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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이 유럽 최고 혁신국가인 이유

youngsports 2014. 3. 6. 17:23

스웨덴이 유럽 최고 혁신국가인 이유

[결정적 5년, 마지막 성장판을 열자] 기업들 협업 문화에 국가 주도 R&D에 혁신성↑
"그 부분은 개선 가능성이 보이네요. 제 점수는요…"
예리한 눈빛을 한 심사위원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참가자들에게 날아들었다. 심사평이 끝나는 순간, 탄식과 환호성이 교차했다. 마치 한국 예능 오디션 프로그램의 한 장면 같지만 실은 스웨덴에서만 볼 수 있는 '비즈니스 솔루션 오디션'이다.


스웨덴의 국가기관인 스웨덴혁신청(VINNOVA)이 주최하는 이 오디션은 '스웨덴 비즈니스 아이돌'(Swedish business idol)이라 불린다. 이처럼 오디션 방식과 같은 국가 주도의 연구개발(R & D) 투자 정책을 살펴보면 왜 스웨덴이 유럽 최고의 혁신 국가로 인정받고 있는 지 알 수 있다. 스웨덴은 최근 유럽연합(EU)의 경제혁신지수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협업 기반 비즈니스 문제해결형으로 차별화된 혁신

오디션 방식의 투자 대상 결정 시스템은 창업 투자 생태계가 발달한 미국 실리콘밸리, 이스라엘 실리콘와디 등에도 있다. 우리나라 역시 미래창조과학부가 다음달부터 초기 창업을 지원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과 이스라엘의 시스템은 해당 오디션에서 수상한 일개 기업이나 개인이 중심이 된다. 특정 기업이나 기업가에게 상금을 투자금 형태로 지원하는 것. 또한 주어진 과제를 푸는 방식이 아니라 각자의 아이디어를 펼쳐내는 방식 위주다.

그러나 스웨덴혁신청의 오디션은 '문제해결형'이라는 점이 다르다. 스웨덴 혁신청이 산업계, 과학기술계, 학계 등으로부터 '미래 글로벌 시장 선점' 및 '현재 산업계의 난제 해결'을 염두에 둔 과제를 뽑아낸다. 그리고 이에 대한 솔루션을 내놓는 참가자를 모집하고, 여러 단계에 걸친 오디션 심사를 통해 단계별 투자와 최종 투자를 결정한다.

중요한 것은 과제가 광범위하고 추상적이다 보니 개별 기업이나 개인만으로는 솔루션을 내놓을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오디션에서는 대부분 여러 기업들이나 개인의 연합팀이 수상을 하게 된다.

지난해 나온 과제 중 하나였던 '글로벌 시장 대상 의료서비스 매니지먼트 시스템의 업그레이드'의 경우 언뜻 손에 잡힐 듯한 과제 같지만 사실 무한한 상상력이 필요한 과제다. 의료 서비스 매니지먼트를 얼마나 광범위하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업그레이드의 방향과 폭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상상력을 뒷받침할 기술력도 겸비해야 답을 낼 수 있다.

이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비즈니스 모델, 시스템 및 서비스 디자인, 기초 및 응용 기술, 엔지니어링 등 관련 산업 전체의 가치사슬(밸류체인·Value Chain)에 속하는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지 않으면 안된다. 당연히 융합과 협업이 강조된다.

오디션에 참가한 적이 있는 히얄마 닐소네 와티(Watty·빅데이터 기반 에너지 절감 솔루션 기업) 창업자는 "각자의 전문성을 최대한 발휘한다고 해도 집단적 상상력이 없으면 최적의 답을 낼 수 없다"며 "스웨덴은 개방형 협업 문화가 확산돼 있기 때문에 스웨덴 비즈니스 아이돌과 같은 프로그램이 성공하고, 그러한 투자 시스템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 분야 전문가인 유효상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일반적인 창업 아이디어와 달리 비즈니스 문제해결형 사고 과정을 거친 아이디어는 일차방정식이 아닌 고차방정식을 통해 풀어낸 답과 같다"고 설명했다. 즉, 비즈니스 문제해결형 사고는 애초 발생 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고려하기 때문에 훨씬 다양한 환경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샬럿 브로그렌 스웨덴혁신청장

◇공공부문이 도출한 과제의 솔루션, '지속가능성' 브랜드 달고 글로벌 시장으로

'스웨덴식 복지'로 불리기도 하지만 생산성이 매우 높은 스웨덴의 공공부문은 혁신에 필요한 과제 도출을 선도한다. 공공부문이 도출한 과제에 대한 솔루션은 '스웨덴표 지속가능성'이라는 브랜드를 달고 글로벌 시장으로 빠르게 확산된다. 국가의 혁신에 발목을 잡는다는 평을 듣는 한국의 공공부문과 비교할 때 매우 큰 차이다.

일례로 스웨덴의 한 지방도시인 배스터스(Vasters) 시의 복지 담당 부서는 노인 복지에 대해 고민을 갖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명과학 기업 지라프(Giraff)가 주도해 만든 노인 보호관찰용 로봇 시스템은 현재 네덜란드 건강보험회사와 스페인 지역정부 등으로 수출 예정이다. 화상회의용 디스플레이, 이동 로봇, 투약·복약·치료 관리 솔루션이 융합된 이 시스템은 간호사나 간병인의 일손을 크게 덜어주고, 더욱 세밀하게 노약자를 관리할 수 있다.

샬럿 브로그렌 스웨덴혁신청장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공공부문이 오히려 혁신에 필요한 과제를 내놓기 때문에 개별 과제를 해결할 때보다 지속가능성과 공공성이 고려된다"며 "이 때문에 기업과의 협업으로도 광범위하게 이어진다"고 말했다.

스웨덴은 원래 학계·연구계·비즈니스계의 협업이 체계적이고 탄탄한 나라다. 최근 머니투데이가 취재한 스웨덴 대표 혁신기업 15곳 모두 이사회에 R & D를 지원하는 연구소, 대학교의 일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전직 CEO 등이 자신의 돈을 출자해 투자자로서뿐만이 아니라 멘토로서 기업의 혁신 경영을 돕고 있다.

또한 스웨덴 역시 네덜란드처럼 혁신 클러스터가 발달한 나라다. 각 지역의 특화 산업과 연계된 혁신기업들이 해당 지역의 산업클러스터 내에 자리 잡고 있으면서 협업 정신을 발휘해 다른 회사의 비즈니스를 돕기도 한다.

스웨덴의 클러스터는 장기적이고, 계획적이며 특히 지역에 특화돼 있다. 지역의 산업자산을 최대한 활용하고, 글로벌 시장에 눈높이 맞추고 비즈니스 개발을 시작하는 것이 특성이다. 지라프의 경우 로봇틱스 기술이 발달한 '맬라르달렌'(Malardalen) 지역의 '로봇달렌'(Robotdalen) 클러스터 프로젝트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밖에도 IT, 바이오, 철강재료, 광섬유, 원격진료, 진단기법 개발, 식품산업 첨단화, 첨단 생물자원, 차세대 직물, 전자 인쇄 등의 분야에서 혁신기업들이 이 로봇달렌 클러스터 내 '사이언스 파크'(Science Park)에서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며 성장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바로 시장에 뛰어들기보다 우선 시제품과 임시 서비스를 만들어 시장성을 본다. 그리고 다른 나라 유사 사례 연구와 글로벌 세미나 등에 참석해 글로벌 시장에 맞도록 제품이나 서비스를 재조합 한다. 이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 스웨덴혁신청, 연구기관 등은 향후 더욱 커질 잠재 수요와 기술 개발 시나리오를 검토해 혁신 가능한 부분을 지원할 배후기술, 연관기술을 소개하고 자금조달도 돕는다.

투자도 일회성이 아닌 향후 10년까지 내다보는 장기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브로그렌 청장은 "지역 클러스터 내 기업 그리고 학계·연구계·대기업·투자업계 모두 체계화된 검토와 관리를 통해 낭비 없는 연구로 국가 경제발전 전략에 부합하는 일관성 속에서 성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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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 바뀌어도 혁신은 계속"

[결정적 5년, 마지막 성장판을 열자] 샬럿 브로그렌 스웨덴 혁신청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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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정부는 매년 전세계를 돌면서 자국 혁신기업들을 소개하는 '이노베이티브 스웨덴'(Innovative Sweden) 행사를 연다. 지난해에는 우리나라에서 열리기도 했다. 정보통신, 생명과학, 게임, 클린테크 등 다양한 최첨단 분야의 혁신적 기업들이 놀라운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인다.

이 행사를 주도하는 곳은 창업 오디션 프로그램인 스웨덴 비즈니스 아이돌을 주최하는 스웨덴혁신청이다. 샬럿 브로그렌 스웨덴혁신청장(사진)은 "다른 여러 정부기관들을 협업을 통해 기업들의 협업을 이끌어낸다"며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스웨덴 전체의 혁신성을 높이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브로그렌 청장과의 일문일답

-스웨덴혁신청의 역사는.
▶2001년 3개의 국책 R&D 기관이 통합해 설립됐다. 스웨덴은 작은 나라여서 항상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야 한다. 여러 기관들이 통합해 장벽 없이 융합적으로 연구 과제를 도출하는 것이 필요했다. '스웨덴에 영향력을 주면, 글로벌 시장에서 통한다'(Impact for Sweden. Global point of view)가 우리의 모토다.

-화제가 되고 있는 스웨덴 비즈니스 아이돌의 운영 방식은.
▶사전조사- 1차 오디션- 최종 오디션 등 3단계로 나뉜다. 대략 과제 별로 600여 팀이 등장하는데 이 중에서 70%까지 기금을 지원한다. 그리고 약 6개월 뒤 2단계까지 살아남은 팀 중 다시 20팀을 선별하고 2차 투자금을 투입한다. 마지막으로 2년 가량 성장을 지켜보고 마지막 오디션 과정을 통해 챔피언을 선발한다. 이들에 한 해 약 2억5000만 유로(한화 3700억원)을 투자한다. 스웨덴 대기업들도 비슷한 금액으로 공동 투자하고 있다.

-어떤 원칙으로 국가 혁신 과제를 도출하는가.
▶기본적으로 과학기술 연구에 기반을 두고, 비즈니스계에서 필요로 하는 실용적 솔루션을 위주로 리스트를 만든다. 양자간의 균형감각이 중요한데 이 부분에서 혁신청이 역량을 발휘한다.

-솔루션 중심으로 과제를 뽑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모든 산업분야에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이 더욱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급적 최대한 빨리 글로벌 시장에서 상업화 성공이 가능한 R&D를 진행하려면 문제해결 중심일 수밖에 없었다. 나아가 상업화의 범위와 영향력도 크려면 문제 해결형이 필수다. 다만 이것이 가능하려면 연구자, 엔지니어, 기업가 모두 열리고 유연한 사고가 필수다.

-만약 정권이 바뀌면 과제는 어떻게 되는가.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독립적으로 움직인다. 정권이 교체돼도 우리의 독립성은 인정받는다. 청장의 임기가 6년이고, 특별한 일이 없으면 3년이 연장된다. 정권의 특성으로 인한 중도 교체는 거의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