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은 언제나 긍정적 변화를 가져온다. 축구도 마찬가지다. 새로운 발견을 위한 꾸준한 노력은 축구가 진화하는 가장 큰 이유다. 선수는 조금 힘들지 모른다. 낯선 전술에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감독에게 달렸다. 새 전술에서 선수들이 얼마나 적응할 수 있느냐가 곧 감독의 경쟁력이다.
우리는 현대 축구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전술 몇 가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들의 강점과 약점을 들여다본다.
4-4-2는 오늘날 꾸준히 사용되는 전술 중에서 가장 오래됐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전 세계적으로 많은 팀이 이 전술을 사용했다. 현대에는 잉글랜드 축구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다.
이 전술의 위상은 황금 세대를 거쳐 오늘날 많이 쇠락했다. 4-4-2는 점유 우위를 선점하기 어렵고, 승리를 확신하지 못할 때 주로 사용한다. 그래서 큰 야망을 품은 빅클럽이 이 전술을 사용하면 그 자체가 실패라는 평가를 받는다.
4-4-2는 이해하기에 난이도가 높지 않다. 선수들이 적응하기 쉽다. 훈련이 잘된 팀이라면 이 전술을 통해 성공할 수 있다. 현대 축구 전술 추세가 더욱 세밀하고 정교한 패스를 지향하는데, 4-4-2는 그에 비해 단조롭다.
# 4-4-2 강점
중원과 수비는 공을 차지하기 위해 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전진해 있는 최전방 공격수 두 명에게 공을 전달할 수 있다. 투톱도 긴장을 늦춰선 안 된다. 미드필더의 도움을 기다리지 않고 두 명이 능력껏 공격 기회를 만들어내야 한다. 4-4-2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이는 공격수는 중원의 도움이 없이도 혼자 해결하는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다.
측면 미드필더와 풀백은 양 측면으로 넓게(wide) 선다. 페널티박스로 위협적인 크로스를 올림으로써 상대의 수비 라인의 폭을 최대한 넓혀 수비수 사이를 떨어트릴 수 있다. 그렇게 생긴 틈으로 투톱이 공격을 할 수 있게 된다.
4-4-2는 단순한 형태를 취하기 때문에 선수들이 적응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어떤 팀이든 상대의 압박과 수비가 강하게 들어오면 4-4-2에 가까운 전술을 가동한다.
# 4-4-2 약점
단순해서 예측하기가 쉽다. 중앙 미드필더 2인은 공격과 수비에 지속해서 가담해야 한다는 부담이 크다. 또 굉장히 오래된 전술인 탓에 이를 뚫어낼 방법이 많이 연구되었다. 4-4-2 전술에서 측면에 서는 선수들이 수비 조직에 익숙하지 않으면, 재앙이 일어난다.
중앙 미드필더가 2인밖에 없는 점도 약점이다. 미드필더 2인만으로는 공을 소유할 수 없다. 특히 상대 미드필더가 3명이면 더욱 어려워진다. 이때는 종종 투톱의 1인 중원까지 라인을 내리는 모습도 보인다. 공을 갖지 못했을 때 상대와 중원 숫자를 동등하게 맞추기 위해서다.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4-4-2 전술 사용자는 공격형과 수비형 중앙 미드필더를 조합한다. 공격은 개인의 능력에 기댄다. 수비형 미드필더는 수적 우위에 있는 상대팀이 최후방 수비 라인을 압박하기 전에 막아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그들은 중원에서 벗어나며 쉽게 또 다른 공간을 내준다.
# 4-4-2 구사: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레스터 시티,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 밀란(1987-1991)
# 이런 전술에 강하다
4-4-2가 강한 면모를 보이는 전술을 정확하게 정의하기 어렵다. 주로 강하게 압박하며 공격하는 팀을 상대할 때 사용한다. 선수들이 경기장 곳곳에 분포해 있으면 일시적으로 상대 마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를 통해 순간적으로 공을 가져와 공격을 시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조제 모리뉴가 첼시에서 첫 시즌을 보낼 때 이 전술로 큰 성공을 거뒀다. 오늘날 세계 최고의 팀들이 애용한다. 패스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을 보유한 팀에 특히 유리하다. 그들은 이 전술을 통해 능수능란하게 공을 선점한다. 이는 공격 기회를 창출하는 중요한 수단이다.
# 4-3-3 강점
측면 공격수 두 명의 플레이 라인을 잔뜩 올려 상대팀 풀백을 무기력하게 만든다. 양 측면에 선수가 상대 진영 깊숙이 위치하면 상대 풀백이 쉽게 전진하지 못하게 된다. 결국, 상대팀의 공격이 무뎌진다.
중원에 있는 선수 3인 중 1인은 수비에 집중한다. 나머지 2인은 경기장 곳곳을 누비며 '박스-투-박스' 역할을 맡는다. 상대 미드필더가 2인이라면 수적 우위로 중원을 쉽게 점령할 수 있다. 중원에서 공을 차지하고 있으니 풀백이 마음 놓고 공격 전진할 수 있다. 상대 풀백은 자기 진영에 묶여있으니 역습 허용 위험도가 낮다.
이 전술은 필요에 따라서 4-1-4-1로 변형되기도 한다. 수비에 더 치중하는 전술이다. 그 대신에 강한 압박을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 4-3-3 약점
4-3-3은 위치 선정이 중요하다. 동시에 패스를 빠르고 정확하게 보낼 줄 알아야 한다. 이 전술이 제대로 효과를 보려면 판단력이 빠르고 영리한 선수가 필요하다.
중앙 공격수의 책임이 크다. 일단 공을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 측면에 있는 동료 공격수들을 적절하게 전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디디에 드로그바, 루이스 수아레스가 이런 역할에 특화되어있다. 그러나 극소수 스트라이커를 제외하곤 수준급 수비수를 상대로 제대로 역할을 해내는 공격수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4-3-3으로 성공한 팀에는 '월드클래스' 수비형 미드필더가 있다. 대표적인 예로 클로드 마켈레레, 하비에르 마스체라노, 세르히오 부스케츠 등이 있다. 그들은 중앙 미드필더 동료들이 공격에 가담했을 때 빈자리를 훌륭하게 메운다.
결국 동료 간의 신뢰가 중요한 전술이다. 공격수가 득점 기회를 만들거나 수비형 미드필더가 상대를 막아낼 때 서로의 신뢰가 없다면 팀 전체가 무너지기 쉽다.
# 4-3-3 구사: AS로마, 바르셀로나, 셀타 비고, 첼시(2004-2006)
# 이런 전술에 강하다
4-4-2: 4-4-2의 중원에는 두 명이 있다. 그러나 4-3-3은 세 명이다. 수적 우위로 중원을 장악할 수 있다. 또한, 측면 공격수들은 4-4-2의 상대 풀백들이 쉽게 전진하지 못하도록 한다.
아마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팀이 사용했던 전술일지도 모른다. 오늘날 1부 팀 대다수가 이 전술을 선호한다. 스페인과 독일에서 오래 전부터 사용되어왔던 전술이다. 요즘은 프리미어리그가 4-2-3-1과 사랑에 빠졌다.
# 4-2-3-1 강점
삼각 패스는 직선 패스보다 상대를 무너뜨리기 쉽다. 중앙 미드필더가 2선에 있는 3인과 유기적으로 호흡하며 패스의 공간과 길을 만든다. 제대로 이뤄지면 4-2-3-1 전술의 절반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4-4-2에서 사용하는 직선 패스나 횡패스를 능가하는 패스 방법이다.
4-2-3-1을 사용하는 팀은 중원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 앞선에 있는 선수들은 유연하게 측면과 중앙 깊숙이 침투할 수 있다. 공격수 중 1인이 중원으로 파고들어 갑작스럽게 역습 기회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언제 어디서 공격이 터져 나올 지 모른다. 또한, 스트라이커는 훌륭한 패서(passer)를 통해 득점할 기회를 자주 얻는다.
# 4-2-3-1 약점
체력 부담이 크다. 수비 혼란을 줄이기 위해 공격이 수비 아래쪽에서 시작한다. 예를 들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격은 자기 진영 아래쪽에 있는 달레이 블린트로부터 전개한다. 따라서 공격수들이 바쁘다. 경기 템포를 빠르게 유지해서 상대 수비수들이 자리를 잡을 여유를 주지 말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려면 쉬지 않고 공수를 왕복할 수밖에 없다.
마르셀로 비엘사의 팀에서 이 약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신체에 지속적인 무리가 가해져 결국 시즌 후반기에는 백업 선수들이 뛰었다. 그는 더는 4-2-3-1을 고집하지 않는다.
측면 공격수의 책임감이 크다. 상대가 빌드업 작업에 들어가면 그들은 플레이 라인을 빠르게 내려 수비에 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특정 선수와 감독이 마찰을 빚기도 했다. 레알 마드리드 시절 조제 모리뉴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대표적이다. 모리뉴는 측면 공격수가 상황에 맞춰 공격과 수비를 오가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호날두는 의견이 달랐다. 수비 때문에 공격할 기회를 잃을 수 없다고 믿는다.
# 4-2-3-1 구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PSV 에인트호번, 레알 마드리드, 발렌시아 (2002-2004)
# 이런 전술에 강하다
4-4-2: 삼각 패스를 통해 일렬로 서있는 중원을 돌파할 수 있다. 4-4-2를 간단히 무기력하게 만든다. 4-4-2 전술은 겹겹이 중원을 지키는 4-2-3-1을 돌파하기가 어렵게 느낀다.
미드필더가 점유율은 유지하면서 적의 돌파를 쉽게 허용하지 않는 전술이다. 4-5-1은 종종 토너먼트 경기에서 패배를 방지하고 싶어하는 팀이 사용한다.
수비 연계를 위해 속도를 조절한다. 그래서 종종 공격할 기회를 잃는다. 예상치 못한 기습 공격도 어렵다. 상대의 전진을 막기 위해 측면 미드필더의 역할이 중요하다.
4-1-4-1은 4-5-1의 변형이라고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중원에서 3인이 뛴다. 오늘날 가장 인기 있는 형태다.
# 4-5-1 강점
기본적으로 중원에 많은 선수가 있어서 높은 점유율을 차지한다. 상황에 따라 스트라이커가 공을 되찾기 위해 아래까지 내려오곤 한다. 4-6-0 대열로 뛰며 필사적으로 상대가 쉽게 뚫지 못하도록 한다.
공격 전환이 용이하다. 측면 미드필더 2인의 위치를 더 높게 올리면서 4-3-3에 가까운 대열로 움직일 수 있다. 그들 뒤를 커버하지 않아도 된다. 때로는 4-3-3으로 시작했다가 경기 주도권을 잡으며 4-5-1로 변형하기도 한다.
이렇게 4-5-1은 측면 수비수들이 중앙 수비를 유지하며 공격으로 전환하기에 적합하다. 따라서 토너먼트 경기를 치르는 팀들이 선호한다.
# 4-5-1 약점
4-5-1은 주로 중원에서 공을 다루는 데에 집중한다. 공격수가 고립될 가능성이 있다. 주로 4-2-3-1, 4-3-3 전술로 나온 팀을 상대할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미드필더가 계속 공격수를 도와줄 수 없다. 결국, 이 전술은 모험적이다. 4-5-1 대열로 뛰다 첫 골을 내주면 전술을 바꾸기도 한다.
역습 전개가 어렵다. 스트라이커의 개인 기량이 중요하다. 동료 미드필더가 전진하며 내주는 패스를 확실하게 받을 줄 알아야 한다. 이렇게 스트라이커가 여러 가지 역할을 해야 하니 공격 타이밍을 제대로 잡기 힘들다. 수비수도 상대적으로 공격에 쉽게 가담할 수 없어 역습은 더욱 힘들어진다.
# 4-5-1 구사: 선덜랜드, 노리치 시티
# 이런 전술에 강하다
4-3-3: 4-5-1은 4-3-3과 중원 싸움에 뒤지지 않는다. 양 측에 있는 미드필더도 상대 팀의 측면 공격수를 적극적으로 상대한다.
3-5-2는 이탈리아가 잠깐 부흥했던 5년 동안 자주 사용한 전술이다. 위는 인테르나치오날레와 피오렌티나가 3-5-2 혹은 이와 유사한 전술을 사용한 예시다. 브렌던 로저스와 루이스 판 할도 지난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이 전술을 사용했다. 국가대표팀이 중요한 경쟁자를 만날 때 택하기도 하다.
# 3-5-2 강점
상대 역습을 차단하기 좋다. 수비수 역할이 중요하다. 최후방 3인은 상대 공격수가 어떤 조합으로 공격을 전개하든 막아낼 줄 알아야 한다. 10번 선수를 다루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윙백들은 상대의 측면 공격수들이 더 침투하기 전에 차단하는 위치 선정이 필요하다. 중앙 미드필더 1인 최후방 수비를 돕는다. 라인을 아래로 내려 윙백이 공격에 가담했을 때 그 뒤를 지켜준다.
그러나 3-5-2 전술이 진짜 빛나는 순간은 상대 역습을 막을 때다. 마치 역습을 대항해 만들어진 무기 같다. 미드필더 세 명과 윙백 두 명이 공격 루트를 다양하게 제공한다. 이는 상대 수비수가 상대하기 까다롭게 한다. 공격수 두 명은 최전방에서 도움을 거의 받지 않고도 득점 기회를 만들 수 있다. 특히 역습 상황에서 공을 일찍 전달받을 때 더 효과적이다.
# 3-5-2 약점
다소 복잡하다. 동료들과 끊임없이 연계하며 공격을 펼쳐야 한다. 선수 간 호흡이 완벽하지 않으면 풀어나가기 어렵다. 백스리(back three)는 훌륭한 패서이자 다재다능한 선수를 필요로 한다. 다른 두 명은 대인 마크를 잘해야 하고 위치 선정 훈련을 충분히 쌓아야 한다.
3-5-2는 지역 방어를 집중적으로 한다. 자칫 상대 선수를 뒤쫓아 다니다 실패할 수도 있다. 아무리 위치 선정에 능하고 속도가 빠르더라도 불필요한 움직임이 발생할 수 있다. 미드필더가 백스리의 공간을 채우는 모습도 종종 보인다.
# 3-5-2 구사: 토리노, US 팔레르모, 피오렌티나, 네덜란드(2014 월드컵)
# 이런 전술에 강하다
4-5-1: 4-5-1과 중원 싸움이 가능하다. 공격수가 한 명뿐이기 때문에 수비진에서 그를 충분히 막아낼 수 있다. 동시에 미드필더가 공을 되찾아 오기 위해 도와주기도 한다.
에디트=홍재민, 글=Jonh Roberson, 번역=정재은, 사진=Gettyimages/멀티비츠, 포포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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