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訪韓한 '핀란드 공교육 개척자' 살베르그 교수, 한국 교육에 조언]

youngsports 2016. 8. 24. 11:30

학종·직업교육 자리잡을 때까지 밀고 나가라" 


<조선닷컴>인용


[訪韓한 '핀란드 공교육 개척자' 살베르그 교수, 한국 교육에 조언] 


핀란드, 25년간 직업교육 강화해 일반·실업계高 성적 차이 없애

논문만 달달 외는 한국 학생들… 

수업할 때마다 의견 물어보니 한학기 지나서야 토론 제대로 해



"한국 학생들은 수업 시간에 질문도 대답도 하지 않고 심지어 엎드려 자기까지 합니다. 이런 교실 문화가 바뀔 수 있을까요?"


지난 19일 오전 서울 광진구의 한 호텔에서 만난 파시 살베르그(Pasi Sahlberg) 핀란드 헬싱키대 교수에게 질문을 던졌다. 

확고한 답이 돌아왔다.


"바뀔 수 있습니다."


살베르그 교수는 핀란드 교육부에서 20년간 일하며 성공적인 공(公)교육 모델을 만들어 정착시킨 교육 관료이자 교육학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교육정책 고문을 지냈고, 최근 핀란드 교육개혁 경험을 담아 펴낸 책 '핀란드의 끝없는 도전'은 전 세계 25국에서 출판됐다. 그는 지난 3년간 미국 하버드대 교육대학원에 객원 교수로 있으면서 한국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을 소개했다.


◇논문 줄줄 외는 한국 학생들, "의견 물으면 묵묵부답"


파시 살베르그 핀란드 헬싱키대 교수는 “자유학기제, 직업교육 강화 등 한국의 교육부가 최근 도입한 교육정책이 현장에서 자리를 잡을 때까지 시간을 두고 기다려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형주 기자

살베르그 교수가 만난 한국 학생들은 수업 주제와 관련된 논문을 줄줄 외울 정도로 열심히 공부했다. 하지만 교수가 "그래서 그 논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으면 말문이 막혔다. 기껏해야 "좋아요" "별로예요" 정도의 답만 돌아왔다. 살베르그 교수는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내 수업에선 네 의견이 없으면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없다"며 수업 시간마다 토론을 벌이고, 끝난 뒤엔 본인의 의견을 짧은 글로 써오라는 숙제를 냈다. 한국 학생들은 불편해(uncomfortable)했다. 연구실로 찾아와 "무슨 내용을 써야 하느냐" "몇 글자로 써야 하느냐"고 물었다. 자기 생각보다 이미 다른 사람이 연구한 내용이 더 많이 담긴 글을 써오면 몇 번이고 다시 고쳐 쓰게 했다. 한 학기가 지나자 학생들의 태도가 바뀌었다. 누구보다 열심히 질문하고 자기 생각을 말하고, 남의 의견에 반박했다.


"학생들에게 호기심과 창의력을 길러주고 싶다면, 수업 시간에 학생들에게 '네 생각은 어떠니'라고 물어보면 됩니다."


◇"서술형 평가해야 성장 가능성 있어"


인터뷰 하루 전, 살베르그 교수는 대교문화재단이 개최한 '글로벌교육포럼'에서 한국 초·중·고교 교사 100여 명을 대상으로 특강을 했다. 교사들은 "학생을 등수 매기지 않으면서 공정하게 평가하는 방법"을 가장 궁금해했다. 최근 대입(大入)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이 확대되면서 생활기록부에 적힌 교사의 서술형 평가가 중요해졌는데, 학부모들이 "공정성이 떨어진다"며 불만이 많다는 것이다.


핀란드 초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성적을 등수나 등급으로 매기지 않는다. 담임 교사가 학생의 수업 태도와 발전 정도, 흥미 있어 하는 과목이 무엇인지 등을 서술할 뿐이다. 중·고교에서는 쪽지 시험이나 성취도 평가를 치르지만 대부분 주관식·논술형 평가다.


살베르그 교수는 "시험 점수대로 등수 매기는 것은 쉽고 간단하지만, 학생의 성장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학부모들에게 인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A·B·C로 성적만 매길 경우 학생들은 자신이 어디가 부족해서 C를 받았는지 어떻게 해야 

나아지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살베르그 교수는 "교사들은 자기 전문성에 자신감을 가져야 하고, 학부모들은 이를 신뢰해야 한다"며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20명 이하로 줄이는 등 교사가 학생 개개인을 관찰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번 정한 교육정책 꾸준히 밀고 나가야"


"시간이 필요합니다." 인터뷰 동안 살베르그 교수는 이 말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새로운 정책이 현장에서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고쳐 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살베르그 교수는 "핀란드에서는 25년간 직업교육제도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더니 실업계고와 일반고 학생의 입학 성적 차이가 사라졌다"며 "한국 교실을 정말 바꾸고 싶다면 자유학기제, 직업교육 강화, 학생부 종합전형 확대 등 새로 도입한 정책을 꾸준히 밀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