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사이드] 김호의 축구論 “가치를 알고 철학을 세워라”
[풋볼리스트] 한준 기자= ‘응답하라 1988’ 그리고 ‘응답하라 1994’의 시대에 이미 감독으로 일했던 김호(72) 감독은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아직 현장에 있다. 용인FC 총감독으로 그라운드에서 직접 뛰며 한국 축구의 미래를 키우고 있다.
유럽이라면 낯선 광경은 아닐 것이다. 그와 비슷한 연배의 알렉스 퍼거슨이 몇 해전까지 맨체스터유나이티드를 이끌었고, 아르센 벵거와 거스 히딩크도 여전히 아스널과 첼시의 현직 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이정도 나이에 그라운드에서 호흡하고 있는 지도자는 김호 김독이 거의 유일하다. 점심 약속으로 중식당에서 만난 김호 감독은 한국과 카타르의 ‘2016 AFC U-23 챔피언십’ 준결승전 경기 재방송을 보고 있었다. 새벽에 생중계로 본 경기를 다시 짚어보는 중이었다. 한국의 실점 장면이 나오자 노감독의 말이 빨라졌다. “저 골 먹을 때 바란스(밸런스)가 깨져 있거든. 한 쪽으로 많이 기울어졌을 때 반대로 보내면 위험해지니까. 바란스가 안 맞을 때 문제가 생기거든.”
진단에 이어 해결책이 제시됐다. “한 쪽으로 기울어졌을 때 반대를 계산하면서 움직일 수 있는 선수가 몇 명이나 있겠어. 그 차이야. 잘하고 못하는 차이점이.” 리플레이가 나오자 다시 화면에 집중한다. “봐봐. 저기서 공을 차는 데, 여기서 센터링하는 데 저쪽이 비었어. 자기가 반대편에 있으니 간섭을 못하자나. 그럼 일단은 오프사이드를 먼저 만들어야 되거든. 이게 1차야. 그리고 2차. 거리를 조절해서 다음 태세로 나오는 거를 방어를 해야 안되겠나?”
“그런 계산을 빨리 해야 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자주 해야 그런 계산이 나오는 거지. 근데 공 차는 그 자체만 보고 있으니까 발전이 안되는 거야. 선수들이 대부분 그러고 있는 거야. 우리나라 선수들이 창의력이 제일 없다. 공격이 나를 끌어내려고 유도를 할 때. 따라가면서 공을 주고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얘가 뭐를 하려고 하는지 읽어야 되거든. 속는 척 하다가 다음 상황에 패스를 줄 때 끊을 거냐. 거기서 바로 끊을 거냐. 저지를 해서 못 돌아서게 할 거냐. 그런 방법을 알아야 되는데 무조건 달려드니까 속는 거야.”
대회 기간 가장 문제가 된 올림픽 팀의 수비 불안 문제에 대한 김호 감독의 진단은 역시 창조성이었다. 창의력이 필요한 것은 공격 만이 아니다. 수비도 사고 능력이 가장 시급하고, 증요하다. “이번에 하면서 늘었어. 잘할 수 있는 경험이 쌓였어. 가면 쓴 애(송주훈)가 빠르고 판단력도 있고 파괴력도 있고, 리드를 그런대로 하는 것 같아.” 아쉬움이 진하게 배인 질타 뒤에는 칭찬도 따랐다.
경기 재방송이 끝나고 조용한 카페로 자리를 옮겼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했다. 무대 중심에서 멀어진 김호 감독을 찾은 이유는 그가 한국의 요한 크라이프라 부를 수 있는 확고한 축구 철학의 소유자이자, 자신의 생각을 직설적으로, 거침 없이 쏟아내는 리더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어떤 축구를 해야 하는가? 어떤 목표를 갖고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가? 2016년 새해를 맞아 김호 감독에게 듣고 싶었다.
#1. 축구가 줄 수 있는 가치를 제대로 정립하라
‘투혼’이라는 추상적 개념 외에 명확하게 잡히지 않는 한국 축구의 철학은 무엇일까? 이 질문에 앞서 김호 감독은 한국 사회가 축구에 대한 가치관을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
“언론이 너무 많이 선수들을 간섭하고 있어. 17세 대표도 그런 게 굉장히 많았지. 아이들이 벌써자기가 스타라고 생각해. 그게 우리는 문제다. 언론이 선수를 잘 모르고 기사만 냅다 쓰는 거. 그래서 질이 높아지지 않는 거야. 시골에 촌사람이 땅값이 갑자기 올라서 벤츠를 타고 식당에 왔어. 부페 였는데 줄을 안 서고 아무렇게나 끼어 가서 먹고 이러는 거야. ‘내돈 내고 내가 먹는데 니가 왜 말이 많아.’ 이런 사람이 한국에 대부분이야. 똑 같은 거야. 문화가 그래. 내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치관이 없는거야. 이건 공부하고 다른 거거든. 인간이 살아가는 가치관. 내가 질서를 지켜야 자유를 누린다는 생각을 안한다는 게 문제야.”
축구가 한국 사회에 줄 수 있는 메시지는, 바로 이러한 물질주의와 성과주의, 천민자본주의의가 낳은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조직 속에서 그런 거를 배워야 해. 문화를 바꿔야 하는 일이다. 돈을 준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때린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공부를 시킨다고 되는 것도 아니야. 그 문화에 맞는 룰이 있어야 한다는 거지. 사람이 가치를 갖고 살아야 한다. 돈이 100억이 있고 100조가 있어도 가치가 없다면 의미가 없다. 민주주의 사회에 걸맞은 가치를 모두가 공유하고 있어야 한다. 국민소득 2만불이 중요한 게 아니라 2만불에 걸맞는 가치를 모든 사람이 공유해야 한다.”
“축구가 갖는 가치는 ‘희생’. 단체 생활은 희생을 해야 된다는 거야. 더불어 사는 걸 배워야 하고. 단결해야 하고.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거지. 그게 없이는 이뤄지지 않아. 따지고 보면 스포츠를 통해 사회를 배우는 거지. 더불어 사는 건 그런 거야. 가치를 갖고 있다는 거. 자연적으로 가치가 좋아진다는 거지. 지금 개인주의적 사고는 스포츠를 통해 사회 공동체로 만드는 거야. 지금 우리 스포츠가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못하고 있어. 유럽은 그 가치를 갖고 있고, 그 안에 뜻이 있어.”
“유럽은 축구를 사회 교육적 측면으로 가져가. 경기 결과는 그 다음에 얘기하는 거지. 어떤 레벨이 되면 이기나 안 이기나 똑같아. 경기를 재미있게 하면 가치는 늘 남아있다는 거지. 지금 한국 축구는 욕심만 있는 거지. 내 아이만, 우리 선수만. 내 팀만. 나만 잘 되면 된다고 생각하는거야. 절대로 그건 안 된다는 거지. 옆이다 썩었는데 나만 나만 잘될 수 있나? 안 돼지. 사회가 다 썩었는데 어떻게 자기 아이만 특별히 잘되나. 유럽 사람들이 공동체 운동 시키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일본도 그렇게 변하고 있어.”
#2. 2002 월드컵 개최를 반대 한 이유
한국 축구의 숙제. 철학의 부재에 대한 본질을 김호 감독은 ‘가치관’에서 찾았다. 한국 축구가 과정 보다 결과를 중시하는 것. 그 결과 경기의 질적 수준을 높이지 못하고, 지루한 경기 속에 승리 외에 어떤 가치도 남기지 못하고 있다.
“늘 하는 이야기지만, 우리가 8번 연속 올림픽 나갔다. 이게 중요한 게 아니야. 사실 올림픽은 한물 간 대회다. 유럽에서는 신경 안써. 후진국일 수록 더 신경쓰지. 그보다 프로를 더 생각해야 해. 이제는 질을 높여서 우승권으로 가는 길을 열자고. 세계 4강도 들어갔고. 이제는 꾸준히 10위권에 늘 들어갈 수 있는 축구를 추구해야 해. 성적이 좀 나면, 뒤에 있는 나쁜 것들은 가려져서 안보여. 그게 오랫동안 가려져 왔어. 경기의 질을 봐야 되는데. 우승보다는 미래가 중요해. 당장 모로 가나 돌아가나 이기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프로가 활성화가 안됩니다. 경기를 재미있게 하면서 이길 수 있는 방법. 경기 질을 높이는 방법으로 유도 되어야 하는 데 단기간에 문제를 해결할 생각 밖에 없는 거죠.”
김호 감독은 궁극적으로 경기의 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당장 한일전에서 이기고 지고는 그리 큰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다. “일본은 2030년에 월드컵 우승을 도전 하겠다고 했거든요. 그 목표를 위해서 가는 것 같아요. 꾸준하게. 올림픽은 하나의 과정이고. 월드컵을 향해서 가는 거야. 많이 발전했죠. 멕시코 올림픽 3위를 하기 전에 크라머를 데려와서 10년을 투자했어. 우리나라라면 10년을 했겠어요?”
같은 이유로 김호 감독은 2002년에 우리가 월드컵을 공동 개최한 것이 섣불렀다고 지적한다. 월드컵 유치 추진 당시 대표팀 감독이었던 김호 감독은 당시 정몽준 축구협회장에게 정말로 반대의사를 표명했었다.
“나는 반대했어. 정 회장하고 앉아서 이야기 할 때. 왜 반대 했느냐. 2002년 월드컵을 치르면, 모든 국민의 잣대가 높아지는데, 우리 축구가 거기 부합되지 못하면 도로 퇴보할 거다. 지금 퇴보 하고 있잖아. 경기의 질이 형편 없었다는 거. 전체의 질을 높이지 않고는 안된다는 거야. 우리 자체 질을 높이지 않으면 흉내 밖에 못 내는 거야. 4강에 올라갔으면, 4강을 유지해야 될 거 아니야. 지금 못하고 있잖아. 그래서 반대한 거야. 다음에 하자. 월드컵 개최할 돈으로 축구의 질을 높이고 그 다음에 하면 된다.”
#3. 철학의 근간, 체질에 맞는 축구
그렇다면 질 높은 축구는 무엇일까? 애초에 준비한 질문에 더 근접한 답을 들을 차례다. 그래서 우리가 해야 하는 축구는 어떤 축구인가?
“보통 한 전술이 바뀌는 시기가 8년 걸리거든. 두 번의 월드컵 거치면 못 쓰는 전술이 돼. 지금은 4-3-3과 3-5-2를 병행해서 쓰는 팀이 있어요. 바이에른뮌헨 지도자가 그런 능력이 있어요. 선수층도 두텁고. 어쩌다 한번 질 수도 있지만 이길 확률이 높지. 그런 거를 우리도 해야 하는데, 지도자들이 그런 전술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니까 수비하고 역습하는 간단한 축구를 해. 심판의 수준도, 그라운드 컨디션도 그 정도다 보니 경기의 질이 자꾸 떨어지지.”
“난 대전을 맡았을 때도 공격 축구를 했어. 안 그런 감독도 있었지. 선수단은 좋은데 수비 중심으로 재미없는 게임을 해. 나 같으면 그런 사람은 감독으로 안 뽑아. 축구를 반대로 하는거야. 질을 자꾸 떨어트리고 발전이 없는 거거든. 두 팀이 다 수비를 하면 재미가 없어. 경기가 늘어지고 축구의 인기가 없어져버려. 나는 내 방식대로 해서 안되면 지는게 낫다. 프로는 그렇게 해야 돼. 물론 어쩌다가 꼭 이겨야 하는 경기는 수비를 해서 이기도록 전개를 해야하기도 하지. 꼭 이길 경기는 상황에 따라 대처하지만 팀이 전체적으로 그런 경기를 해선 안돼.”
“스페인은 체력전을 안하죠. 유럽에서는 작은 사람들이니까. 브라질이 한 때 유럽의 힘을 자꾸 이기기 힘드니까 추구를 했어요. 또 유럽은 남미의 기술을 추구했어요. 바뀐거야. 어떤 전술로 우승하면 다 따라가. 이제는 그걸 넘어서서 자기 체질에 맞는 축구를 하기 시작했어. 스페인은 섬세하게, 여러 사람이 협조해가 90분 내내 주도하는 축구. 체력 소모도 덜하고, 공을 확보하면서 상대를 빨리 지치게 만들어 이기는 방법이야. 나는 당연하다고 봐. 높이와 힘에서는 아무래도 스페인 선수들이 작으니까. 선수가 11명이 있으면, 그 11명에게 옷을 잘 입히면 힘이 생긴 단 말이야. 스페인은 자기들에게 굉장히 잘 맞는 축구를 한다. 나도 용인에서 그걸 접해보려고 한다. 수원삼성에서도 킥 앤드 러시를 추구하지 않고 계속 패스하고 움직이는 축구를 했어. 그게 우리한테 맞으니까 선호하게 되는거죠, 우리 신체조건을 볼 때 그게 옳다고 보는거죠. 조직, 기술, 체력을 만들어서 우리에 맞는 시스템을 만들면 세계를 따라잡을 수 있지 않느냐. 이제 시작하는 거죠.”
#4. 경험 있는 지도자가 현장에 더 필요하다
과정이 따르는 결과를 내기 위해 바뀌어야 하는 것은 대중과 지도자 만이 아니다. 성적에 따라 감독을 너무 쉽게 교체하는 관행, 그리고 감독 선임 과정에 대해 진지한 고민이 없는 현실에 대해서도 김호 감독은 일갈했다.
“구단에서 지도자를 파리 목숨 보듯이 해. 이놈도 좋다, 저놈도 좋다. 감독을 잘 못 뽑았다면 바꾸면 돼. 바꾼다면 더 나은 사람을 뽑아야 하는 게 그게 아니라는 거지. 가치관이 없으니 발전할 수가 없는거야. 팀이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필요한 지도자가 달라. 제일 밑에는 가르치는 지도자, 중간급에서는 잘 가르치고, 잘 이끌고 가는 두 가지를 적절하게 조절할 수 있는 지도자. 우승을 노리는 상위팀은 A급 선수들을 카리스마 있게 끌고 가는 지도자.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가진 지도자가 와야 해. 자기가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선수들을 제압할 수 있는 지도자가 와야지.”
김호 감독은 세계 축구와 비교해서도 그렇고, 한국 축구계의 지도자가 전반적으로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경험이 많은, 연륜을 갖춘 지도자가 현장에 없다.
“기능은 책에 있는 게 아니거든. 그걸 착각하고 있단 말이지. 기능은 연륜에서 이뤄지는 것이 더 많아. 공부하듯이 해가지고 될 문제는 아니야. 그런데 사회가 그걸 인정 안해. 경력이 부족한 사람이 많다. 지도자 경력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 데 그걸 너무 쉽게 생각해. 골든에이지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야. 노련한 사람들이 더 같이 있었으면 좋겠다. 책으로만 배운 것 보다는 경험이 많은 사람이 유리하니까. 젊은 사람이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노련한 사람이 함께 있을 필요가 있어.”
김호 감독은 지난 몇 년간 대표팀에서 국내 지도자들이 겪은 실패의 본질은 ‘국내’ 지도자에 있기보다, 지도자의 경험이 일천했다는 점에서 찾는다.
“내가 대표팀 3진을 갖고 경기를 한 적이 있어요. 프로팀하고 연습경기를 했는데 3골을 먹었어. 3일만 연습하고 한 경기였는데, 이대로 되겠냐는 걱정 들이 많았어. 그래서 일주일 후에 다시 한번 하자고 했어. 이번에는 3-0으로 이겼어. 일주일 만에 축구 실력이가 늘어서 이겼을까? 선수의 위치를 조율해서 바꿔 놓으니 훨씬 빠르다는 거야. 그게 감독이 할 몫이라는 것이지. 그게 좋은 지도자와 안 좋은 지도자의 차이점이야. 명의가 뭐야. 진단을 잘해서 안 아프게 해주는게 명의야. 그것과 똑같다. 대표팀은 산전수전 다 겪은 사람이 와야지. 저 사람은 누가 봐도 할만 하다. 그만한 경험이 있어야 해. 선수들에게 다섯 가지만 알려줄 수 있는 감독보다, 열 가지를 알고 얘기해줄 수 있는 감독. 열 가지 보다 스무가지, 백 가지를 더 알고 경기에 나가면 더 좋지 않겠어요? 그런 경험은 책에는 나와 있지 않아. 지도자는 선수를 잘 봐야 해. 선수를 보는 눈은 경험을 통해 갖출 수 있는 거야.”
#5. 젊은 선수들, 더 적극적으로 프로에 도전하라
그러면 선수들의 수준은 어디까지 왔을까? 이제 유럽 진출이 다반사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기대를 모으는 선수들이 늘어났다. 김호 감독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보편적으로는 좋아졌어요. 그런데 특징 있는 선수가 없다. 그게 문제다. 어느 팀이든 특징 있는 선수가 있어야 그 팀이 사는데, 그냥 뜨뜨미지근하다. 옛날에는 특징 있는 선수들이 아주 많았거든. 이런 문제는 획일적으로 연습을 시키는 것도 있고, 지도자가 진단 잘못해서이기도 해. 체력 훈련을 많이 시키면 자꾸 내려가지. 자기 잘하는 건 안하게 되고. 경기가 체력전으로 가니까 질적으로 떨어져. 많이 뛰면서 역습을 하고 또 수비로 들어오고 역습하고. 이러면 선수가 굉장히 힘들거든. 그런 면도 필요한 데, 결국 결정 지을 때는 기술이 있어야 해.”
스스로 대학 진학 대신 실업 축구팀으로 향했고, 수원삼성에 고종수를 고졸 최고 신인으로 만든 주인공인 김호 감독은 여전히 선수들이 고교를 졸업하면 프로에 직행해서 경험을 쌓고 도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어린 선수들에 대해 더 열린 눈으로 보고, 지도자들이 기회를 줘야 한다고 말한다. 선수들도 경쟁을 피하기 보다 더 강하고 용감하게 부딪혀서 경쟁을 이겨내는 뚝심을 보여야 한다고 당부한다.
“축구가 계속 느는게 아니거든요. (10대 후반의 신인 선수가) 힘이 없다고 안쓰면, 한참 좋을 때 기술이 늘지 않는다. 한참 애착을 갖고 늘 때가 그때야. 이성도 생기고. 우리 선수들은 늦어. 유럽 선수들이 10대에 느끼는 걸 우리는 20대 느끼니까. 난 그걸 단축하려는 거거든. 지도하는 방법이 바뀌어야 해. 큰 물에서 놀아야 하는데 대학은 큰 물이 아니야. 프로로 바로 가야해. 가서 겪어 봐야 해. 못 뛰어도 가서 경쟁을 해야 돼. 이겨내야 돼. 그래야 빨리 는다.”
“나도 실업팀을 갈 때 3년 배우겠다고 갔어. 우리 팀에만 대표 선수가 15명이나 있었고, 난 8개월만에 대표 선수가 됐다. 열심히 하니까, 자꾸 뛰게 해주고, 그러면서 느는 거지. 경쟁에서 이겨야 늘거든. 난 외출 안하고 매일 운동만 했어. 그 시기에 여자를 알면 안된다는 게 그래서야. 집중해라 이거야. 다른 선수들이 주말에 놀러가면 난 매일 연습하고 있는거지. 기회를 기다리고 있는거지. 어쩌다가 5분 뛰게 해주면 열심히 하고. 30분 주면 또 그 30분을 열심히 하고. 그러면 자꾸 뛰게 해주거든. 내가 인정 받아야지 누가 먼저 날 써주나. 벤치에만 앉아 있어도 대학에 있는 것과는 질적으로 달라. 그만큼 보는 눈이 다르다 이거지. 절대적이야.”
어느 한 분야만의 혁신과 변화로 될 일이 아니다. 구단은 장기 계획을 갖고, 지도자도 멀리 보고 선수를 키워야 하고, 선수도 더 용감하게 부딪혀야 한다. 팬들은 결과 보다 내용에 더 관심을 두고 응원해야 한다. 한국 축구의 발전은 이런 기본을 돌보는 대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지름길은 없다. 최근 K리그의 긴축 재정과 스타 유출 논란에 대한 해답도 더 비옥한 토양을 만드는 데 있다.
“당장 가치 있는 선수를 못 뽑는다고 해도, 시간을 들여서 미래가 있는 선수 만들어가며 하면 돼.꼭 내가 있을 때 우승을 다 해야 돼?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내가 지금 이 나이에 일하는 건 나의 미래를 위해서 일하는 게 아니라 미래에 일할 사람을 위해 하는거지. 언젠가 그 수준에 도달하며 보람이 있는거야. 그때 내가 이 세상에 없어도 그 가치는 남아있을 거야. 내 시대에 뭐를 얻겠다고만 생각한다면 그건 아니야. 모든 리더가 마찬가지다. 내가 결실을 얻자고 생각하는 건 잘못됐다. 1960년대, 1970년대에는 허허벌판에서 돈 줍던 시절에는 빨리 될 수가 있었지. 그 시절 생각하지 말라 이거야. 안된다는 거지.”
“우리 프로는 계획없이 일을 한다. 이정도 수준에서 앞으로 어떻게 예산을 비축하고 경영을 잘해서 좋은 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가져야 해. 그러려면 경영하는 사람을 제대로 된 사람으로 모시고 와야 해. 100억의 예산을 책정하고 있으면 10년 후까지 고려해서 어떻게 운영할지, 10년 뒤에는 어떤 수준으로 운영할지에 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거야. 이 기간 어떻게 선수를 사고, 팔고, 관중을 모으고 경영해갈지 만들어야 하는데 적당히 하고 나가고, 다른 사람이 오는 게 반복되니까. 이게 문제야.”
“우리나라는 급한 게 많아. 투자를 하면 100%를 다 찾으려고 하는데, 스포츠에서는 그게 아니야. 선수 10명을 데리고 오면, 그중 2, 3명의 좋은 선수 나오면 100%를 찾은 거로 봐야 해.”
김호 감독은 용인FC와 지난해 여름 2년 계약을 맺었다. 수원삼성의 창단 감독으로 K리그 최고의 인기 구단이라는 열매를 맺어준 그가 뿌리는 또 하나의 씨앗이다.
“정찬민 용인 시장이 내게 첫 번째로 이야기 한 것은 좋은 인재를 많이 육성했으면 좋겠다는 거였어. 선수 개인 능력을 길러서 좋은 선수가 되도록 만드는 시간을 보장해줬어. 여유가 있다는 거지. 테크닉부터 시작해서 어느 시기가 되면 큰 집을 지을거야. 그게 내 생각과 맞았기 때문에 나이를 먹었지만 노력하고 있는거야. 내 세대에 뭘 보자는 게 아니고. 다음 세대라도 그 사람들이 뜻이 있어서 가면 그걸로 충분하다는 거지.”
지금도 세계 축구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유럽을 선도하는 주요 리그의 경기를 챙겨보고, 끊임없이 새로운 지식을 배우기 위해 공부하는 김호 감독은 여전히 청춘이다. 지나간 영광을 돌아보기 보다, 계속해서 앞을 바라보는 김호 감독의 여정은 황혼기라 부르기에 아직 찬란하다.
사진=풋볼리스트, 게티이미지코리아, 수원삼성, 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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