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Column

마라톤 2시간 돌파가 증명하는 인간 달리기 능력의 진화

youngsports 2026. 4. 28. 21:34

 

— 운동역학, 훈련과학, 동아프리카 고산지대 선수들의 신체 조건이 만든 ‘한계선의 이동’

마라톤 2시간 돌파는 오랫동안 인간 지구력 스포츠의 상징적 한계로 여겨졌다. 42.195km를 2시간 안에 달린다는 것은 1km를 약 2분 50초 이내로, 100m를 약 17초 안팎으로 421번 이상 반복한다는 뜻이다. 이는 단순히 “오래 잘 달린다”는 수준을 넘어, 인간의 심폐 기능, 근육 효율, 신경근 조절, 운동역학, 장비 기술, 훈련 체계가 모두 극한까지 맞물려야 가능한 영역이다.

2026년 런던 마라톤에서 케냐의 사바스티안 사웨가 1시간 59분 30초를 기록하며 공식 레이스에서 처음으로 2시간의 벽을 깬 것으로 보도됐다. 같은 경기에서 에티오피아의 요미프 케젤차도 1시간 59분 41초로 2시간 이내에 들어왔다. 이 기록은 기존 켈빈 킵툼의 2시간 00분 35초 공식 세계기록을 넘어선 사건으로 평가된다. 다만 세계기록은 통상 세계육상연맹의 비준 절차를 거쳐 확정되므로, 기사 작성 시에는 “공식 레이스에서의 2시간 돌파”와 “비준된 세계기록”을 구분해 표현하는 것이 정확하다. 


1. 2시간 돌파의 본질: 인간의 엔진이 아니라 ‘효율 시스템’의 승리

마라톤 기록을 단순히 최대산소섭취량, 즉 VO₂max만으로 설명하는 시대는 지났다. 물론 세계 정상급 마라토너에게 높은 심폐능력은 필수다. 하지만 엘리트 선수들 사이에서 결정적 차이를 만드는 것은 같은 속도에서 에너지를 얼마나 덜 쓰는가, 즉 러닝 이코노미다.

마라톤 경기력은 크게 세 축으로 구성된다.

요소의미기록과의 관계

최대산소섭취량 산소를 많이 사용하는 능력 기본 엔진
젖산역치 빠른 속도를 오래 유지하는 능력 고속 지속성
러닝 이코노미 같은 속도에서 에너지를 적게 쓰는 능력 기록 단축의 핵심

 

2시간 이내 마라톤은 단순히 심장이 강한 사람이 아니라, 불필요한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지면 반발력을 효율적으로 추진력으로 바꾸며, 후반에도 자세가 무너지지 않는 선수가 만들어낸 결과다.

운동역학적으로 보면 좋은 마라토너는 크게 뛰지 않는다. 위아래로 튀는 수직 진동을 줄이고, 몸의 중심 가까이에 착지하며, 발목과 아킬레스건을 스프링처럼 사용한다. 즉, 매 걸음을 근육 힘만으로 버티는 것이 아니라, 착지 순간 저장된 탄성 에너지를 다음 추진 동작에 재활용한다.

이것이 바로 현대 마라톤의 핵심이다.

마라톤 2시간 돌파는 인간이 갑자기 강해졌다는 뜻이 아니라,
인간의 몸을 가장 효율적인 이동 장치로 사용하는 기술이 극도로 정교해졌다는 뜻이다.


2. 세계기록 발전 과정: ‘더 빠른 선수’보다 ‘덜 낭비하는 선수’의 시대

남자 마라톤 기록 발전사를 보면, 기록 단축은 단순한 체력 향상의 결과가 아니었다.

시기/대표 기록/ 의미

2003년 폴 터갓 2:04:55 2시간 5분 벽 돌파
2008년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 2:03:59 2시간 4분대 진입
2014년 데니스 키메토 2:02:57 2시간 3분 벽 돌파
2018년 엘리우드 킵초게 2:01:39 2시간 가능성 현실화
2023년 켈빈 킵툼 2:00:35 공식 2시간 돌파 직전
2026년 사바스티안 사웨 1:59:30 공식 레이스 2시간 이내 진입

 

켈빈 킵툼의 2023년 시카고 기록은 세계육상연맹에 의해 2시간 00분 35초로 비준됐고, 당시 그는 기록 인정 조건을 충족한 마라톤에서 최초로 2시간 1분을 깬 선수였다. 이후 사웨의 런던 기록은 인간이 공식 레이스 환경에서도 2시간 이내 마라톤을 달릴 수 있음을 보여준 사건으로 해석된다. 

 

여기서 중요한 비교점은 엘리우드 킵초게의 2019년 INEOS 1:59 챌린지다. 킵초게는 빈에서 1시간 59분 40.2초를 기록했지만, 이 시도는 회전식 페이스메이커, 특수 코스, 일반 경쟁 레이스가 아닌 조건 때문에 세계기록으로 인정되지는 않았다. 세계육상도 당시 킵초게가 42.2km를 1시간 59분 40.2초에 달렸다고 보도했지만, 기록 인정 조건과는 분리해서 다뤘다. 

 

따라서 마라톤 2시간 돌파의 역사는 두 단계로 볼 수 있다.

첫째, 킵초게의 1:59:40은 인간 생리학적으로 가능하다는 증명이었다.
둘째, 사웨의 1:59:30은 공식 경쟁 레이스에서도 가능하다는 증명이다.


3. 케냐와 동아프리카 고산지대 선수들의 신체적 조건

마라톤 기록 발전을 논할 때 케냐, 에티오피아, 우간다 등 동아프리카 고산지대 출신 선수들을 빼놓을 수 없다. 이들의 강점은 단순히 “폐활량이 좋다”는 식으로 설명할 수 없다. 더 정확하게는 환경, 체형, 하지 구조, 러닝 이코노미, 훈련 문화가 결합된 결과다.

동아프리카 엘리트 장거리 선수들에게 자주 관찰되는 특징은 다음과 같다.

특징운동역학적 이점

낮은 체중 착지 충격과 에너지 소비 감소
낮은 체지방률 열 발산과 장거리 효율에 유리
긴 하지 비율 효율적인 보폭 형성
가는 종아리와 가벼운 하퇴 다리 회전 관성 감소
탄성 좋은 발목·아킬레스건 착지 에너지 재활용
고산지대 성장 환경 산소 활용 능력 적응 가능성

마라톤에서 하퇴, 즉 무릎 아래 부분의 질량은 매우 중요하다. 다리는 42.195km 내내 반복적으로 앞뒤로 흔들린다. 이때 종아리와 발목 부위가 무거우면 매 보폭마다 에너지 비용이 커진다. 반대로 하퇴가 가볍고 발목이 효율적으로 작동하면 같은 속도에서도 산소소비와 근육 피로를 줄일 수 있다.

즉, 동아프리카 장거리 선수들의 체형은 마라톤이라는 종목에 매우 적합한 역학적 구조를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인종적 우월성의 문제가 아니라, 특정 지역의 생활환경, 성장 과정, 체형적 경향, 훈련 생태계가 장거리 달리기에 유리하게 맞물린 결과로 봐야 한다.


4. 고산지대의 영향: 산소 부족 환경이 만든 유산소 적응

케냐의 이텐, 엘도렛, 에티오피아의 고지대 훈련 지역은 세계 장거리 육상의 산실로 불린다. 고산지대는 산소 분압이 낮다. 이런 환경에서 생활하고 훈련하면 몸은 산소를 더 효율적으로 운반하고 활용하는 방향으로 적응한다.

고산지대 적응은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경기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적응 요소/마라톤 효과

산소 운반 능력 향상 장시간 고속 주행 가능
모세혈관 발달 근육 산소 공급 효율 증가
미토콘드리아 기능 향상 유산소 에너지 생산 효율 증가
지방 산화 능력 향상 후반 에너지 고갈 지연
열 조절 능력 장거리 레이스에서 체온 상승 억제

그러나 고산지대 자체가 성공을 자동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고산지대에 살아도 모두가 세계적 선수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핵심은 고산 환경 + 마른 체형 + 어려서부터의 활동량 + 강한 훈련 집단 + 국제 경쟁 경험이 함께 작용한다는 점이다.


5. 스포츠 훈련의 발전: ‘많이 뛰는 시대’에서 ‘정교하게 적응시키는 시대’로

과거 마라톤 훈련은 장거리 주행량을 늘리는 방식이 중심이었다. 하지만 현대 마라톤은 훨씬 과학적이다. 단순히 많이 달리는 것이 아니라, 어떤 강도로, 어떤 회복 간격으로, 어떤 생리적 목적을 가지고 달릴 것인지가 세밀하게 설계된다.

현대 엘리트 마라톤 훈련은 보통 다음 요소로 구성된다.

훈련 방식/목적

이지런 회복과 유산소 기반 형성
롱런 지방 대사와 근지구력 향상
템포런 젖산역치 향상
인터벌 VO₂max와 고속 주행 능력 강화
언덕훈련 하체 탄성, 추진력, 자세 안정성 향상
마라톤 페이스런 목표 속도에 대한 신경근 적응

 

가장 중요한 변화는 피로 저항성 훈련이다. 과거에는 후반에 덜 무너지는 것이 목표였다면, 최근 세계기록급 선수들은 후반에도 페이스를 유지하거나 오히려 끌어올린다. 킵툼이 2023년 시카고에서 보여준 강력한 후반 주행, 그리고 사웨의 2시간 돌파는 모두 “후반 생존”이 아니라 “후반 가속”의 시대를 보여준다.

이것은 단순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다. 후반에도 골반 안정성, 착지 위치, 보폭, 보속, 상체 흔들림이 유지되어야 한다. 다시 말해, 현대 마라토너는 피곤할 때도 역학적 효율을 잃지 않도록 훈련된다.


6. 슈퍼슈즈 논쟁: 기술 도핑인가, 스포츠 진화인가

최근 마라톤 기록 단축에서 슈퍼슈즈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다. 카본 플레이트, 고반발 폼, 극단적 경량화는 선수의 러닝 이코노미를 향상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2026년 런던 마라톤에서도 사웨는 아디다스의 최신 슈퍼슈즈를 착용한 것으로 보도됐고, 이 때문에 “기술 도핑” 논쟁도 함께 제기됐다.

 

슈퍼슈즈의 핵심 효과는 세 가지다.

첫째, 착지 충격으로 손실되는 에너지를 줄인다.
둘째, 발가락 관절과 발목 주변의 불필요한 에너지 손실을 감소시킨다.
셋째, 후반부 근육 피로를 줄여 자세 붕괴를 늦춘다.

하지만 슈퍼슈즈가 기록을 혼자 만드는 것은 아니다. 같은 신발을 신어도 2시간 이내 마라톤을 달릴 수 있는 선수는 극소수다. 슈퍼슈즈는 이미 높은 러닝 이코노미, 강한 심폐능력, 효율적 착지 기술을 가진 선수에게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결국 기술은 인간 능력을 대체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가진 잠재력을 더 적은 손실로 지면에 전달하게 만든 장치에 가깝다.


7. 여성 마라톤의 발전: 더 큰 단축 가능성을 가진 영역

여성 마라톤 역시 같은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케냐의 루스 체픈게티치는 2024년 시카고 마라톤에서 2시간 09분 56초를 기록하며 여성 최초로 2시간 10분 벽을 깬 선수로 보도됐다. 세계육상은 이 기록이 기존 티그스트 아세파의 2시간 11분 53초를 거의 2분 단축한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여성 마라톤은 기록 해석에서 혼성 레이스와 여성 단독 레이스를 구분해야 한다. 세계육상 기록표도 마라톤에서 Mx, 즉 mixed gender race와 Wo, 즉 women only race를 구분한다고 명시한다.  이는 남성 페이스메이커의 존재, 공기저항 감소, 레이스 리듬 형성 등이 기록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2026년 런던 마라톤에서는 티그스트 아세파가 2시간 15분 41초로 여성 단독 세계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보도됐다.  이는 여성 마라톤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훈련 과학, 슈퍼슈즈, 페이스 전략, 고산지대 선수층 확대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성 마라톤의 향후 가능성은 남성보다 오히려 더 넓게 열려 있다. 남자 마라톤은 이미 2시간 장벽을 넘어 생리·역학적 한계에 매우 가까운 영역으로 진입했지만, 여성 마라톤은 선수층 확대와 훈련 체계 고도화에 따라 2시간 08분대, 여성 단독 기준 2시간 14분대 또는 2시간 13분대까지 접근할 가능성이 있다.


8. 결론: 마라톤 2시간 돌파가 말하는 인간 능력의 본질

마라톤 2시간 돌파는 인간의 한계가 사라졌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인간 한계가 얼마나 복잡한 조건 위에 존재하는지를 보여준다.

이 기록은 다음 네 가지 발전이 동시에 맞물린 결과다.

첫째, 고산지대와 장거리 훈련 문화가 만든 유산소 기반
둘째, 가벼운 체형과 효율적인 하지 구조가 만든 운동역학적 이점
셋째, 젖산역치, 피로 저항성, 후반 가속 능력을 키운 훈련 과학
넷째, 슈퍼슈즈와 보급 전략, 코스 선택이 만든 기술적 최적화

 

따라서 마라톤 2시간 돌파는 “인간이 기계처럼 빨라졌다”는 사건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몸이 가진 생리적 능력과 역학적 효율, 그리고 스포츠 과학의 발전이 하나로 결합했을 때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사건이다.

동아프리카 고산지대 선수들은 이 흐름의 중심에 있다. 그들은 단순히 재능 있는 개인들이 아니라, 환경, 신체 구조, 훈련 문화, 경쟁 시스템이 만들어낸 현대 지구력 스포츠의 가장 정교한 모델이다.

마라톤 2시간 돌파가 증명한 것은 결국 하나다.

인간의 달리기 한계는 고정된 벽이 아니라,
과학과 훈련, 환경과 기술이 함께 밀어 올리는 이동하는 경계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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