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 사진 자료 <탁기형 기자>
영재두뇌는 타고나는 것일까?
지능에 관한 유전적 영향은 나이가 들면서 점차로 증가합니다. 따라서 영유아 시기는 환경의 의해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지능검사 결과의 변화가 많지만,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안정되어 가며, 중고등학교에 들어가면 성인의 IQ와 근접해서 안정되어 가는 것입니다. 연구에 의하면 영유아 시기는 지능에 미치는 유전적 영향이 30% 정도이지만, 성인들은 60% 정도이고, 어르신이 되면 80%에 이릅니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적절하게 지적 자극을 줄 경우 타고난 지능보다 총명해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영향은 나이가 들수록 작아져서 성인이 되면 원래 타고난 IQ, 즉 부모의 지능과 상관성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부모의 IQ가 높은 경우라면 지금 아이들의 IQ는 낮은 것 같아도 10대가 되면 부모의 지능을 따라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변화가 발생하는 것은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자신의 개인적 특성에 맞는 환경을 좀 더 잘 선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IQ가 높은 아이들은 지적으로 자극적인 환경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고, 특정한 분야에 재능이 있는 아이들은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찾아나서려고 하기 때문에 인지 발달이 향상되고 재능이 발휘됩니다.
그렇다면 지능유전자는 있을까요? 과학자들의 노력으로 정신지체와 관련된 300개의 유전자를 찾아내기는 했지만, 특정 유전자와 지능을 직접적으로 연결할 수는 없었습니다. 지능은 수많은 유전자의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인 여건에 따라 유전적 영향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중산층에서는 IQ 개인차 가운데 60%가 유전적 차이 때문이고, 가족 내의 아이들이 공유하는 환경적 영향은 거의 받지 않습니다. 반면 빈곤층에서는 IQ 개인차 가운데 60%가 공유된 환경 때문이며, 단지 10% 미만만 유전자가 원인입니다. 빈곤층의 아이들에게 환경을 바꾸어주면 아이의 IQ는 쉽게 변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능이 선천적이냐 후천적이냐 하는 단정적인 논란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앞으로는 유전과 환경적 영향이 지능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치는지, 유전과 환경의 상호관계는 어떤지에 대해 지속적인 연구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후성유전학
인간의 지능을 결정하는데 출생 전 태내 환경이 유전자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주장하는 연구도 있습니다. 피츠버그대학에서 나온 연구에 의하며 인간의 지능을 결정하는데 유전자의 역할 비율은 48%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충분한 영양 공급과 편안한 마음, 유해 물질 차단 등 지금까지 발달 전문가들이 강조해 왔던 전통적 요인들이 유전적 요소와 맞먹거나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유전자는 프로그램을 구축해 뇌를 만듭니다. 그러나 그다음 뇌는 세상에 반응하는데 이때 아이가 커감에 따라 현장의 환경에 대부분 맞춰갑니다. 사람이 광범위하게 다양한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것은 자연선택에 따라 행동의 유연성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자는 대부분 특정 발달 결과를 정확하게 구체화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발달 결과의 가능성을 변화시킴으로써 작용합니다. 그래서 아이의 유전적 특징은 운명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닙니다.
이른바 후성유전적 변형은 다양한 신호에 대응해 DNA의 형태에 영향을 미치는 화학적 변화를 일으켜 DNA영역을 침묵하게 만듭니다. 그렇게 되면 그 유전자 때문에 암호화된 단백질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DNA가 세포 분화 때 복제되면, 후성유전학의 변형의 패턴도 복제됩니다. 그래서 세포의 자손세포들이 정보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강화된 환경에서 특별한 2주간을 보낸 암컷 쥐는 성인 쥐가 됐을 때 좀 더 쉽게 학습했으며, 그 새끼들도 그러했습니다. 심지어 수양어미가 새끼들을 키워서 강화를 받지 못했을 때도 그러했습니다. 이 새끼들은 어미 DNA의 후성유전자 변형을 통해 대물림된 어미의 경험에서 혜택을 받은 것입니다. 문화적 변화가 자연선택에 영향을 미칠 때 삶의 경험도 진화의 시간대를 초월해 인간게놈을 수정할 수 있습니다. 유전학자들은 문화를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학습된 정보라고 파악하며, 여기에 신념과 가치, 기술, 지식이 포함됩니다.
현재 후성유전적 변형을 볼 수 있는 세가지 분야가 있습니다. 첫째는 음식입니다. 요리의 발명은 소화나 쓴맛 수용체, 치아 에나멜, 턱 근육조직의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둘째는 학습입니다. 인간의 평생학습은 언어나 학습 능력과 같은 뇌의 능력에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셋째는 일광노출과 같은 환경변화가 모발 색깔이나 두께, 피부색, 눈 색깔과 같은 신체적 외모의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충동성이나 공격성과 같은 자질도 유전의 영향을 받으며, 사람의 범법 가능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비범죄자 부모한테서 태어나고, 놓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의 경우 기준 범죄율이 2.9%인 반면, 좋은 환경에서 자라지만 생물학적 부모가 범죄자인 아이의 경우 범죄율이 12.1%에 달하며, 열악한 환경에서 자라지만 생물학적 부모가 비범죄자인 아이의 경우범죄율이 6.7%였습니다. 두 가지 위험 요소를 모두 가진 아이들 즉 생물학적 부모가 범죄자이며 열악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은 그보다 훨씬 더 높은 40%의 범죄율이 나왔다. 이 수치는 예상보다 두 배 이상 높은 비율입니다.
조기교육보다 재능을 먼저 발견하라
부모들은 자식의 지성과 소질을 잘 반죽하여 조각할 책임이 있는 두뇌 조각가입니다. 그렇다고 몇 백만년의 진화에 의해 프로그램된 아이들의 두뇌 발달을 단지 한 세대 안에 부모가 마련해주는 특정 교육을 통하여 바뀔 수는 없습니다. 아이의 뇌는 부모가 쉽게 반죽할 수 있는 찰흙덩어리가 아니라 자연과 신에 의해 창조된 총체적이 계획을 따르는 하나의 기관입니다. 따라서 부모의 역할은 아이의 재능을 발견하고 아이 스스로 그 재능을 꽃피울 수 있도록 지지해주는 것입니다. 가드너에 따르면 하나의 재능은 뇌에 분리된 고유의 영역이 있으며 한가지 재능이 손상되었더라도 다른 재능들은 온전합니다. 두정엽이 손상되면 공간 상상력이 소실되지만 다른 능력은 침해받지 않습니다. 아울러 한 가지 분야에서 특출하지만 다른 분야에서는 보통이거나 심지어는 뒤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미술적 재능을 가진 아이가 수학적 재능은 없을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재능을 발견하고 아이가 주도적으로 그 재능을 숙련할 때 재능과 관련된 신경회로는 효율적으로 활동하고 단단해지지만, 사용하지 않는 불필요한 뇌기능들은 가지치기를 당하여 어린 아이들에게 있는 대뇌 피질 시냅스의 약 40%가 성인이 되면서 제거됩니다.
지지자로서의 부모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칭찬하면서 자녀가 실패를 건설적으로 받아들이도록 격려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똑똑하다거나, 예술적 감각이 있다거나, 운동신경이 발달했다고 말해주는 것은 아이가 스스로 호감을 느끼게 하는 좋은 방법일 수는 있지만, 이런 방법으로 격려를 받으면 아이는 그러한 특징을 고정된 자질이라고 배우게 됩니다. 그 반면 아이의 노력이나 발전, 또는 문제 대응 방식의 탁월한 선택에 대해 칭찬해주면 아이는 자신의 행동과 선택이 부모에게 중요한 의미를 지난다고 받아들입니다. 아이는 자신의 행동은 통제할 수 있지만 자신의 특성을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부모가 건네는 격려의 말은 아이에게 좀 더 힘을 불어넣어 줍니다.
뇌를 발달시키는 방법
인지발달의 결정적인 도약은 만 6세 전후에 일어납니다. 만 6세가 되면 전두엽의 성숙 덕분에 산만한 행동을 억제하는 능력도 생기고 목적지향적인 태도를 가지게 됩니다. 주의력, 자기조절력, 감정통제, 자의식 등이 발달하여 자기주도적 성취가 가능합니다. 또한 그리기 능력, 기억력, 언어이해력이 극적으로 발달하여 인지능력과 운동능력이 조화롭게 통합되어 목표지향적으로 숙련이 가능합니다. 자기주도성과 목표지향적인 숙련이야 말로 영재두뇌를 만드는 두가지 축입니다. 따라서 부모는 뇌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정보를 전달하는 축색돌기의 속도를 높이고, 재능의 신경회로를 효율적으로 만들고, 지휘관인 워킹메모리의 용량을 키우고, 새로운 정보를 안정하게 저장할 수 있는 유연한 시냅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부모는 다음과 같은 지침을 따라야 합니다.
첫째, 도전할만한 과제를 주어 축색돌기의 전달속도를 높여야 합니다.
연구에 의하면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도전할만할수록 대상회가 활성화된다고 합니다. 대뇌피질질의 안쪽 면 가장 자리에 위치한 영역인 대상회입니다. 림빅시스템에 속한 대상회는 감정을 지각할 때, 비슷한 목표 사이에서 갈등할 때, 장시간 주의 집중을 할 때 활성화됩니다. 대상회는 목표를 지향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둘째, 목표지향적인 숙련을 하여 두뇌 배선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파스쿠알-레온(Pascual-Leone)의 연구에 의하면 손가락을 굽히고 펴는 데 사용되는 근육에 명령을 내리는 대뇌에 있는 운동피질은 피아노 연습을 한 지 불과 20분 만에 확연히 신경회로가 바뀐다고 합니다. 3일째보다는 5일째 연습을 한 신경회로가 더욱 넓고 선명하므로, 뇌는 입력되는 자극에 따라 몇 분 단위로 변화할 뿐 아니라 연습이 반복될수록 변화의 정도가 강해지고 오래 지속됩니다.
셋째, 배경지식을 넓혀서 가용할 수 있는 워킹메모리의 용량을 키워야 합니다.
인간의 장기기억 용량은 CD 200만장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학습이 아이의 기억 용량에 무리를 가져오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쓸데없습니다. 반대로 아이들이 배경지식이 많으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할 때 연상하기가 쉽습니다. 그럼으로써 지식을 확실하게 저장하고 쉽게 불러올 수 있습니다. 이 때 워킹메모리가 기능을 합니다. 많은 것을 알고 있는 아이는 새로운 것을 쉽고 빠르게 배웁니다.
넷째, 자연적 환경을 접하게 하여 하여 새로운 정보도 안전하게 저장할 수 있는 유연한 시냅스를 만들어야 합니다.
두뇌발달에는 자극적인 환경보다 자연적인 환경이 더 효과적입니다. 로제위그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자연에 남겨졌던 생쥐들이 최고의 두뇌를 가졌다고 합니다. 이 생쥐들은 자신들을 둘러싼 세계의 풍경들과 소리들과 냄새들로부터 자극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들은 흰개미들과 거미들과 고양이들을 만났습니다. 그들은 집단을 몰려다녔고, 지도자의 짝을 선택하였으며, 이와 벼룩들을 상대하였고, 아마도 때때로 흥겨워 떠들며 놀기까지 했을 것입니다. 이 자연적인 환경은 연구자들이 생쥐 우리에 만들어놓았던 디즈니랜드보다도 훌륭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