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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승효상 초대 서울시 총괄 건축가... "연계의 '메타 시티'로 간다"

youngsports 2014. 9. 1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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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의 초대 '총괄 건축가'(City Architect)로 내정된 건축가 승효상 이로재 대표. 총괄 건축가는 서울시의 도시정책과 건축문화, 공공 공간 조성 등 도시계획 전반에 대해 책임지는 자리로, 승 대표는 수십년간의 무분별한 개발로 훼손된 서울의 '건축적 정체성'을 재정립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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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貧者)의 미학'을 화두로 자신의 건축 세계를 쌓아온 승효상(62) 이로재(履露齋) 대표. 그가 18일, 서울시의 총괄 건축가로 임명된다. 총괄 건축가는 공공 건축과 도시 재생 등 서울의 건축과 도시 계획을 총괄하며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조언하는 자리다. 그의 건축 철학이 미래 서울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골목의 이로재에서 그를 만났다. 이로재는 '이슬을 밟는 집'이라는 뜻이다. 이는 소학(小學)에 나오는 말로, 늙은 부모를 모시는 가난한 선비가 새벽 이슬 내린 길을 밟으며 문안을 드린다는 것으로 효성이 지극한 가난한 선비가 사는 집이라는 의미다. 

승효상 책상에는 인문학 서적이 빼곡히 쌓여 있었다. <모더니티의 지성들> <보이지 않는 도시들> <신화 읽는 시간> 등이 눈에 띄었다. 책상 오른편은 유명한 그의 서가다. 조용한 클래식을 들으며 그는 서울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지난 2002년, 건축가로는 처음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주는 '올해의 작가'로 선정됐다. 대표작으로 수졸당, 수백당, 웰콤시티, 봉하마을 묘역 등이 있다. 그는 박원순 시장이 취임한 2011년부터 서울시 건축정책위원장으로 활동해 왔다. 

서양 따라하다 망가진 서울... "이전으로 회복 가능"

그는 서양의 '평지 도시' 개념이 서울의 정체성을 망쳤다고 진단했다. 평지에 지어진 서양의 도시와 다르게 산이 많은 서울이 서양을 따라하면서 정체성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는 "산을 깎는 방식으로 개발해 서울이 평면의 도시가 됐다"며 "하지만 서울에는 산과 산에서 흐르는 물이 있기 때문에 이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승효상은 '메타 시티(meta city)' 개념을 강조한다. 확장과 성장을 상징하는 메가 시티(mega city)와 대비되는 메타 시티는 공간의 연대와 연계를 통해 성찰적 도시를 지향한다.  

그의 세운상가 리모델링은 메타 도시로 향하는 첫 걸음이다. 스승인 고 김수근 선생이 밑그림을 그린 세운상가는 철거 위기에 놓였지만, 서울시가 보존을 결정했다. 여기에 그가 뛰어들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그는 세운상가 2층에 보행 데크를 만들어 종묘-청계천-을지로-남산까지 연결할 계획이다. 또 서울역 고가도로를 철거하지 않고 공중공원으로 만들 계획이다. 

그는 "서울은 을지로, 종로 등 동서로 길이 나 있지만 세운상가를 리모델링하면 종로-을지로-남산까지 남북을 이어주는 도보가 연결이 된다"고 강조했다. 

승효상은 종묘를 서울의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로 꼽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안치한 봉하마을 묘역을 직접 설계하기도 한 그는 "종묘의 월대(月臺)는 죽은 자와 산 자가 만나는 공간"이라며 "비워진 곳을 음미하고 묵상하면 대단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제2롯데월드 임시 개장과 관련해 안전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에 힘을 실어줬다. 또 정부의 한강 관광자원화와 서울시의 한강 자연성 회복 계획이 충돌한다는 우려에 대해 "서로가 극과 극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자연성 회복이 관광의 소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래는 승효상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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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효상 대표는 종묘를 가장 아름다운 서울의 건축물로 꼽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안치한 봉하마을 묘역을 직접 설계하기도 한 그는 "종묘의 월대(月臺)는 죽은 자와 산 자가 만나는 공간"이라며 "비워진 곳을 음미하고 묵상하면 대단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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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괄 건축가, 생소한 직책입니다. 
"인구 천만의 도시에는 엄청나게 많은 건축 행위가 일어납니다. 이를 시장이 총괄하는데, 시장은 건축 전문가가 아닙니다. 주택정책실, 도시계획국 등 부서 내에서도 하는 일이 다릅니다. 그래서 전문가인 제가 시장 직속 조직으로 서울시의 건축을 총괄하게 됩니다. 영어로는 '시티 아키텍트(City Architect)'라고 하고요. 서울에서 건축과 관련돼 일어나는 설계나 발주, 기획 등을 일관된 시각으로 관장합니다."

- 조직은 어떻게 이뤄집니까. 
"행정팀, 연구팀 등 20여 명의 직원으로 시작할 예정입니다. 서울시 건축에 관한 모든 것들은 총괄 건축가실로 들어옵니다. (다른) 부서로 줄 건 주고 더 검토해야 할 것은 검토하는 등의 업무를 할 것입니다."

- 취임 배경이 궁금합니다.
"박원순 시장과는 그 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였습니다. 박 시장이 관여했던 단체에서 강의도 했었고요. 교류하면서 건축에 대한 제 생각을 박 시장이 공감했죠. 2011년, 시장이 되자마자 건축에 대한 조언을 많이 구했고, 그러다가 서울시 건축정책위원회 위원장이 됐습니다. 위원회도 서울시의 주택정책실 부서에 속하다 보니까 그 분야만 하게 됐습니다. 1년 가까이 다른 나라의 총괄 건축가를 연구한 뒤 제안을 했고 (박 시장이) 재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됐습니다."

"건축은 공공서비스, 서울의 정체성 바꿀 것"

- '초대'라면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포부가 있다면.
"저는 여태껏 건축은 공공 서비스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이런 대가로 이 직책을 얻게 됐는데, 과연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사회적인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성장과 개발 중심의 도시를 치유하고 서울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바탕을 만들겠습니다." 

- 총괄 건축가로서 지금의 서울을 진단하자면? 
"인구 천만 도시가 전 세계에 스물다섯 곳 있습니다. 3500만 인구의 중국 충칭을 제외하면 산이 있는 도시는 서울이 유일합니다. 서양의 많은 도시는 모두 평지에 세워졌습니다. 머릿속에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가를 구상하고 땅을 찾기 시작한 거죠. 그런 측면에서 대부분의 서양 도시는 평면으로 이뤄진 계획 도시입니다.

서울은 다릅니다. 산지가 많습니다. 평지는 대부분 경작했고 산비탈 아래에 마을이 형성됐죠. 서울도 배산임수(背山臨水), 그러니까 산 때문에 수도가 된 것입니다. 적어도 일제시대까지는 서울의 모습이 지켜졌어요. 그러다 서양문화가 들어오면서 이 관념이 사라졌죠. 평면의 도시가 들어왔습니다. 산 있으면 깎고 터널 뚫고, 계곡 있으면 메우면서 집은 평면에 지었습니다. 그러니까 엄청나게 짓고 부수었죠. 서양 도시를 닮으려 한 게 지난 수십 년간 서울의 도시계획이었습니다. 서울의 정체성이 망가진 것이죠."

- 그런 진단에 따라 지난해 서울건축선언을 발표했습니다. 핵심은 메가 시티(mega city)에서 메타 시티(meta city)로의 전환이었습니다.
"서울같은 대도시는 '메트로폴리스'라 불려요. '폴리스'는 정치적 도시의 의미이고, 메트로의 어원은 'Mother', 어머니라는 뜻입니다. '어머니'는 번식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죠. 그런 의미에서 메트로폴리스가 성장하면서 '메가 시티'가 됐고, 전 지구의 도시화를 이끌어왔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과연 '우리가 행복해졌느냐'고 따지면 아무도 동의하지 않죠. 그래서 이제는 성장이 도시의 목표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메타 시티'란 그것을 넘어서는 뜻이 있습니다. 프랑스의 도시사회학자인 프랑수아 아쉐가 <메타폴리스>라는 책에서 쓴 단어로, '성찰적 도시'라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성장이 목표가 아니라 연계와 연대를 중심으로 한 도시입니다. 빠른 도시보다 느린 도시, 교통이 아닌 사람 보행 위주의 도시입니다. 

이 개념은 서울과 어울립니다. 서울은 산이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산이 있으면 계곡이 있고 물이 있기 마련이죠. 물 흐름을 되살리고 산을 보존하면 메타 시티도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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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효상 대표는 정부의 한강 관광 자원화와 시의 한강 자연성 회복 계획이 충돌한다는 우려에 대해 "서로가 극과 극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자연성 회복이 관광의 소스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관광 자원화가 자연성 회복과 충돌하는지 철저히 따지겠다"고 덧붙였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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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타 시티와 관련해 지금 세운상가 리모델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로 이해할 수 있을까요.
"서울 도시 구조를 보면 세운상가 리모델링은 무지무지하게 중요합니다. 서울은 을지로, 종로 등 동서로 길이 나 있습니다. 청계천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죠. 그래서 남북을 이어주는 루트가 중요한데, 세운상가에 보행 데크를 만들면 종로-을지로-남산까지 도보로 연결이 됩니다. 동서남북의 보행 네트워크가 구비되는 겁니다. 또 이걸 확장해서 보면 종묘는 창덕궁하고 연결되고 창덕궁은 북악산에 이어 삼각산으로 이어집니다. 남산은 용산공원과 연결돼 한강으로 이어집니다. 또 서울역 고가도로 공중공원과도 연결 시킬 겁니다. 

지금까지 서울은 랜드마크를 파편적으로 만들었습니다. 이제 네트워크로 공간을 연결 시킬 겁니다. 새로 네트워크를 만들지 않고 세운상가나 서울역 고가도로 등 기존의 것을 재생 시킨다는 겁니다. 이게 연대와 연결, 재생을 상징하는 메타 시티와 연결됩니다. 이 두 가지 사업을 세계의 유명 건축가들에게 권유해서 아이디어를 공모하겠습니다."

- 하지만 시민들에게는 부동산 신화, 재개발에 대한 욕망이 있습니다. 
"시민들 일부는 부동산 신기루에서 덜 깨어 있습니다. 이제는 의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고, 자신에게 최종적 이익이 무엇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엇이 행복이냐'를 따져야 합니다. 예를 들어서, 강남 집값은 다 떨어졌고 개발에서 소외되었던 강북이 뜹니다. 삼청동과 북촌, 이화동도 들썩거리고 있습니다. 개발 때문이 아닙니다. 스토리가 있기 때문입니다. 개발이 아니라 스토리가 경제적 이익이 된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서울의 공간은 돈으로 연결됩니다. 집이든 빌딩이든 마찬가지입니다. 그런 이유로 건축의 공공성은 부족한 것 같습니다. 
"건축의 최고 가치는 공공성이거든요. 하나의 건축 행위는 시민들의 공유된 자산이라고 봅니다. 저는 설계를 부탁하는 사람에게 이 집은 당신 집이 아니라고, 그 돈으로 사용권을 획득할 뿐이라고 말합니다. 이웃은 물론 집을 지나가는 시민에게도 한 건물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를 동의하는 사람에게만 설계를 해줍니다. 아무리 개인의 땅이라도, 법적 한도 내에서 마음대로 짓는 것은 공공성을 침해하는 일입니다." 

"싱크홀, 제2롯데월드와 연결하는 건 무리"

- 서울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건축물이 있다면. 
"종묘입니다. 왜냐하면 도시에는 소란스러움이 일상입니다. 도시에는 번잡함을 벗어날 수 있는 침묵의 장소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서양 도시의 한 가운데에는 공원, 묘지, 교회와 성당이 있습니다. 서울의 묘지는 혐오시설이 돼 시 외곽으로 나갔고, 교회나 사찰은 상업주의적 냄새를 풍기죠. 대신 우리의 마음을 평온케 하는 게 바로 종묘죠. '동양의 파르테논'으로 이름난 건축이죠."

- 지금 사용되는 걸 보면, 종묘는 시민들에게 외면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건축의 정체성이 흔들릴 때 종묘를 찾습니다. 종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좋은 게 많습니다. 종묘 월대(月臺)에 서면 한 없이 고요합니다. 여기가 죽은 자와 산 자가 만나는 공간입니다. 비워진 곳을 음미하고 묵상하면 대단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습니다. 세계적인 건축가인 프랭크 게리가 서울에 와서 처음 한 얘기가 '혼자서 종묘를 볼 수 있게 해 줄 수 있느냐'였습니다."

- 제2롯데월드 저층부 임시 사용 승인, 총괄 건축가로서 우려는 없는지. 
"안전에 관한 문제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고 그걸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다만 교통이 혼잡이 우려되죠. 교통 문제도 롯데 측이 노력하고 있으니까 해결이 될 것 같습니다. 싱크홀과 석촌호수 수위 저하도 제2롯데월드와 연결짓는 것은 현재로서는 아닌 것 같습니다."

- 정부가 발표한 한강 관광자원 개발화, 서울시도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서울시의 한강변 관리계획, 한강 자연성 회복과 충돌이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서로 극과 극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서울시는 한강의 자연성을 스스로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그럴 수 없는 일이고요. 자연성 회복이 관광의 소스가 될 수 있습니다. 강변도로로 접근이 어려워 한강이 시민들과 유리돼 있는데, 조금 더 친근한 한강을 만드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봅니다. 관광 자원화가 자연성 회복과 충돌한다면 철저히 따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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