 많이 심었는지 보고하라”고 명했다.

다산은 먼저 나무 심기와 관련된 공문을 다 모았다. 수레 하나를 가득 채우고도 남았다. 그는 뒤죽박죽으로 섞인 공문을 고을별 날짜별로 분류했다. 그리고 고을별로 표를 하나 만들어 가로 칸에 나무 종류, 세로 칸에 심은 날짜, 교차된 칸에 몇 그루를 심었는지 적었다. 이틀 만에 고을별 통계가 잡혔다.

다시 표 한 장을 만들었다. 이번엔 가로 칸에 고을 이름, 세로 칸에 연도, 교차된 칸에 고을별로 정리한 나무 수의 연도별 합산 결과를 옮겨 채웠다. 이렇게 계산해보니 현륭원에 심은 나무는 총 12만9772그루였다. 정조의 명을 받은 지 불과 며칠 만에 고을별로 통계를 낸 단 한 장의 보고서(‘현륭원식목부’)를 올렸다. 정조는 혀를 내둘렀다. 오늘날 사용하는 ‘엑셀’의 원리를 다산은 이미 완벽하게 꿰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예는 너무 많아 일일이 예거하기 어렵다. 다산이 황해도 곡산부사 시절 마을별로 가로 칸에 가구주 이름, 세로 칸에 재산 상황을 기록한 ‘침기부종횡표(砧基簿縱橫表)’로 악명 높은 곡산 아전들의 기강을 단번에 휘어잡은 일은 전설처럼 전해진다. 이 같은 표는 오늘날 최고경영자(CEO)가 인사 관리를 할 때도 유용하다.


○ 18세기에 실천한 집단지성

다산의 저술 500권은 오늘날 책으로 치면 70, 80권 정도다. 방대한 작업이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저술보다 편집서가 대부분이다. 또 제자들과의 집체 작업을 통해 저술이 이뤄졌다. ‘목민심서’도 스승의 지침에 따라 제자들이 작성한 수만 장의 카드를 

바탕으로 편집했다. 그렇다고 다산의 역할이 작은 건 결코 아니었다. 다산은 작업의 핵심 가치와 목표를 설정하고 문목(問目)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아들과 제자들이 실무작업을 했다. 1차 정리된 자료를 일목요연하게 다시 정리하는 것도 다산의 몫이었다. 제자들도 단순작업만 한 게 아니라 다산의 방식을 옆에서 보며 배웠다. 이는 정보사회에서 주목받는 ‘집단 지성’의 작업 방식과 비슷하다.

다산은 “잘 알아야 정보를 장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학문을 배우는 기초 단계부터 제자들에게 읽은 책의 중요 부분을 베껴 쓰는 초서(초書)를 시켰다. 책을 읽다가 생각이 떠오르면 메모하도록 했고 스승과의 문답도 기록으로 남기게 했다. 제자들의 공부를 누적하고 증폭하기 위한 다산 특유의 교육 방식이었다. 필자는 최근 다산의 제자 윤종삼(尹鍾參)이 스승과 주고받은 공부 내용을 기록한 ‘소학주관문답(小學珠串問答)’ 자료를 전남 강진에서 새로 찾은 바 있다. 

다산의 제자 훈련은 혹독했고 요구 수준도 높았다. 조금만 게으르면 불호령이 떨어졌다. 하지만 다독이는 글로 분발시키고 격동시켰다. 제자별로 써준 각종 증언(贈言·드리는 말씀)들은 맞춤형 교육의 전형이다. 역할을 분담하여 쌩쌩 돌아가던 다산초당의 모습은 시골의 이름 없는 서생들이 조선 최고의 학술집단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생생히 보여준다.

우리는 ‘다산은 위대하다’면서 자꾸 다산을 박제화하고 틀에 가둔다. 배울 것은 안 배우고 죽은 지식만 답습한다. 다산은 ‘천자문’을 비판하면서 대안 교과서로 ‘아학편(兒學編)’을 제시했다. 하지만 21세기 오늘날 한자교육 현장에 ‘아학편’을 그대로 가져와서는 안 된다. 관습에 젖지 않고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해 대안을 마련하려는 다산의 자세를 배워야 한다. 원리를 응용해 현재화해야 위력이 고스란히 되살아난다. 천하의 다산도 ‘그대로’는 안 된다.

정민 한양대 국문과 교수 jung0739@hanyang.ac.kr

통합적 인문학자 다산 정약용의 전방위적 지식경영

1강. 단계별로 학습하라 - 꼬리에 꼬리를 무는 연쇄적 지식경영
(1) 파 껍질을 벗겨내듯 문제를 드러내라 _ 여박총피법(如剝蔥皮法)
(2) 묶어서 생각하고 미루어 확장하라 _ 촉류방통법(觸類旁通法)
(3) 기초를 확립하고 바탕을 다지라 _ 축기견초법(築基堅礎法)
(4) 길을 두고 뫼로 가랴 지름길을 찾아가라 _ 당구첩경법(當求捷徑法)
(5) 종합하여 분석하고 꼼꼼히 정리하라 _ 종핵파즐법(綜?爬櫛法)

2강. 정보를 조직하라 - 큰 흐름을 잡아내는 계통적 지식경영
(6) 목차를 세우고 체재를 선정하라 _ 선정문목법(先定門目法)
(7) 전례를 참고하여 새 것을 만들어라 _ 변례창신법(變例創新法)
(8) 좋은 것을 가려뽑아 남김없이 검토하라 _ 취선논단법(取善論斷法)
(9) 부분을 들어서 전체를 장악하라 _ 거일반삼법(擧一反三法)
(10) 모아서 나누고 분류하여 모으라 _ 휘분류취법(彙分類聚法)

3강. 메모하고 따져보라 - 생각을 장악하는 효율적 지식경영
(11) 읽은 것을 초록하여 가늠하고 따져 보라 _ 초서권형법(?書權衡法)
(12) 생각이 떠오르면 수시로 메모하라 _ 수사차록법(隨思箚錄法)
(13) 되풀이해 검토하고 따져서 점검하라 _ 반복참정법(反覆參訂法)
(14) 생각을 정돈하여 끊임없이 살펴보라 _ 잠심완색법(潛心玩索法)
(15) 기미를 분별하고 미루어 헤아려라 _ 지기췌마법(知機?摩法)

4강. 토론하고 논쟁하라 - 문제점을 발견하는 쟁점적 지식경영
(16) 질문하고 대답하며 논의를 수렴하라 _ 질정수렵법(質定收斂法)
(17) 끝까지 논란하여 시비를 판별하라 _ 대부상송법(大夫相訟法)
(18) 생각을 일깨워서 각성을 유도하라 _ 제시경발법(提?警發法)
(19) 단호하고 굳세게 잘못을 지적하라 _ 절시마탁법(切?磨濯法)
(20) 근거에 바탕하여 논거를 확립하라 _ 무징불신법(無懲不信法)

5강. 설득력을 강화하라 - 설득력을 갖춘 논리적 지식경영
(21) 유용한 정보들을 비교하고 대조하라 _ 피차비대법(彼此比對法)
(22) 갈래를 나누어서 논의를 전개하라 _ 속사비사법(屬詞比事法)
(23) 선입견을 배제하고 주장을 펼치라 _ 공심공안법(公心公眼法)
(24) 단계별로 차곡차곡 판단하고 분석하라 _ 층체판석법(層遞判析法)
(25) 핵심을 건드려 전체를 움직여라 _ 본의본령법(本意本領法)

6강. 적용하고 실천하라 - 실용성을 갖춘 현장적 지식경영
(26) 쓸모를 따지고 실용에 바탕하라 _ 강구실용법(講究實用法)
(27) 실제에 적용하여 의미를 밝혀라 _ 채적명리법(採適明理法)
(28) 자료를 참작하여 핵심을 뽑아내라 _ 참작득수법(參酌得髓法)
(29) 좋은 것은 가리잖코 취해 와서 배우라 _ 득당이취법(得當移取法)
(30) 단계별로 다듬어서 최선을 이룩하라 _ 수정윤색법(修正潤色法)

7강. 권위를 딛고 서라 - 독창성을 추구하는 창의적 지식경영
(31) 발상을 뒤집어서 깨달음에 도달하라 _ 일반지도법(一反至道法)
(32) 권위를 극복하여 주체를 확립하라 _ 불포견발법(不抛堅拔法)
(33) 도탑고도 엄정하게 관점을 정립하라 _ 독후엄정법(篤厚嚴正法)
(34) 다른 것에 비추어 시비를 판별하라 _ 대조변백법(對照辨白法)
(35) 속셈 없이 공평하게 진실을 추구하라 _ 허명공평법(虛明公平法)

8강. 과정을 단축하라 - 효율성을 강화하는 집체적 지식경영
(36) 역할을 분담하여 효율성을 확대하라 _ 분수득의법(分授得宜法)
(37) 목표량을 정해 놓고 그대로 실천하라 _ 정과실천법(定課實踐法)
(38) 생각들을 끊임없이 조직하고 단련하라 _ 포름부절법(??不絶法)
(39) 동시에 몇 작업을 병행하여 진행하라 _ 어망득홍법(魚網得鴻法)
(40) 조례를 먼저 정해 성격을 규정하라 _ 조례최중법(條例最重法)

9강. 정취를 깃들여라 - 따뜻함을 잃지 않는 인간적 지식경영
(41) 정성으로 뜻을 세워 마음을 다잡아라 _ 성의병심법(誠意秉心法)
(42) 아름다운 경관 속에 성품을 길러라 _ 득승양성법(得勝養性法)
(43) 나날의 일상 속에 운치를 깃들여라 _ 일상득취법(日常得趣法)
(44) 한 마디 말에도 깨달음을 드러내라 _ 담화시기법(談話視機法)
(45) 속된 일을 하더라도 의미를 부여하라 _ 속중득운법(俗中得韻法)

10강. 핵심가치를 잊지 말라 - 본질을 놓치지 않는 실천적 지식경영
(46) 위국애민 그 마음을 한시도 놓지 말라 _ 비민보세법(裨民補世法)
(47) 좌절과 역경에도 근본을 잊지 말라 _ 간난불최법(艱難不?法)
(48) 사실만을 기록하고 실용을 추구하라 _ 실사구시법(實事求是法)
(49) 나만이 할 수 있는 작업에 몰두하라 _ 오득천조법(吾得天助法)
(50) ‘지금 여기’의 가치를 다른 것에 우선하라 _ 조선중화법(朝鮮中華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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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현재의 한국의 정치인과 정당, 학자와 지식인들이 "강구실용"을 실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

18세기와 비슷하게 역사를 반복하고 있다.

정약용이 말한 지식이란 스스로의 몸가짐을 바로 하고 나서 사회를 위해  봉사하고 실행에 옮기는 것인데

지행합일을 하는 리더와 정치가 없는 것이 한국 사회인 것이 통탄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